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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키 하루
<중판출래!>를 알게 된 건 2016년이다. 누군가를 인터뷰하거나 기사를 쓰는 것보다 ‘책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행복하던 그 시절, 나는 책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좋았다. 그래서 자주 그들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곤 했다. 책을 잘 만들고 싶어서, 내가 만든 책이 많이 읽혔으면 싶어서, 사랑받았으면 해서, 내가 책을 사랑했듯 또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서.
운이 좋아 책을 담백하게 잘 만드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가 어느 날 <중판출래!> 에 관해 이야기했다. 편집부 이야기를 담은 일본 드라마라고, 아주 재미있게 봤다고. 일본 작품들은 지나치게 명랑하거나 지나치게 슬펐다. 아니면 지나치게 소소하거나. 그래서 나는 일본 드라마를 좋아했다. 사랑은 내 것만 해도 차고 넘쳐서, 이별은 옆 동네 이야기로도 겪고 싶지 않아서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지만, 얼마 보지 않은 드라마 중 다수가 일본 것이었다. 나는 명랑한 척하는 주인공보다는 대놓고 씩씩한 주인공이 좋았다. 슬프기 위해 애쓰는 대사보다는 대놓고 처연한 쪽이 좋았다. 그러니까 어느 밤 <중판출래!>를 보겠다 마음먹은 건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중판출래!>의 배경은 출판사 흥도관이다. 그중에서도 주간 《바이브스》라는 만화 잡지의 편집부 이야기다. 1화는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이 얼마나 편집부 이야기를 잘 다루었든 한국과는 다를 것이며, 분명히 치열한 마감에 시달리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을 거란 걸 미리 짐작한 까닭이다. 1화를 재생하자마자 ‘밤에 볼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었다. 여자 주인공 ‘쿠로사와 코코로’의 기운이 너무 맑고 씩씩했다. “아자, 아자!”의 전형을 노트북 화면으로 보고 있으려니 ‘하핫’ 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누군가 날 보고 있었다면 “아, 이거, 나도 처음 보는 드라마야.” 하고 변명했을 것 같다. 물론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면 지금쯤 그 말을 주워 담고 싶어 했겠지. 지금의 나는 <중판출래!> 에피소드를 하나씩 읊을 정도로 사랑하고, 주인공 쿠로사와 코코로를 그 어떤 캐릭터보다 아끼며, 코코로를 연기한 쿠로키 하루라면 뭐든 좋다고 생각하는 편협한 (<중판출래!>에 한해서라면 너무나 광대한 사랑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니까.
쿠로사와 코코로는 전직 유도 선수로, 부상 때문에 출판사에 들어오게 된다. 필기시험 만점자. 코코로는 유도 선수였지만 부상을 입고 선수 생활을 접으면서 출판사 면접을 보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대학 전공은 출판과 관계가 없었고, 그 분야에서 바늘 뚫기라던, 내가 시험 본 해 합격률이 30퍼센트가 채 안 되었던 전공 분야 시험도 합격해 놓고 돌연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했고, 대학원을 수료하자마자 출판사에 취직했다. 코코로는 말한다. “인생의 목표를 잃었을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인생의 목표를 잃은 것까진 아니었지만 나도 졸업을 앞두고 몇 번이고 생각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첫 출근 날, 코코로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얼마나 밝게 인사를 했는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올해 입사한 쿠로사와 코코로입니다. 한 달간 연수를 끝내고 오늘부터 주간 《바이브스》 편집부로 배정받았습니다. 정력선용, 자타공영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긍정적인 기운과 밝은 표정을 보며 나의 첫 출근 날을 떠올렸다. 작은 출판사, 나 혼자 있는 사무실. 긍정적인 기운이나 밝은 표정, 씩씩한 인사를 건넬 동료가 없었다. 나는 매일 아침 엄마·아빠를 향해 “다녀올게!”를 외쳤고, 좋아하는 노랠 들으며 전철에서 힘을 냈으며, 트위터를 켜고 “으쌰으쌰!”를 타이핑했다. 냉정하거나, 과묵하거나, 사무적인 직원들 사이에서 말간 웃음을 보이며 귀여운 옷을 입고 늘 씩씩한 말투를 쓰던 코코로를 좀 부러워했나. 홀로 일하던 나는 가끔 혼잣말을 하곤 했다. “으쌰으쌰! 완료되었습니다!” 물론 나도 귀여운 옷은 빠짐없이 챙겨 입었다. 머리도 정성 들여 묶었고, 모니터 주변에 수 개의 메모를 붙이며 자주 뭔가를 다짐했다.
