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필요한 목격

김오키—아티스트

먹먹함. 김오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다. 나는 그가 만들어 놓은 먹먹함이 좋아 자주 음악을 찾아들었다. 대화가 끝나고 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단순하고 재미있는, 즐거운 것만 추구하는 재즈 천재라고 생각했으니까. 실제로 그가 하는 음악은 재즈만도 아니었고 생각도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편견을 허물고 바라본 김오키는 사랑이 없으면 음악이 없다고 믿는, 사랑으로 꽉 찬 사람이었다. 자기만의 깊이를 갖고 김오키라는 장르의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영화라는 취미에 빠진 그는 요즘,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며 또 다른 장르를 만들어 가고 있다.

관찰하는 사람

작곡가, 색소포니스트, 영화감독, 댄서까지 여러 일을 했어요. 어떤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할까요?

뭐라고 할까요… 저는 생활 예능 업자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만물상 같은 느낌인데, 만물상에 가면 이것저것 팔잖아요. 엄청난 예술품은 아니고 그냥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파는 거예요. 막상 가서 보면 재미있는 것도 많고요.

 

만물상 가는 걸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종종 갔어요. 황학동, 동대문 풍물 시장 같은 곳을 좋아해요. 거의 투어 하는 기분으로 가요. 관찰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어제도 친구랑 길을 걷는데 제가 거리에 있는 모든 것에 반응하고 있더라고요. 어떤 사람이 셀카를 찍는데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빵 같은 걸 먹으면 봉지 뒤에 적힌 글을 모두 읽는 아이였어요. 친구들이 뭘 했고 뭘 먹었고 뭘 입었는지 기록하는 걸 좋아했어요. 이렇게 돌이켜보니까 조금 이상한 사람 같기도 하고(웃음).

 

주변에 관심이 많네요. 영화 작업할 때 도움이 되겠어요.

촬영감독님이 그러더라고요. 제가 캐릭터를 잘 파악한다고. 어릴 때부터 소설 쓰는 걸 좋아했거든요. 문예창작과를 가고 싶었는데 공부를 못해서 못 갔어요.

 

어떤 소설을 썼어요?

중학교 때는 히어로물, 고등학교 때는 판타지였어요. 주변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선생님들도 좋아해 주시고 친구들이 제 글을 다 같이 돌려 보고 그랬죠. 그냥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자연스럽게 영화도 좋아했고요.

 

어떤 감독을 좋아해요?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레오 카락스Leos Carax를 좋아해요.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감독도 좋아하는데 그 사람은 진짜 한번 안아보고 싶어요. 너무 좋아서. 제가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로드리게스는 사람을 죽이는 장면도 풍자스럽게 표현해요. 스파이크 존즈는 슬픈 로맨스를 표현하는 방식이 멋지고요. 장률 감독님도 좋아해요. 잔잔하고 현실적인 톤의 영화를 만드시는데 늘 판타지 요소를 빼놓지 않으시거든요. 그 부분에 관해서 여쭤본 적이 있는데 별 이유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천재들의 특징이죠(웃음). <다리 밑에 까뽀에라>가 김오키 감독의 첫 영화였어요.

‘코타르 증후군’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영화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생각해 보니까 주변에 영화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뮤직비디오를 찍어준 감독님께 영화는 어떻게 찍는 건지 물어보고 무작정 시나리오를 썼어요. 주변사람들에게 제가 쓴 시나리오를 보여 주고 검수도 받으면서 처음 찍게 된 영화예요.

어떤 영화인지 소개해 볼까요?

제가 스릴러를 좋아하거든요. 장르는 코믹 스릴러예요. 주인공이 마음에 드는 타인이 나타나면 그 사람의 가죽을 벗겨서 자기가 가죽을 쓰고 그 사람이 되어 살아보는 내용이에요. 

 

기묘한데, 어쩌다 이 얘기를 쓰게 됐어요?

