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한 끗

홍정미―아이헤이트먼데이

“일단 양말을 신고 나가보세요.” 하루 산책이라는 귀여운 성취를 위해 위트가 깃든 양말을 한 짝씩 신어봅니다.

요즘 바쁘시죠. ‘아이헤이트먼데이’ 계정만 봐도 새 컬렉션이 나날이 쏟아지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예년과 다르게 여름이 되어도 바쁘네요(웃음). 사실 양말은 6월부터 비수기인데 전에 없이 전투적으로 양말을 만들고 있어요. 보통 여름엔 맨발로 다니거나 페이크 삭스라고, 신발 신었을 때 보이지 않는 류의 양말 수요가 많거든요. 그래서 여름 즈음 바짝 쉬고 가을·겨울 바빠지곤 하는데, 올해는 하고 싶은 게 부쩍 많아져서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어요. 

 

오늘 신은 양말부터 구경해 볼까요? 

(발바닥을 들며) 비교적 최근에 출시한 저희 양말이에요. 핀즐Pinzle이라는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인데, 신발을 신었을 땐 안 보이지만 발바닥에 귀여운 포인트가 있어요. 보이시나요(웃음)? 양쪽 무늬가 달라서 바닥이 보일 때 기분이 좋아지는 양말이죠. 쇼룸에서 손님들에게 소개할 때도 신발 벗는 장소에서 신어 보시라고, 사람들에게 “너 양말 진짜 귀엽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길 꼭 덧붙여요. 

 

으와, 진짜 귀엽네요. 내친김에 요즘 가장 좋아하는 양말도 소개해 주실래요? 

안 그래도 보여드리고 싶어서 챙겨 왔어요. 이 빨간 니트 양말이에요. 얼마 전에 론칭한 제품인데 사실 두께감이 좀 있어서 여름에 적합한 양말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신었을 때 모습이 예뻐서 당장 선보이고 싶어서 출시하게 됐어요. 그동안은 무늬나 색깔 위주로 작업해 왔는데, 자연스러운 모양새에 집중한 첫 양말이어서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나 이제 이런 양말도 만들어!’ 하는 가슴 벅참이 있는 양말이죠. 

 

좀더 자랑해 주세요. 

그럴까요(웃음)? 이 양말은 보기보다 신고 걸어 다닐 때 매력이 드러나는 제품이에요. 걸을 때마다 슬슬 흘러내리는데, 그 모습이 무척 예쁘거든요. 너무 많이 흘러내려서 불편해지지 않도록 길이감을 조절했어요. ‘7 Days Socks’라고 이름 붙여서 총 일곱 가지를 만들었는데, 디테일이 살아 있도록 신경 써서 만든 아이들이죠. 보시면 조직이 하나가 아니거든요. 총 네 가지 모양과 짜임을 볼 수 있어요. 섬세하게 만든 티가 많이 나는 양말인데 앞으로는 좀더 이런 쪽으로 집중하고 싶어요. 색이나 패턴으로 승부를 보는 양말도 계속해서 만들겠지만 다른 쪽에서도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을 보여드리려고요. 

 

합정에서 아이헤이트먼데이 쇼룸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년을 맞이했더라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양말은 이런 거구나.’라는 기준도 생겼을 것 같아요. 

시간 참 빠르죠(웃음). 대중이 선호하는 양말과 저희 고객들이 좋아하는 양말은 확연히 달라요. 아이헤이트먼데이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확실히 위트가 있는 양말을 선호해요. 같은 줄무늬 양말이어도 양쪽 무늬 간격이 다르거나 색이 달라서 포인트가 있는 식으로요. 사실 스트라이프 양말만 해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패턴이잖아요. 아이헤이트먼데이는 이런 평범한 양말에 디테일을 더하는 걸 좋아해요. 아주 튀지 않으면서도 소소한 재미가 있는 양말! 그런 양말은 신발이나 옷을 좀더 돋보이게 해주거든요. 

