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uration | 몸이 건네는 말

연희동 김작가 부부의 결혼기념일, 집 앞에 커다란 박스가 두 개 도착했다. 발신자는 아들. 설레는 마음으로 풀어보니 검은색 자전거 두 대가 다소곳이 담겨 있다. 언덕배기에 있는 집에 수월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마음 쓴 전기 자전거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부부는 선물 받은 그날부터 한강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연희동에서 잠수교까지, 잠수교 너머 반포대교까지. 봄이 오면 양평에도 가고, 강아지 또찌와 함께 제주 해안도로도 질주하겠다는 부부. 금혼식엔 자전거 전국 일주를 계획하고 있다는데….

연희동 김작가 한승재 엄마
한병기 한승재 아빠
한승재 푸하하하 프렌즈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집이 참 포근해요. 구석구석 멋진 소품이 참 많네요.

연희동 김작가: 우선 타르트부터 하나 먹어 봐요(웃음). 손님 오신대서 굽는 시각에 맞춰서 사 왔어.

병기: 근데 이렇게 앉아도 되나?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가까이 앉아야지.

연희동 김작가: 왜, 병기 씨가 말 제일 많이 하면 되지. 아니, 한승재가 말 제일 많이 할 것 같은데? 네가 여기 앉아.

승재: 그냥 아무 데나 앉아도 될 것 같은데….

연희동 김작가: 그래? 근데 나 루즈도 안 발랐는데.

 

바르고 오셔도 돼요(웃음).

승재: 안 바른 게 나은 것 같은데?

연희동 김작가: 아니야! 한승재, 넌 머리가 왜 그러니?

승재: 아니, 엄마, 입술 안 바른 게 더 좋다니깐.

연희동 김작가: 아무리 장발이어도 그렇지, 좀 멋있게 풀어 봐.

병기: ….

 

가족을 만나니 분위기가 편안하네요(웃음). 소개부터 할까요?

연희동 김작가: 나는 꽃 좋아하고, 강아지 좋아하고요. 또 두아이 엄마이고 브런치에 ‘연희동 김작가’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도 하고 있어요.

 

브런치 정말 재밌던데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연희동 김작가: 그렇죠(웃음)? 아유, 이럴 땐 ‘그래요?’ 해야하는데 제가 이래요(웃음).

승재: …저는 한승재고요. 건축가고요. 글도 쓰고 있고요. 얼마 전까진 이 집에 함께 살았어요.

 

언제 출가하셨어요?

승재: 3년 전쯤이요. 얹혀사는 게 언제부턴가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부모님이 눈치를 주신 건 아닌데 손님이 오시거나하면 신경이 쓰였어요.

연희동 김작가: 그래서 나갔어? 몰랐네.

병기: 저는 한승재 아빠입니다. 이름은 한병기고요. 교사로 오래 일하다가 지금은 손녀 매니저로 지내고 있어요(웃음).

 

아들이 독립한다고 할 때 서운하진 않으셨어요?

연희동 김작가: 지금도 자주 왕래하고 있어서 특별히 그렇지는 않아요. 승재가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부르면 곧 잘 오거든요. 회사랑 이사한 집 사이에 이 집이 있어서 퇴근길에도 종종 들르고요. 사실 처음 독립한다고 할 땐 많이 서운했죠. 이젠 정말 이 집에 우리 둘과 나이 든 강아지들만 남겠구나 싶어서요. 이 집엔 강아지 ‘또찌’랑 ‘세찌’가 있는데, 세찌는 재작년에 열일곱 나이로 죽었어요. 지금은 또찌가 딱 그 나이죠. 신기한 게, 저희 집에 들어오면 그게 뭐든 잘 살아요. 그래서 오래된 물건이 참 많아요. 마당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도 36년이나 된 거예요. 한승재가 다섯 살일 때 만들어준 트리거든요(웃음). 에어컨도 25년이 넘었고…. 

 

오늘은 세 분이 즐겨 타는 자전거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처음 두발자전거 탄 날 기억하세요?

병기: 엄청 오래됐죠. 저는 어디서 배웠는지 기억도 안 나요. 어릴 때 탔던 기억만 어렴풋이….