제가 사실 SNS를 싫어해요. SNS에서 본 사람이 현실에서는 너무 다른 걸 여러 번 목격했는데 그게 너무 가짜 같아서 어느 순간 피로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무례하게 툭 던지듯 연락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래서 실험 같은 걸 해왔어요. 팔로워가 3,000명이 되면 그 계정을 삭제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가죽을 바꿔 쓰는 행동과 같은 의미예요. 매번 콘셉트를 바꿔서 SNS 계정을 만들고 있어요. 요즘은 웹툰 <아도나이>에서 외계인 성도들의 인사말인 ‘주라차’를 콘셉트로 계정을 채워 가고 있는데, 그냥 헛소리하는 거죠. SNS를 통해서 일을 받기도 하니까 안 할 수는 없고 그래서 저 나름대로 재미있게 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영화와 웹툰이 요즘 김오키의 주제인가 봐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공상을 좋아했어요. 로봇을 가지고 놀아도 조립을 즐기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만들고 혼자서 이야기를 지어 노는 걸 좋아했고요. 제가 이끄는 새턴 발라드 Saturn Ballades라는 세션도 이름을 만들 때 미국의 재즈 뮤지션 선라Sun Ra의 스토리를 패러디하듯 정하기도 했어요. 선 라는 자신이 토성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아티스트였거든요. 물론 그 사람의 음악도 좋아하지만 선 라가 스스로 만들어 갔던 콘셉트가 재미있어서 따라 하고 있어요.

재밌네요(웃음). 곡 작업도 하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나요?

대부분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고 시작해요. [격동의 시간여행] 이라는 앨범에서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라는 곡이 있어요. 그 곡은 이상의 <날개>의 마지막 대사에서 시작됐어요. ‘나는 겨드랑이가 가렵다’고 말하면서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목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상상하면서 곡을 구상했어요. 영화 작업 때도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영화와 음악은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혼자서 상상하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풀어놓고 같이 구체화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닮았고요.

 

김오키 음악에는 주로 연주곡들이 많아서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죠.

그래서 제목에 의미를 쏟으려 해요.

 

제목은 어떻게 나와요?

어떤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느낄 때 그 순간 떠올라요. 문장이 떠오르면 메모해 놓고 쓴 곡에 그 문장을 덧대 보는 거죠.

 

사람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네요. 판다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이번 호 주제어가 ‘취미’예요. 집에 ‘판다 창고’가 있다고(웃음). 제가 아는 그 판다가 맞죠?

네. 맞아요. 동물 판다. 제가 귀여운 걸 좋아해요. 2017년도에 해외 투어를 다녔는데, 어느 공항에나 판다가 있더라고요. 공항에 판다가 있으면 그 나라의 동물원에 판다가 있는 거래요. 각 나라마다 판다 종류도 다르거든요. 그냥 다 모았어요. 동네 문구점에서도 스티커나 공책, 연필에 판다가 있으면 무조건 샀고요. 근데 너무 많아서 팔아버릴까 고민하고 있어요.

 

왜요?

이젠 다른 곳에 마음을 두고 싶어서요.

 

그게 영화일까요?

요즘은 영화가 제일 재미있어요.

 

혹시 영화가 취미에서 업으로 바뀔 수도 있을까요?

그러려면 아직 부족해요. 10년은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잖아요.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요. 현장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이제 막 터득하고 있는 정도니까요. 지금은 공부하는 단계예요.

사랑과 평등

음악 하는 이유로 늘 평등을 말하고 있어요. 김오키에게 평등은 왜 중요한가요?

제가 사실 화가 많아요. 부당한 걸 보면 못 참고 정말 틀렸다고 생각하는 일이 생기면 온 마음을 다해 싸워요. 한 번은 독일에서 투어 공연을 할 때였는데 부당한 대우와 스케줄을 요구해서 공연을 주관했던 기관과 싸운 적이 있어요. 연주라는 게 악기와 무대만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잘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공연을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어느 정도 신경도 곤두서 있고 집중하면서 준비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걸 아예 무시당한 거죠. 큰 권력에 의해 소수가 존중받지 못하는 불의를 보면 못 참아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사회 안에 소외된 계층을 대변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음악과 영화 같은 대중 매체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잖아요. 제가 믿는 평등이라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관철하고 싶어요.

 

문득 [편견에 대하여]라는 앨범의 소개 문장이 떠올라요. “편견 때문에 사랑할 수 없고 편견 때문에 많은 것이 죽는다”고 말했죠. 어떤 의미가 담긴 문장인가요?

말 그대로의 의미예요. 주변에서 편견으로 가득 찬 시선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의 경험과 고민이 담긴 앨범이에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편견 어린 시선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편견이 많은 사람이었으니까요.

 

어떤 편견이 있었나요?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럽죠.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제 지인들 중에서도 성소수자가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지금 저를 둘러싼 갈등이 어쩌면 모두 편견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솔직하네요. 이어서 사랑에 대해 묻고 싶은데, 늘 음악에 사랑을 담는다고 말하잖아요. 김오키에게 사랑은 뭐예요?

