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열네 명의 포토그래퍼

칸 다가르슬라니 Can Dagarslani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정체성. 저는 저의 작품 중에서 ‘Inside out’과 ‘Identities’ 시리즈를 가장 좋아해요. 이 시리즈에는 분리될 수 없는 두 명의 모델이 나와서 같은 방식의 자세를 취하지만 각자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요. 두 모델의 관계를 부각하면서 나타나는 그 정체성의 힘이 좋아요. 인간관계, 부서지기 쉬운 사회, 사랑, 정체성, 약물 등 한 명의 평범한 인간을 묘사할 수 있는 소용돌이 같은 소재들이 있잖아요.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떤 대상을 관찰하는 것을 즐겨요. 그 색감, 질감, 무게감 등등을요. 그중에서 가장 영감을 주는 것을 이미지화해서 기록해 두죠. 모든 일상이 저의 영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또 패션이나 영화 사진이나 회화 작품 등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규칙 같은 것들도 강한 감정을 줘요.

사진 찍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건축 공부를 할 때 사진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저만의 내부 세계에 있는 힘에서 사진이 시작된 거죠. 항상 사진기를 들고 다녔고, 건물 형태를 둘러싼 이야기나 영화 사진에서 등장하는 도시의 실루엣 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진 그 자체의 전형적인 형태만을 좋아했던 건 아니죠. 피사체가 저를 불러요. 사진을 찍고 싶게끔 동기를 주죠. 그리고 저는 저도 모르게 그것을 찍기 위해 그 자리에 가 있어요.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저의 필름 카메라로만 작업해요. 보이그랜더, 콘탁스, 니콘은 아직도 쓰고 있어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인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좋아해요. 그래서 나중에는 제 삶의 마지막 날, 이 사진들이 모여서 한 세대의 새로운 평범함과 그 한계를 보여주는 응집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귀중하고, 깊이 있으며, 은밀한 비정상을 만드는 모든 것이기도 하겠죠?

하시시박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Casual. 캐주얼의 다양한 뜻이 공존하는 사진인 것 같아요.

하루 중 언제 사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오후 네 시요.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하고 빛이 반짝거리며 색온도가 변하거든요.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족이요. 저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요즘 라이카 SL을 써보고 있는데 최고의 카메라인 것 같아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주 중요한 일이죠. 저의 전부이자 일부이자 부분이자 전체예요. 이랬다가 저랬다가 유동적인데 그만큼 아주 중요한 일인 것은 분명해요.

예린목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아리송해서 저를 제 자신보다 잘 아는 남자친구에게 물어봤어요. “Unaffected(어디에도 영향받지 않은). 예린은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가식 없는 사람이에요. 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죠.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자신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잡아내는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그녀의 사진은 항상 신선하고 순수하면서도 단순하고 겸손하죠.”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행할 때 가장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새로운 곳을 산책하고 주변을 관찰하고 포착하는 것을 매우 좋아해요.

사진 찍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진은 다른 예술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이 있어요. 굉장히 강한 이끌림인 거죠. 저에게 사진은 제가 어딘가로 갈 수 있고 누군가의 시점으로 타인이 될 수 있게 허락해주는 매개이기 때문에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훌륭한 사진작가의 시선은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공간과 감성이 될 수 있죠. 놀라워요.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자화상을 촬영할 때는 일반적으로 핫셀블라드 501cm을 써요. 제 속도를 늦추고, 피사체에 천천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여행할 때는 마미야 7을 써요. 아주 가볍고 중간 사이즈라서 들고 다니기 좋거든요. 또 아빠의 오래된 카메라인 니콘 FEII도 좋아해요. 사실 사진 찍는 건 이걸로 배웠거든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진 찍는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은 이 일이 무척이나 좋아서였어요. 이걸 일로 하는 모습은 상상이 안 돼요. 물론 지금은 이게 일이 되었고, 사진 작업은 단순히 창의적인 일이나 영감이 되는 대상 이상이 되었어요. 가끔은 작업료에 의존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에요. 사진 그 자체가 저에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의미가 된 거죠.

