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과 함께 자라는 가족, 반짝반짝 착한가게

제주도 하루하나 가족

마켓과 함께 자라는 가족
‘반짝반짝 착한가게’
임휘, 김수연, 임효엘, 임나엘 가족

‘반짝반짝 착한가게’는 제주 애월읍 장전리의 카페 ‘하루하나’와 민박 ‘하루하나 더 노스텔지아’ 마당에서 열리는 비정기 마켓. 어느덧 햇수로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마켓의 가장 좋은 점을 묻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대답한다. 7년 전 마켓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은 어느덧 중학생이 되어 얼굴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섭섭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요즘은 그 자리를 동생들이 채우고 있어 다행이다. 마켓과 함께, 이웃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제주 속에서 자라고 있는 ‘하루하나’ 가족을 만나고 왔다.

가족 소개를 해주세요. 

김수연 아빠 이름은 임휘, 저는 엄마 김수연입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딸 임효엘과 일곱 살 아들 임나엘, 이렇게 한 가족이에요. 제주도에는 2011년에 이사 왔어요. 그리고 다음 해인 2012년에 카페 ‘하루하나’를 오픈하면서 마켓도 함께 시작했어요.

벌써 7년 되었네요. 거의 1세대 마켓이에요.

김수연 마켓이 처음 시작된 2012년은 둘째 나엘이를 가졌을 때예요. 마켓을 두 차례 열고 나서 입덧을 심하게 하는 바람에 몇 달 쉬었어요. 그리고 2013년에 다시 시작했어요. 저희 마켓을 카페 이름 그대로 ‘하루하나 마켓’이라고 많이들 알고 계시지만, ‘반짝반짝 착한가게’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어요. 제주 동쪽에서 가장 큰 마켓인 ‘벨롱장’도 ‘반짝’이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애월에는 ‘반짝반짝 지구상회’라는 곳도 있거든요. 제주도에 살며 예술을 하는 재주 많은 사람을 보며 ‘반짝반짝’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그렇게 비슷한 생각을 하나 봐요. 모래 속에서 보석을 발견하는 것 같은 느낌이요. 세련되지는 않지만 가치가 있지요.

그때만 해도 제주도에 이런 마켓이 많지 않았잖아요. 어떻게 마켓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수연 그림을 그리는 등 개인 예술 작업을 하는 이주민 친구들을 알게 되었어요. 또 부모님이 제주에서 농사를 지은 농산물을 잘 디자인해서 팔고 싶은데 어디에서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잘 몰라 고민하는 친구들도 만났고요. 다들 판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어요. ‘다 같이 모여서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리를 만들어보자.’ 해서 마켓을 시작했죠. 저희가 서울에 살 때 대학로에서 카페를 했는데, 그때도 마켓, 다시 말하면 바자회 같은 행사를 많이 주최했거든요. 그렇게 마음먹고 나서 소개를 받아 셀러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로 이주한 가족들이었어요. 그 친구들에게는 프리마켓이 익숙한 문화인데, 제주도 토박이들에게는 조금 낯선 행사라 이주민이 아닌 셀러를 찾기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주도 토박이도 가능한 많이 셀러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비율을 맞추려고 애썼어요.

몇 팀으로 시작했나요?

김수연 스무 팀이 좀 안 됐어요. 재능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창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마켓이거든요. 처음 시작할 때 셀러로 참여한 사람들 중에 절반은 지금 자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좋은 일이죠. 마켓을 운영하며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 중 하나가 “하루하나 마켓 셀러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예요. 물론 기준이 있었어요. 우선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가능한 이주민과 현지인 셀러 비율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같은 품목은 한 셀러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했어요. 혹시 같은 품목에 중복 신청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운영 중인 가게가 없고 자본이 부족해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우선 선택했어요. 그게 마켓의 기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똑같은 셀러가 한 마켓에 계속 나오면 외부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달라는 거죠. 그런데 한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는 데 가장 원동력이 되는 건 꾸준한 판매거든요. 원활하게 판매가 되려면 기반이 필요한데, 그 기반은 일회성 마켓 참여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1년은 꾸준히 참여해야 해요. 자기 작업물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도 시간이 꽤 필요하고요. 그러다 보니 같은 셀러랑 3~4년 함께하기도 했어요. 마켓과 셀러가 서로 홍보하며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마켓은 두 분이서만 운영하시는 거죠?