연희동 김작가: 저는 기억나요. 저는 오빠가 넷이거든요. 오빠들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같이 노는 게 일상이었는데, 중학생 때 두발자전거를 처음 타보게 됐어요. 중학생이면 한창 사춘기일 때잖아요. 제가 오빠 친구 중 한 명을 좋아했는데 그 오빠가 두발자전거 타는 걸 도와줬어요. 뒤에서 밀어주고, 잡아주고…. 좋아하는 사람이 가르쳐 주니까 더 열심히 탔죠. 근데 운동장을 한 바퀴 뺑 도는데 그 오빠가 시야에 보이는 거예요. 저는 제 자전거를 그 오빠가 잡아주고 있다고 믿고 페달을 밟은 건데! 두발자전거 타는 데 성공한 걸 보고 손뼉 치면서 좋아하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나요(웃음).

승재: 저는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가 있었어요. 앞에 ‘람보’라고 쓰여 있는 자전거였는데, 언젠가부터 보조 바퀴가 덜렁거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이거 없이도 타겠는데?’ 싶은 마음에 떼고 타기 시작했어요.

연희동 김작가: 옛날엔 다들 짐 자전거를 타고 다닌 거여서 타다가 다치는 일도 많았어요. 한번은 저도 자전거 때문에 놀란 적이 있는데요. 젊을 땐 자전거를 탈 일이 없었는데 병기 씨가 교직 생활할 때 재미 삼아 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다시 타보게 됐어요. 오랜만에 타는 거니까 타고 쓰러지고 타고 쓰러지고를 반복했죠. 근데 집에 돌아오니까 양쪽 다리가 이상한 거예요. 온통 까만 멍이 들어 있었어요. 깜짝 놀라서 알아보니까 그 당시 제가 먹던 고혈압 약에 아스피린이 들어가 있어서 지혈이 잘 안 됐던 거래요. 혈관이 조금씩 터져서 완전히 까맣게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아스피린을 끊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어요.

놀라셨겠어요. 오랜만에 타는 건데도 균형이 잘 잡히던가요?

연희동 김작가: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자전거를 탈 땐 딱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밸런스’.

병기: 개인차는 있겠지만 저는 가장 중요한 게 운동신경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들어서 자전거를 배우려고 하면 어릴 때보다 감각이 둔해지니까 타기가 어렵거든요. 나이가 들면 몸이 뜻대로 컨트롤이 잘 안 되니까요. 자전거는 반복이에요.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넓은 데서 누군가 잡아주고 밀어주는 수밖에 없죠. 시행착오를 얼마만큼 겪었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도 달라질 것 같아요.

 

바르셀로나에서 자전거로 여행했단 이야기도 들었어요.

연희동 김작가: 저희 부부는 여행을 좋아해요. 해외여행을 가면 자전거를 곧잘 빌리곤 했죠. 여행 가서 처음 자전거를 빌린 경험은 일본에서였는데요. 새벽에 산책을 하려는데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주더라고요. 그때 여행지에서 자전거타는 게 엄청 즐겁다는 걸 알았어요. 바르셀로나의 자전거여행은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40일 동안 바르셀로나를 여행하기로 하고 자동차를 예약했는데, 병기 씨가 실물 면허증을 놓고 복사본만 가지고 간 거예요. 결국 자동차를 빌리지 못해서 계획이 좀 틀어졌는데, 마침 저희가 지내던 에어비앤비 맞은편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었거든요. 거기서 자전거를 빌려서는 아침마다 바구니에 커피랑 빵을 싣고 구엘 공원에 갔어요. 커피잔까지 챙겨 가서는 매일 거기서 아침을 먹었죠. 바르셀로나는 자전거 길이 정말 잘돼 있어요. 차도, 인도, 자전거 길이 따로 있는 건 물론이고 자전거 신호등까지 따로 있거든요.

 

그런 문화라면 사고 위험도 확실히 적을 것 같아요.

연희동 김작가: 아유, 안 그래도 제가 한국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다친 적이 있어요. 지금 자전거 이전에 7년 동안 운동 겸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던 빨간 자전거가 있었거든요. 그걸 타다가 보행 신호가 갑자기 바뀌어서 급정거하게 됐는데, 자전거에서 내리면서 다리가 걸린 거예요. 우당탕탕 하면서 넘어지고, 길에 있던 사람들이 다 놀랐어요. 지나가던 학생이 저보다 더 놀라서 달려와선 부축해 주었어요. 엄청 심하게 다쳤죠.

병기: 발부터 닿아야 했는데 무릎부터 닿아서….

연희동 김작가: 나이가 있으니까 다치는 순간 내 인생은 끝났구나 싶었어요. 그때 계획된 일들이 막 떠오르는 거예요. 친구도 온다고 했고, 교회도 가야 하고, 탁구랑 밸리댄스도 배우던 시기인데 올스톱해야 했죠. 다리가 퉁퉁 부은 채로 병원에 갔는데 엑스레이, 엠알아이 결과가 다 괜찮다는 거예요. 천만다행이었지만 석 달 동안 침만 맞았어요. 그 뒤로 빨간 자전거는 보관만 하고 쭉 못 타고 지냈는데, 올해 결혼기념일에 맞춰서 자전거 두 대가 배달되었어요.

