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소풍관과 낭만적 소풍관

동경진·이주희 — 계업식

산에 오르는 경진의 짐이 지나치게 단출하다. 작은 물통, 고열량 젤리, 작은 히프 색, 러닝화. 산을… 달려서 간다고? 규칙상 36시간 이내에 종주해야 하는 다섯 개 산을 첫 도전에 10시간 만에 나 홀로 성공하는 경진에게 산과 달리기란 때가 되면 밥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얼마 전엔 일곱 살 딸을 등에 태우고 북한산 꼭대기까지 올랐다고. “누가 협박하는 것도 아닌데….” 하며 고개를 젓는 주희도 심상치는 않다. ‘두이투어’라는 이름으로 낯 모를 이들을 모으더니 패키지 상품은 알아서 예약하라는 공지를 띄우는데….

이번 호 주제는 ‘나들이’, ‘소풍’이에요. 두 분은 이 단어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주희 너무 설레요.

경진 쉬는 시간이 떠올라요. 휴식 없이 살아온 저한테는 가만히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어딘가로 떠나서 사람들과 멀어져 있을 때 진짜 휴식한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환기도 되고요. 저한테는 소풍이 그런 이미지예요.

 

앞서 그래 운동회에 참석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늘 소풍을 주도하는 양육자 입장에서 그래가 초대한 운동회는 새로운 측면의 환기였을 것 같아요.

주희 정말 재밌었어요. 저희가 제일 열심히 참여했어요. 특히 셰프님은 뭐든 첫 번째로 나가고, 응원단장도 하고(웃음). 경기하다 넘어지는 바람에 ‘타박상’을 탔는데 그것도 재미있더라고요. 아무래도 낯서니까 보호자들이 처음엔 쭈뼛쭈뼛하는데 막상 시작되면 굉장히 열심히 하세요. 그런 걸 보면서 어쩌면 어른들도 어릴 때 추억이 남아서 저절로 움직이게 되는 게 아닌가, 즐거워지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아이가 생겼을 때야 할 수 있는 새로운 환기인 건데 이런 행사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아이들한테도, 보호자한테도 추억이 될 테니까요. 

경진 저는 어릴 때부터 운동회나 체육대회, 축제 같은 행사에 필사적이었어요. 제 몸을 갖다 바쳐서라도 이겨야 하는 거죠. 그런 성향 때문에 운동을 한 거기도 하고요. 이런 적극적인 마인드를 잊고 있다가 이번에 오랜만에 다 표출하고 나니까 즐겁더라고요. 주 6일 가게를 운영하고 일요일 하루는 온전히 아이들에게 쏟으며 지내고 있는데, 매번 그런 일주일을 살다가 이런 시간을 가지니까 ‘맞아, 나 이런 걸 즐기는 사람이었지.’ 하고 깨달았어요.

 

환기의 경험은 일상의 활력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매일 이벤트를 바랄 순 없잖아요. 나만의 환기 루틴이 있나요?

주희 계획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무작정 실행하기. 최근에는 갑자기 피부과를 예약하고 점을 빼러 다녀왔어요. 또 어느 날은 일을 보고 집에 들어오는데 벚꽃이 예뻐 보여서 계획 없이 아이들 데리고 바로 벚꽃을 보러 떠났죠. 옛날 같으면 2순위, 3순위로 미루어 두었을 일들을 그때그때 실행하면서 일상을 환기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런 건 아니지만 인생이 얼마 안 남은 느낌이 들어서, 근 1년 사이 실행력이 부쩍 높아졌어요. 생각만 할 시간에 실행하면 어떤 결과든 나오니까 뭐든 해보자 싶어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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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산책방)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