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남자

민수기 ㅡ 므스크샵

일주일 중 단 하루를 제외하고 16년 동안 매일같이 문을 연 옷가게가 있다. 남성복 편집숍 브랜드 ‘므스크샵MSK Shop’이 그 주인공. 신사동을 거쳐 서촌에 닿은 지금까지, 대표 민수기는 동네마다 너누룩하게 뿌리내리며 취향의 공통분모를 가진 손님들과 마주한다. 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건 공간의 존재만이 아니다. 10대 시절에 쌓아 올린 한 사람의 취향은 남편과 아빠가 되어서도 여전한 모양새로 일상에 자리한다. 매일 똑같은 남자이기에, 사람들은 언제나 안심하며 므스크샵의 문을 연다.

반가워요. 서촌은 언제 와도 기분이 좋네요. 이곳으로 온 지 8년이나 되었으니, 동네 터줏대감 같겠어요.

반갑습니다, 민수기입니다. 터줏대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주변에 친한 숍은 많아요. 사장님들과 오며 가며 마주치면서 안부 나누죠. 원래부터 친하던 삭스타즈도 서촌에 매장을 내서 성태민 대표와 곧잘 저녁도 먹고요.

 

므스크샵은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자체 브랜드인 ‘비트앤사일런스BEAT&SLNC’의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어요. 날이 덥지만 니트 샘플을 잔뜩 받아둔 상태죠. 그보다 더 분주한 건 여성 셀렉숍 오픈 준비였는데요. 므스크샵에서 걸어서 일 분 거리에 삭스타즈에서 운영하는 ‘5py’라는 공간이 있어요. 거기에 작지만 알차게 ‘므스크 안테나 숍’이라는 이름으로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 ‘엔티엘 갤러리NTL Gallery’에서 큐레이션한 작가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도록 채웠죠. 2주 정도 시험 삼아 운영해 봤는데 많이들 찾아주시더라고요. 근처에 있는 오에프알이나 이예하, LFM 같은 매력적인 숍과 함께 들러주시는 것 같아요. 이제는 오픈만 남겨둔 상태네요. 서촌에 들르면 놀러 오세요.

 

꼭 가볼게요. 새로운 공간의 타깃이 여성인 이유가 궁금해요. 므스크샵은 남성복 위주의 편집숍이잖아요.

여성과 남성은 물건을 구매하는 프로세스가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여성은 숍에 들어와서 가방을 직접 보고 마음에 들면 자신의 예산을 가늠해 보고 구매하세요. 반면에 남성은 가방을 이리저리 보면서 생각에 빠지죠. ‘이게 나한테 쓸모가 있나? 이 가격대에 이 제품을 사는 게 합리적인가? 잠시만, 그런데 이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지?’ 거기다가 ‘패션 고관여자’라는 특징이 더해진 남성이라면 더 많은 허들이 생기는 거예요. 직관적으로 빠른 결정을 내리는 여성과 차이가 있는 거죠. 이런 점은 므스크 안테나 숍을 운영하면서 피부에 더욱 와닿았어요. 안테나 숍에 오셔서 구매한 한 여성 고객이 한 달 사이에 므스크샵에 세 번이나 들르신 거예요. 재방문율도 높은 편이라는 뜻이죠.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그런 차이가 있네요.

앞서 말한 게 첫째 이유라면 둘째 이유도 있어요. 국내에 여성복 편집 매장이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대부분 쇼룸이나 브랜드 팝업이라 한자리에서 두루두루 구경할 만한 곳이 부족하죠. 누군가 하지 않은 이유가 잘 안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곳이 없으니까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섯 평짜리 가게에 수많은 손님이 오가고 그림이 팔리는 모습을 보면서 확신도 했고요.

 

므스크샵의 새로운 걸음이라 그런지 말씀하시는 내내 눈빛이 반짝이네요(웃음).

너무 신기해요. 남성 전문 편집숍을 꽤 오래 했는데 이쪽은 전혀 다른 시장이라는 걸 처음 알았거든요. 저에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고, 짧은 기간이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므스크샵은 2008년 12월에 처음 문을 열었죠. 인스타그램도 없던 시절이잖아요.

맞아요. 다들 체감을 못 하다가, 16년 전에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물어보면 그제야 놀라시더라고요. 그만큼 오래 됐느냐면서요.

 

그러니까요. 처음에는 강남에 있었죠?

