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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 — 모악산의 아침
몇 해 전, 모아의 앞으로 덜컥 집이 생겼다. 전주를 감싸안은 형상의 모악산과 나란히 앉은 그 집은 가족의 오랜 기억이 스민 곳이었다. ‘모악산의 아침’이라는 이름 아래 부지런히 쓸고 닦으며 이곳에서의 달가운 밤을 보내는 이들을 맞이하는 모아는 그 집에서 몇 가지를 빼기로 한다. 바로 필요 이상으로 쓰이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이윽고 생긴 틈에는 초록을 바라보는 휴식과 건강한 삶의 방식을 채웠다. 나아가 쓰레기 만들지 않는 장터 ‘불모지장’, 각자의 시선이 존중 아래 공유되는 ‘지향집’을 꾸리는 그의 씩씩한 걸음을 보며 예상했다. 그건 분명 자신의 삶과 나고 자란 이 뭍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니 전주에서 더할 나위 없이 북적이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계신 것 같은데요. 문득 삶과 지향점이 움튼 이 도시는 모아 씨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일까 궁금해요.
전주는 볼수록 애정이 생겨요.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톱니바퀴처럼 굴러간다는 걸 깨닫게 해줬어요. 제가 한옥마을 안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땐 그 동네가 매번 시끄러우니까 별로 안 좋아했는데요. 불모지장 같은 활동을 하면서 다시 그곳으로 가 포스터를 붙이고, 그 동네에 있는 가게들과 안면도 트고 그분들이 우리 장터의 판매자로 나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친구가 되기도 하고요. 관계의 폭이 두터워지면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다는 감각이 없으면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은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죠. 그렇게 ‘연결됨’을 느끼면 저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느껴져요. 다시 보니 한옥마을도 어찌나 예쁘던지(웃음).
우리가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해준 도시인 거군요.
맞아요. 여길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정말 많아요. 요즘은 사람이 돈을 줘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대부분이잖아요. 하지만 전주에는 도서관이나 공원 같은 공공시설이 많아서 문득 쉼이 필요할 때 앉을 수 있는 벤치의 역할을 해줘요. 독립 서점도 많은데 그들끼리의 연대도 두텁고요. 그뿐인가요? 바다는 없지만(웃음), 산이 있고 기후가 온화하고 큰 천이 세 갈래로 흘러서 산책하기도 좋고 콩나물도 유명하죠. 맛집도 얼마나 많은데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이렇든 저렇든 저는 전주를 굉장히 좋아해요.
긴 목록을 듣다 보니 저도 덩달아 좋아질 것 같네요(웃음). 언젠가… 여길 떠나고 싶은 날도 올까요?
(아주 잠시 고민한다.) 없을 거예요. 제가 사는 집이 여기 있는걸요. 살아갈 터전을 고르고 그 위에 집을 하나 세우는 게 얼마나 힘들어요. 어딜 봐도 이만한 데가 없는데…. 제가 있는 곳이 곧 집이니까 어디서든 잘 살 수 있겠지만, 전주가 좋아요. 정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면 좋아하는 여행으로 달래볼래요.
끝으로 문턱에 들어선 가을, 전주에서 느낄 수 있는 모아 씨만의 즐거움에 대해 알려주실래요?
가장 먼저 전주천에서 자전거를 타보세요. 전주시의 공유자전거 이름이 ‘꽃싱이’인데 천 원이면 하루 종일 빌릴 수 있어요. 커플용 자전거도 있고요. 천천히 달리면서 갈대가 흔들리는 모습도 보고 물소리나 새소리를 듣는 거죠. 김밥 같은 거 챙겨서 벤치에 앉아 먹어도 좋고요. 가을의 향교도 좋고 아침 4시부터 9시까지만 반짝 열리는 도깨비시장도 있어요. 맛있게 생긴 흙당근에 가지, 사과… 온갖 식재료가 보기 좋게 손님들을 기다리는데 거기가 정말 장관이에요. 모악산의 아침 말고도 아름다운 숙소가 많으니까, 근처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골라 하얀 침구에서 뒹굴거리며 읽는 가을 휴가도 즐거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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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