사랑은 생명이에요. 그런데 전 지금 거의 죽어 있는 상태예요. 요즘 계속 힘없이 누워 있는 시간이 많은데, 그게 사랑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오롯이 그 사람을 위해 음악을 만들어 왔는데 요즘은 강제로 음악을 쉬어 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다른 데 관심을 두려는 것 같고요.

[스피릿 선발대] 앨범 소개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매일 느끼고 이겨내는 많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는데 요즘은 외로움을 이겨내는 중인가 봐요.

그렇죠. 혼자 있는 시간을 이겨내고 있어요. 저는 혼자 있는 걸 정말 싫어하는 사람인데 혼자인 게 익숙해질까 봐 두렵기도 해요. 사람으로 인해서 제 안에 늘 당연히 만들어졌던 것들이 사라지게 될까 불안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만들었던 음악들을 다시 못 만들까 봐 무섭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는 영화 작업이 위로가 되겠네요.

그렇죠. 요즘 하는 고민도 모두 영화에 관한 거예요. 어떻게 하면 모두가 즐겁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얼른 유명한 감독이 되어서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마음대로 영화를 찍고 싶고요. 아무도 내 뜻을 거스르지 못하게 독재자가 되고 싶은데(웃음) 쉽지 않아요. 그래도 사람들 만나서 웃으면서 영화 찍고, 끝나면 술도 마시고. 현장이 즐거워요. 재미있고. 

 

영화로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음악으로 이룬 것들을 영화로도 이루고 싶어요. 영화에 제가 하고 싶은 말들,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도 동시에 대중과 통하고 싶고요. 그냥 단순하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도 벌고, 그러고 싶은 거죠.

 

명확하네요. 이름 얘기도 궁금했는데, 김오키 말고 또 다른 이름이 있죠.

‘성자조야표도르미하일로비치개돈만스키’. 제가 도스토옙스키Dostoevskii 를 존경해요. 그분의 글을 정말 좋아하고요. 도박할 돈이 모자라면 글을 쓰던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건 아니고(웃음) 그냥 좋아하는 작가예요. ‘김오키’라는 이름은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와서 만들었어요. 곧 본명도 김오키로 개명할 생각이에요.

 

이름을 거기서 지을 정도면

엄청 좋은 여행이었다는 거죠.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네요.

그때 한창 일본 영화를 많이 봤는데, <안경>(2007)이라는 영화에 오키나와 요론 섬이 배경으로 나왔어요. 꼭 한 번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어머니가 제가 불쌍해 보였는지 여행을 가라고 경비를 주시더라고요.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눈을 감고 세계 지도 위에 손가락을 찍었는데 그게 오키나와였어요. 운명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바로 떠났는데 우연히 길에서 퍼커션 Percussion을 하는 친구를 만났어요. 말도 안 통하는데 같이 잼도 하고 새벽까지 함께 다니면서 놀았어요. 오키나와 사람들이 따뜻하더라고요. 우연히 어떤 클럽을 갔는데 오키나와에서 유명하신 연주자분의 생일이라 마침 그날 아티스트들이 다 모이는 날이었어요. 그분들과 친해지면서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꿈같은 여행을 했죠. 이민까지 하고 싶었는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전 한국 사람이 좋아서 이민은 포기했죠.

영화 같은 여행을 했네요. 지금은 못 가서 아쉽겠어요.

아쉽진 않아요. 혼자 가는 건 너무 지겨워서(웃음).

 

음악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재즈 뮤지션’으로 불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불리길 지양하잖아요. 재즈가 아니라면 김오키 음악의 장르는 뭘까요?

케이팝? 저는 한국 사람이고 제가 하는 음악이 재즈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솔로 연주가 많아서 그런가 어떤 매체에서는 저를 프리 재즈 뮤지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사실 아니죠. 어쨌든 제 음악에는 틀이 정해져 있거든요. 악보가 있고 그 틀에 맞춰서 연주를 하는 건데, 어떻게 보면 제가 프리 재즈를 한다고 보는 것도 편견의 일종인 것 같아요. 제가 재즈라는 장르를 정말 아껴서 그렇게 불리는 게 더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케이팝이라니, 의외의 답이네요. 음악 하기 전에는 댄서였잖아요. 춤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열여덟 살 때였어요. 중학교 때부터 흑인 힙합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등학교를 갔더니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친구들 따라서 춤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때는 백업댄서라는 개념도 처음 생기던 때였어요. 구본승, 젝스키스의 백업 댄서로 일했죠. 지금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나오면서 인식이 바뀌었지만 그때 댄서들에 대한 시선은 완전히 바닥이었어요. 춤 학원도 없고 춤으로 돈을 벌 루트가 없었으니까요. 춤추는 건 좋았지만 어쨌든 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게 됐죠.