당시만 해도 편집숍, 패션 관련 브랜드는 무조건 강남에 자리를 잡았어요. 신사동, 압구정 같은 곳들이요. 국내외 브랜드 소식이 빠르게 퍼지고 옷과 잡화에 기꺼이 투자를 하는 분들이 많은 동네잖아요. 그래서 한창 인기가 많던 가로수길 가까이에 공간을 잡았는데 무려 6층이었어요. 옷가게가 지하에 있는 경우는 곧잘 있어도 2층 위로 올라가는 건 상상도 안 되던 시절이었거든요. 스마트폰도 없었기 때문에 매장 위치도 블로그에 직접 설명을 써두곤 했죠.

 

이후에 어떤 계기로 서촌으로 오게 된 건가요?

그 자리에서 8년 정도 운영하니까 자리를 비워줘야 할 때가 왔죠. 그때쯤 저는 강남을 벗어나고 싶어 했어요. 너무나도 복잡한 도시라 주말마다 강 건너 서촌이나 연희동, 연남동으로 놀러 가곤 했거든요. 그 시절에는 서촌이 지금처럼 붐비거나 가게가 많지 않아서 갈 때마다 조용히 힐링할 수 있었어요. 마침 결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집 겸 매장을 찾다가 여기에 당도하게 됐죠. 1층과 지하에는 므스크샵이 있고, 2층은 저희 부부와 딸이 함께 사는 집이에요.

 

이번에는 므스크샵의 안쪽 면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자신만의 브랜드 운영을 꿈꾸게 된 시기부터요.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잠깐 휴학하고 ‘핏보우Fitbow’라는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에 들어가서 3년을 일했어요. 디자인이나 마케팅도 담당하고 배송도 하고, 매장 매니저도 하면서 모든 걸 경험하고 나니까 독립을 결심하게 되더라고요. 당시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영역을 다루는 편집숍이나 한국 디자이너 위주로 구성된 편집숍을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에이랜드 같은 대형 소속이 전부였죠. 그 틈을 파고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구상했어요. 일단 나만의 것을 만든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하는 일일 테니, 이름을 걸고 숍을 열고 싶었어요. 그때는 또 자기 이름을 건 패션 브랜드가 많았거든요. 이름 스펠링을 따고 쉬운 발음으로 부르고 싶어서 ‘므스크’라고 정한 거예요. 무척 신선한 이름이었어요. 물론 16년 전에요(웃음).

 

지금도 쉽게 불리는 이름이라 좋은걸요. 처음으로 해외 바잉을 진행한 브랜드는 어디인가요?

스웨덴 브랜드 ‘아워 레가시Our Legacy’인데요. 먼저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지금의 아워 레가시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거예요. 현재는 좀더 난해한 하이패션 장르로 넘어가 버려서 더 이상 제 취향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때는 해외 패션 사이트 ‘하입비스트Hypebeast’에 올라온 룩북을 보자마자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룩북이라고 해도 브랜드 대표 중 한 명이 직접 모델로 나서서 치노 팬츠에 체크 셔츠 입은 사진들을 올린 게 전부였지만요. 볼수록 클래식하면서도 베이직한 디자인에 튼튼한 짜임새가 좋더라고요. 아빠가 입을 법한 옷을 현대적인 핏으로 만든 느낌이었어요.

 

그럼 브랜드로 바로 연락해서 거래가 성사된 건가요?

아니에요. 컨택하고 싶어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음악만 나오고 메일 주소도 없더라고요. 구글링을 했더니 일본 빔즈에 입점되어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전화도 걸어 봤는데 연락처를 얻을 수가 없었어요. 또다시 엄청나게 디깅을 하다 보니, 스웨덴 ‘말뫼Malmö’에 있는 트레비안이라는 숍이 뜨더라고요. 메일을 보냈는데 무척 친절한 말투로 아워 레가시를 운영하는 사람이 자기 친구라는 답장이 왔어요. 연락이 닿아서 기쁜 마음으로 제가 거기까지 가겠다고 했죠.

 

스웨덴이… 가깝지 않잖아요(웃음). 단숨에 가겠다고 말한 걸 보니 실행력이 뛰어난 분 같아요.

(웃음) 어리고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한국에서 아무도 모르는 걸 가져왔다는 것만으로도 임팩트를 주기에 좋겠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어쨌든 저들도 한국이라는 나라와 제가 낯설 테니 이것저것 선물을 챙겼어요. 인사동에서 하회탈 하나 사고, 친구이자 포토그래퍼 최다함의 사진과 좋아하는 동네 형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윤협의 프린팅 티셔츠를 한지로 포장했죠. 5일 동안 함께 밥도 먹고 그들의 옷이 진열된 미용실도 둘러보러 다녔어요. 말미에는 유통할 수 있는 권한을 저에게 주었고요. 사실 아워 레가시를 들여온 직후에는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스타그램이 생기고 패션 매거진을 통해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조금씩 수요가 생겼고, 아크네 같은 북유럽 패션과 가구 브랜드가 뜨면서 덩달아 관심이 높아졌죠.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경험이에요.

