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의 주인이 되는 일

한살림

먹을거리의
주인이 되는 일

식재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면서였다. 이유식 책의 재료 소개엔 늘 ‘유기농, 친환경’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유기농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접하면서 친환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재료들이 어떻게 나고 자라는지 궁금해졌다. 그즈음 한살림을 알게 되었다. 사실 한살림 같은 협동조합은 광고를 하지 않는 비영리 단체여서 우리가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단순히 유기농, 친환경 식자재를 파는 곳이라 여겼던 한살림은 ‘먹는’ 일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만든 단체다.

한살림은 40여 년 전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하나의 생명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가진 농부들로부터 시작되었다. 1986년 ‘한살림 농산’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쌀을 만들어 공급했고, 일 년여 시간이 지나 생활협동조합으로 형태를 바꿨다. 우리 땅을 지키고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선 협동이 필요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한다. 소비자가 생산 과정을 알 수 없는 일반 회사들과 다르게 소비자인 조합원들은 먹을거리를 만드는 생산자들을 직접 만나고, 과정을 눈으로 본다. 생산자들의 친환경 유기농업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소비자들은 직거래를 통해 물품 가격의 75~85퍼센트 이상을 생산자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한살림 한다

‘한살림’이라는 단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이 된다. 한을 ‘크다’의 뜻인 접두사로 보면 커다란 살림으로도 보이고, 관형사로 보면 하나의 살림이라는 뜻도 된다. 살림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문자 그대로 살림, 즉 가족을 구성원으로 한 공동체가 이루어 살아가는 일이라는 뜻 외에 ‘살리다’의 줄임말로 보이기도 한다. 한살림이라는 세 글자에는 생태계와 조화로운 먹을거리를 생산하여 우리 밥상을 살리고, 농사의 가치를 인정하여 농업을 살리고, 자연을 온전히 섬기고 보살펴 생명을 살린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그래서 한살림은 먹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뤄 ‘살리는’ 삶을 사는 데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기준이 있다.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을 자연의 이치에 맞게 거둬들여 좋은 먹을거리의 가치를 담는 것. 두부나 현미유는 정직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제작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소 사료로 이용하고 소똥은 논밭 퇴비로 돌려준다. 우리가 두부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깨달음을 얻고 생태순환농업에 이바지하는 셈이다.

먹을거리의 민주주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공동 구매로 물품을 공급받았다. 그 지역에 오는 날을 정하고, 일주일 전에 종이에 표시해서 받아 먹는 식이었다. 냉장차도 없어서 한여름엔 트럭에서 물품을 내리면 채소가 축 늘어져 있고 모양은 꼬부라져 있었다.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은 모양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살아있는 향과 맛을 알기에 찬물에 담가서 채소와 과일을 살려 먹었다. 생산자분들을 만나서 그들이 농사를 짓는 과정을 봤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건강하게 자란 작물을 우리가 먹어서 농업을 살리고 땅을 살려야겠구나.’, ‘이런 좋은 신념으로 농사를 짓는 분들의 생계를 우리가 책임져야겠구나.’라는 믿음이 지금까지 한살림을 유지하게 한 힘이다.

그래서 한살림에서는 물건을 사고판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생산자들은 정성을 다해 물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소비자들은 정당한 값을 치르고 ‘이용’한다고 한다. 만드는 의지와 쓰이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쉽게 쓰고 뱉는 말의 일상에도 깨달음을 주기 충분해 보인다.상임대표를 만나는 날, 협동조합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이라는 말을 듣고 그동안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던 협동조합의 원리가 이해로 돌아섰다. 우리는 마트에 진열된 누군가 만들어놓은 일방적인 정보를 보고 식재료를 산다.우리 입과 몸으로 들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일을 다른 이에게 맡겨 놓는 셈이다. 협동조합을 처음 만든 사람들은 이 기본적인 일에 내가 주인이 되고자 했던 것일 테다. ‘내’가 먹고 쓰는 과정에 ‘내’가 참여하는 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과정을 들여다보는 일, 그 과정에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일로 우리 삶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건 아닐까. 우리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먹을거리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를 바라본다.

“사실 안정적인 먹을거리도 중요하지만 협동조합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배워나가는 듯해요.
하나의 인격체로 온전하게 표현하고 선택하는 힘을 키워가거든요. 정치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이렇게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해요. 협동조합이 확대되는 건 민주주의 시대에 부응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살림이 건강한 먹을거리와 생명에 이로운 다양한 일을 한다고 알지만, 사실 하는 일이 많아서 이렇다 하게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아요.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한살림을 설명하자면요?