 

소소한 귀여움이라고 생각하는데 디자인하는 입장에선 번거로운 일일 것 같아요. 양쪽을 다르게 디자인하는 건 작업을 두 번 하는 셈이니까요. 

그렇긴 하지만 그게 아이헤이트먼데이의 매력인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양말을 일주일에 한 켤레씩 내고 있는데, 추진력을 한껏 받은 때여서 불도저처럼 돌진하고 있어요(웃음). 지금 안 만들면 미칠 것 같은 양말들이 너무 많거든요. 한 달에 두 개 컬렉션을 선보인 적도 있어서 ‘이렇게 많이 만드는데 나 정말 괜찮나….’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근데 안 만들면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아이헤이트먼데이라는 이름은 직장 생활할 때 월요일이 싫어서 나온 이름이라고 들었어요. 월요일마다 좋아하는 양말을 신고 출근했고, 그게 ‘초록색 스트라이프 양말’이었다고요. 

여유가 없던 막내 시절에 일본으로 출장 가서 산 양말이었어요. 그 당시 같이 간 언니들은 가방도 사고, 지인들 선물도 좋은 걸로 고르는데 저는 그럴 여윳돈이 없는 거예요. 그래도 뭐라도 사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양말을 사기로 했죠. 15년 전에 양말이 1만 원 돈이었으니 꽤 큰맘 먹고 산 거였어요. 뜯지도 않고 소중히 가지고 있다가 스트레스받던 어느 날 태그를 떼고 처음 신었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도 새 양말을 신던 그 기분이 잊히질 않았어요. 이 기분을 잊지 않고 살아야겠다 마음먹은 적이 있는데, 그 기억 덕분에 지금 양말을 만들고 있는 거 같아요.

그 양말 볼 수 있어요? 

지금은 없어요. 주기적으로 양말을 정리하거든요. 양말 샘플부터 우리 제품, 다른 브랜드 제품까지 들어오는 양말이 너무 많아요. 아이헤이트먼데이 양말만 해도 11년동안 몇천 개를 출시했으니… 모든 양말을 다 가지고 있기가 벅차요. 양말에 파묻혀 사는 삶이 계속되면서 그 양말은 자연스럽게 잊히기도 했고요. 양말이나 물건을 주기적으로 정리해서 버리곤 하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정리된 것 같아요. 

 

어쩐지 의외인걸요. 아기자기하게 많은 물건을 모아두는 성격일 줄 알았거든요. 

저요(웃음)? 물건 진짜 잘 버려요. 제 청첩장도 버렸는걸요. 태어나서 한 번도 뭔가를 수집해 본 적이 없어요. 다시 유행하는 포켓몬스터 빵도, 어릴 때 히트 친 국진이빵도(웃음) 스티커 한 번 욕심내 본 적이 없죠. 

 

이쯤 되니 애착을 가지는 물건이 궁금해지네요. 뻔한 질문이지만, 집에 불이 나면 딱 한 가지 뭘 챙길 것 같아요? 

처음 받아보는 질문인데(웃음), 음… 굳이 가지고 나가고 싶은 물건은 없는 것 같아요. 휴대폰이나 자료가 들어 있는 노트북…? 

 

물건에 미련이 없어요? 

네. 호불호도 강해서 좋은 건 남기고 싫으면 버려요. 이번 주말에도 뭘 되게 많이 버렸어요. 아무리 고가의 물건이어도 안 쓰는 건 미련 없이 정리하는 편이에요. 모아두면 지저분해져서 싫더라고요. 

 

아이헤이트먼데이는 양말 브랜드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앞서 ‘뭔가 재미있는 걸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이름부터 지은 브랜드였다고 들었어요. 그때 찾고자 한 ‘재미’라는 게 어떤 거였어요? 