거침없이 문을 두드린 덕에 멋진 에피소드가 남았네요. 편집숍이라면 고르는 이가 세운 기준이 있을 텐데요.

간단하게 제가 잘 입을 수 있느냐예요. 좀더 나아가서는 나를 좋아하는 손님들에게 이 옷을 소개했을 때 어느 정도의 반응이 있을까 정도고요. 깊게 생각하기보단 옷이 어떤지가 제일 중요해요.

 

잘 입는다는 건 자주 입는다는 건가요?

맞아요. 손이 잘 가는 옷이어야 해요.

 

대표님이 옷을 고르고 입는 취향도 궁금해지네요. 브랜드를 시작한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요.

달라진 건 딱 하나예요. 사이즈.

 

어머나!

사이즈만 커졌어요. 원래는 스탠다드 슬림핏이었다면 지금은 루즈핏으로. 제 나이쯤 되고 결혼을 하면 다들 몸이 불어나거든요(웃음). 그런데 취향만 본다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어요. 10대 시절에 주변에 음악 하던 형들, 그림 그리던 형들, 사진 찍던 형들이 있었어요. 저는 그 형들이 멋있으니까 되게 존경하고 따라다녔거든요. 전시를 연다고 하면 가서 보고, 좋다고 들려주는 노래들 들어보고요. 그 시절에 취향이 생기고 확고해진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좋아하던 것들의 존재를 의미 있게 생각하나 봐요.

저한테 취향은 일부러 의도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제가 경험한 적이 없어서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사람의 성향이나 선호는 뒤늦게 바뀌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좋아하고 따르던 것에 대한 선호는 본성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 아닐까요? 가수 나얼 님이 10대 때 듣던 음악 취향이 바뀌지 않는다고 한 걸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요. 저도 같이 놀던 형들과 듣던 힙합이나 펑크, 알앤비 같은 노래를 아직도 듣거든요. 어떤 환경에서 주변에 누가 있는지에 따라 어린 시절의 취향과 선호가 쌓여가고, 딱 그만큼의 추억을 안고 계속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다른 인터뷰에서 “유행은 취향을 이길 수가 없다.”라는 말을 하셨더라고요.

만약에 유행으로 스키니가 다시 등장하잖아요. 그래도 저는 못 입고, 안 입을 거예요. 내 취향은 이게 아니고, 취향이 아닌 건 언제 다시 돌아온다 하더라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워해요. 누군가는 비지니스를 위해서라도 시도하라고 하지만, 할 수 없어요.

 

취향에 대해 변함없이 단호한 점이 므스크샵을 꾸준히 찾게 만드는 이유일 수도 있겠어요. 언제든 같은 모습으로 있으니까요.

오랜 단골들의 얼굴이 떠오르는데요. 사실 많진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옷가게 하나를 10년이 넘는 동안 찾아온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쇼핑보다는 제 안부 물으러 들르시는 분들도 있고요(웃음). 취향이 바뀌었다가 결국엔 여기서 산 걸 가장 오래 입는다며 돌아오기도 하세요. 살면서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는 걸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감사하는 마음이 커져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대형 플랫폼도 많은데 굳이 이곳에 와서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옷을 입어보고, 이 브랜드나 이 숍을 서포트한다는 마음으로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에요.

 

취향을 내보이는 일을 하면서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지금 16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제가 언제 즐거운지 생각해 보면 옷을 팔 때가 가장 좋아요. 16년 전에 건물 6층에다가 조그마한 숍 오픈했을 때랑 지금이랑, 무엇 하나 팔았을 때 행복한 기분은 똑같아요. 파는 일이 천성에 타고난 거 같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잘 팔아먹고 싶어요(웃음). 그래서 매일 무엇을 입을지 고르는 것도 저한테는 잘 팔 수 있느냐에 달린 문제예요. 오늘 입은 상의는 앞서 살짝 말했던 비트앤사일런스 제품인데, 같은 라인 중 이 색깔 재고가 많아서 직접 입고 나왔어요.

 

조금 늦었지만 오늘 입은 옷에 대한 소개를 들려주세요.

우리 브랜드의 특징 중 하나는 상의의 스페이드 자수가 포켓과 몸통 면에 걸쳐져 수놓아져 있다는 점이에요. 제가 배우 호아킨 피닉스를 좋아해서 그가 입은 룩을 자주 찾아보는데요. 어느 날 화이트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봤는데 포켓과 몸통 면에 무언가가 있는 거예요. 뭐가 묻은 건지 로고인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옷이라고 생각해서 비트앤사일런스에 아이디어로 적용해 봤죠.

