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미국인 대상으로 한 이용자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33세부터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스포티파이는 이런 현상을 ‘자물쇠(Lock) 효과’라고 설명하는데,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은 기존에 이용하던 서비스나 상품보다 더 좋은 제품이 나와도 투자 비용이나 귀찮음 때문에 원래 사용하던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점심 메뉴 하나 마음대로 고르기 쉽지 않은 삶을 사는데, 듣고 싶은 노래만 듣는 것이 문제가 될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플레이리스트가 오랫동안 같은 노래들 사이에서 돌아가는 게 불안해졌다. 5분이 채 되지 않는 노래를 듣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진다면, 그건 익숙하지 않은 것을 수용하는 유연함이 떨어졌다는 신호이니까.
‘삐요, 삐요’ 위험 신호가 울리는 오후, 내 자리에서는 음악 감상회가 열린다. 새로운 음률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 한 곡의 노래로 마음의 템포가 순식간에 변한다. 유튜브에서 일하는 덕분에 화면이 꽉 차도록 영상을 틀어놓아도 눈총받지 않는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사실 ‘책상 위 새로운 음악 듣기 감상회’의 진짜 조력자들은 유튜브 밖에 있다.
첫 번째 조력자는 음악 크리에이티브 그룹 Space Oddity(“이 세상을 바꿔온 건 세상의 모든 유별난 사람들”이라는 카피로 모든 Oddity를 응원하는 사이트다)의 ‘Oddity Station’ 뮤직 뉴스레터다. 이를 구독하면 매주 목요일 오후에 새로운 음악을 소개받을 수 있다. 초 여름밤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죠지의 ‘오랜만에’부터 올해 크리스마스 내내 들었던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Let’s Call The Whole Thing Off’까지. 모두 뮤직 뉴스레터를 통해 알게 된 음악이다.
soundcloud.com/servicecenter
두 번째 조력자는 사운드 클라우드다. 뮤지션들이 음원을 무료 공개하거나 신곡 프리뷰를 업로드하는 데 사용하는 이 플랫폼은 음악을 영민하게 찾아 듣는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찾기에도 좋다. 최근에 찾은 보물은 ‘Service Center’라는 플레이리스트다. 개인의 취향을 상업적인 공간에 녹여내어, 한 사람의 좋은 안목을 다수의 사람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디렉터가 만든 플레이리스트이다. 디렉터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지인들의 추천 플레이리스트도 업로드되어 있어서, 각 개인의 취향에 따라 노래를 들어보는 재미가 있다. 이들의 플레이리스트라면 강남 한 가운데의 사무실도 이태원 뒷골목의 카페나 부산의 유명한 버거 가게로 변한다.
마지막 조력자는 애플 뮤직과 멜론이다. 애플 뮤직으로는 감각 있는 에디터들이 엄선한 음악을, 멜론으로는 대중적인 음악을(아티스트의 팬들이 남긴 댓글을 읽는 재미도 있다), 쉽게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월 3만 원씩 음악을 위해 지출하는 이유는 각 서비스의 다양한 차별점도 있지만, 새로운 음악과 함께 다가오는 신선함에 있다. 음악 한 곡 덕분에 기분이 바뀌고, 다른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내가 새로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 어쩌면 나는 음악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구매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회사 생활을 하며 두려운 것이 있다면 새로운 시도가 귀찮아지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해보는 게 두려울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귀찮다고 느낄 때 인간은 진정 퇴화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사고에 무거운 자물쇠가 잠겨 그 자리에 가라앉지 않도록, 오늘도 책상 위에서 음악 감상회를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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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의 영수증
Youtube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고백이지만 노는 것만큼이나 일을 좋아합니다. 그만큼 생활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해, 오후 네 시가 되면 남은 하루를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저의 영수증이 하루의 리듬을 바꾸고 싶은 직장인에게 작은 가이드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