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건축가와의 기묘한 대화

푸하하하프렌즈 ㅡ 건축가

왼쪽부터 한승재, 한양규, 윤한진 소장

2015년 《AROUND》 30호에서 건축가 ‘푸하하하프렌즈FHHH Friends’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당탕탕 세 친구의 정신없고 유쾌한 토크박스 한 판’이라는 다소 장황한 제목의 기획이었다. 8년이 지난 현재, 건축가 윤한진과 한승재와 한양규, 그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늙었을까? 흐느적거릴까? 아니면 여전히 반짝이는 열정으로 소란스러울까?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푸하하하프렌즈의 아지트를 찾았다.

웃는 얼굴로 세계를 제패하자.

헤어질 바엔 폭파시켜 버린다

《AROUND》에서 처음 인터뷰를 진행한 게 벌써 8년 전이에요. 감회가 새롭네요. 

승재 느낌상 1년도 안 된 거 같아요. 연락 왔을 때 반가웠어요. 

 

그때에 비해서 사무실이 좀 커졌는데, 얼마나 성공한 거예요? 

승재 일단 회사에 돈을 묻어놓은 건 없어요. 월급을 매달 걱정하는 건 똑같은데 직원이 늘어났어요. 열세 명 정도? 

 

홈페이지 보니까 ‘신입사원을 위한 안내서’가 생겼더라고요. 체계적이라 놀랐어요. 

승재 그런 게 있나? 아, 할 일 없는 누가 만들었어요. ‘IP 주소 접속하는 법’ 같은 게 적혀 있는데, 서버 연결할 때 한 번 보고 안 읽더라고요. 

 

(윤한진 소장이 젖은 머리로 들어온다.) 오랜만이에요. 오늘도 늦으셨네요. 

한진 꿈 얘기 좀 해도 돼요? 꿈에 제 아이가 나왔어요. 지금 세 살인가 네 살인데, 걔가 알 수 없는 병으로 내일 죽는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너무 멀쩡해 보여서 안 믿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전 직장 사장이 장난감을 들고 오더라고요. 그 냉정한 사람이 오니까 ‘이거 리얼이다.’ 믿게 되는 거죠. 중간에 꿈인 걸 알아서 깼는데, 다시 잠드니까 또 이어지는 거예요. 근데 양규 저 새끼 코 파고 있네. 

양규 안에 큰 게 들어 있어서. 

한진 아무튼 마지막에 아이가 저한테 안기는 거예요. 꿈인 걸 알았지만 계속 감정이입이 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금 지각한 변명을 하는 거죠? 

한진 맞아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게요. 건축가의 작업실이라 하면 기대감이 생겨요. 공간 설명을 부탁드려요. 

한승재 이번에 공간 디자인을 맡은 사람은 저였어요. 이전 사무실에서는 각자 책상을 꾸며보라고 했더니 내구성도 약하고 너무 더럽고 그야말로 엉망인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모든 책상을 하나로 이어봤어요. 단순히 책상을 몇 개 맞댄 게 아니라 합판으로 용접해서 완전히 하나로 붙였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깨끗해졌어요.

깨끗한 거 맞죠? 

양규 지금 역대급이에요. 거의 모델하우스 수준이잖아. 

 

사무실이 바뀌어도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가 적힌 액자는 여전히 삐뚤게 걸려 있네요. 그런데 저건 어떤 의미예요? 

양규 저건 학성이가(직원) 쓴 사훈인데, 페이스북으로 투표해서 뽑힌 거예요. 그냥 재미로 만든 거였는데 이사할 때마다 따라다니더라고요. 제가 챙긴 적은 없으니까 누군가는 챙겨서 걸은 거겠죠? 

 

재미로 만들었다지만 과정 속에 있다는 건 어쩌면 푸하하하프렌즈가 건축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한진 사실 그렇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긴 하지만, 동의합니다. 동의하나? 암튼 되게 막연하게 그 말이 우리를 잘 설명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 뭐랄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연결이 됐을까요? 

양규 우리 셋과는 전혀 상관없는 글이에요. 사실 저는 ‘대도무문’이라고 썼고요. 승재는 ‘호랑이처럼 밝게’, 한진이는 ‘웃는 얼굴로 세계를 제패하자’라고 썼어요. 그래서 처음에 저게 뽑혔을 땐 마음에 안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저 말이 푸하하하프렌즈 식구들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한진 과정 속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바뀐 건 있어요. 이전에는 누군가 우리에게 주목하면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거에 아무 관심이 없어요. 예전에는 돈도 막 벌고 규모를 키우는 것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무언가를 느끼면서 작업하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승재도 양규도 건축을 바라보는 태도가 깊어진 거 같고요. 진지해진 거죠. 