한살림이라는 단어에 다 녹아 있어요. 하나에서 시작된, 우주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함께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가장 먼저 밥상을 살리면 농업을 살리는 일로 연결되고 생명을 살리는 일로 가는 거예요. 또 사이트를 보면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는 문구가 있어요. 처음부터 생산자도 이익을 얻고, 소비자도 이로운 구조를 만들었어요. 농업을 살리고 소비도 함께 살려내서 큰 우주를 살리는 게 목표예요. 아주 작은 부분인 것 같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많은 것들이 파생되어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 마음이 모이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70년대 원주에서 시작되었어요. 농촌이 붕괴하고, 이농 현상이 가속되고, 농약 중독도 심했어요. 당시 일 년에 농약 중독으로 사망하는 농민이 천 오백 명 정도 되었어요.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시기였죠. 그즈음 원주지역에 홍수가 났어요. 복구를 해야 하는데 행정이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서 주민들이 힘을 모아 극복해보자는 분위기가 일었어요. 주민들은 사회개발위원회를 만들어서 자체적으로 복구해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힘들이 모여서 신협과 소비자 협동조합을 이뤘고요. 일 년 뒤에 한살림 농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쌀가게를 통해서 생산물을 나눴어요. 처음엔 다섯 가지 물품으로 시작하다가 차츰 가짓수가 늘어났어요. 가짓수가 늘어나니 소비자도 조직해야겠다 생각하셨대요. 생산된 것을 완전히 다 판매하려면 조직되지 않은 형태에서는 어렵고, 시중의 논리대로 사고파는 관계에서는 이 형태를 유지하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하신 거죠.

 

그 시절에 비해 우리나라 먹을거리 환경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세요?
가장 큰 변화는 가공식품과 외식 사업이 늘어난 점이에요. 급속하게 외식 문화가 발달하면서 다국적 음식이 들어왔죠. GMO가 무방비 상태로 허용되고 있는데 소스류가 거의 GMO여서 문제예요. 간이 너무 세서, 자연 고유의 맛을 느끼던 입맛을 변하게 하고요.

 게다가 지역 식당도 고유의 맛이 아닌 프랜차이즈화된 맛으로 변해가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지역 안의 식당이 문을 닫는 현상도 가속화되고요. 음식에 대한 사회 조건도 더 안 좋아졌어요. ‘먹방’이나 ‘쿡방’도 먹을거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담은 듯해요. ‘맛있다’와 ‘맛없다’가 자신의 철학이나 가치에 따라서 다를 수 있는데 천편일률적으로 맛을 정의 내리죠.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전 세계가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영국은 급식이 안 좋아서 아이들이 알레르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최근 먹을거리 운동으로 많이 개선해나가고 있죠. 미국도 오바마 시절 먹을거리에 신경을 많이 썼고요. 세계가 유기농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국민의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많아요. 마음으로 완전 동화되진 않았지만 중요하다는 인식이 많이 늘고 있는 듯해요.

달걀 파동 때도 가격에 변동이 없었어요. 시장가격의 등락과 상관없이 공급가격이 안정되어 있는 원리가 궁금해요. 시중에는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서 가격 변동이 심하잖아요. 배추를 예로 들면 날씨가 좋을 때 물량이 넘쳐 가격이 내려가요. 반면 기후가 안 좋아서 배추가 100이 필요한데 50만 생산이 되면 금값이 되는 거죠. 우리는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예측해서 가격을 정하고 수요를 약정해요. 남으면 우리가 더 소비해준다거나, 좋은 일에 써서 약정한 건 책임지고 다 팔아요. 그래서 생산자들에게 가격을 변동 없이 드려요. 손해나는 부분은 가격안정기금이나 생산안정기금에서 채워 넣는 식으로 운영하죠. 합리적인 가격을 정해서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우리가 지속 가능한 농업과 소비를 생각하지 않으면 싼 거 찾아다닐 수 있지만 생산을 유지하고자 하면 가능한 일이죠. 사실 국가가 이런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국민의 먹을거리를 예측해서 생산하고, 농가에 소득을 보장해 지속 가능한 농업이 되게 해주길 바라요. 하지만 국가가 하지 않으니 조합이라는 범주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

GMO 반대 운동을 한살림이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요. 

