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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마감 기한이 지났건만 써야 할 글은 아직 산더미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책상에 겨우 앉았는데, 어라… 스르르 잠이 온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여긴 어디야? 내 앞에 앉은 세 명은 누군데? 가만 보니 사람이 아니다. 설마… 밥, 면, 빵? 누가 최고의 주식인지를 토론할 테니, 나한테 사회자가 되어달란다.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이람.
1. 토론 시작
2. 입론
3. 밥의 반론
4. 면의 반론
차 모두 진정하세요. 다음으로 면, 반박할 것이 있나요?
면 빵은 다양한 식재료와 어울린다고 했는데요. 사실 변주에 있어서는 면도 뒤지지 않습니다. 파스타 종류는 차고 넘치죠. 토마토, 바질, 크림, 봉골레…. 면을 데쳐 집에 있는 재료를 넣으면 근사한 한 끼가 완성되지 않습니까? 사실 빵은 변주가 한정적이죠. 빵과 초장을 비벼 먹을 수 있습니까? 간장은 어떻고요? 오, 갑자기 속이 안 좋아지는 것 같군요. 면은 여러 국에 퐁당퐁당 넣어 먹어도 기가 막힙니다.
밥 발언한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면을 밥으로 대체해도 사실 무리는 없습니다. 밥도 리소토로 만들면 얼마나 다양해지는데요. 면과 빵 모두 밥보다는 다채로울 수 없습니다.
빵 세상에 얼마나 많은 빵이 있는지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밥은 쌀알 모양을 바꿀 수 있습니까? 빵 모양은 얼마나 다양합니까. 허, 참.
면 면도 그렇습니다! 짧은 면부터 긴 면까지 얼마나 다양한데요!
5. 빵의 반론
차 토론 분위기가 점점 고조하는데요. 마지막으로 빵의 반박도 기대하겠습니다.
빵 즐거울 때는 면이 늘 함께였다는 발언에 반박하고 싶습니다. 여성분들은 그런 말도 하지요. ‘밥 배 있고 디저트 배 따로 있다.’ 밥을 먹어도 디저트는 꼭 놓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찾은 디저트는 일상에 특별함을 더해줍니다. 예쁜 카페에서 만난 빵과 폭신한 케이크가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데요. 그래서 특별한 날엔 면보다 빵을 찾게 되는 거죠.
면 아무리 특별한 날이라도 케이크를 밥으로 먹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주식의 뜻이 뭡니까? “끼니에 주로 먹는 음식”을 주식이라고 합니다.
밥 두 분 다 특별함만 강조하고 계시는데, 우리의 보통날에 더 깊이 스며든 주식은 밥입니다. “다음에 만나면 밥이나 먹자.”라고 하지, “다음에 만나면 면 먹자, 빵 먹자.”고 합니까?
면 그만큼 밥은 흔하고 뻔하다는 소리지요!
밥 뻔하다니요? 사람들이 나누는 다정한 인사를 모욕하는 발언입니다!
차 자자, 반론은 이만하면 됐군요. 이제 토론을 마무리하죠. 아까 책 바깥에 있는 배심원들이 판단해 줄 거라고 했죠? 저를 그만 보내 주세요.
빵 좋아요, 마감하러 가도 좋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이제 팻말을 들어 주세요. 밥, 면, 빵. 누가 최고의 주식입니까?
글 차의진
일러스트 심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