내가 미디어로 접한 회사의 모습은, 그 안에서 함께 지내는 동료는 대개 또래 동성으로, 점심시간 커피를 나눠 마시며 시시콜콜 대화하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코코로의 동료들은 또래 동성이 아니었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다양한 성격의 남자 캐릭터들이었다. 퍽 낯설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런 동료들이 내게도 있길 바랐다. 면박 주고 장난치고 무시하지만 뒤에서는 씩씩함을 예뻐하고 내심 대견해하는. ‘새끼곰’이란 별명을 붙이고 애정을 줄 동료들을. 신입으로 입사한 코코로는 1화에서 부편집장과 함께 첫 외근을 하게 되는데, 내가 워낙 배우에 문외한이다 보니 그가 그 유명한 ‘오다기리 조’라는 사실도 잘 몰랐다. 코코로의 설레는 외근을 바라보며 내 첫 인터뷰를 생각했다. 인터뷰이는 만삭인 상태였고, 대개 임산부가 그렇듯 아름다운 것들을 한껏 흡수해 무척 고운 모습이었다. 부드럽고 따듯한 정서를 한껏 받고 나서 기사로 정리할 땐 얼마나 짜릿했나. 그것이 지면을 장식했을 때 얼마나 기뻤던가. 1화에서 코코로가 30년 이상 한 번의 중단도 없이 주간 연재를 계속해 온 만화계의 거장 ‘미쿠라야마 류’의 연재 중단 선언에 보인 태도를 기억한다. 그의 편에 서서 뭐라도 도움이 되고자 끊임없이 고민한 것. ‘그림체가 변했다.’는 말이 왜 자꾸 불거지는지, 어째서 미묘하게 그림체가 변해버린 것인지 그의 시선을 좇다 이유를 깨달은 순간 코코로의 표정이 어땠던가. 어쩌면 내가 만든 첫 잡지가 세상에 나온 순간 내가 지은 표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날개를 가지고 있어, 훌륭한 날개로 키우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으렴. 책의 형태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잖아? 책을 많이 읽을수록 강하고도 부드러운 날개가 되는 거야.”
책의 중앙을 대강 짚어 펼치면 양쪽 책장이 봉긋하게 솟아오르면서 날개 모양이 된다. 물론 페이지 수에 따라, 종이 결에 따라, 제본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주 쪽수가 적은 책이 아니라면 둥글게, 또 봉긋하게 솟아오른 양쪽 날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대사를 아주 좋아한다. 이 문장을 알게 된 이후 자주 책을 반으로 나누어 펼쳤다. 이번엔 어떤 날개를 읽게 될지 궁금했으니. 책은 항상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책에 손 대기도 무서워 검지와 엄지 끝으로 겨우 책장을 짚던 《공포특급》에서도, 늘 처녀귀신과 함께 다닌 ‘만득이 시리즈’(손바닥만 한 책이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살 수 있었다.)에서도 나는 곧잘 날개를 발견했다. 오싹함을 느끼는 찰나에도, 피식피식 웃는 순간에도 내 몸 어디선가 날개가 돋았다.
차츰 신출내기를 벗어나는 시점에서 코코로는 ‘나카타 하쿠’라는 신인을 발굴한다. 천재적인 연출이 돋보이지만 그림을 못 그려서 ‘똥손’이라 불리는 캐릭터다. 그 천재성을 좀더 밖으로 끌어내고 싶은 코코로지만, 나카타는 어린 시절 학대당한 경험 때문에 사람을 쉬이 믿지 못한다.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나카타는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식사를 거르고 잠을 자지 않으면서까지 그림을 그린 까닭이다. 담당 편집자인 코코로가 그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잔뜩 사 들고 그의 집으로 가기도 하고, 그가 제대로 끼니를 챙기는지 냉장고를 열어보며 확인하기도 한다.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자’라고 적었지만 아마 이것은 담당 편집자라는 직무를 넘어선 마음이었을 것이다. 진심에 닿아 있는, 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애정과 관심 같은 것.