2000년도부터 반GMO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동안 연구 자료나 논문이 많아지면서 ‘이게 정말 위험하구나.’라는 생각이 퍼졌어요. 결국 인류에게 좋자고 한다기보다 특정 기업의 이득을 위해서 진행된다는 걸 알게 되죠. 지금은 농업단체, 환경단체, 생명단체, 생협 등 많은 그룹이 공동 행동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매년 하고 있는 행사로 5월에 몬산토(다국적기업) 반대 운동이 계획되어 있어요. 이슈는 완전표시제와 상용화 반대예요. GMO는 막아놓고 키워도 번식이 잘 되어서 바람이나 공기로 종자가 퍼지면 유기농에는 치명적이에요. 무너지는 거죠. 최근 쌀 상용화를 중단하고 화장품 원료로 쓰겠다고 하는데 이것을 공개하지 않아요. 그래서 잘 모르지만 어쨌든 계속 진행하는 것 같아요.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해요. 

반GMO 날을 정해서 NON-GMO 제품을 할인 판매하며 GMO에 대한 관심을 늘려가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국내 가공식품은 GMO 표시가 없어요. 완전표시제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

표시제를 한다고 했는데, 문제가 있어요. 가공 후 단백질 성분이 나오지 않으면 표시할 수 없고, 식품 첨가물로 사용한 GMO도 표시에서 제외하니 실질적으로는 하나도 표시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주장하는 건, 원료가 GMO면 무조건 표시해달라는 거예요. 국가가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GMO를 수입하겠다면, 알고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죠. 근데 거의 알 수가 없어 모르고 먹으니까 더 문제라고 여겨져요. 스위스의 경우 국민투표로 반대했죠. 나라 자체에 못 들어오니까 GMO라는 단어를 신경 쓰지 않아요. 반면 우리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계속 시도하면 변화하리라 믿어요.

소비자협동조합이라는 시스템은 기존 한국식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직도 낯선 조직이에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갈 거라고 보나요?

지속 가능한 먹을거리 체계를 만든다고 했을 때 답은 이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생산과 소비는 하나라는 기본 질서 안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해요. AI로 달걀을 수입해서 국내산이 폭등했어요. 사실 이런 문제가 비일비재했죠. 필리핀의 경우 농업 국가로 식량 자급이 되어 쌀을 수출하던 나라였는데, 지금은 최대 수입국으로 후진국이 되었어요.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그 나라에서 해결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서울시는 학교 급식, 공공 급식을 식자재 매장과 계약해서 공급하려고 해요.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안정적인 먹을거리도 중요하지만 협동조합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배워나가는 듯해요. 하나의 인격체로 온전하게 표현하고 선택하는 힘을 키워가거든요. 생협을 하면서 뭐가 중요한지 판단력도 생겼고 의사 표현도 확실하게 하죠. 정치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이렇게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해요. 협동조합이 확대되는 건 시대에 부응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농업을 통해서 사람이 살아가는 거니까 땅을 잘 살리는 게 가장 기본적인 거죠.
시설이나 종자 개량으로 가다가는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릴 것 같고요. 유기농업으로 땅이 잘 살고 씨가 기후에 적응하다 보면 작황도 좋아질 것 같아요.”

귀농을 하셨다고요. 농사는 언제부터 짓기 시작하셨어요? 

저희 부부는 1999년에 한살림 소비자 조합원으로 가입했어요. 저는 다음 해부터 실무자로도 일했고요. 《녹색평론》 독자 모임이나 생태 모임에 참여하고 도농 교류를 하면서 농업적 사상이나 철학이 생겼어요. ‘한살림 운동’을 하면서 농사가 정서적으로 저희 부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2009년에 귀농을 하고 이듬해 농사를 시작했어요.

토종 가지를 재배한다고 들었어요. 

자급자족을 기본으로 하려고 이것저것 심어봤어요. 토종 농산물로 방향을 잡고 가지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아서 가지를 재배하기 시작했고요. 가지는 7~9월인 여름철에 수확해요. 가지 재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모종을 키워서 옮겨 심는 법과 밭을 만들어서 씨를 뿌리는 방법이 있어요. 5분의 4는 모종으로 하고 나머지는 직파로 재배하고 있어요. 자라는 시기가 달라서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일정하게 맞출 수도 있고요.

해마다 작황의 기복이 있는데 가지는 농사짓기 괜찮으세요? 