그땐 싫어하는 게 너무 많았어요. 짜증 나는 것도 많고, 화가 좀 많던 시기죠. 인생이 너무 재미없었거든요. 전 호불호가 강한데, 싫은 것만 너무 많아지니까 사는 데 도움이 전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 보기 시작했어요. 그제야 인생이 조금씩 재미있어졌죠.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 중엔 패션이랑 양말의 존재가 무척 컸어요. 좋아하는 걸 찾아서 떠나야겠다 마음먹고 초기 자본에 맞춰서 시작한 게 양말 브랜드였죠. 그래서 아이헤이트먼데이의 모토는 “나는 싫어하는 게 많아서 좋아하는 양말을 신어요.”예요. 아이헤이트먼데이가 생길 때만 해도 패션 양말이 

 

일반적인 시대는 아니었죠. 지금은 양말에 맞춰 옷을 골라 입는 사람도 많은데요. 양말을 디자인할 때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릴 것’이란 원칙이 있다고 들었어요.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을 땐 양말을 다소 과하게 만들었어요. 눈에 띄고 싶어서 ‘저는 이런 브랜드고! 이런 양말 만들어요!’ 하고 소리치듯 디자인한 거죠. 그러나 지금은 양말이란 자주 신어야 하고, 자주 손이 가야 좋다는 생각이 커요. 아무리 예쁘고 마음에 들어도 자주 신지 못하면 너무 아쉽잖아요.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매일 신을 수 있는 양말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친근한 브랜드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정말 많이 걷는 편인데요. 걸을 때마다 사람들 양말을 눈여겨 살펴봐요. 어떤 차림에 어떤 양말을 신는지, 어떤 양말이 특히 인기가 많은지 눈으로 시장 조사를 하는 거죠. 진짜 유행을 볼 수 있는 건 길거리니까요. 짧은 기장의 바지가 유행한다 싶으면 발목이 긴 양말을 디자인하는 게 아이헤이트먼데이 양말을 기획하는 방식이에요. 그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디자인하고, 샘플 뽑고, 직접 신어보며 테스트하고 정식 출시까지 이어지는 거죠. 

 

테스트하다가 이 양말은 진짜 안 되겠다, 싶던 순간도 있었어요? 

많죠. 일단 제 눈에 안 예쁘면 탈락이에요(웃음). 또 테스트 과정에서 탈락하는 양말도 많은데,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구두랑 신을 땐 예쁜데 운동화에 신었더니 보풀이 많이 인다든지…. 가끔은 샘플 보고 나서 ‘내가 이렇게 구리게 디자인했다고?’ 싶을 때도 많아요(웃음). 한번은 컬러 번호를 잘못 써서 전혀 다른 색으로 실이 발주된 적이 있어요. 터무니없는 컬러로 상품이 완성된 거죠. 당황했지만 이 제품을 판매할 순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전량 폐기했어요. 다른 브랜드랑 비슷한 양말이 완성돼도 미련 없이 폐기해요. 누군가 아이헤이트먼데이 양말과 비슷한 걸 만든다면 저도 무척 예민해질 테니까 카피 부분에서 특히 더 조심스럽죠. 그래서 항상 디자인이 끝나면 비슷한 디자인은 없는지 우리나라 양말 브랜드를 모두 찾아봐요. 마음먹고 카피하지 않았더라도 스쳐 지나가며 본 기억이 남아 카피할 우려도 있으니까요. 

 

아이헤이트먼데이 양말들은 평범한 옷차림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흰 티에 청바지 같은 평상복일 때 특히 눈에 띄거든요. 

평범하지만 예쁜 걸 만드는 거, 그게 우리 포지션인 것 같아요. 여행지에서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가는 그런 가게 말고, 산책하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가게들 있잖아요. 평범한 가게인데 너무 예쁜, 그래서 ‘나만 알고 싶은’ 가게요. 아이헤이트먼데이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평범한데 예쁘기가 진짜 어려운 거 아니에요? 

그렇죠(웃음). 사실 양말이라는 건 아주 튀게 디자인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평범해요. 근데 예쁠 수 있는 한 끗이 있거든요. 보이는 곳에 있는 포인트도 그렇지만,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는 한 끗! 요즘 제가 꽂힌 포인트죠. 그 한 끗이 사람들 마음을 울리는 것 같거든요. 

