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들려주는 사서 이야기

도서관 사서

사서가 들려주는 사서 이야기

도서관 사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려지는 모습은 데스크에 앉아 도서에 바코드를 찍는 손이다. 서가를 훑으며 이용자가 요청하는 도서를 찾는 옆모습도 그려진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이런 모습들은 사서 업무의 가장 표면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빨라지는 시대에 맞춰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바다 건너 뉴욕공공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서와 18년 차 베테랑 사서에게 물었다.

책으로 꿈꾸는 사람

이초롱
뉴욕공공도서관 사서

뉴욕공공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4년 차 사서. 하고 싶은 게 많아 항상 엉뚱한 상상과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은 책을 통해 다른 세상과 다양한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뉴욕공공도서관에서 일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대학원 다닐 때 미국 학교와 연계해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때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가 결혼을 하고 아예 정착하게 되면서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는데, 그때 간 곳이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였어요. 제가 책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하니까 좋게 보였는지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불러줬어요. 아이들이랑 비눗방울도 불고 방방이도 타고 책도 함께 보면서 재미있게 놀았죠. 이후에 도서관에 정식으로 지원을 했고, 제 인생 첫 직장을 만나게 됐어요. 1년 정도 일을 하다가 남편이 갑자기 뉴욕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저도 따라왔는데, 감사하게도 이곳에서 다시 일을 하게 됐어요. 그때가 2016년 6월이었으니까 이제 2년 반 정도 되었네요.

세계 5대 도서관, 미국을 대표하는 도서관…. 따라붙는 수어가 화려해요. 뉴욕공공도서관은 어떤 곳인가요?

뉴욕공공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은 뉴욕의 5개 자치구 중 맨해튼, 스태튼 아일랜드, 브롱스 세 구역을 하나로 통합한, 미국에서 가장 큰 공공도서관 시스템을 가진 곳이에요. 제가 일하고 있는 53rd Street Library는 뉴욕공공도서관의 92개 분관 중 하나인데, 패션의 거리로 유명한 5번가와 6번가 사이,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아실 만한 뉴욕현대미술관MoMA 맞은편에 위치해 있어요. 

보통 도서관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책들로만 가득한 서가와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리시겠지만 이곳은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요. 물론 책이 가장 중요하지만 저희 도서관은 사람들이 매일 놀러 오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공간을 제공하는 거죠. 엄마 아빠와 책을 읽으며 즐겁게 노는 공간,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가져와 식사를 하는 공간, 영화를 보고 뮤지컬과 오페라를 듣는 공간…. 바쁜 일상의 휴식처가 되고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는 일종의 커뮤니티 서포트 구실을 하는 곳이에요. 도서관 생김새도 지루하지 않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창의적인 모습이에요. 지하에 위치해 있지만 3개 층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 이어져 있어서 답답하거나 좁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리고 입구 전체가 통유리라서 사람들이 호기심에라도 들어와 보고 싶어 하죠. 가끔씩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디자인스토어인 줄 알고 들어왔다가 구경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가장 일상적인 업무는 무엇인가요?

매일같이 하는 일은 도서 정리, 디스플레이와 기본적인 참고봉사업무Reference Service예요. 참고봉사업무는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직접 찾아주거나 이용자가 스스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참고정보원을 알려주는 일이에요. 컴퓨터와 전자기기 사용 방법,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제공해요. 그리고 매주 한 번씩 아트 프로그램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분기별로는 한국 도서를 주문하는 일도 하고요. 정말 신나고 기쁜 일이지만 혼자 이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도서를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요즘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이것저것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어요. 우리나라여서 가 아니라 한국의 음악, 영화, 패션을 비롯한 문화적인 면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 분들을 초대해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거나 한국의 감성과 문화를 알려줄 수 있는 아이템들을 준비하고 있죠. 예전에 제가 한국 작가님을 모시고 진행한 프로그램이 《뉴욕타임스》에 실려서 하루 종일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심지어는 자리가 모자라 이용자들을 돌려보내야 한 적도 있어요. 부채춤 공연을 기획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순간도 있었고요. 그럴 때마다 가슴이 뭉클한 게, 외국에 나오면 왜 애국자가 되는지 알겠더라고요. 지금은 예쁜 동화책을 만드는 한국 작가님을 모셔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따로 있나요?

뉴욕공공도서관 거의 모든 분관에 어린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저희 도서관도 제일 아래층에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소인 Children’s Room이 있어요. 알록달록한 가구들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 다양한 장난감이 가득해 저희 도서관에서 단연 손꼽히는 공간이에요. 프로그램이 없을 때는 아이들이 책을 보거나 퍼즐을 맞추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요. 저희 도서관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도서관 문을 열기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엄청나요. 스토리타임이나 과학실험 프로그램, 코딩 프로그램 등 카테고리가 다양해서 많은 아이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것 같아요.

한국의 도서관에 아쉬운 점은 없나요?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물론 훌륭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도서관이 문화공간의 역할을 더 확대하고, 교육 격차 해소 이슈에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공교육 못지않게 도서관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외된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을 심어주는 도서관이 더 많이 필요해요. 그리고 사서에 대한 처우도 개선되었으면 좋겠고요.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서관에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책이 많이 없다며 불평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물론 그 부분도 공감해요. 저도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보지만 아직 종이책이 정서적으로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책의 형태가 바뀌고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의지해 생활하듯이 도서관도 적절하게 바뀌어가는 게 아닐까요? 책을 보관하는 장소를 줄이고 사람들이 만나 소통하고 어울리는 장소를 늘리는 것이 도서관이 나아갈 하나의 방향 같아요. 그런 모습에 걸맞게 사서들도 계속 배우고 변해야겠죠. 