보통 열매가 맺히기 시작해서 한 달 정도 수확량이 많다가 그 이후 확 줄어요 그러다가 또 꽃이 피면 수확량이 많아지다 줄고요. 이 과정을 평균 세 번 정도 거쳐요. 처음엔 노지로 했는데 가지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고 물을 좋아하는 작물이다 보니 재작년부터는 간수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밤 기온은 조정하기가 힘들어요.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매달린 채로 타버리거나 갈색으로 익어버린 적이 있어요. 기복이 있긴 한데 가지를 생산하는 생산지가 두 곳 더 있어서 맞춰지더라고요. 결국은 농업을 통해서 사람이 살아가는 거니까 땅을 잘 살리는 게 가장 기본적인 거죠. 시설이나 종자 개량으로 가다가는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릴 것 같고요. 유기농업으로 땅이 잘 살고 씨가 기후에 적응하다 보면 애들이 이길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는 일과 농사를 짓는 일이 닮은 듯도 한데요.

육묘와 육아의 비슷한 부분이라면 계속 손봐주고 신경 써야 한다는 거죠. 근데 계속 모종 상태로 두지 않잖아요. 본 밭에 옮겨질 때, 아이든 모종이든 제대로 때에 맞춰서 성장하거든요.

그때부터는 육아라기보다 교육이나 자기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물도 자기 결대로 잘 크도록 도와줘야 해요. 고수익을 목표로 작물의 수확을 너무 높이려 하다 보면 왜곡이 일어나요. 기술 농법이 되면 때깔이 좋아지고 수량이 늘고 크기는 커지는데, 본 모습은 잃어버리기도 해요. 교육과 닮은 부분이 있죠. 부모가 원하는 사람으로 아이를 만들려다 보면 그렇게 되기도 하지만 올바른 인격으로 건강하게 크지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자기 결을 찾을 수 있게 때에 맞춰서 원하는 방향으로 잡아주면 되는 것 같아요. 

자기 결을 찾도록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까요?

괴산에 계신 김철규 농부 선배님은 늘 “농부는 땅만 신경 쓰면 된다. 흙과 땅을 살리는 게 유기농업이다.”라고 말씀하세요. 작물을 보지 말고 땅을 봐야 한다고요. 너무 맞는 말이더라고요. 작물만 보고 땅을 못 보면 본질을 잊게 되거든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려면 토양이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토양은 가정으로 본다면 부부 사이나 가족 환경이고 나아가서 사회가 될 수 있겠죠.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건강해야 자기 결대로 잘 크는 것 같아요.

INTERVIEW

건강한 살림의 주인

김효연

고양·파주 조합원

 

“조합원이 되고 자연과 생명에 관해 그동안 없던 시선이 생겼어요. 바뀌는 건 어려운 데 없던 생각이 생기니까 가치관들이 아이처럼 하나의 사고로 자리를 잡더라고요. 내 가족들에게도 그런 사고가 영향을 미치게 되고요.”

아이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먹이려고 가입하셨다고요. 유기농만 찾는 엄마를 주변인들은 어떻게 보던가요? 

네. 10년 전쯤 좋은 먹을거리를 찾다가 가입했죠.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제가 멀미 난다고 하면 “애 유기농 비닐 좀 갖다 줘.”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어요. 시부모님들은 농사를 조금 지어본 경험이 있으셔서 ‘농약 없이 농사가 안 되는데 그걸 어떻게 믿고 먹느냐’고 의심하셨고요. 그 시선을 딱히 싫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제 가치관과 주관을 가지면 된다고 생각했죠. 제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들이 바뀌길 바라기도 했고요. 남편은 비싸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처음에는 굳이 그걸 먹어야 하냐는 의견이었는데, 본인이 먹어보고 써보니까 좋아하더라고요. 

한살림의 조합원이 되면서 먹을거리나 자연, 생명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나요?

아예 없던 시선이 생긴 거라고 하는 게 맞을 거 같아요. 동물에 관한 시선도 육식에 대한 죄책감도 없었고, 비닐을 쓰면서도 의식이 없었어요. 바뀌는 건 어려운 데 없던 생각이 생기니까 가치관들이 아이처럼 하나의 사고로 자리를 잡더라고요. 내 가족들에게도 그런 사고가 영향을 미치게 되고요. 실컷 먹어 배부른데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었어요. 그게 어디서 오는 건지 몰랐는데 요리를 직접 하니까 알겠어요. 알맞게 만들어서 맛있게 먹고 남기지 않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게 저에게 새로 생긴 가치관이에요.

