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바람처럼

최진영 — 소설가

비가 조금 내린 뒤, 여전히 하늘은 흐렸다. 잔잔한 호수와 푸른 나무. 해사한 벽화와 작은 동물들. 우린 조용한 공원을 걸었다. 까치 한 마리가 그의 뒤를 따른다. 벤치에 앉은 그의 주변을 총총. 새는 직감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을 알아보나. 언제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사람. 불행해도 함께하자고 말하는 사람. 글의 끝마다 사랑을 놓지 않는 사람. 오늘 최진영 작가를 만났다.

이제 곧 쓸 소설은 어떤 이야기일까요? 

언제나 지금 나 자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지금은 고민 중이에요. 다음 소설은 AI와 함께 써볼지 생각만 하는데 정말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요즘 창작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좀 더 근원적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창작자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데 지금 제가 내린 결론은 사람들은 창작자에게 어느 정도의 고통을 원한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작가가 많이 힘들어하며 쓴 작품에서 진정성을 느낀다는 점에서 마냥 부정적이기만 한 고통은 아니죠. 저 역시 독자로서 그런 생각을 품고 있기도 해요. 어쩌면 독자들이 작가에게 원하는 건, 재미있는 이야기만은 아니에요. 완결성 있는 스토리도 아니고요. 가장 중요한 건 작품에 깃든 작가의 진정성인데, 사실 이건 증명할 수 없잖아요. 수치화할 수도 없고요. 작가가 이 이야기를 쓰면서 얼마나 어떻게 고통스러웠는지는 그냥 독자가 느끼는 거죠. 그 정서를 여실히 느낀 독자는 작가에게 고마워하고 그 소설을 좋아하게 되는 거겠죠. 

 

이런 관점에서 작가 최진영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책 속의 진정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그렇고요. 

그 점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죠. 책을 열면 그 세계 속으로 도망갈 수 있는데, 거기에는 슬픔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고독도 있고 이별도 있죠. 마침내 나의 슬픔과 조용히 마주할 수 있어요. 우리 모두에게 있는 마음인데 남에게 말할 수 없고 쉽게 들을 수 없는 걸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 우리에겐 글이 필요한 거겠죠.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 지면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그래 너는 쓸 거야. 꼭 쓸 거야.”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어요. 그래서 이 문장을 남겨 두고 싶네요. 

 

반드시, 꼭 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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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임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