초롱 씨에게 이 직업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 일을 하면서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도서관 사서가 반복된 작업만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일을 하고 있거든요. 저는 사서로서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꿈을 꾸잖아요. 저 역시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드리머Dreamer니까요!

도서관과 이용자가 함께 성장하는 꿈

신선주
광진정보도서관 사서 총괄

18년째 공공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베테랑 사서. 현장에서 치열하게 배운 도서관 철학을 실천하며 도서관, 이용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어떻게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평소에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며 살았기 때문에 사서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전공을 선택하게 됐어요. 지금은 이 직업과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애정과 자부심이 넘치죠.

실질적인 사서 업무가 궁금해요.

저희 도서관의 사서는 크게 자료실 서비스 파트와 프로그램 기획 파트로 나누어 일해요. 서비스 파트의 사서는 어린이자료실, 연속간행물실, 멀티미디어실 같은 자료실에 근무하면서 자료 대출과 반납 서비스, 신착 자료 추천, 각종 도서에 대한 정보 제공과 참고봉사를 통해 이용자와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를 매일 수행해요. 프로그램 기획 파트의 사서는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와 프로그램 기획, 운영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해요. 지속적으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죠.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은 도서관 내부에서뿐 아니라 도서관 서비스가 필요한 취약계층, 지역 내 학교나 기관과 연계해 운영하기도 해요.

그중 가장 특별한 업무가 뭔가요?

저희 도서관의 모든 사서는 공통으로 2개 반의 독서 동아리를 운영해요. 사서가 독서교육자와 독서리더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거죠. 광진구립 4개 도서관의 사서들이 운영하는 생애주기별 독서회는 벌써 50여 개에 달하고, 관내 독서 동아리를 활성화하는 사업을 통해 외부 독서 동아리를 네트워킹하는 역할도 사서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어요. 사서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노력을 한 끝에 이뤄낸 성과죠.

사서를 처음 시작한 18년 전과 현재 사서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사회가 급변하면서 도서관 사서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죠. 18년 전, 전통적인 도서관 사서의 역할이 도서에 대한 정보 제공, 자료 조직, 이용자 서비스와 참고봉사에 그쳤다면, 현재의 사서들은 앞서 말한 기본적인 업무에 더해 독서전문가, 커뮤니케이터, 북 큐레이터, 마을 활동가로서의 역할까지 점점 업무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예요.

어린이를 대하는 사서가 꼭 명심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어린이도서관 사서의 서비스는 대상이 일반과 달라서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 자세는 도서관을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도서관과 책에 대한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돕는 거죠. 이건 부모님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보통의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오지 않고 책만 빌려 가시는 경우가 많아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단 한 권이라도 아이들 스스로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읽는 경험이 아닐까요? 사서도, 부모님들도 이런 점을 늘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이 계기가 아이를 평생 책 읽는 사람으로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공공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요?

공공도서관은 공공재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교육·문화 시설이에요. 서구사회에 경제 대공황이 닥쳤을 때도 도서관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또 민주 시민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어요. 지금의 공공도서관은 교육·문화 시설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을 통해 할 수 있는 기존의 영역들을 파괴해가며 새로운 역할을 정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해요. 사서 역시 바뀌어야겠죠. 도서관 자료가 모든 주제와 연결되듯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는 모든 주제의 사회현상을 들여다보고 이용자와 도서관을 연결하고,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앞서 개발하면서 전문성을 더욱더 견고하게 다져가야 해요.

광진정보도서관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나요?

랑가나단의 ‘도서관학 5법칙’ 중에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라는 부분이 있어요. 도서관을 단지 건물로만 보지 않고 그 안의 콘텐츠를 활용하면서 하나의 생명이 있는 유기체로 본다는 거죠. 광진정보도서관의 운영 철학과도 상통하는 부분이에요. 저희 도서관에서는 2013년 화단으로 사용하던 옥상을 텃밭으로 만들어 지역 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을 창출했어요. 스스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전문가와 함께하는 실습과 이론의 장을 구성하고, 도서관 자료와 연결시켜 도서관 옥상을 ‘살아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었죠. 도서관은 주말에도 문을 여는 곳이고, 주민들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니까 먼저 애정을 갖고 찾아오실 수 있었으면 했어요. 지역 주민의 유대 강화와 더불어 삶의 패턴을 바꾼 거죠. 일본에서 우리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옥상 공간을 활용한 도시농업학교를 도서관 서비스 혁신 우수사례로 벤치마킹하기도 했어요.

앞으로 사서로서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지난 20여 년간 현장에서 맨몸으로 부딪치며 생긴 도서관 철학이 있다면 ‘도서관은 이용자의 삶 속에 존재해야 한다’는 거예요. 사서, 이용자, 도서관이 함께 성장해나가는 꿈을 꿔요. 가끔 누군가에게 ‘사서 선생님이 있어서 감사해요’, ‘도서관이 있어서 행복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 기쁨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도 즐겁게 땀 흘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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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일러스트레이터 윤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