 

귀여운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옷을 고르고 입을 때 나만의 ‘킥’이 있다면요?

가을과 겨울에는 타이를 꼭 하고, 날씨가 더울 때는 오늘처럼 양말에 포인트를 주는 편이에요. 헤아려 보진 않았지만 집에 타이와 양말이 무척 많답니다. 아, 그리고 양말은 꼭 삭스타즈를 신어요. 가격도 합리적이면서 품질이 뛰어나거든요.

 

비트앤사일런스는 므스크샵이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바로 서기 위해 만든 건가요?

맞아요. 해를 거듭하면서 나아가는 것 중 하나는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거였어요. 해외 브랜드를 사입해서 판매하는 걸로는 이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거든요. 비트앤사일런스를 꾸려나가는 자금으로 다른 브랜드를 더 많이 들여올 수 있지만, 그게 건강한 방식의 운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속 가능하기 위해 마중물을 붓는 중이에요.

 

므스크샵 한편을 갤러리로 꾸민 것도 흥미로웠어요. 엔티엘 갤러리라 부르죠.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저한테 제안한 거예요. 빈 벽에 그림을 걸어보자고. 일반적인 갤러리의 모습이 아닌데 보는 이나 작가들이 전시가 열리는 곳으로 받아들여 줄까 의문이 있었죠. 그런데 우려와 달리 많은 분들이 좋아하세요. 그저 그림을 보기 위해 이 작은 곳으로 찾아오실 때도 있고요. ‘엔티엘’이라는 이름은 ‘므스크’에서 시작된 건데 스펠링 M, S, K에서 각각 다음에 오는 알파벳을 모아 N, T, L이라 부른 거예요. 므스크샵의 ‘넥스트 레벨’이라는 뜻도 담아두었죠.

 

갤러리의 존재를 곱씹어 보면, 므스크샵이 옷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에도 관심이 생긴 건가 싶었어요.

맞아요. 한때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카테고리에 굉장히 회의적이었어요. 무엇을 팔고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거든요. 근데 그림은 다른 영역같아요. 그림은 삶에서 필수적인 최소한의 양 이상으로는 인간에게 필요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좀더 더해지면 나의 일상이 풍요로워지죠. 옷도 마찬가지고요. 일상을 나답게 채워주는 것들은 전부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빼기 보다 더함으로써 즐거워지는 경험, 충분히 공감해요. 대표님에게 옷은 어떤 의미인가요?

대단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숍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옷은 단순한 소비재예요. 사람이나 사회를 직접 바꿀 만한 힘은 없지만, 고르고 입는 사람의 취향을 나타내는 도구로는 충분하겠죠. 그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좋아하는 걸 떠올리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 마음은 므스크샵 손님들에게도 전하세요?

꼭 얘기합니다(웃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고 어렵지 않은 옷인데 고민을 많이 하는 손님이 계시면, 옷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요. 일단 입어본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요. 옷을 산다는 건 결국 자신을 위해 내린 선택이잖아요. 그 선택에 대해 남들에게 증명받을 필요가 전혀 없어요. 남들이 싫다고 해도 내가 좋으면 입는 거고, 아무리 남들이 잘 샀다고 해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옷장에 내내 묵혀둘 테니까요.

 

나이나 키, 성별처럼 이런저런 기준에 휘둘리기보다 나다운 취향을 지키기 위한 조언이네요.

무언가를 구매했을 때 잘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마음도 물론 이해해요. 하지만 그 단계에 어느 정도 머물렀다면 이다음에는 넘어가야 해요. 타인의 판단에 영원히 머무르면 안 돼요. 그래야 취향도 발견하고 체형에 맞는 옷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체득의 영역에 도착하게 될 거예요. 그쪽이 훨씬 중요한 거고요.

 

문득 수십 년이 흐른 뒤, 대표님은 무얼 입고 있을지 상상해 보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옷 사러 오는 손님들 응대해 주는 모습 멋있지 않나요? 백발 할아버지가 된 제가 카운터에 서 있는다면… 아무래도 지금처럼 잘 팔리는 것, 잘 팔고 싶은 걸 입고 있을 것 같네요(웃음).

민수기 대표와 함께 여름의 더위와 녹음이 만연한 서촌 곳곳을 걸었다. 애정 어린 태도로 길가에 놓인 이웃 가게들을 소개하는 그를 보니 한 사람이 이 동네를, 이 동네에서 보내는 일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와닿았다. 흙에서 자라는 작은 행운처럼 새겨진 스페이드 자수의 반팔 셔츠, 매일 신는 삭스타즈의 양말,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소개하는 일, 자신이 좋아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한 서촌까지. 그의 마음 한편에 있을 취향 목록을 나의 마음대로 써 내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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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