 

푸하하하프렌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복기해 보자면, 셋은 10년 전 건축 사무소에서 처음 만나 푸하하하프렌즈를 만들었어요. 그게 시작이고 현재는 진지한 과정 속에 있다고 말해요. 그 여정을 멀리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문득 푸하하하프렌즈의 끝이 궁금해요. 

한진 끝은 없습니다.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양규 우리 중에 누구 하나가 나가면 회사 폭파시킬 겁니다. 

승재 그냥 학성이한테 회사 주자.

양규 그럴 순 없지. 그냥 해체해 버려.

기존 로고(좌)와 변경된 로고(우)

그러고 보니 로고도 바뀌었어요. 푸하하하프렌즈를 상징하는 새가 고양이한테 잡아먹히는 장면이에요. 어떤 과정을 형상화한 거예요? 

승재 원래 푸하하하의 로고는 흔하디흔한 비둘기였어요. 그런데 ‘스튜디오 fnt’ 이재민 실장님이 명함과 로고를 다시 만들자고 제안해서 고양이 얼굴을 제가 새로 그려서 합성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고양이에게 먹히는 비둘기라니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어요? 

승재 비둘기는 발에 치이도록 많잖아요. 그래서 없애버리자 생각했는데 안 없어졌어요. 사실 고양이 입속에서 기절한 거예요.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책도 재밌게 봤어요. 에피소드 중에 ‘인천 동화마을 주택’ 프로젝트에서 모두가 철거하자고 포기한 주택을 양규 씨 혼자만 끝까지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요. 원래 정이 많은 편이에요? 

양규 그건 제가 말하긴 그렇고, 한진이가 대답해 줄 거예요. 

한진 양규의 그런 면이 우리가 열받는 부분이에요. 

승재 인류애는 아니고 시골 인심 같은 거예요. 따뜻하고 좋은 거 같지만 한편 섬뜩한 인심 알죠? 영화 <이끼>를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그런 성격이 작업에서도 드러나나요? 

한진 양규는 클라이언트 상황에 완전히 이입해요. 자기 건축을 주장하기보단 뭐든 다 들어주려는 마음이 있는 거 같아요. 같은 의미로 양규는 모창도 잘해요. 

 

양규 씨는 프로젝트를 하며 문제가 생기면 클라이언트에게 무릎을 꿇는다고요. 원래 그렇게 온몸으로 일하는 편인가요? 

양규 완벽한 오해입니다. 

승재 제가 당시 목격자 진술을 들었는데 당시에 소파가 많이 꺼져 있었대요. 앉은 자세가 낮은 상황에서 양규가 고개를 앞으로 숙였는데 딱 그 장면을 목격한 거죠. 당시 목격자는 한양규 실장이 무릎을 꿇었다고 확신하며 살며시 문을 닫아줬다고 해요.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세 분은 일을 성사하기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어요? 

양규 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승재나 한진이를 희생시키지는 않을 거고요. 저 혼자서 힘든 일이라면 온몸을 갈아서라도 할 거예요. 

승재 저는 셋이 함께 쪽팔리는 일이라면 할 수 있어요. 

 

둘의 대답이 전혀 다르네요? 

양규 (승재 씨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승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라디오스타>에 비키니를 입고 나가야 한다면 그것도 할 수 있어요. 셋이 망가지면 더 좋잖아요. 

한진 저는 일만 된다면 건축사 자격증까지 포기할 수 있어요. 

승재 나는 비키니 입는 거보다 건축사 자격 잃어버리는 게 더 싫은데?

한진 그럼 내가 이겼네?

양규 ···.

승재 근데 질문이 뭐였지? 사실 위기에 처하면 뭐든 할 수 있겠죠.

 

제 생각에는 지금 이 인터뷰가 가장 위기 같아요. 

양규 최근에 한 인터뷰 중에 가장 진정성 있게 하고 있어요. 진짜로요.

그럼 진정성을 담아서 질문을 이어가 볼게요. 한진 씨는 책에서 “오늘의 기분이 건축이 될 수 없다”라고 적었어요. 한진 씨에게 건축은 곧 감정과 분리된 예술인가요? 

한진 네, 저는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제의 도면이 마음에 안 들면 납품 전날이라도 밤을 새워서 수정해요. 그게 저한테는 어제의 감정과 분리하려는 시도거든요. 그래서 작업을 할 때 몸보다 정신적으로 괴로워요. 