 

누가 보낸 거였나요?

연희동 김작가: 한승재가요(웃음). 언덕도 있고 위험하니까 전기 자전거를 보내줬더라고요.

 

어머님이 자전거를 타다 다치셨는데 아들로서 다시 자전거를 타시는 게 걱정되진 않았어요?

승재: 자전거는 나이가 훨씬 많은 분도 타시잖아요. 연희동 김작가는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두 분에겐 자전거가 곧 운동인데 계속 못 타고 계시니까… 한번 사봤어요.

전기 자전거 중에서도 어떤 점을 특히 눈여겨봤어요?

승재: 전기 자전거 종류가 생각만큼 많지 않아요.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탈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어서 일단은 자전거 전용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걸로 골랐어요. 그리고 디자인이 예쁜 걸 선택했죠.

연희동 김작가: 받자마자 이름도 붙여줬어요. ‘샤넬’(웃음). 이름을 불러주면 진짜 우리 식구처럼 정이 가요. 자전거를 딱 보는 순간 ‘얘는 최고다!’ 싶었어요. 남들이 명품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처럼 저에게 로망인 자전거였죠.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연희동 김작가: 예뻐요. 제 체형에도 잘 맞고요.

병기: 연희동 김작가 자전거는 바퀴가 좀 작고 곡선미가 있어요. 제 자전거는 완전한 직선이고요.

연희동 김작가: 처음엔 둘이 같은 걸로 할까 싶었는데 제 자전거가 좀더 여리여리해요. 승재가 사진을 여러 개 보내줬는데, 거기서 마음에 드는 걸로 각자 선택한 거죠.

 

사진까지 보내다니, 세심한 아들이군요!

승재: 아니에요. 처음에 제 취향대로 골라서 보냈는데, 연희동 김작가가 마음에 안 든다고 환불했거든요. 그래서 사진을 보내고 직접 골라 보시라고 한 거예요.

연희동 김작가: 아니, 얘가 두 개를 사 왔는데 병기 씨 건 마음에 들고 내 건 영 아니더라고. 안장도 높고, 색도 별로고. 그래서 좀더 신경 써준 것 같아요(웃음). (//여기까지 편집//)

 

새 자전거는 어때요?

병기: 전기 자전거여서 동력이 좋아요. 언덕을 오를 때도 힘들지 않고요. 중심 잡는 것도 페달을 덜 굴리니까 훨씬 편하고 안정적이에요. 일반 자전거를 탈 땐 연희동부터 양화대교까지 페달을 밟곤 했는데, 팔당대교 쪽으로 더 가보고 싶어도 돌아오는 게 부담스러워서 시도를 못 해봤거든요. 근데 전기 자전거는 전기로 동력을 얻으니까 경기도까지도 갈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보통은 연희동에서 잠수교, 반포대교까지 다녀와요. 그 너머에도 가봤는데 이쪽에 비해 경치가 별로더라고요. 오늘 인터뷰 끝나면 또 가보려고요. 전기 자전거가 생긴 이후론 마냥 나가고만 싶어요.

연희동 김작가: 반포대교까지 자전거로 달리면서 새삼스럽게 한강이 이렇게 예뻤나 싶었어요. 걸어서는 못 가는 거리고 차 타고는 이 경치를 볼 수가 없는데, 자전거로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멀리, 더 멀리 가보고 싶은데 병기 씨 자전거에 비해 제 자전거는 배터리가 빨리 닳아요. 외관은 예쁜데 멀리까지 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서 아쉽죠. 그래도 봄에는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양평으로 가보려고요. 자전거를 접을 수 있어서 전철이나 차에 싣고 떠날 수 있다는 게 특히 좋아요. 바람이 있다면, 또찌가 살아 있을 때 제주도에 가서 자전거로 해안도로 일주를 해보고 싶어요. 결혼 50주년엔 전국을 라이딩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부모님은 자전거와 미래로 가시는데 승재 씨는 자전거와 과거에 남아 있네요(웃음). 어릴 때 어떤 운동을 좋아했어요?

병기: 운동은 승재에게 따로 가르친 게 없어요. 오로지 공부, 공부만 하라고 했는데 커서는 혼자 이것저것 찾아서 열심히 하더라고요.