나는 메일을 성심껏 보내는 편이다. 업무를 위한 메일은 간결하고 사무적일수록 호감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지만 그렇게는 잘 안 되는 성격이니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비호감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날씨가 어떻고, 나는 당신 원고의 어떤 부분을 사랑했고, 이것이 우리 독자들에게 어떻게 가닿으면 좋겠다고 성실히 이야기하는 것이 내게는 중요하다. 가끔 메일이 길어져 바쁜 이에게 긴 메일을 읽게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멈출 수 없다. 일정이 촉박해 충분히 메일을 쓸 시간이 없을 때도 포기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나는 그럴 때 코코로를 떠올리는 것 같다. 만일 그녀가 단순히 나카타를 담당 작가로만 생각했더라면 자기파괴적인 성향으로 제 몸을 돌보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을 때 창문을 부술 듯 두드렸을까, 웃을 때 가장 힘이 강한 그녀가 그에게 화를 냈을까, 하고. 기어이 큰 소리로 다투고 마는 두 사람을 보면서 코코로의 마음이 느껴져 많이 울었다.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되었을 그 진심이 누군가에게 짐처럼 느껴진다는 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가.
책을 만들다 보면 반드시 남겨진 책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그것들에 관해. <중판출래!>에 코코로가 영업부 직원 ‘코이즈미 준’, 그리고 사장님과 함께 폐지재생유통센터로 외근을 나서는 장면이 있다. 폐지재생유통센터는 해마다 한 번씩 출판사 창고에서 공간만 차지하는 책들을 폐기하는 곳인데, 표지 그림도, 글자도 알아볼 수 없는 수많은 책이 한데 뒤섞여 쓸려 내려가고 사라지는 그 광경은 잔인하고 서글프다. 내가 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더라도 그 장면을 보았다면 슬펐을 테다. 항상 씩씩하게 웃던 코코로 얼굴에서 사라지는 미소와 굳어가는 표정을 실시간으로 목도하면서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 책이 다 팔리지 못한 게 한 사람 탓만은 아닌데, 재고가 많이 쌓인 책을 보면 타들어갈 듯 속이 상하고 섭섭하다. 폐기되는 책들을 코코로의 눈으로 간접 경험하면서 내가 책을 이렇게 만들어 내는 게 나무에, 지구에 잘못하는 일은 아닌지 자꾸만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매년 많은 책을 출판하고 있어요. 자랑스러운 일이죠. 살아가는 데 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닐 겁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갈 수야 있겠지요. 하지만 단 한 권의 책이 인생을 움직이게 하는 일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한 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그것이 책에 대한 제 보답입니다. 책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저는 계속해서 책을 판매할 겁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는 거예요. 지금의 이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때 출판사 사장님이 했던 말을 일기장에 기록해 두었다. 입을 다 다물지 못한 채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코코로의 표정도. 그때 코코로가 말한다. “잊지 않을게요.” 하고. 내가 만든 책도 가끔 갈 길을 잃는다. 팔리지 못한 책이 아직 창고에 많이 남아 있다. 정성 들여 만들지 않은 책이 없어서 남은 부수를 확인할 때마다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코코로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잊지 않을게요.” 꼭꼭 씹어 발음한 그 목소리를. 그 에피소드에서였나, 부편집장이 월급 이야기를 꺼낸 게. “우리 편집자는 누구에게 월급을 받을까?” 하고 묻자 코코로가 “회사?”라고 답한다. 그때 부편집장이 이렇게 말한다. “독자야.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서 작품을 가장 높은 퀄리티로 끌어올려야지.” 가끔 독자들에게 피드백이 온다. 혹시 실수가 있었나 싶어 불안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열면 대개 ‘잘 읽었다.’는 한마디가 한 줄기 빛처럼 담겨 있다. 수십 줄을 빽빽하게 채운 리뷰를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새끼곰의 해사한 표정을 하게 된다. 부편집장의 말이 맞다. 월급은 회사 이름으로 들어오지만 내가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회사와 더불어 독자인 것이다.
