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밖에서 읽는 요리책

604, 푼크툼, 또또

흔히 요리책은 정갈한 사진으로 조리 과정을 하나하나 알려준다. 하지만 어떤 책들은 이상하게도 다른 목적에 관심이 있는 듯하다. 오브제로 쓰이거나 예술성을 성취하기 위해서, 혹은 책을 넘어 또 다른 프로젝트로 확장되기 위해서 만들어진 듯한 모습이다. 부엌 안보다는 밖에서 감상하면 좋을, 아트북에 가까운 요리책 네 권을 소개한다.

《나의 샐러드: Salad for Me》

어반북스

Concept

여덟 가지 샐러드 레시피를 에세이, 드로잉과 함께 수록한 푸드 드로잉 북.

Reader

책을 오브제로 활용하거나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일상 공간을 꾸미고 싶은 사람.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가장 편하고 쉽게 즐겨 먹는 음식이 있다면, 바로 샐러드일 것이다. 친근한 샐러드를 주제로, 출판사 어반북스의 콘텐츠 레이블 ‘아틀리에 드 에디토’는 푸드 드로잉 북을 펴냈다. 세세하게 요리법을 수록한 다른 쿡북과 달리, 책과 영화, 음악에서 발견한 여덟 가지 샐러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수록한 것. 아틀리에 드 에디토에게 책은 읽기만 하는 종이 뭉치가 아니라, 일상 공간을 밝히는 일종의 오브제다. 따라서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를 중심으로 책을 만드는데, 《나의 샐러드》에는 아티스트 사키가 그린 감각적이고 위트 있는 일러스트도 함께 실렸다. 이 책은 내지 절취선을 따라 일러스트를 한 장씩 뜯어서 포스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아무리 멋지고 좋은 책도 시간이 흐르면 책장 구석에 자리 잡게 된다는 점을 아쉽게 여긴 결과란다. 산뜻한 색감의 작품으로 일상도 꾸미고, 레시피를 따라 나만을 위한 샐러드를 만들어 보는 일석이조 재미가 있는 요리책.

《ANJU & BANJU》

Poets & Punks

Concept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 안주 레시피와 그에 어울리는 내추럴 와인을 페어링한 요리책.

Reader

반주를 좋아하거나 색다른 술상을 맛보고 싶은 사람

‘안주와 반주’는 오선희 대표가 이끄는 런던의 독립 출판사 ‘포엣츠앤펑크스Poets & Punks’가 한국식 안주 메뉴를 다룬 책이다. 레시피는 압구정 퓨전 한식 레스토랑 ‘수퍼판’의 우정욱 셰프가 개발했다. ‘잣 겨자 소스를 곁들인 차가운 해산물 샐러드’, ‘불고기 크럼블과 매시트포테이토’처럼 양식을 결합한 특별한 한식을 만날 수 있다. 각 요리에는 궁합이 좋은 내추럴 와인을 추천한다. 내추럴 와인은 양조 과정에서 첨가물을 거의 넣지 않고 생산한 것으로, 일반 와인보다 산미가 강해서 한식처럼 맛이 기름지지 않고 신선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퓨전 한식이라도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 위주로 소개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익숙하지만 신선한 요리에, 내추럴 와인까지 곁들이며 조화를 음미해 볼 수 있으니 반주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신나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Recipe

잣 겨자 소스를 곁들인
차가운 해산물 샐러드

“차가운 해산물 샐러드(해물 냉채)는 조선 왕실에서 즐겨 먹던 애피타이저 중 하나입니다. 쌉쌀하고 달콤한 드레싱이 미각을 자극할 거예요.”

재료

소고기 뒤사태 200그램, 새우 5마리, 전복 2마리(선택), 가리비 2마리, 배 4분의 1조각. 소스: 잣 2분의 1컵, 연겨자 2분의 1스푼, 설탕 1스푼, 꿀 1스푼, 식초 1스푼, 소금 2분의 1스푼

만드는 법

1. 소고기 뒤사태를 50분간 삶아 얇게 썬다.

2. 새우, 전복, 가리비를 3-4분간 삶는다.

3. 끓인 해산물을 차가운 물에 담가 식힌 뒤 물기를 제거한 다음에 고기처럼 얇게 썬다.

4. 소스 재료를 모두 믹서에 넣고 곱게 갈아준다.

5. 고기, 새우, 전복, 가리비 순서로 차곡차곡 쌓아 접시에 예쁘게 담아 완성한다.

와인 페어링
라 그랑주 드 롱클 샤를 페티앙 나튀렐
La Grande de L’oncle Charles Petillant Naturel

“처음엔 신선한 맛이 느껴지다가, 이어서 독특하지만 매력적인 씁쓰레함과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며 다가와요. 이 펫낫은 독특하고 개성 있는 탄산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강렬한 머스터드 드레싱과의 페어링에서만 진가를 발휘합니다.”