연희동 김작가: 한번은 가족여행을 가서 볼링이랑 탁구를 했는데 한승재가 너무 못하는 거예요. 그때 제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이렇게 키우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면서요.

 

어릴 땐 운동에 관심이 없었어요?

승재: 저요? 아뇨. 저 운동만 했는데요? 학생 때도 연세대학교 운동장에서 농구랑 축구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요. 커서는 주짓수랑 수영, 다이빙도 배우고…. 저는 한 번도 운동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주짓수도 배웠어요?

승재: 네. 재미있긴 진짜 재밌는데, 오래 살려고 하는 운동은 아닌 것 같아요. 신진대사 이상의 에너지를 짜내는 운동이거든요. 여러 운동을 하면서 저한테 잘 맞는 운동을 알게 되기도 했는데… 음, 저는 역시 물에서 하는 게 제일 좋아요. 한 때는 다이빙도 배웠는데요. 처음엔 5미터, 7미터 높이에서 뛰다가 나중엔 10미터까지 올라갔는데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뒀어요.

 

10미터요? 담력훈련 아니에요(웃음)? 세 분은 체육 시간엔 어떤 학생이었어요?

승재: 체육 시간 엄청 좋아했죠! 선생님이 공 하나 던져주고 알아서 놀라고 할 때가 제일 좋았어요. 축구나 농구 같은 걸 자유롭게 하는 시간이요. 근데 급수 잰다고 턱걸이를 하거나 시험을 위해 기술을 배우는 수업은 싫었어요. 체육 시간이 특히 좋은 날은 점심시간 바로 앞이나 뒤에 붙어 있을 때였죠.

병기: 저도 혼자 하는 것보단 여럿이 하는 걸 좋아했어요. 축구, 배구, 족구 같은 거. 근데 성인이 되니까 같이할 만한 사람을 찾아내는 게 더 일이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줄어든 것 같아요. 지금은 자전거, 등산, 산책 위주로 하고 있는데 그 외엔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더라고요.

연희동 김작가: 저는 정적인 과목도 잘했고 동적인 체육 시간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산책부터 자전거, 탁구, 밸리댄스까지 10여 년 동안 할 수 있는 것 같고요.

 

밸리댄스를 배우는 건 어땠어요?

연희동 김작가: 제가 작년까지 학원을 운영하면서 반평생 애들만 가르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저를 꾸밀 시간이 통 없더라고요. 근데 밸리댄스 소품들이 참 화려하잖아요. 그래서 나를 한번 깨보자는 마음으로 ‘해볼까?’ 싶었는데 배우니까 너무 재밌고 유연성에도 좋더라고요. 코로나19가 터지면서는 못 나가고 있는데, 그전까지는 일주일 내내 운동하면서 지냈어요. 밸리댄스, 헬스, 탁구, 등산, 산책…. 어딜 가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건 당연했고요. 학원 일을 접으면서부터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두 분 연세에 생활 운동을 넘어 여러 운동을 한다는 게 존경스러워요. 헬스도 그렇고요.

연희동 김작가: 한동안 갱년기 때문에 이유 없이 온몸이 아팠어요. 그때 운동으로 극복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병기 씨랑 같이 헬스를 등록했어요. 처음엔 PT를 받았는데요. 5년차인 지금은 요령이 생겨서 둘이 하고 있어요. 헬스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추천하고 싶어요. 사실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운동을 잘 안 하게 되잖아요. 산책도 운동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산책은 산책일 뿐이에요. 신체보다도 정신적으로 받는 영향이 더 크죠. 신체 건강을 위해서는 헬스처럼 전문적인 운동을 하는 게 좋아요.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는 데서 강제성도 있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운동은 신체를 단련하는 활동이지만 다치기도 쉽잖아요.

연희동 김작가: 병기 씨는 족구 하다가 다리가 나간 적도 있어요.

병기: 십자인대가 잘못돼서 수술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족구 때문이라기보다는 바로 직전에 한 등산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족구 하기 며칠 전에 설악산 오색약수에 가려고 엄청나게 많은 계단을 올랐는데, 그때부터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거든요. 상태가 나빠졌다는 것도 모르고 야유회에서 족구를 한 거죠. 방향 전환하느라고 몸을 틀었는데 십자인대가 ‘퍽!’ 하고 나갔어요. 오른발에 깁스를 하고 몇 주 정도 보내야 했죠.

연희동 김작가: 하필 그때 제가 딸이랑 유럽에 배낭여행을 간 상태였어요. 집에 저도 없고…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근데 제가 걱정할까 봐 다쳤다고 알리지를 않은 거예요. 여행에서 돌아왔는데 다리 전체에 깁스를 하곤 절룩거리면서 마중을 나왔는데… 어휴, 너무 놀랐죠.