 

한진 씨는 건축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진 그건 아니에요. 법규 차원에서 다 죽은 프로젝트를 살아나게끔 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어도 건축 계획에 있어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답이 없는 것에서 길을 찾는 일, 셋은 예술가와 엔지니어 중 어디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양규 다들 머뭇거리는 거 보니까 어려운 질문이에요. 

한진 실제로 제가 고민하는 부분인데, 어떤 경우에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것보다 과학자가 작품을 설명할 때 더 예술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 경계를 만든다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저는 엄밀히 따지면 둘 다 아닌 거 같은데, 한 번도 저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해 본 적 없고, 엔지니어로는 되게 부족하거든요. 

승재 제 생각에 예술은 태도예요. 내가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예술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으니까 실제로도 예술가라는 카테고리는 의미가 없어 보여요. 엔지니어, 예술가, 건축가 모두 작업자니까 그냥 저는 작업자에 가깝다고 대답할게요. 

 

지금 세 분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도 있어요? 

승재 셋이 아이디어를 같이 내서 비빔밥처럼 작업하는 건 없고요. 한 명이 밥을 다 지어놓으면 다른 한 명이 김밥 말고 또 나머지가 간장을 만드는 식이에요. 오래전에 ‘흙담 프로젝트’를 함께 작업해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방식을 바꿨어요. 

 

메인과 서포트가 분리되어 있다면 서로 완력을 사용하는 일은 없겠네요? 

양규 서로 다른데 같아지려고 노력했다면 오래 못 갔을거예요. 

한진 그렇지만 양규는 우리를 많이 때려요. 

양규 힘은 승재가 제일 세요. 

승재 어릴 때부터 장사였어요. 통뼈였거든요. 

 

그래요. 한통뼈 씨 얘기를 해보자면, 예전에 직장 상사한테 “나이브하다Naive”는 얘기를 들었다고요. 작업적으로도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승재 초기에는 그랬어요. ‘사람들이 계단 같은 공간에 둘러앉으면 얼마나 좋을까? 계단 같은 카페가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고 시작한 것이 ‘옹느세자메 프로젝트’였거든요. 어떤 장난 같은 상상을 건축으로 만드는 걸 나이브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건축하는 게 재미있긴 해요. 

 

장난처럼 시작했다지만 실제로 구현했잖아요. 상상이 현실이 된 이상 나이브한 게 아니지 않아요? 

승재 그렇지만 모든 문제를 그렇게 접근하면 안 돼요. 광화문광장처럼 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이런 나이브함이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승재 씨는 독창적인 건축 외에도 어떤 캐릭터를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본인을 포함해서 세 건축가의 특징을 말해주세요. 

승재 양규는 아까 말한 것처럼 ‘시골 인심’이고, 한진이는 ‘꽃나무’예요. 작업적으로 작고 가녀리고 소중한, 뾰족뾰족한, 그런데 제가 지금 뭔 얘기를 하는 건가요? 아무튼 저는 섬세한 건축가예요.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복잡하게 생각해요. 

한진 승재는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양규 ···.

각자 추구하는 방향과 작업 스타일은 어떻게 달라요? 

양규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요. 저는 건축의 큰 틀을 만드는 것이나 구조를 형성하는 데 재미를 느껴요. 그곳에 살아가며 바꿀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놓는 거죠. 

한진 저는 직관의 힘을 믿어요. 프로젝트를 하다가 불현듯 지나가는 생각을 딱 붙잡으려고 노력해요. 한 번 ‘띡띡’, 잡히면 그다음부터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요. 불순물이 생기면 걸러내고 무언가 추가되면 처음 의도에서 벗어났는지 체크하고, 끝까지 의심하는 스타일이에요. 

승재 저도 한진이랑 비슷하게 직관에 의존하는 편이에요. 다만 직관의 소스가 동시대성에 있어요. 문화적 컨텍스트라고 하는 게 좋겠네요. 카페를 예로 들자면, ‘사람들이 휴식하는 공간이니까 이렇게 만들어야 해.’라는 식으로 논리화하는 게 아니고, 이 시대의 카페 문화를 직관화하는 데 흥미를 느껴요. 

 

동시대성에만 치우치는 건축이 시대가 지나도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승재 영원성을 가진 디자인을 하는 사람도 있고 한 시대를 잘 드러내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후자예요. 생각해 보면 그리스 신전도 당시에는 동시대성을 가진 건축이긴 했잖아요. 절대적인 미감, 완벽한 미래, 사람들이 감동하는 공간 같은 건 완전히 저의 관심 밖이에요. 