 

양말을 만들 때 주변에서, 바깥에서 영감을 얻는단 얘길 들었어요. 횡단보도의 스트라이프나 신호등 색 같은 데서요. 

맞아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양말 같아요. 건물도, 꽃도, 빨대도 모두 다 영감이죠. 그래서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웹사이트에서 아이디어를 찾기보다는 나가서 뭐라도 봐야 더 많은 게 떠오르는 편이에요. 양말은 아주 일상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이디어도 일상에서 온다고 믿고 있죠. 그 아이디어에 제가 생각하는 귀여움, 즐거움을 담아서 진심 어린 양말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자꾸 산책을 하게 되는 거고요. 

 

요즘 정미 씨의 산책은 어때요? 

계절 덕분에 기분 좋은 산책을 하고 지내요. 지난주엔 업무 끝나고 남산 끝까지 올라갔다 왔는데, 그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살면서 전국 곳곳의 좋다는 산책길을 참 많이 찾아다녔거든요. 근데 쇼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은 시간이었어요. 저녁에 오르다 보니 야경도 볼 수 있었는데, 서울 정말 좋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더라고요. 멀리서 하는 산책도 좋지만 생활 반경에서 나만의 산책길을 찾는 게 진짜 재미있는 일 같아요. 

 

아무리 간단한 산책이어도 시간을 내야만 하는 일이잖아요. 시간 내기가 어렵진 않아요? 

저는 ‘시간이 없어서 못 했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세상에 저보다 바쁜 사람은 많아요. 그래서 이 정도는 바쁜 것도 아니란 생각을 항상 하려고 하죠. 시간은 내려면 얼마든지 낼 수 있어요.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양말 신고, 신발만 신으면 되거든요. 운동하기 싫어도 신발을 신으면 나가게 되고, 나가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단지 시간이 없어서 이 계절, 이 시간에 즐길 수 있는 걸 놓치는 건 저 자신에게 미안한 일이에요. 정말 시간이 없다면 잠을 줄이면 되니까요. 아침에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엄청 부지런한 마인드를 갖고 있군요. 

사실 체력이 타고난 것도 있어요. 나태한 제 모습을 싫어하기도 하고요. 하기 싫은 것까지 해냈을 때 성취감이 큰 사람이어서 저는 부지런하게 사는 제 모습에 심취해 사는 것 같아요. 심지어 제가 참여하는 산악회는 등산 시각이 5시예요. 그렇게 움직여야 남은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으니까, 저는 이런 방식이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일찍 일어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 이런 제 모습을 스스로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요. 

 

성취라는 단어는 늘 장기적이고 무겁게 느껴졌는데, 정미 씨 이야기를 들으니 작고 귀엽게 다가와요. 

저는 작은 목표를 섬세하게 정해두고 하루를 보내는 편이에요. 성취감을 느낄 때 스스로 칭찬해 주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기분도 좋아지거든요. 해냈다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웃음). 버스를 타면 두 정거장 일찍 내려서 걷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가서 10분 산책하고… 그런 작은 목표들 덕분에 저는 매일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지내요. 

 

생활 반경에서 자주 산책하시는 것 같아요. 늘 같은 길을 걸어도 산책할 때만 보이는 풍경들이 있잖아요. 어떤 풍경들을 새롭게 마주했어요? 

