속초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극히 주관적인 안내서

속초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극히
주관적인 안내서

저녁, 호수, 자전거와 산책길
영랑호와 범바위

A. 강원도 속초시 금호동
H. sokchotour.com
T. 033 639 2690

속초를 여행하며 하나의 자연을 선택하라면 나는 동해도 설악산도 아닌 호수를 꼽을 것이다. 특히 속초가 품은 두 개의 호수 중 영랑호는 오후에 볕이 아름다운 곳으로 산책을 위한 첫 번째 선택으로 손색없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의 화랑 영랑이 무술대회장으로 가다가 이 호수를 발견했고, 아름다움에 빠져 대회조차 잊고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영랑호에서 자전거를 빌려 한 바퀴 도는 데 약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둘레길의 주요 코스 중 단연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호랑이를 닮은 바위산, 범바위다. 범바위 정상에 오르면 가까이는 영랑호 둘레와 멀리 설악산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일몰 시간의 영랑호는 하늘과 물, 태양의 색감이 오묘하게 어우러지며 장관을 이룬다.

TIP. 스토리자전거를 이용하면 가이드가 동승해 각 포인트마다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풍경 안에서
스테이오롯이

A. 강원도 속초시 관광로408번길 42
H. stayorosy.com
T. 033 638 9980

여행을 떠나기 전 하나의 풍경에 오래 눈을 둔다. ‘ㅁ’자 형태의 단층 건물, 그 안에 물의 정원이 있다. ‘수水 공간’이라고 불리는 이 정원은 그저 바라보는 것 외에 무엇도 하기 힘든 곳이지만, 그 바라봄이 좋은 사람들을 위해 가장 안정적인 구조로 건축되어 있다.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중간쯤에 놓인 이 낮은 공간은 속초 출신의 부부가 고향으로 돌아와 만든 새로운 보금자리다. 여섯 개의 2인용 객실은 나무 담장으로 자기만의 테라스를 두어, 설악산을 조망할 수 있게 만들었다. 통유리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산 위의 구름은 말이 없고, 돌담과 물의 정원 또한 차분하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가만히 앉아 물을 바라본다. 그러다 조금 걸어 식물원을 산책한다. 소란도 없이 그저 머물다 가는 여행. 때때로 여행은 아주 작은 호흡만으로도 충분히 오롯하다.

TIP. 조금 더 활동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설악산과 온천, 숙소 근처 양조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조용한 수다가 필요한 날
완벽한 날들

A.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259번길 7
H. instagram.com/perfectdays_sokcho
T. 033 947 2319
O. 수~월 10:00~21:00

완벽한 날들은 2017년 1월에 문을 연 문화공간으로 작은 서점과 카페,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한다. 대개의 경우 공간은 그 주인을 닮기 마련인데, 책을 고르고 커피를 내리고 침대보를 갈아주는 키다리 주인 또한 이곳의 조용한 소음과 닮아 있다. 그는 예전에 이주민의 정착을 돕는 일을 했다.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교육하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책을 통해 그 마음을 전하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딱딱한 책만 고르는 건 아니고 인문, 교양, 문학과 독립 서적 등 좀 더 말랑말랑한 종류의 책을 선택해 진열해 둔다. 책과 이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활동, 가령 독서 모임과 북 토크, 원화 전시회나 공연을 여는 것도 그의 몫이다. 조용히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들을 준비한다. 그 때문인지 이곳에 머물다 보면 문득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싶어진다. 나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받아주는 친구, 나의 잠버릇을 잘 아는 연인, 그리고 책 속에서 나를 무심히 바라보는 낯선 이와의 대화 같은 것들. 혹자는 여행지에서까지 책을 사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여행은 일상의 가장 편안한 부분을 조금 더 연장하는 데서 시작한다.

TIP. 대도시의 프랜차이즈 공간을 생각하면 서비스가 조금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름의 속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니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 주면 좋겠다.