 

제가 지켜본 승재 씨는 동시대성에 바탕을 두지만 한편으론 동시대성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남들 다 하는 건 싫어하잖아요. 

승재 바로 그게 제가 생각하는 동시대성이에요. 시대와의 마찰을 통해서 느껴지는 거죠. 그러니까 이 세상에 너무 부합해서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되기보단 늘 마찰을 느껴가며 꼬여 있으려 해요. 그래야 통찰력이 생기니까요. 

 

승재 씨한테 건축은 시대와의 투쟁 같아요. 

승재 투쟁이 곧 저의 도구예요. 그건 한편으로 심정적인 툴이에요. 설계하면서 저를 갈아 넣어요.

생각보다 똑똑한 애들 정도로 합시다

푸하하하프렌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어가 있어요. 괴짜, 마이너, 유머러스, 바보인 척하는 천재.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키워드가 있나요? 

한진 마이너는 아닌 거 같아요. 마이너를 지향하지 않는다. 저는 그런 거 되게 ‘극혐’해요. 아, 아니네요. 마이너 맞는 거 같은데요. ‘원 오브 뎀’이 되지 않고자 하는 의지가 마이너라면 맞는 거 같아요. 

승재 ‘바보인 척하는 천재’는 둘 다 틀린 게, 바보인 척하지도 않지만 천재도 아니에요. 그래서 ‘생각보다 똑똑한 애들’ 정도가 맞지 않을까요?

 

푸하하하프렌즈 안의 개인 건축가로서 자신의 대표작을 소개해 주세요. 

양규 저는 ‘디스이즈네버댓 성수’예요. 지금 시공 중이고 곧 완공돼요. 

승재 저는 최근작이 대표작인데요. ‘서교동 콘크리트 상가’인데, 건물 하나가 뿌리부터 머리까지 도자기처럼 생겼어요. 되게 덩어리감이 있고 예뻐요. 

한진 어라운드 사옥이요. 인터뷰 때문에 하는 립 서비스 아닙니다. 제가 얼마 전에 확실히 깨달았어요. 더 이상 이것보다 필연적인 건물을 만들 수 없겠구나. 필연적인 방식으로 설계를 했는데 나온 결과물은 마치 신이 점지해 준 듯한 우연이 있었어요. 

디스이즈네버댓 성수
서교동 콘크리트 상가
어라운드 사옥

 

아무래도 건축은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니 애착도 클 거 같은데,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신의 건물을 찾아가기도 해요? 

승재 근처를 지날 때면 그쪽으로 살짝 걸어서 가기도 하는데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아요. 끝난 작업에는 그렇게 미련이 안 남아요. 

 

완성된 내 건축, 내 작업물이 방치되는 경우를 보면 어때요? 

양규 ‘후암동 근린생활시설’은 아직 임대가 안 나갔어요. 6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사람이 없다 보니 겨울이면 동파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동네 고양이의 똥밭이 됐어요. 걔한테는 한 번씩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혹시 누가 들어왔나, 아픈 손가락처럼 늘 마음이 쓰여요. 

 

좋은 건축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봤을 테니까, 반대로 나쁜 건축은 뭐라고 생각해요? 

승재 사용자에게 불편한 건축이 안 좋은 건축이죠. 춥고 위험하고. 

 

건축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선에서는요? 

한승재 이름은 생각 안 나는데 청계천 세운상가 옆에 오피스텔 지은 거 있잖아요. 다 부숴버리고 싶어요. 그것 때문에 청계천이 그늘로 가득해요. 햇빛이 안 들어와요. 해로운 건물이라고 생각해요. 

한진 승재야,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2단지’다. 

승재 맞아요. 실명을 정확하게 적어주세요.

좋은 건축과 나쁜 건축의 판단이 확실하다면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기준도 명확할 것 같아요. 어때요? 

승재 아주 중요해요. 프로젝트가 긴 시간 투자하는 거라서 프로젝트를 잘못 받으면 제 인생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사람 사귀는 것처럼 마음이 맞는 프로젝트를 선택해요. 

한진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서 요즘 의뢰가 특히 많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 공모전에 열심히 지원하고 있어요. 

양규 보통 나라 누나가(직원) 하라 그러면 해요. 

 

문득 건축가의 연봉이 궁금해졌어요. 프로젝트를 하나 맡으면 얼마를 벌어요? 