한동안 자차로 출퇴근하다가 지금은 직원들과 함께 퇴근하고 있는데요. 우리 직원들 퇴근 루트가 정말 귀여워요. 엄청난 디테일이 있거든요. “지금 건너지 말고, 저쪽 건널목에서 건너요. 그럼 신호를 딱 맞출 수 있어요.”라면서 횡단 신호를 체크한다든지, “저 카페 아저씨 인사 되게 잘 받아줘요.” 하고 다 같이 인사하는 식이죠. 진짜 귀여운 건 퇴근길을 일부러 돌아가는 건데요. 어느 지점에서 “조금 있으면 고양이가 나올 거예요.” 하더니 고양이 이름을 막 부르더라고요. 그러니까 기다렸다는 듯 엄청 맹하고 귀엽게 생긴 고양이가 나타났는데, 직원들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간식을 꺼내 챙겨주더라고요(웃음). 직원들이랑 처음 같이 퇴근하던 날 ‘이게 뭐야! 너무 재밌다!’ 싶었어요. 이 재밌는 걸 저만 몰랐다니! 

 

정말 귀여운 행복이네요. 

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행복이죠. 귀여운 퇴근길을 함께하다 보니 덩달아 우리 직원들도 귀여워 보이더라고요. 퇴근길 루트를 만들었다는 것도 너무 귀엽지 않나요(웃음). 산책할 때만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와 함께할 때 나눌 수 있는 것들도 생기고요. 어디 카페가 맛있다더라, 같은 주변 정보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니까 일하는 게 좀더 재미있고 풍요로워졌어요.

산책은 어떤 식으로든 환기해 주는 행위 같아요. 그러나 유형은 모두 다를 텐데요. 산책할 때 꼭 챙기는 게 있나요? 

음… 산책할 때…. 

 

휴대폰을 놓고 나간다든지…. 

휴대폰은 있어야 해요. 산책하는 모습을 SNS에 올려야 하거든요(웃음). 사람들에게 ‘나 산책했어!’를 알리면 내일도 할 수 있고, 모레도 할 수 있게 돼요. 그것 또한 저한텐 성취죠. 음, 나갈 때 꼭 챙기는 건… 현금!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현금으로만 살 수 있는 것들을 꽤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비상금은 잊지 않고 있어요. 

 

붕어빵 비용! 

맞아요. 뽑기도 한번 해봐야죠(웃음). 또 신경 쓰는 게 있다면 신발이에요. 웬만하면 러닝화를 신고 나가죠. 

 

걷기만 하는데도 러닝화가 도움이 되나요? 

그럼요. 평범한 운동화로 산책하는 것보다 러닝화를 신으면 느낌이 확실히 달라요. 꼭 러닝화가 아니더라도 바닥이 폭신폭신한 신발이 좋죠. 걸을 만한 신발이 마땅치 않다면 깔창에 붙이는 쿠션 스티커를 추천해요. 족저근막염을 위해 나온 쿠션이라고 들었는데, 이걸 하나 붙여두면 정말 편하게 걸을 수 있어요. 저는 양말만큼 신발도 좋아하거든요. 깔창이 너무 얇거나 낮지 않은 것들로 눈여겨보는 편이에요. 

 

역시 산책할 땐 옷보다 신발에 신경 쓰게 되죠. 

예쁘게 입으면 물론 좋겠지만 산책은 걷는 행위니까 걸을 때 쾌적한 게 최고더라고요. 걷기뿐만 아니라 러닝도 하고 있어서 더 러닝화에 집중하는 거기도 해요.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3분 뛰고 2분 쉬고, 3분 뛰고 2분 쉬고를 반복하는데요. 하루 목표치를 달성하면 도장을 찍어주거든요. 그게 굉장히 재미있고 성취감도 있더라고요. 몇 킬로를 뛰었는지 다 기록되고 응원도 해주니까 더 열심히 으쌰으쌰 하게 돼요. 

 

뛰는 코스도 궁금하네요. 

집이 이대 쪽이어서 경의선숲길 쪽으로 자주 달려요. 요즘은 경의선숲길까지 20분 걷고, 도착하면 30분 뛰고, 다시 20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루트를 애용해요. 어제는 이대를 한 바퀴 걷다가 운동장에서 30분 뛰고 들어오고, 그제는 연대 쪽으로 가서 한 바퀴 걷다가 30분 뛰고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에도 그냥 터덜터덜 걷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가게들을 유심히 살펴봐요. 귀여운 카페에서 커피를 사 온다든지, 좋아하는 젤라토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산다든지 하면서요. 우리 직원들에게 퇴근길 루틴이 있듯, 저한테도 산책길 루틴이 있어서 일부러라도 루틴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새로운 가게들을 살펴보게 돼요. 또 사람 구경도 좋아하죠. 어떤 사람이 어떤 신발, 어떤 양말을 신고, 어떤 옷차림으로 다니는지 눈여겨보는 걸 소홀히 하지 않거든요. 