뇌 N’Ouir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한국. 제 작업이 한국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 속 장면 중에 웃기고 엉망진창인 부분이 많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는 누구인가요?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마틴 파Martin Parr, 낸 골딘Nan Goldin.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서울 그 자체에 많은 영감을 받는데 그게 너무 광범위해서 어떤 것이라고 말하긴 힘들어요. 서울의 분위기가 저에게 영향을 많이 줍니다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최근에 카메라를 캐논 AF35로 바꿨어요. 가볍고 기동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고, 단점이라면 금방 고장이 난다는 거예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사진은 수많은 매체 중 하나예요. 그래서 사진 찍는 것은 작업을 위한 행위 중 하나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아요.

줄리안 마스터 Julian Master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Fun. 재미있다면 사진 안에 어떤 피사체가 있든지 상관없어요. 

하루 중 언제 사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바깥 햇빛이 굉장히 강할 때요. 모든 사람이 태양 아래로 걷고 있는 모습은 즐겁고 생기가 넘치거든요. 

사진 찍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행복해요. 생각해보면 사진은 가장 짧은 시간 동안 타인에게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에요.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콘탁스 G2를 주로 써요. 포트라 400 필름도 함께요. 자동 맞춤이라 디지털카메라에 적응되었거나 필름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저는 집 앞 슈퍼에 갈 때도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요. 집에 카메라를 두고 와서 찍고 싶은 장면을 놓치는 건 너무 슬프잖아요.

표기식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시간. 시간을 지키거나 기다리는 것을 잘하고 싶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는 누구인가요? 제가 보지 못한 혹은 놓친 장면을 촬영한 사진가들이 좋아요.

사진 찍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현재의 저장이죠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캐논 AE-1을 쓰고 있어요. 고장 없이 잘 찍히지만, 렌즈 호환이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어요. 일할 때는 니콘 F100을 쓰는데 신형 렌즈들도 잘 작동해요. 그래서 디지털은 니콘을 써요.

독자들에게 한마디! 사진 부자 되세요!

정유진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순간. 어떤 현상이나 실체가 사라지기 전의 순간을 좇고 싶어 늘 사진을 찍어온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는 누구인가요? 사실 너무 많기도, 그리고 자주 바뀌기도 해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네요. 요즘은 예린목 작가를 좋아해요. 상업 사진과 개인 작업 사이에서 기복 없이 담담하게 균형을 잘 잡는 여성 사진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매일 매일의 빛이요.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일할 때 외에는 아이폰과 야시카 T4를 써요. 장점은 가볍고 부담이 없다는 거고요, 단점은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웃음). 

독자들에게 한마디! 사진 찍기 좋은 날이에요! 핑계로 좋은 카메라 하나 눈 딱 감고 구입하기 좋은 계절이죠?

윤정미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수집. 이미지를 수집해서 제 생각을 나타내거든요.

하루 중 언제 사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낮 시간이요. 너무 이른 아침은 사실 일어나기가 쉽지 않아요. ‘매직 아워’를 가장 좋아해요. 해가 막 지기 시작하는 약 30분 정도의 시간인데 하늘빛이 굉장히 아름답거든요.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신문이나 제 주변처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요.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작업 소스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여러 카메라가 있지만 주로 쓰는 것은, 전에는 핫셀블라드 503CX 필름카메라와 40mm 렌즈이고, 요새는 페이즈원 65+디지털 백과 캐논 5D Mark II 등이에요. 핫셀블라드 필름카메라는 정사각형 프레임이고, 가벼워요. 또 주로 사용하는 40mm 렌즈가 왜곡이 적으면서도 좁은 방안에서 촬영하기 좋아요. 미묘한 색을 잘 잡아내거든요. 노안 때문에 수동으로 초점 맞추기 힘들어서 오토 포커스가 되는 페이즈원 65+디지털 백을 쓰고 있죠. 디지털이라 필름 스캔을 받을 필요가 없어서 편하고 경제적이에요. 단점은 조금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가 힘들다는 점이에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내 생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길이자 매일 하는 일과예요.

메이 하토리 Mei hattori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Line of sight. 저의 언어는 결국 저의 시선으로 이어져 있어요.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랑하는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요. 행복한 일들이 영감이 되죠. 

