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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프로젝트
누군가 그랬다. 술을 마시는 것은 타인과 나의 경계를 조용히 허무는 일이라고. 벌게진 얼굴과 높아진 목소리, 이상하게 잘 기억나지 않는 단어들과 내 마음대로 가지 않는 발걸음. 평소와 달리 긴장 풀린 모습은 관계의 틈을 가까이 메운다. 사진작가 마르코스Marcos Alberti는 와인 세 잔을 한 잔씩 마실 때마다 바뀌는 얼굴들을 촬영했다. 사람들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단 세 잔이면 충분하다.
와인 프로젝트Wine Project
브라질 사진작가 마르코스 알버티의 와인 프로젝트는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첫 번째 잔 와인은 음식과, 두 번째 잔 와인은 사랑과 조화롭다. 그리고 세 번째 잔 와인은 대혼란과 잘 어울린다.” 첫 번째 사진은 하루 종일 일을 하다 피곤이 누적된 모습이고 와인 잔 수에 따른 표정, 몸집, 분위기의 변화를 유쾌하게 볼 수 있다.
Interview
사진작가 마르코스 알버티Marcos Alberti
“와인이야말로 사람들간의 사회적인 장벽을 낮추고 평소에 쓰고 있는 마스크를 벗길 수 있어요. 기쁨과 친근함을 주고, 서로를 예단하지 않게 하죠.”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사실 저는 와인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한 친구가 저에게 와인을 맛보는 방법을 가르쳐주려고 했죠. 그때부터 와인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 기쁨에 대해서 와인에게 보답하고 싶었어요. 사실 인터넷에서 술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면 안 좋은 이야기가 많잖아요. 물론 술을 많이 마시는 건 좋지 않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믿어요. 절제할 줄 알고, 책임을 갖고 즐긴다면 무척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요.
보통 어떤 작업을 하나요?
저는 광고 사진작가예요. 코카콜라, 삼성, 나이키 등과 작업했고, 지금도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영감은 어디에서 받나요?
사람들로부터 받아요. 저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나 태도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그들의 관점에서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무척 흥미롭죠. 이따금 일부러 대중적인 공간으로 가요. 그저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죠.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상상해보면서요.
와인 프로젝트의 참여자들은 누군가요?
모두 제 친구들이에요. 친구들을 저의 스튜디오로 초대해요. 일하느라 긴 하루를 보낸 친구들의 그날의 스트레스를 포착하고, 한 잔의 와인을 마실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그들의 모습을 촬영해요. 각기 다른 무리의 친구들을 조금씩 섞어서 작업해요. 어색하다가 점점 친해지는 게 흥미로워요. 그래서 직업군도 굉장히 다양하죠. 엔지니어, 건축가, 아트 디렉터, 모델, 광대, 음악가, 선생님 등등. 이 친구들 중에서 누구는 와인을 매일 마시고, 또 누구는 와인을 마시는 일이 거의 없어요. 각자 다른 배경과 환경에서 술 한 잔 마실 때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술 종류는 무척 많아요. 그런데 왜 와인을 선택했나요?
와인은 ‘고급스러운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하지만 제가 직접 이름을 붙여보자면, 와인은 ‘개인적인 술’인 것 같아요. 맥주 한잔 하는 건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좋은 와인 한잔을 마신다면 사랑하는 가까운 친구나 연인, 가족을 부르지 않겠어요? 편안함을 느끼고 친밀감이 높은 상대와 나누기 좋은 술이죠.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요?
저는 와인의 밝고, 유쾌하고, 젊은 측면을 담고 싶었어요. 다시 강조하지만, 절제할 줄 알고 책임감을 갖고 와인을 마신다면, 문제없이 사랑하는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되겠죠. 그게 꼭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이거나 혹은 심지어 혼자 있더라도요.
가장 인상 깊었던 참가자는 누구인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 장의 사진이 있어요. 하나는 켈슨Kerson의 사진이에요. 이 친구는 전문적인 광대예요. 평소에도 워낙 웃긴 친구인데 술을 한 잔 마시니 갑자기 온몸이 엄청 빨개지더라고요.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까 웃다가 자지러지는 거예요. 정신없이 저도 같이 웃었죠. 또 다른 사진은 캐서린Catharine의 것인데 이 친구는 모델이에요. 술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죠. 그런데 사진 찍을 때 취했는지, 갑자기 제 냉장고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겠다고 엉뚱한 말을 하더라고요. 물론 그게 될 리가 없죠(웃음).
촬영 당시, 같이 술을 마셨나요?
그럼요. 이 프로젝트는 8일 정도 걸렸어요. 매일매일 사람들과 술을 마셨죠. 세 잔의 와인과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이게 하다 보면 술을 더 마시게 되고 이야기도 길어져서 보통 밤을 새게 되더라고요.
술 마시는 걸 좋아하시나요?
무척요(웃음). 보통 맥주나 와인을 마셔요. 특히 레드 와인을 자주 마시는데 까베르네 소비뇽을 좋아해요. 와인이야말로 사람들간의 사회적인 장벽을 낮추고 평소에 쓰고 있는 마스크를 벗길 수 있어요. 그게 다가 아니에요. 기쁨과 친근함을 주고, 서로를 예단하지 않게 하죠. 우리를 진정한 편안함으로 이끌어요.
에디터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