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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토이

인사 나누게 되어 반가워요. 첫 책 《매일 나를 가꾸고 돌보는 그림》을 출간했는데 이후에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식물을 주제로 데일리 드로잉 작업을 하는 마키토이라고 합니다. 출간과 전시, 협업 작업과 새해 달력 제작에 힘쓴 터라 정신없이 바쁜 가을을 보냈어요. 《매일 나를 가꾸고 돌보는 그림》은 2022년 한 해 동안 “페이퍼 컷아웃Paper Cut-out” 기법으로 남긴 저만의 데일리 프로젝트를 책으로 묶은 거예요. 글도 함께 엮어 그림 에세이집을 완성했죠.
페이퍼 컷아웃 기법이 궁금한데,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가요?
종이를 자르고 배치한 후 부착하는 작업이라 재료는 무척 간단합니다. 색지와 가위와 풀 그리고 세밀한 작업이 필요할 땐 핀셋을 더하곤 해요. 풀로 고정하면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복잡한 모양을 어떻게 단순화하거나 변형할지 구상이 필요해요.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보다 표현에 제약이 따르니, 종이 조각을 붙이는 순서도 중요하고요.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하나의 구상으로 두 번씩 작업한 적도 있답니다.
마카나 펜을 이용한 드로잉도 꾸준히 하고 있죠.
페이퍼 컷아웃 작업과 드로잉 작업의 집중도를 구분하면서 함께 하고 있어요. 종이를 자르고 붙이는 일에 열중했던 시기를 지나 최근 2년간은 드로잉에 집중했는데, 내년에는 다시 종이를 만져볼 생각이에요. 하나의 방식에 익숙해질 즈음 새로운 기법으로 기록하다 보면, 무뎌진 마음에서 전혀 다른 돌파구를 발견할 수 있어요. 일 년 내내 가위를 들다가 다시 펜을 딱 잡았을 때의 기분이란…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다가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하죠(웃음). 늘 새 마음으로 탐구하게 돼요.
기록 방식은 달라도, 어딘가 환상 속에 존재할 것만 같은 식물이 소재로 쓰인다는 점은 동일해 보여요.
조용히 성장을 거듭하는 존재를 보며 큰 힘을 얻어요. 그리고 자연에는 신기한 모양과 어여쁜 색 조합을 이룬 식물이 많은데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다채로워요. 지금껏 생각해 본 적 없는 모양새의 식물을 만날 때마다, 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좁고 한정적인가 새삼 깨닫곤 하죠.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면 새로운 시야를 경험해야 한다는 걸 되새기면서 핀터레스트나 책, 식물원 공식 계정에서 소개되는 특별한 식물들을 관찰하고 있어요. 충분히 바라본 후에는 저만의 시선으로 재구성해 보고요.
모든 작업의 뿌리에는 기록 프로젝트가 있죠. 매일 하루에 한 장 채우기, 어떤 계기로 시작했어요?
시작은 2019년 여름이었는데, 그림을 일로 삼았는데도 손이 도구로 잘 가질 않는 거예요. 꾸준히 그리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매일 한 장씩 채우기로 하고, 반년 동안 검은 펜만 사용해 식물 드로잉을 해보니 자신감이 붙어서 1년 프로젝트로 해보고 싶었어요. 실패하면 실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일단 한번 시도해 보고 싶더라고요. 먼저 ‘Word Drawing 365’라는 이름 아래 떠오르는 단어를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기록했는데, 범위가 넓으니까 매일 소재를 고민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 사이 1년 반 동안 해오던 검은 펜 드로잉도 지루해져 변화를 주면서 기록을 이어나가고 싶었죠. 동기부여가 필요했던 거예요. 그래서 2022년에는 색지를 오려 식물을 만드는 방식을 처음 시도하게 되었어요. 몸과 마음을 꽤 쓰는 작업이기에, 일주일 중 6일은 식물을 하나씩 완성하고 마지막 하루에는 그 주에 작업한 식물을 모아 정원을 만들어 봤어요.
하루에 완성되는 건 한 장뿐이어도 나날이 두툼해지는 노트가 매일의 선명한 증거가 되겠네요. 나만의 기록에 규칙이 있다면요?
그날의 그림은 그날 그려요. 중간에 바쁘다는 이유로 하루가 빠지기 시작하면 한 달이 밀리고, 그 후로는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요. 비워진 칸들은 내내 마음에 걸리고요. 중요하지 않은 기록이라 치부하며 미루지 않으려 노력해요. 저는 일기도 꾸준히 쓰는데, 처음에는 일과만 간단하게 남기려 했다면 이제는 생각을 정리하거나 고민거리, 작은 다짐들도 모두 메모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빈 노트가 제일 편한 대화 상대처럼 느껴지죠. 거창하지 않아도,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는 게 나를 만들어요.
모든 기록물에는 쓴 사람의 작은 조각이라도 담긴다고 믿어요. 작가님의 기록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요?
음, 저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마음일까요. 저는 저한테 잘 져주는 사람이고, 게으름도 부리고 싶은 사람이라 적당히 타협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낸 흔적이 그림에 담겨 있어요. 답을 말하고 보니 좀 거창해 보이지만(웃음), 적어도 그림을 그릴 때만은 그래요.
인스타그램에 작업을 기록하면 동시에 많은 이들이 감상하죠. 기록물을 통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봐주길 바라는지 궁금해요.
사실 그림 뒤에 숨고 싶은 사람이라, 저보다는 그림과 눈을 맞추길 바라요. 특정한 메시지를 담는 건 아니기에 보는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나의 기록을 말미암아 자신만의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지가 더 궁금하죠. 만약 꾸준히 기록하고 싶은 분이라면 좋아하는 노트를 준비해서 일단 적어보세요. 하소연이든 쇼핑 리스트든 무엇이든지요. 기록이 쌓이는 부피감을 눈으로 경험한다면 무척 뿌듯할 테고, 그 만족감이 오래 가길 바랄 거예요. 기록하면서 부딪히는 느낌이 든다면 왜 어렵거나 귀찮은지, 좋은 건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나에게 맞는 난이도를 찾아 나가면 돼요.
기록이란 행위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오랫동안 뭔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는데, 어림짐작으로 단정 짓고 가둬버린 저 자신의 새로운 면을 거듭 발견하는 중이에요. 나한테 우선 기회를 주고 싶어졌어요. 멈추는 건 해본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오늘도 한 장의 그림으로 남겠죠. 대화가 마무리된 지금, 기록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요?
어떤 때는 대화를 나누면 마음속이 텅 비는 기분이 들곤 하는데, 지금은 꽉 찬 기분이에요. 답을 하면서 그간의 작업이나 앞으로 걸어갈 방향들을 짚어보게 되었거든요. 오늘은 동그랗고 커다란 달처럼 생긴 노란 꽃을 그리고 싶어요.
에디터 이명주
페이퍼 아티스트 마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