승재 우리는 월급으로 받아서 얼마를 수주하든 받는 돈은 똑같아요. 한진 설계업 자체 연봉은 높지 않지만, 특히 적게 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진급을 할수록 상승 폭이 큽니다. 관심 있으세요? 

 

예전에 할 거 없으면 푸하하하프렌즈에 꽂아준다고 했잖아요. 아직도 유효한가요? 

한진 에이··· 이제는 진짜 늦었다. 

 

아쉽네요. 혹시 일상에서 눈여겨보거나 영감을 받는 인물이 있어요? 

한진 요즘에는 정치인들의 토론을 보면서 나는 정말 멀었구나, 생각해요. 저 사람들이 무얼 위해서 저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하거든요. 멘탈 관리가 대단하다고 느껴요. 

승재 저는 프레디 머큐리요. 프레디 머큐리는 영혼을 쏟아부어서 노래하는 게 느껴져서 진짜 멋있어요. 그런 태도로 나온 작업이나 작품은 고행처럼 느껴져서 되게 리스펙트해요. 

 

양규 씨가 이런 말을 했죠. “영감을 받으려고 하지 말고 영감을 줄 생각을 좀 해라.” 다소 격양된 글이었는데, 세 분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싶어요? 

승재 이런 질문이 돌아올 줄 몰랐지? 

양규 어··· 몰랐지. 음, 아기는 태어날 때 새롭잖아요.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내는 건축은 새롭지 않거든요. 저는 새로운 걸 만들어서 영감을 주고 싶어요. 새로 태어난 것은 새로워야 한다. 그런 영감을 주고 싶어요. 

한진 그러니까 양규가 주고 싶은 영감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주고 싶다는 의미 같은데. 무슨 말일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네, 정리를 해야 할 텐데 큰일이네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2015년 인터뷰에서 제가 푸하하하프렌즈를 “요즘 가장 재미있게 일한다는 건축가들”이라고 말했어요. 요즘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승재 오늘 인터뷰가 제일 재밌었어요. 건태 씨를 다시 만난 것? 

 

그런 걸 쓸 순 없어요. 

승재 아, 그럼 저희 책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를 낸 게 재밌었어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고 나니까 의미가 있더라고요. 한진 저한테 특히 어려운 질문이에요. 저는 사실 즐겁지 않습니다. 가장 즐거웠던 게 언제지, 생각하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요. 

양규 너 어제 시무식 하면서 최고의 시무식이라고 그랬잖아. 

한진 사실 어제 송어 낚시가 재밌었어요. 못 잡았지만 재밌었어요. 

양규 저는 앞으로 10년 후의 푸하하하가 기대가 됩니다. 

 

알겠습니다. 예상외로 재미가 덜하네요. 오늘 토크의 점수를 매겨주세요. 

양규 (소리 내어 웃는다.) 100점 만점에 한진이가 1점, 승재 0점, 저는 9점. 오늘 재미가 없었으니까 다 합쳐서 10점이에요. 

 

오늘 많이 피곤하셨던 거 같아요. 

양규 반가운 친구 만나서 참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질문을 자꾸 하니까. 

승재 오랜만에 만나서 왜 이렇게 일 얘기만 해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승재 좋아요. 다음에 놀러 오면 그땐 같이 놀아요.

나의 이상적인 작업실

관계, 돈, 환경에 구애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작업실을 갖게 된다면 그곳은 어떤 모습인가요? 자기만의 이상적인 작업실을 그려주세요.

1. 윤한진의 ‘지하상가 작업실’

개판으로 사용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할 거 같은 장소를 생각했을 때 지하상가가 떠올랐어요. 거기에 심미성을 더해서 직선이 없는 공간을 그렸어요. 선이 조금 지저분한데, 제가 지금 미용실에 가야 해서 마음이 좀 급해졌으니 이해해 주세요.

2. 한승재의 ‘첫 번째 계단’

제 안의 가장 근원적인 계단을 그렸어요. 제 안의 ‘건물, 미술, 글’을 통해 물질을 만들어 사람들한테 영향을 끼쳐야 하거든요. 그런데 계단은 실제적인 무게감도 있고, 밟으면서 이동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딱 하나의 작업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면 계단을 정성스럽게 만들 거예요.

3. 한양규의 ‘책상만 있으면 작업실’

저는 책상만 있으면 작업실이어서요. 큰 창문을 만들고 밖에 나무랑 산을 그려봤어요. 창을 열게 되면 프레임을 둬야 해서 그리지 않았어요. 열지 못하는 창이니까 환기는 따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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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