 

즘도 춤 추나요?

가끔요(웃음).

 

(웃음) 태권도 도장도 운영했잖아요. 음악 하기 전에 많은 일들을 했네요.

도장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거였어요. 인생의 암흑기였죠. 그때는 떠올리기도 싫어요. 한때 게임 만드는 회사를 다닌 적도 있고요. 게임 만드는 일에 꽤 소질이 있었지만, 음악을 하기 전에 했던 모든 일들은 즐기면서 하지는 못했어요.

제가 김오키에 대한 편견이 있었네요. 언제나 모든 걸 즐기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짐작했거든요.

음악 하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아요.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요. 음악 하면서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인생이 더 즐거워졌어요. 전에는 남들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집에서 혼자 열받고 괴로워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망설임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죠. 근데 사실 이것도 좀 문제네요.

 

지금 좋다면 괜찮은 게 아닐까요. 김오키에게 색소폰은 어떤 존재인가요?

저에겐 무기 같은 거예요. 색소폰을 들고 지하철을 타거나 사람 많은 곳에 있으면 이유 없이 안심이 돼요. 요즘은 조금 소홀하지만(웃음) 저를 먹여 살려 주는 존재니까 늘 감사히 여기고 있죠. 한 30년 된 배우자처럼 생각해요.

 

지금까지 다양한 일을 했는데, 이 모든 일들에 한 가지 맥락이 있다면 뭘까요?

뻔하지 않은 것. 알바를 해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걸 했어요. 물탱크 청소도 하고, 축산 관련 일에도 있었고요. 게임 회사에 있었던 것도 사실 전형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중에서도 음악이 가장 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결국엔 음악이었던 거죠. 제가 속으로만 상상하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고요.

 

이제 영화로는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대사로, 연기로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벌써 마지막 질문인데, 요즘 가지고 싶은 게 있나요?

아이맥(웃음). 최고 사양 옵션을 적용해서 계산해 보니까 6백만 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웃음) 결국 지금은 영화라는 취미가 가장 중요한 거네요.

그렇죠. 아직 배우는 단계지만, 나중에 감독으로 성공한다면 박희순 배우와 꼭 작업해 고 싶어요. 이미 그려둔 이야기도 있고요.

사랑을 빼면 아무것도 아닌

영화를 말하며 ‘사랑과 아픔’, ‘행복과 슬픔’ 같이 상반된 단어를 반복하는 사람. 누군가 그랬다. 좋아하는 영화를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김오키가 아끼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또 먹먹한 감정을 남긴다. 그의 음악과 꼭 닮은 영화 네 편을 여기에 소개한다.

<무드 인디고>(2013)
미셀 공드리 | 멜로

“아름답고 사랑이 넘치며 순수하고 다시 사랑이 넘치는, 영화 속의 인물들이 서로를 슬퍼하고 아끼는 모습들은 마치 지금 시대에는 없는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을 충분히 표현하는 연출과 미술이 훌륭한 영화고요. 보고 나면 마음이 아프고 따뜻해지죠.”

<레옹>(1995)
뤽 베송 | 드라마

“주인공들이 웃고 있어도 슬픈 영화예요. 영화의 첫 시작도 마지막도 마음을 아프게 만들죠. 굳이 많이 말하지 않아도 감독이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던 명작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예술영화처럼 심오하지 않은 점이 좋고요. (어떤 면에서는 심오할 수 있지만) 이 영화에서 나탈리 포트만, 장 르노, 게리 올드만의 최고의 연기가 담겼다고 생각해요. 지극히 개인적으로.”

<그녀>(2013)
스파이크 존즈 | 멜로

“잊었다고 생각한 외로움. 사실 마음 한구석에 담아 뒀을 뿐, 잊지 못한 외로움을 간직한 채 새로 찾아온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아픔과 슬픔을 남기죠. 바다에서 사만다가 테오도르에게 들려주는 노래는 바다에서 묻어난 빛나는 아름다움을 닮은 사랑이었고 행복의 웃음을 줬어요. 대답하지 않는 사만다를 찾아 달리다 넘어지는 테오도르를 볼 때 제 마음도 함께 넘어졌어요. 무너지는 것 같았죠.”

<번지점프를 하다>(2000)
김대승 | 멜로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리에 새긴 것처럼 기억에 남는 영화예요. 만나고 떠나고 남고 돌아오고 또다시 떠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저는 이 영화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좋고 매일 듣고 또 들을 수 있는 음악처럼 가까이 두고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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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