 

최근 양말 트렌드는 어때요? 

즘엔 컬러감 있는 양말 신는 사람이 옛날보다 훨씬 많아졌어요. 이 계절쯤 되면 양말을 안 신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맨발보다 예쁜 양말이 더 많이 눈에 띄거든요. 특히 남성분들은 보통 흰색이나 검은색 양말만 신었는데 요즘엔 양말을 센스 있게 신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직장에 다닐 땐 월요일이 그렇게나 싫다고 하셨는데, 요새는 일터 바깥에서도 일 생각을 하고 있네요. 요즘은 월요일 어때요? 

여전히 싫죠(웃음). 월요일은 싫은 게 당연한 것 같아요. 주말은 너무 짧잖아요. 게다가 저는 토요일까지 일하기 때문에 일요일 딱 하루 쉬거든요. 그래서 주말이 더 소중하고, 월요일이 안 오면 좋겠고…. 근데 월요일을 싫어하는 마음이 이전처럼 심하지는 않아요. 월요일이 좋아지도록 양말을 만드는 거니까 계속 월요일을 조금은 싫어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월요병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게 할까, 내가 어떤 사람이 되면 좀더 월요일을 좋아할 수 있는 양말이 탄생할까, 이런 연구를 하는 게 제가 할 일 같거든요. 그래서 월요일이 올 때마다 싫음에 관해 자꾸 연구하게 돼요. 아! 저는 월요일이 너무 싫어요! 

 

싫은 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말이 재밌네요. 싫어하는 걸 기쁘게 물어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요샌 또 어떤 거 싫어해요? 

아픈 거요. 제가 워낙 체력도 좋고 아프지 않던 사람이라 건강을 잃는 데 큰 두려움이 없었거든요. 근데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와, 너무너무 아팠어요. 일평생 처음으로 몸이 아프다고 느껴본 경험이었는데 이걸 겪고 나니까 사람들이 왜 등산하는 걸 싫어하고 운동을 어려워하는지 알게 됐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프니까 일에 속도가 안 붙더라고요. 30분이면 끝날 일이 한 시간이 지나도 진척이 없고…. 그래서인지 요새 건강이라는 키워드에도 많이 꽂혀 있어요.

아이고…. 후유증은 없나요? 

폐 기능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이전보다 오래 뛸 수가 없어요. 뛰다 보면 가슴을 부여잡고 ‘윽!’ 하는 일도 많아요. 저는 1년에 한 번 아플까 말까 한 사람인데다가 치과도 한 번을 안 가봤거든요. 잠도 네 시간 정도 자면 체력이 충전돼서 아무리 오래 자도 아침 6시면 눈을 떠요. 한번은 대상포진에 걸린 적이 있는데, 감기 기운이 있다고만 생각했지 아픈 줄도 몰랐어요. 심지어 포진을 짜기까지 했죠. 근데 다음 날 되니까 포진이 엄청나게 커져 있었어요.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당장 입원하라면서, 살다 살다 포진을 짜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맙소사…. 몸의 건강은 정신과도 확실히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미 씨가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짓궂게 비관적인 질문을 해볼게요. 만약 당장 양말이 사라지면 어떨 거 같아요? 

또 다른 좋아하는 걸 찾지 않을까요? 

 

진정한 긍정의 왕이군요! 아이헤이트먼데이를 좋아할 수 있는 건 이 브랜드를 좋아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해요. 