출자금을 밑천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에요. 저성장 시대에 출자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었을 텐데요. 

생활에 부담을 주는 금액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이 금액을 내면서 쓰고 싶은 물품을 쓰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놀이터에서 또래의 엄마를 만나며 외로움을 달래기보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고요. 각종 모임에 참여하고 활동하는 게 저에겐 사회활동의 연장이라 여겨졌어요.

한살림에는 식생활센터, 생산자 조합원 자주점검 같은 정책 활동부터 육아 사랑방, 반찬 모임, 생명학교 같은 소규모 참여활동이 있어요. 함께해봤나요?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아서 유독 많이 참여했어요. 식생활 교육도 받았고,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제조 공장도 갔고요. 품앗이, 요리 소모임도 해봤고, 지금은 책 소모임도 해요. 기억에 남는 활동은 큰아이를 낳고 참여한 ‘쑥쑥이’라는 육아 모임이었어요. 내 아이에게 좋은 걸 먹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성장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지금은 식생활 교육 강사를 하는 엄마도 있고요. 그걸 보면서 협동조합의 취지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모임이지만 여기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아이들과는 생명학교에 가거나 두부공장 체험, 가을걷이, 벼 타작, 모내기, 달집회 등을 했어요. 아이들이 다녀오면 먹을거리를 보고 막 아는 척을 해요. 아이가 먹을거리에 대한 가치관을 성립하는 데도 도움이 되죠. 농사를 경험할 수 없는 아이들이 농사에서 시작되는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좋았어요. 생산자님을 만나고 ‘쌀이 이렇게 자라는구나.’, ‘내가 여기서 자라는 것을 먹는구나.’ 하는 반가움도 있고요.

아이들의 식습관은 어떤가요?

싱겁게 먹이려고 하는데 다행히 아이들이 다 잘 먹는 편이에요. 큰아이는 학교에 가면서 라면을 알았어요. 그래서 생일 때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해요. 생협을 이용하며 얻은 부작용이죠. 남편이 밥을 먹다 가끔 이런 말을 해요. “어, 이거 엄마가 해주던 맛인데?”라고요. 그걸 보면서 내 아이도 어릴 적 먹던 입맛이 있으니까 나중에 기억하고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먹을거리 기초만 탄탄하게 해주면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어울리며 밖의 음식을 먹겠지만 스스로 다시 찾을 거라고 믿어요. 

 

INTERVIEW

매장의 내실을 다지는 사람들

박영미

주엽매장 책임 활동가

“활동가 대부분이 중간자라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갖고 일해요. 특히 생산지에 갈 때마다 제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껴요. 그래서 조합원들에게도 권해드리는데, 다녀오면 달라져요. 물품 구매만 할 때는 몰랐던 게 보인다고 하세요.”

한살림 매장을 이용해보면 활동가들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과는 다르다고 느꼈어요. 

매장에서는 보통 기본적인 발주나 입고 물품 체크, 계산과 응대, 조합원 가입 상담을 해요. 수산물 같은 생물은 물품이 들어오기 삼 일 전에 예약을 도와드리고 재사용 병 운동도 설명하죠. 그 외에 활동가끼리 생산지 견학도 가고 물품 공부도 해요. 생산지에서 얼마나 힘들게 만드시는지를 알죠. 아침에 채소가 들어오면 “어머, 오늘 채소 너무 예쁘다.” 이런 말이 절로 나와요. 제 경우 조합원일 때랑 시각과 관점이 달라졌어요. 애정도 더 깊어졌고요. 활동가들 모두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어요. 

중간자 역할일 수도 있겠어요. 생산지에서 만들어진 한살림의 물품을 가장 먼저 받아보고 그걸 조합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잖아요. 

맞아요. 활동가 대부분이 중간자라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갖고 일해요. 생산지에 갈 때마다 제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껴요. 그래서 조합원들에게도 권해드리죠. 산지 방문 신청해서 애들 데리고 가족 나들이 겸 가보시라고요. 다녀오면 달라져요. 물품 구매만 할 때는 몰랐던 게 보인다고 하세요. 요즘 친환경 먹을거리에 관심이 커지면서 아기 엄마들도 많이 찾는데요. 유모차 안의 아기들한테 말해요. “어머 너는 좋겠다, 벌써부터 한살림 하네.”라고요. 저는 작은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이용했어요.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거든요.

매장마다 진행하는 행사가 다른 듯해요. 이런 행사는 각 매장의 활동가들이 주축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건가요?