《베지 컬러스 3호: GREEN》

엠디랩프레스

Concept

한 가지 색을 테마로 식재료를 선정해 요리법을 소개하는 비건 일러스트 레시피북 시리즈.

Reader

다채로운 비건 레시피를 시도해 보고 싶은 사람.

‘베지 컬러스’ 시리즈는 같은 색을 지닌 식재료를 모아 활용법을 알려주는 독특한 형식의 요리책이다. 예를 들어 그린Green 편에서는 시금치, 올리브, 대파 등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소개했는데, 1호 레드 편을 시작으로 5호 브라운까지 꾸준히 선보여왔다. 한 가지 색을 테마로 선정한 이유는 다른 레시피북과의 차별점을 두면서도 일러스트까지 돋보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은 비건 지향 레시피로, 먹는 행위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읽을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아지길 바랐던 결과라고. 비건, 락토, 페스코 베지테리언 등 비거니즘을 여섯 타입으로 구분하고, 각 유형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목차에 표기해 두었다. 모든 이미지는 실물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 정확한 레시피를 따라 해도 만드는 사람마다 결과가 다르기에, 요리 과정을 완전히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빈틈과 여지가 있는 일러스트를 사용했다. 디자인 스튜디오와 레스토랑, 출판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탄생한 책이기에 베지 컬러스의 연장선으로 팝업 레스토랑을 열거나, 굿즈를 선보이기도 한다.

Recipe

대파 페스토

“쌉싸름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자랑하는 대파 페스토는 양식은 물론, 한식이나 디저트 등 어디에든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소스랍니다.”

재료

구운 아몬드 100그램, 깻잎 10그램, 다진 마늘 1스푼, 레몬 1개, 대파 파란 부분 150그램, 소금 약간, 후추 약간, 올리브오일.

만드는 법

1. 깨끗이 씻은 레몬을 강판에 갈아 제스트를 낸다. 남은 레몬은 반으로 갈라 반 개분의 즙을 짜낸다.

2. 블렌더에 아몬드를 넣고 10-15초간 갈아준 뒤 잘게 찢은 깻잎, 다진 마늘, 레몬 제스트, 레몬즙, 후추 4분의 1 티스푼을 더한다.

3. 대파의 파란 부분을 직화로 30초간 골고루 익히고, 굵게 채 썰어 블렌더에 넣고 간다.

4. 소금 한 꼬집을 더해 재료가 꾸덕하게 혼합될 때까지 올리브오일을 넣으며 갈아주면 완성이다.

《Apartamento Cookbook #7: Late-Night Meals》

Apartamento

Concept

전 세계 셰프와 음식 애호가의 열 여섯 가지 야식 레시피를 일러스트와 함께 담은 요리책.

Reader

한 접시에 담긴 요리사의 뒷이야기와 생소한 요리법이 궁금한 사람.

생활 인테리어 매거진으로 유명한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는 1년에 한 번 ‘아파르타멘토 쿡북’이라는 이름으로 요리책 시리즈를 발행한다. 2024년 기준으로 벌써 아홉 번째 책을 출간했다. 매호 주제는 달라지는데 쌀, 허브와 향신료, 달걀처럼 한 가지 재료에 집중하거나 샐러드, 샌드위치, 수프, 케이크와 디저트처럼 특정 음식을 다루기도 한다. 2022년 발행된 일곱 번째 쿡북의 주제는 ‘야식’. 소개 글이 인상적이다. “긴 교대 근무를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하거나,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왔을 때, 저녁 식사 후 배가 고프거나 흐릿한 눈으로 부엌을 뒤질 때 이 책이 필요하다.” 세계 곳곳의 감각적인 집을 조명하는 아파르타멘토답게 전 세계 요리사와 미식가의 레시피를 수록했다. 잠을 부르는 고등어 샐러드부터 숙취를 방지하는 양파 수프까지 주제에 걸맞은 매력적인 요리가 가득하다. 매년 함께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달라지는 것도 재미. 이번 호는 프랑스 아티스트 브누아 프랑수아Benoît François가 작업했다.

Recipe

스페인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의 아이올리 간식

“10대 후반, 엄마 집에 살던 시절 밤에 출출할 때면 아이올리를 만들어 먹곤 했어요. 아이올리는 흔히 디핑소스로 활용하지만, 저는 갓 구운 빵과 함께 먹는 걸 좋아해요.”

재료

달걀 1개, 껍질 깐 마늘 1쪽(더 강렬한 맛을 원하면 2쪽), 해바라기유 300밀리리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00밀리리터, 식초 약간,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달걀을 깨서 계량컵에 넣은 뒤 나머지 재료도 모두 넣는다.

2. 핸드 블렌더를 사용해 천천히(중요) 블렌더가 컵 바닥에 닿은 상태로 섞는다.

3. 재료가 유화되기 시작하면 블렌더를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며 원하는 농도가 될 때까지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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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차의진

자료 제공 어반북스, 포엣츠앤펑크스, 엠디랩프레스, 아파르타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