아…. 괄호 치고 ‘눈물’이라고 꼭 써주세요(눈물).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정말 많아요. 저희 첫 쇼룸을 닫을 때 카메라로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인화해서 보내 주신 분도 있었고, 여태 본인이 신어온 아이헤이트먼데이 양말 사진을 모아서 작은 책을 만든 분도 계세요. 또, 어떤 분은 저희 양말을 한 번에 100개 구입하셔서 담벼락에 하나씩 붙이고 다니기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양말 브랜드예요. 여러분도 한번 신어 보세요.’라는 의미로요. 아이헤이트먼데이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참 다양해요. 그게 저한텐 굉장히 큰 기쁨이에요. 동시에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어요. 내가 지치지 않고 잘해야 한다, 보답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책임감이 생긴 거죠. 

 

어깨가 무겁겠는데요. 그렇다면 아이헤이트먼데이가 양말로 할 수 있는 끝판왕 프로젝트가 뭐라고 생각해요? 

양말을 제대로 못 신는 분들께 양말을 신을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는 거요. 매일유업에서 특수 분유를 만드는 것처럼 저희도 양말에 대한 반경을 넓히고 싶어요. 한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양말을 만들어서 양말 컬러를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어요. 시각장애인은 검은색 양말만 신는단 이야기를 듣고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싶었거든요. 홈리스에게 일거리 서비스 기회를 제공하는 《빅이슈코리아》와 함께 정기구독자에게 증정하는 양말을 만들기도 했고, 배달의민족이랑 독거노인을 돕는 프로그램에 함께한 적도 있어요. 이런 활동을 하게 되는 데는 저희 고객들 영향도 커요. 최근에도 감동한 일이 있는데, 어떤 분이 저희 양말을 50켤레 구입하셔서는 남몰래 서울대학병원에 기부하신 거예요. 우리 브랜드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이러한데 저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자각이 들더라고요. 더 열심히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지금은 아기들에게 양말을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고객들이 아이헤이트먼데이를 아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좋은 일을 많이 하시니까 저희도 자꾸 양말로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게 돼요. 옛날엔 거창하게 세계로 뻗어나가고, 투자를 받는 큰 브랜드가 되고 싶었는데요. 이제 그런 데는 관심이 없어요. 사랑받은 만큼 돌려드리고, 보답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서요. 

 

참 예쁜 고객과 예쁜 브랜드네요. 확실한 시너지를 내는 것 같아요. 

좀 독특하죠? 브랜드를 마냥 좋아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선한 영향력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우리 고객들이요. 그래서 제가 자꾸 더 부지런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체력왕이 되기 위해 오늘도 양말 신고, 신발 신고, 밖으로 나가 보려고요. 같이 가실래요?

한 끗의 매력

1. Oh Monday Ivory

요일 이름을 쓰고 월요일에만 밑줄을 그었어요. 월요일을 싫어하는 마음을 그래픽으로 표현해 본 양말이에요.

2. Edinburgh Navy

10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은 아이헤이트먼데이의 시그니처 양말이에요. 양쪽 줄무늬 굵기가 다르죠. 나만 알 수 있는 위트는 하루를 즐겁게 해줘요.

3. Weekend 104 | 365 Ivory

소중한 주말을 위한 양말! 나가서 산책하고 걷기 좋도록 바닥에 쿠션을 넣어 만들었어요. 오래 걸어도 괜찮도록 발바닥의 피곤함을 덜어줘요.

4. Glitter Socks Lime

상큼한 색상의 글리터 삭스에요. 패션 양말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양말이죠. 어렵지 않게 양말로 옷차림을 풍성하게 만들고, 포인트를 줄 수 있거든요. 상큼한 색상이 주는 산뜻한 기분은 신어 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5. I Hate Monday Pinzle House Tomato Ivory

독일 일러스트 작가 미스터프레드의 토마토 이미지를 활용하여 제작했어요. 지친 월요일이 즐거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디자인했죠. 기분 좋은 고무단 색상과 위치가 다른 토마토 그림! 즐겁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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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