이곳은 카페가 아니다
비단우유차

A. 강원도 속초시 교동 664-5 2층
H. instagram.com/bidan_wy
T. 070 4065 8287
O. 수~일 11:00~20:00

속초에서 가장 갑작스러운 공간을 고르라면 단연 비단우유차다. 허름한 제재소 건물을 개조해 만든 인테리어나 무심하게 놓아둔 듯한 소품들은 서울의 여느 카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거기에 벨을 울려서 주문하는 방식이나, 오래된 여인숙처럼 작은 구멍을 통해 제품을 받는 콘셉트 또한 제법 이질적인 풍경으로 느껴진다. 비단우유차란 우유와 차를 블렌딩한 밀크티의 일종으로, 차 문화를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게끔 개발한 메뉴다. 광주의 춘설차를 우유차로 만들던 걸 시작으로 쑥과 아삼 홍차, 호지차, 말차 등 여덟 가지 메뉴를 판매한다. 사실 이곳은 서울에서 나름 명성을 쌓아가던 곳이었는데, 치열한 경쟁을 피해 속초로 오게 됐다. 온라인 판매를 목적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상점을 열었지만 입소문을 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사진을 찍어가는 장소가 됐다. 반짝 주목받았다 사라지는 공간이 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새로운 우유차 개발에 힘쓰는 중이다.

TIP. 사실 이곳은 카페 용도가 아닌 제조장으로 허가를 냈다. 때문에 일반 카페처럼 일회용 컵이나 우유를 데우는 등의 서비스가 힘들다. 하지만 패키지 자체가 실용적이어서 선물용으로도 괜찮다.

이곳은 조선소가 아니다
칠성조선소

A.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46번길 45
H. instagram.com/chilsungboatyard
T. 033 633 2309
O. 목~화 11:00~20:00

3년 전, 칠성조선소에 다녀간 적이 있다. 그때의 조선소는 지금보다 뜨거운 공간이었다. 조선소 마당에 어선이 정박해 있고, 어깨가 검게 그을린 남자들은 기름과 불똥의 현장에서 땀을 흘렸다. 3년이 지난 후 조선소는 더 이상 어선을 만들지 않는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칠성조선소를 지키기 위해 이곳은 조선업을 그만두었다. 대신 이름 뒤에 ‘살롱’이 붙었고, 멀리서 온 손님들이 그늘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다만 예전의 흔적은 그대로 보존한 채, 새로운 공간으로 두 번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뮤직 페스티벌을 열었다.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기타리스트 조웅이 리스트업을 맡고, 칠성조선소가 공간을 꾸몄다. 멀리 속초까지 누가 와줄까 싶었지만 사람들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축제를 즐겼다. 칠성조선소는 다른 의미로 속초의 명물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다듬을 곳이 많고, 불편한 점 역시 눈에 띈다. 그러나 아주 오랜 시간을 버텨온 이 공간이 단숨에 바뀌어야 한다고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다. 호수가 녹을 만들고, 바람이 칠을 벗겨낸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 안에서 조선소는 진화하고 있다.

TIP. 마당에 아주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그곳에 사람이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여유롭다. 다만 시간마다 그늘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자주 의자를 옮겨야 할 수도 있다.

세계 유일의 17홀
보광미니골프장

A. 강원도 속초시 영랑호반길 69-4
H. blog.naver.com/bkmngolf
T. 033 633 3110
O. 매일 09:00~문의

의외일 수도 있다. 이곳에 간다고 했을 때 나를 이상하게 보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속초까지 가서 골프를 친다고? 그것도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니 골프를? 말 그대로였다.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세계 유일의 골프장이었다. 1963년 현재 사장님의 아버지가 직접 만든 이 골프장은,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키며 속초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손님이 많으며, 골프를 한 번도 쳐보지 못한 사람도 집중력만 있다면 골프의 신이 될 수 있다. 각각의 이름이 붙은 17홀 코스를 상황판에 점수를 매기며 플레이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점수 비중이 높아져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나는 3만원을 걸고 친구와 내기를 했고, 집요한 승부 끝에 패배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중무휴로 문을 열지만 방문 전 미리 전화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

