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앨범을 발견하면 그날은 말짱 도루묵이다. 앨범만 들여다보다가 날이 저물고 말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사진 속에는 그 시절 특유의 유행이 묻어난다. 불룩한 앞머리 뽕과 커다란 안경을 쓴 여자들. 더벅머리에 나팔바지 비스름한 양복을 입은 남자들. 내게는 처음부터 엄마이고 아빠인 사람들이, 그 시절의 멋짐을 유려하게 장착했다. 촌스럽고 낯선 유행이 사진 속에 그대로 남아 봉인돼 있는 것만 같다. “지금부터 우리집 앨범 여행을 시작합니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면, 아랫배가 바짝 당기게 웃다가 마지막엔 ‘아, 그때 참 아름다웠네.’ 하고 만다. 사진 보는 일이, 그런 일이지. 오늘은 왠지 많은 사람이 앨범을 펼쳐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