네. 한 달 단위로 기획해요. 생산자들이 매장에 직접 오셔서 시식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요. 한번은 수박 생산자가 오신 적이 있어요. 조합원들은 수박에 이름표 붙어있는 생산자를 직접 만나는 거죠. 이런 행사로 물품만 구매하셨던 조합원들의 인식이 점점 넓어지는 걸 느꼈어요. 편백 베개 생산자가 오셔서 간담회를 마련한 적도 있고요. 편백을 조금 나눠드리기도 했는데, 조합원들이 생산자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좋아하셨어요. 단순히 물품만 판다기보다 그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조합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요? 

가온 재배를 하지 않고 제철 채소와 과일이 나오니까 적게 나온 물품이 있으면 가장 걱정이 돼요. 오늘 같은 경우 양상추가 한 개 나왔어요. 아침에 줄을 서는 분들도 계시고 문이 열리자마자 달리는 분들도 계셔요. 항의하실 때도 있고요. 특히 명절 때는 오십 분 이상 줄을 서죠.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며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는데 바쁠 때는 부족한 점이 있을 거 같아요. 물품이 안 좋을 때도 신경이 쓰여요. 양배추의 경우 간혹 조금 찍혀서 나올 때가 있어요. 오래 이용한 조합원들은 “어, 귀한 거네?” 하면서 이해하고 이용하시지만 시중의 상품과 비교하시는 분에게는 설명을 해드려야 해요. 또 물품이 많이 나올 때는 다 소비하려고 노력해요. 딸기가 제철일 때 매장에서 발주한 것보다 더 많이 들어오기도 해요. 그럴 때는 시식 행사하며 안내도 해드리고요. 조합원도 다 생협 의 주인이니까 같이 소비하자고 동참하셔요. 

추천해주고 싶은 물품이 있다면요?

일단 1차 농산물은 다 좋아요. 유정란, 두부, 콩나물을 가장 많이 찾으시고요. 저는 홍삼을 좋아해요. 홍삼 안에는 생산과정을 담은 편지도 적혀 있어서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겨울에는 도라지청 추천하고 싶어요. 목을 많이 쓰시는 분에게 좋죠. 고기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운동을 많이 한 고기예요. 지방이 적어서 3등급밖에 못 받죠. 그런데 얼마나 고소한지 몰라요.

한살림이 하는 일

생명학교

아이들에게 농촌 체험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엄마들이 모여 만든 프로그램이다. 여름, 겨울 방학 기간에 한살림 생산지에서 또래 친구들, 선생님, 생산자님과 함께 어울리며 공동체를 체험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에서 느끼지 못한 창조적인 경험을 자연에서 뛰어놀면서 배운다. 행사는 지부마다 특색 있게 운영되며 한살림 매장의 소식지나 사이트에 공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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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alim.or.kr

한상

‘한상’은 생산과 소비의 가치를 지켜온 한살림이 마음을 담아 차린 한살림 밥상이다. 한살림 유기농 쌀을 매일 도정하여 솥으로 밥을 짓고, 농부에게 직접 받은 제철 농산물로 자극적이지 않게 요리한다. 믿을 수 있는 식재료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며 체력을 보충하고 건강을 살리는 식당이 되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주문 후 바로 조리하는 솥밥은 참나물, 곤드레, 시래기, 딱새우 등 신선한 제철 재료가 더해져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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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 언남길 31 1층
070 4206 5085

식생활센터


밥상에서 출발해 먹을거리가 오는 과정을 거슬러 돌아보는 활동이다. 내 몸을 지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식생활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활동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한다. 다른 기관과 협력하여 유럽이나 일본 등에 방문해 외국의 생협을 체험하고 음식 관련 축제나 박람회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식생활교육활동가’라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생협 회원들의 식생활 활동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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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alim.or.kr

요리학교

한살림 제철 재료를 이용해 자연스러운 맛을 배울 수 있다. 일상적인 밥상 요리를 기본으로 한 정기 강좌와 특별 강좌(어린이 요리학교, 어린이 생일잔치, 장 담그기, 김장, 생산자 향토 지역 음식 소개 등)로 진행한다. 정기 강좌는 주 1회, 특별 강좌는 수시로 연다. 소규모 실습 강의지만 비영리로 운영해 수강료가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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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 15 한살림 서울본부 지하 1층
cafe.naver.com/hsl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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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정연화 자료 협조 한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