 

그런 우여곡절을 겪고도 운동을 다시 하게 되는 매력은 무엇 인가요?

승재: 저는 무언가랑 반응할 수 있는 운동이 좋아요. 수영은 물이랑 반응하는 운동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주짓수는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거거든요. 저는 그렇게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운동이 좋더라고요. 혼자 하는 헬스나 변수가 없는 운동은 지루하게 느껴져요. 누군가랑, 무언가랑 반응하면서 갇혀 있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연희동 김작가: 일단은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자전거를 타면서 경치를 보거나, 헬스하고 싹 씻고 나왔을 때, 등산하면서 맑은 공기를 쐬는 거…. 이 상쾌한 기분을 위해 계속 운동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운동하는 순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요. 아픈 걸 참으면서 헬스를 하면 땀이 줄줄 흐르고 힘들거든요. 그렇지만 샤워하고 나올 때의 개운함을 아니까 자꾸 하게 돼요. 체력이 좋아지는 거야 당연하고요. 제가 한창 헬스 할 때 오십견이 온 적이 있는데요. 지금도 극복 중인데, 헬스를 하면서 점점 더 나아진다는 걸 느꼈어요. 운동을 안 하고 이것저것 해봤을 땐 차도가 없더니 운동을 하니까 확실히 안 되던 동작들이 되더라고요. 한 번도 안 되던 동작이 두 번이 되고, 열 번이 되고, 이젠 스무 번까지도 할 수 있게 됐어요.

병기: 나이를 먹으면 침대에서 일어날 때도 몸이 부드럽지않고 뻣뻣해요. 어떤 때는 아프기도 하고요. 근데 자꾸 움직여주면 조금씩 나아져요. 젊은 사람들은 기록을 세우고 대회에 나가는 재미로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 나이 때는 스트레칭의 개념으로 몸을 ‘쓴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해요. 움직여줘야 생활이 불편하지 않으니까요. 우리에겐 몸을 더 잘쓰기 위해 하는 게 운동이에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세 분에게 운동이란 무엇인가요?

연희동 김작가: 건강의 지름길이죠. 병원에 가도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일주일에 운동을 얼마나 하는가’잖아요. 전에는 ‘내가 운동을 하는 건가? 이것도 한다고 해도 되나?’ 싶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일주일에 5-6일은 하거든요. 그렇다고 운동을 강제적으로 하는 건 아니에요. 자전거를 타더라도 목표를 두고 페달을 밟는 게 아니라 병기 씨가 더 멀리 다녀올 동안 저는 잠시 벤치에서 쉬면서 책을 읽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거든요. 즐기는 운동은 힘듦이 아니라 여유인 것 같아요. 

승재: 운동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데 따로 하게 된 일 같아요. 우리가 사냥을 하고 살았다면 굳이 찾아서 안 해도 되는 일이잖아요. 인간의 본성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지 알게 돼요. 인위적으로 너무 많이 발전해 버린 거죠. 멀리 왔다는 느낌과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동시에 들어요.

병기: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명 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 하는 거라고 할 거예요. 건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겠지만, 그에 보태 한 가지 더 이야기해 보자면… 아이들이 부모에게 잘하는 걸 효도라고 하잖아요. 건강은 부모가 자식을 위해 다해야 하는 도리 같아요. 운동을 그걸 도와주는 활동이고요. 자, 그럼 자전거 타러 나가 볼까요?

승재 씨가 인터뷰 전날 메시지를 보내왔다. “너무 사이좋은 가족처럼 보이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가 원한 건 연출된 화목을 지우는 것이었다. 진정 사이가 좋은 가족이기에 당부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집 안 구석구석엔 오래된 다정이 묻어 있었고, “한승재”라고 성까지 붙여 부르는 연희동 김작가 목소리엔 애정이 담뿍했다. 연희동 김작가가 열 마디를 할 때 한두 마디 무심하게 던지는 병기 씨는 아들이 선물한 자전거와 운동 친구 배우자에게 연신 다감한 눈빛을 보냈다. 무심하지만 뿌리 깊은 애정이 아롱아롱 피어오르는 푸근한 집. 그들은 집에서 나와 나란히 자전거에 올랐다. 나만의 스텝으로 페달을 밟는 식구들의 뒷모습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AROUND Club에 가입하고 모든 기사를 읽어보세요.

AROUND는 우리 주변의 작은 것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합니다.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김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