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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브랜드
몸을
배려하는 일
네 가지 브랜드
배려와 친절. 타인을 만날 때 사람들은 마음속에서 두 가지 단어를 꺼낸다. 얼마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지가 성숙함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얼마나 배려할까. ‘몸’에게 친절한 네 개의 이야기를 담았다.
명조장
A.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5안길 6-4
H. myoungjojang.com
T. 070 8615 9246
O. 11:00~20:00, 월요일 휴무
‘밝은 아침明朝’을 의미하는 ‘명조장’은 연희동 골목 안 하얀 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식료품점이다. 사람을 반기는 풍경 소리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각 지역에서 모인 생산품이 가지런하게 진열되어 있다. 콩탕과 청국장, 약콩 두유와 곤드레 장아찌, 건조된 여주와 자연산 다시마까지. 각자의 고향이 다른 제품들은 자연의 색깔을 기억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대량 생산, 대형 생산 체제가 중심인 사회에서 소상공인과 소생산자의 건강한 제품을 부각하고자 명조장은 문을 열었다. 이런 고민이 사람들 곁으로 친밀하게 다가갈 자리를 마련하면서 함께 공감하고 유통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명조장을 가득 채우는 생산품들은 모두 ‘탄소 발자국’이 짧다. 탄소 발자국은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것인데, 탄소 발자국이 짧을수록 지역 생산품Local food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게 안에는 몸과 음식의 관계를 파헤치는 재미난 책들이 많다. 사람들이 음식 자체를 단순히 먹고 소비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먹는 일과 먹거리 그리고 신체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심히 고민해 보게끔 조성한 것이다. 명조장은 곧 속초로 이사를 간다. 지역과 자연을 끄집어내는 목적을 갖고 있던 만큼, 그 지역 안에서 느리지만 깊게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본질과 목적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다. 명조장이 꾸리는 아침은 아마도 모든 생명이 깨어나는 시간, 맑고 밝고 가벼운 여느 아침일 것이다.
미소식빵
A. 서울 마포구 동교로27길 92
T. 02 333 5199
O. 10:00~21:00
연남동에 위치한 식빵전문점 ‘미소식빵’은 모녀가 운영하고 있다. 매일 아침 새로운 식빵을 구워 포장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식빵은 다른 빵들과 달리 한 가지 반죽으로 여러 가지 빵을 만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버터식빵, 초코식빵, 시나몬식빵 등 다양한 종류의 식빵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미소식빵은 중·장년층이 밀가루를 소화하기 힘들어한다는 점을 배려해서 식이섬유와 함께 찹쌀가루를 쓴다. 찹쌀가루가 일반 쌀에 비해 식이섬유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식빵과는 달리 입 안에서 바로 녹아 사라지지는 않는다. 일명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빵’이랄까. 침 속 아밀라아제가 탄수화물을 분해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꼭꼭 씹어 먹는 일이 소화를 잘 시켜주는 일과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더, 미소식빵이 몸에게 친절한 이유는 식이유황이 첨가되는 것이다. 유황이라고 하면 보통 유황온천 특유의 향을 먼저 떠올리지만, 식이유황은 소나무에서 추출된 것이다. 몸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연골에도 좋다. 미소식빵을 찾는 주민들 중 나이 든 분들이 많아 배려한 것이다.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곧 건강을 배려하는 제품이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주인장은 계속해서 다정한 말을 건넨다. “이 빵은 조금 건조해요. 잘 씹으셔야 해요.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 돌리면 더 부드럽게 드실 수 있어요. 최대한 빨리 드시고요.” 이웃의 안부를 묻고 걱정 어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 자리에 그대로 묻어난다.
플랜트
A. 서울시 용산구 보광로 117, 2층
O. 월~목 11:00~21:00, 금~토 11:00~22:00,
일요일 휴무
‘플랜트’의 주인장 미파는 오래 전부터 채식주의자로서 비건Vegan에게 좋은 메뉴 선택권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와 조언, 식당과 카페 후기 등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직접 채식 생활방식에 알맞은 요리와 베이킹을 시도했다. 그게 지금의 플랜트의 초석이다. 미파는 축산업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환경 문제와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초기에 채식 생활에서 발현되었던 호기심은 곧 인간이 잔인하게 동물을 다룬다는 사실로, 동물과 음식을 건강하게 바라보는 환경적인 관점으로 이어졌다. 미파는 채식 위주 생활의 이점으로 건강, 동물을 향한 연민 그리고 환경 보호를 꼽았다. 결국 먹거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 습관이 전 지구적으로 그리고 모든 생명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현재 플랜트 1호점은 베이킹에 집중하여 카페로 이용할 수 있고, 2호점의 경우 식사 메뉴와 카페 메뉴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채식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널리 알리며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나는 미파에게 여름에 즐기기 좋은 재료가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계절감이 살아있는 플랜트의 식탁이 무척 좋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복숭아, 각 종류의 베리, 자두를 추천했다. 과일을 샐러드로 함께 비벼 먹어도 좋고 아니면 주스로 갈아 먹어도 좋다면서. 플랜트는 자연을 염려하는 사람의 다정함과 식물의 온기가 모여드는 공간이다.
꽃비원
A. 충청남도 논산시 연무읍 황화정리 1234-1
H. flowerfriend.modoo.at
T. 010 2111 6042
O. 점심 11:30~15:00 저녁 17:30~20:00 (예약제)
시골살이와 식물을 키우는 일, 건강한 먹거리, 느린 삶에 관심을 갖고 있던 꽃비원 부부는 자연스럽게 논산으로 향했다. 그저 다양한 과일나무를 심고 정원처럼 과수원을 가꾸는 하루를 바라면서. 꽃비가 내리는 과수정원. 그들이 꿈꾸는 모습을 그대로 꾹꾹 담아 ‘꽃비원’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도시에는 이미 간편하고 편리한 식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배달 음식은 집 안으로 24시간 찾아오고, 편의점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품이 진열되어 있다. 우리는 그저 계산할 준비만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철 채소로 요리한 음식을 먹거나 직접 키운 채소를 맛보면 가공되지 않은 본연의 맛과 향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이야기처럼, 잘 먹는다는 것은 자연과 자기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꽃비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꽃비원키친’은 농사에서 요리로 확장된 활동을 지역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꽃비원 가족은 이곳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통해 방문자들이 올바른 식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건강한 지역 음식에 관한 호기심과 관심이 높아지길 바라고 있다. 땅과 함께하는 삶은 결국 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꽃비원 가족의 아이, 원호는 놀이터나 다름없는 농장에서 농작물이 자라나는 모습과 채소의 맛을 기억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깨닫게 되었다. 복닥복닥 시골 생활과 함께 꽃비원은 앞으로도 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디터 이자연
포토그래퍼 김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