TIP. 각 코스별로 공략할 수 있는 힌트가 적혀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미술관
바우지움조각미술관

A.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3길 37
H. bauzium.co.kr
T. 033 632 6632
O. 화~일 10:00~18:00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치과의사와 조각가 관장 부부가 2015년에 건립한 사립미술관이다. 행정구역상 고성군에 위치하지만 속초 시내에서 차로 10여 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어 들러볼 만하다. 근현대조각관을 거쳐 물의 정원과 소나무 정원, 돌의 정원, 테라코타 정원에 이르기까지, 벽으로 구획한 다양한 테마 공간이 모여 하나의 미술관을 이룬다. 건축을 맡은 김인철 건축가는 이곳을 두고, ‘담의 어딘가에 지붕이 있을 뿐 건물의 형태는 따로 없다’고 말한다. 미술관에서 건축의 역할이란 바람을 머물게 하고, 돌담의 틈마다 흙과 풀씨를 담게 하는 자연의 일부인 셈이다. 마침 내가 머물던 시간에는 물에 담긴 빛이 바람에 의해 한껏 산란하는 중이었다. 그것에는 생명이 없지만 소리로, 빛으로, 대화를 걸어온다.

TIP. 상설 전시 외에도 2~3개월에 한 번씩 아티스트 전시가 바뀐다. 입장권은 음료로 교환 가능하다.

속초 사람이
자주 가는 식당

01 대포함흥면옥
A. 강원도 속초시 설악산로4번길 163-11
T. 033 632 6688

“함흥냉면이 아주 좋아요. 이곳에 갔다가 다른 곳에 가면 아예 맛없게 느껴질 정도로요.”

– 스테이오롯이 이준성

02 구구집
A.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 341
T. 033 636 1888

“저희는 물회나 회덮밥 주로 먹어요. 속초에서 너무 흔한 음식이지만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내와서 자주 이용하고 있어요.”

– 동아서점 이수현

03 그리운보리밥
A. 강원도 속초시 법대로 34
T. 033 635 0986

“사람들에게 자주 추천하는 곳인데요. 찌개정식을 시키면 한 상이 크게 차려져 나와요. 음식 하나하나가 정갈하고 푸짐한데다 성의 있게 준비돼요.”

– 완벽한 날들 최윤복

 

04 가고파스넥
A.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143번길 15-4
T. 033 632 8311

“속초관광수산시장 골목에 있는 집이에요. 할머니가 하시는데, 감자옹심이가 정말 담백하고 맛있어요.”

– 비단우유차 이민성

05 이모네식당
A. 강원도 속초시 영랑해안6길 16
T. 033 637 6900

“생선찜이 유명한 식당이 두 곳 있는데요. 굳이 선택을 하자면 저는 이곳이에요.”

– 스테이오롯이 이준성

06 춘선네
A.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반로 230
T. 033 635 8052

“속초에서 유명한 곰치국은 벌건 국물에 나오는데 아주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에요.”

– 비단우유차 이민성

07 옛날숯불녹원갈비
A. 강원도 속초시 교동 780-276
T. 033 636 9321

“옛날식 생돼지갈비가 최고예요. 고기도 부드럽고요. 된장찌개도 좋고, 밥도 솥밥으로 나와서 아주 만족스러워요.”

– 칠성조선소 최윤성

08 함흥막국수
A.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54번길 3
T. 033 632 6707

“일반적인 함흥식 회냉면에 면을 굵게 해서 먹어요. 김을 올려서 함께 먹으면 색다른 식감을 느낄 수 있죠.”

– 칠성조선소 최윤성

09 완앤송 하우스 레스토랑
A.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632-250
T. 033 635 3437

“영랑호 근처에 있는 집으로 점심 메뉴인 쌀국수가 진짜 맛있어요. 저녁에는 코스 요리만 예약제로 운영해요.”

– 동아서점 김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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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김건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