사진 찍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점이지 않을까요? 다른 말로 하면, 사진의 형태로 모든 것을 가지고, 소유할 수 있다는 말이죠.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캐논 AE-1이나 후지 CARDIA mini TIA￾RA를 많이 써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마디로 하면요, 오렌지 주스를 매일 마시는 기분 같아요.

심규호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이야기. 평소 도시에서 보이는 것들을 찍는 편인데 우스꽝스럽거나 뒤틀린 광경을 주로 포착하려 해요. ‘왜 저런 상황이, 모습이 되었을까.’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사진을 좋아하거든요. 사진을 통해 순간의 분위기 안에 함축된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어요.

하루 중 언제 사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해가 기울고 그림자가 길어진 시간을 좋아해요. 그 시간에만 볼 수 있는 극적이고 오묘한 느낌이 좋아요.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는 누구인가요? 요세프 쿠델카Josef Koudelka. 그의 사진 속 인물의 눈을 보고는 압도되는 기분을 느꼈어요. 그의 인터뷰를 읽고 다시 한 번 되새긴 것이, 그의 사진에는 대상의 현실이 아닌 보편적 삶이 담겨있다는 거였어요. 누구에게나 공명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가 있고, 거기에 조형적으로도 빼어나죠. 그런 보편적이고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 싶어요.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니콘 FM2와 니콘 35TI예요. FM2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카메라인 만큼 모든 면에서 준수해요. 다만 수동 카메라이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요. 급하게 무언가를 찍어야 할 때는 35TI를 사용하죠. 작고, 가볍고, 무엇보다 예뻐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시간이 지날수록 일과 사람이 닮아간다고 생각해요. 하고 있는 일에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어느 정도 드러나거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제 일은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고 누군가 미처 보지 못하고 흘려버린 것들을 모아서 정리하는 것인가 싶어요. 실제 저의 성격도 그렇고 사진 찍는 일도 그렇고요.

니나 안 Nina Ahn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문학. 그저 글 쓰고 읽는 게 최고의 즐거움이던 때에 어쩌다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람은 다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자기도 모르게 반복 재생산하게 마련인데, 저는 아는 게 그것뿐이라 읽다가 어떤 단어와 문장이 마음에 꽂히면 하루 종일 그걸 생각하다가 두서없이 찍곤 했어요.
하루 중 언제 사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촬영하기 좋아하는 시간대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누구와 함께 있는지, 그곳이 어디인지가 더욱 중요하죠. 20대와 30대 초반까지 밤늦게 이런저런 일로 허공에 시간을 뿌리던 날들이 꽤 많았어요. 그러다가 해가 떠오르는 걸 보고 잠들 때 그 청아한 아침 빛들이 좋더라고요. 굉장히 시적인 시간이죠.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최근 2년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일상에 큰 변화가 생겼어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더 이상 읽지 않고 더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힘들어진 거죠. 영화, 책, 음악 등 이전에 영감을 주던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 와중에 간간히 여행을 다녀오면서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머무는 곳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즐거운 생각에 빠질 수 있더라고요. 자유를 누린다는 착각만으로 규칙에서 벗어나 예전처럼 충동적이고 욕망이 끓어오르는 거죠.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장소만큼 영감을 주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3인칭 일기요.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라이카 미니룩스요. 카메라를 꽤 여러 개 써왔지만, 색감 표현력, 선예도와 스피드가 꽤나 적절하고 요즘 유행하는 P&S들 사이에서 가격 거품이 가장 적다고 생각해요. 무게가 가볍진 않지만,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다고 믿기도 하고요(웃음). 하지만 EO2 에러가 뜨면 수리비 10만 원은 기본이랍니다.

조시 JT White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개인의 기록. 두 단어인 것을 알지만(웃음). 제 사진을 묘사할 때 가장 좋은 단어일 것 같아요. 저는 전형적인 스트리트 사진작가는 아니에요. 단순히 제 삶을 기록할 뿐이죠.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특정한 사람하고만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상황이든 어떤 대상이든 영감이 되어주거든요.

