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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흩날리는 순간의 아름다움은
짧지만 우아하다.
매화가 피어난 가지는
고요한 우아함을 지닌 기둥이 되어
봄의 도래를 속삭인다.
여름 나무 아래,
잎사귀 사이로 춤추는 햇빛은
짧은 서늘함을 만들어낸다.
장마철,
부드러운 비 속에서 수국이 반짝인다.
금목서는 옅은 가을빛 속으로
부드럽게 사라지며
계절의 깊어짐을 전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섬세한 싸리꽃이
가을의 도래를 알린다.
성스러운 밤,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고요히 서 있는 트리가
순수하고도 영원한 기도를 떠오르게 한다.
신비한 세계로 변호한 은빛 겨울 아침.
부드러운 햇살에 눈 덮인 풍경이 반짝인다.
후지와라 유키-화과자 아티스트
만나서 반가워요. 과자의 아름다움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안녕하세요. 본업은 그래픽 디자이너인 화과자 아티스트 후지와라 유키입니다. 어릴 적부터 일본 전통 과자의 세계에 매료되었어요.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화과자를 바라보면서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융합한 작품을 만듭니다. 바쁜 업무와 육아 중에도 틈틈이 작품을 빚어요. 일상의 아름다운 풍경, 단어, 순간을 간직하는 저만의 방법이죠. 가게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종종 다양한 브랜드와 협력해 그들의 고유한 가치를 담은 화과자를 제작해요. 이런 프로젝트는 화과자가 여러 개념과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게 해줘요.
한국의 독자들에게 화과자를 소개해주세요.
일본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특별한 전통 과자예요. 팥소, 쌀가루, 한천 같은 천연 재료로 만들고, 하나하나 손으로 정교하게 빚어내죠. 계절의 변화를 반영한 섬세한 디자인과 색감으로 잘 알려져 있고, 시각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맛과 향으로 감각을 사로잡습니다. 그중에서도 ‘죠나마가시上生菓子’라고 불리는 고급 과자는 작품마다 시적인 이름을 붙여서 이야기를 담아내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계의 경관을 담은 작은 캔버스라고 생각해요. 먹을 수 있는 예술인 셈이죠.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다고 했죠. 과자는 어떻게 빚게 된 거예요?
어릴 적 다도를 가르쳐주신 할머니 덕분에 화과자는 익숙한 존재였어요. 디자이너로 치열하게 일하던 20 대 후반, 회사에서 직원들이 각자의 관심사를 탐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요. 그때 저는 뭘 할까 하다가, 세 가지 기준을 두고 고민했어요. 나의 독특한 성장 배경을 강점으로 승화하기, 디지털 작업이 아닌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만들기, 100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작업에 몰두하기. 결론은 화과자였죠.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 예술성을 잘 몰랐는데요. 전통이라는 제약 속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과정은 디자이너의 일과 놀랍도록 닮았더라고요.
유키의 작품은 자연물의 몰랐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줘요.
일상 속 작은 경이로움에서 영감을 얻어요. 물결치는 바람이 수면을 스치는 모습, 폭풍 후 잎사귀에 맺힌 반짝이는 물방울이 맺힌 모습, 황혼의 색조가 끊임없이 변하는 장면처럼 지나치기 쉬운 짧은 순간이 저를 움직이게 해요. 이런 순간들을 보존하고 싶은 열망이 작업 을 시작하게 하죠. 자연물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태도는 창작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데요. 화과자는 자연물의 미묘한 인상을 구체적인 형태로 바꾸어서,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도구예요. 저는 전통적인 장인이 되는 훈련을 받지 않았고, 디자이너로서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해요. 이 자유로움 덕분에 계절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지향점 같은 추상적인 개념도 과자로 만들어낼 수 있죠.
작은 조각에 찰나의 자연이 담겼네요. 화과자는 어떤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화과자는 감각의 모든 영역을 아울러요. 맛, 향, 촉감, 시각, 심지어는 소리까지도요. 작품에 붙여진 시적인 이름이 들리면 계절의 이미지가 떠오르니까요. 예를 들어 ‘하나이카다花筏(꽃의 뗏목)’라는 이름은 강물 위에 흩날린 벚꽃이 마치 뗏목이 떠다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어요. 이름은 과자에 숨은 이야기와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되죠.
음식은 계절마다 다른 맛을 선물하죠. 좋아하는 제철 요리를 듣고 싶어요.
봄에는 부드러운 햇살이 가득하고 생명이 움터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희망과 새로움의 기운이 가득하죠. 긴 겨울이 끝나면, 사람도 자연도 시작의 에너지로 충만해져요. 저는 봄의 화과자, ‘사쿠라 모치桜餅 ’ 를 좋아하는데요. 벚꽃의 정수를 완벽히 담아낸 과자예요. 일본 시인 아리와라노 나리히라가 “벚꽃이 없다면 봄의 매력이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듯, 저도 짧은 개화에 항상 매료되곤 하죠. 요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예가와 협업해 봄 과자 컬렉션을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도 화과자를 만들며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여정을 이어갈게요.
에디터 차의진
자료 제공 후지와라 유키Fujiwara Yu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