“중판출래가 뭐죠?” “책이 다 팔리고 책을 다시 인쇄하는 걸 말해. 책을 내는 이상 모두 중판출래가 목표야.” 중판출래는 한국에서 <중쇄를 찍자!>로 번역되었다.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잡지 특성상 중쇄를 찍을 일은 보통 없지만 단행본은 다르다. 처음 중쇄를 찍은 건 이전 직장에서였다. 아껴 만든 책이 2쇄를 찍게 되었다. 하필 그날은… 나의 퇴사 날이었다. 코코로는 중판출래 뜻을 알게 된 이후로 “중판출래” 네 글자를 적어 자기 자리에 붙여놓는다. 같은 마음으로 나 역시 그랬다. 중쇄를 찍자는 말이 너무 탐욕스러워 보일까 봐, 부끄러운 마음에 코코로처럼 한자로 적어두었다. 코코로는 중판출래를 염원하며 코이즈미와 중판출래 춤을 만든다. 그녀가 그걸 출 날을 손꼽아 기다릴 때 나 또한 내 방에서 짝꿍 없이 댄스를 연습했다는 걸 알까. 2쇄를 찍던 그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나의 마음에 크고 빛나는 열매가 하나 생긴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퇴사하는 날 감히 춤을 출 순 없어서 1쇄와 2쇄를 나란히 품에 안고 춤을 추는 기분으로 회사를 떠났다. 돌아가는 길에 나 혼자 공원에서 중판출래 춤을 춘 건 비밀로 할까 하다가 여기에 적는다. 나는 이윽고 두 번째 중쇄를 찍는다. 그 책은 어라운드에서 발행한 《우리는 더듬거리며 무엇을 만들어 가는가》이다. 지금 봐도 만듦새가 참 자랑스러운 이 책이 중쇄를 찍던 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중판출래!>의 댄스 장면을 수도 없이 돌려 보았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새끼곰의 생활을, 코코로의 말들을. 코코로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편집자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때 부편집장이 말한다. “그건 내가 대답할 게 아니다. 이제부터 자기 스스로 찾아내야지.” 어쩌면 끝까지 모를지도 모른다. 안다고 생각했다가 아닌가 싶어서 뒷걸음질 칠 수도 있다. 새끼곰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 바라고 싶다. 새끼곰이 아니게 되어도 계속 씩씩해 달라고. 그녀는 나에게 아주 좋은 편집자의 표본이었고, 그 덕에 나는 씩씩한 편집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생각하면 내 마음 어딘가에 뭉근한 무엇이 있다는 걸 새삼스레 기억하게 된다. 나는 코코로가 씩씩한 모습 그대로 중견 편집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래져 갈 어떤 빛을 꾸준히 갖고 나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은 역시 내 욕심일까. ‘부담스럽잖아?’ 싶을 즈음 ‘씩씩함이었구나!’ 생각하게 하는, ‘어쩜 매일 밝을 수 있지’ 싶지만 알고 보면 희로애락이 있는 그런 빛을. 수많은 사건사고를 겪으면서도 씩씩함을 가장 먼저 끌어내는 코코로를, 무구하게 웃는 쿠로키 하루를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일을 하는 이상 절대로 그럴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해준 사람은 내가 존경해 온 편집자들이 아니라 <중판출래!>의 쿠로사와 코코로였다. 그럴 수 있던 건 쿠로키 하루가 그 역할을 해준 덕이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내가 코코로를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나는 지금도 꿈꾼다. 언젠가 나도 내 방에서 나와 코코로처럼 씩씩하게 중판출래 춤을 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날까지 귀여운 옷을 입고, 책가방을 짊어지고, 나가고 또 나가자. 다니고 또 다니자. 새끼곰처럼 하자. 그것이 자연스러워질 즈음 알게 되겠지.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글 이주연
일러스트 추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