사진 찍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이기적이에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어떤 순간을 포착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즐기는 거예요. 어린아이가 학교에 장난감을 가져가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할 수 있죠. 상관없어요, 저도 똑같아요(웃음).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1961년부터 라이카 M3를 썼어요. 대부분 쓰는 렌즈는 캐논 50mm F1.4 LTM이에요. 이 카메라를 쓰면 손의 한 부분 같은 느낌도 들어요. 전형적인 말이죠? 하지만 진짜예요. 현상은 제가 스스로 하는 편이에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 삶에서 사진과 함께한 삶을 돌아보면 4~50년은 된 것 같아요. 제 인생의 일기인 셈이죠. 저에게 사진은 아주 중요해요.

박창욱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감정.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 그대로를 찍고 싶어요. 우울할 땐 쓸쓸한 장면만 눈에 보이고, 기분이 좋을 땐 밝고 행복한 장면만 찍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보면 그때의 제 감정들을 알 수가 있어요. 

특별히 매력이라고 느끼는 피사체가 있나요? 뒷모습이에요. 배경과 뒷모습의 조화, 목에서 어깨까지 내려오는 형태,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인물의 시선이 쓸쓸하기도, 아련하기도, 어떨 땐 미스터리하기도 한데 이처럼 어떤 감정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피사체가 매력적인 거 같아요.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쓰던 수동 카메라를 받았어요. 학교에 들고 가서 친구들을 찍고 인화된 사진을 나눠줬죠. 친구들이 사진을 사물함에 붙여놓거나 책에 꽂아두는 게 좋아서 계속 찍었어요. 그 당시에 카피라이터 ‘정신’이란 분의 싸이월드에 매달 주제에 맞는 사진을 올리면, 그분이 좋아하는 사진을 골라 인화·판매하는 작업이 있었어요. 운이 좋게도 사진 다섯 장이 선정되어 제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게 되었어요. 그냥 좋아서 찍은 사진이 작품이 된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죠.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필름은 미놀타 TC-1, 기술적으로 많은 걸 요구하는 사진은 디지털로 작업해요. 미놀타 TC-1은 작고 가벼워서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데 평상시 가지고 다니기 편해요. 렌즈에 조리개 값을 설정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 빛을 신속히 조절하기 편리하지만 밤에 촬영할 때는 iso 값을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배승빈

당신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깊이. 제 사진은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않지만 잔잔하고 느리게 기억 속에 남는다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오래 보아야 예쁘다’는 말이 떠오르는 거죠. 조금 지루할지라도 피사체의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모습에 더 초점을 맞추는 편이에요. 그게 통하면, 더 깊은 여운을 남기게 되거든요.

하루 중 언제 사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해가 거의 넘어갈 즈음 서쪽 하늘의 붉은빛과 푸르스름한 어둠이 공존하는 그 짧은 시간대를 가장 좋아해요. 그 둘의 색이 어우러지는 느낌은 사진에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남기는 것 같거든요. 

사진 찍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모두 같은 걸 보고 있어도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도, 결과도 제각각이에요. 같은 모델을 여러 사람이 찍어도 모두 초점이 다르죠. 누구는 웃는 얼굴에, 누구는 무표정한 입가에, 또 누구는 아예 표정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지점에 시선이 멈춰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보여주고 싶은 혹은 보고 싶은 것만 효과적이고 빠르게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사진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나요? 규모가 크거나, 중요한(대개 의뢰받아서 진행하는) 촬영의 경우엔 캐논 5D Mark II 카메라를 사용해요. 2008년에 출시한 모델인데도 꽤나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사용할 수 있죠. 단점은 아무래도 무겁다는 것과, 카메라의 AF가 느리다는 점. 그것 말고는 큰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어요. 그 외에 일상에서는 후지 Natural Classica를 자주 써요. 작고 가벼운데다가 결과물도 괜찮거든요. 다만 단종된 카메라다 보니 심하게 고장 나는 날엔 수리비가 어마어마하다는 게…. 

당신에게 사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것저것 멋진 형용사나 인용으로 답을 쓰고 싶은데…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남들이 모르는 혹은 발견하지 못한 모습이나 장면들을 새로 세상에 내어놓는다는 소소한 의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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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김이경 김혜원 이자연 이현아 정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