김수연 가능한 저희 둘이서 직접 해요. 음식이든 주차든 만일 사고가 나면 책임자가 있어야 하는데 여러 명이 맡아서 하면 책임 소재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잖아요. 혹여 사고가 있어도 정확히 책임질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의 도움은 받지 않아요. 주차나 현장 지휘 등 마켓 당일의 굵직한 일은 남편이 주로 하고, 저는 셀러 모집과 온라인 홍보 등 상시적인 일을 하죠. 보통 한 달에 한 번 마켓이 열리는데요. 마켓이 끝나면 일주일 쉬고 나서 나머지 3주 정도는 셀러 모집하고 홍보하는 시간이에요. 처음 함께하게 되는 셀러가 있으면 찾아가서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요. 

저희가 보이는 것만큼 활달한 사람들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마켓 당일만큼은 누구보다도 더 떠들어요. 그리고 온몸으로 격하게 사람들을 환영해요. 저희가 활발해야 마켓 분위기가 좋아지거든요. 마켓 끝나고 나면 목이 다 쉴 정도예요. 하지만 이게 기획하는 사람들의 역할이에요. 참가비를 받지 않으니까 저희에게 수익이 남는 부분은 전혀 없는데, 제가 좀 워커홀릭이에요. 일단 하면 제대로 하고 싶어요.

근래 마켓을 오래 쉬셨어요.

임휘 제주도에 마켓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마켓마다의 개성이 없어졌고요. 이런 현상에 대해 좀 고민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더라고요. 별 고민도 없이 ‘저 마켓 하고 싶은데 셀러들 명단 좀 공유해주세요.’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김수연 특색을 잃으면 오래가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같은 물건을 다른 마켓에 가도 구할 수 있는 거죠. ‘제주 마켓들 다 비슷비슷하다.’ 하는 후기도 등장하고요. 그게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셀러들 처지를 생각하면, 많은 마켓에 나가야 돈을 버니까요. 이해가 되는 거죠. 그러면서 고민이 많아져서 좀 쉬었어요. 사실 고민을 시작하고도 1년 정도 마켓을 끌어갔어요. 갑자기 중단하면 마켓이 생업인 친구들이 곤란할 것 같았거든요. 판매할 수 있는 다른 창구가 많이 생기면서 쉬어갈 수 있었어요. 

마켓을 기획하는 사람이 중심을 잡고 마켓의 색깔을 명확하게 정의한 뒤 마켓을 이끌고 간다면 셀러들이 여러 마켓에 참여하더라도 마켓만의 개성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가령 ‘반짝반짝 착한가게’는 중산간에 있는 남의 집 마당에서 열리는 초록초록한 느낌의 마켓인 거죠. 제주 각지에 다양한 마켓이 생기는 건 좋지만, 서로 개성을 유지하며 오래오래 공생하고 상생했으면 좋겠어요.

최근 오랜만에 마켓을 다시 시작하셨죠.

김수연 치앙마이 친구들과 함께 ‘치앙마이 차차 마켓’을 열었지요. 2년 만인가 봐요. “많이 기다렸어요.” 하는 반응들에 힘이 났어요. 가족이 다 같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왔거든요. 사실 저희는 ‘아트 빌리지’를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공간을 조금 더 마련할 수 있게 되면, 그곳에 신인 작가들과 함께 빌리지를 만드는 거죠. 이 공간에 들어오면 차 마시고 사진 찍고 물건도 사고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 무모한 꿈이 있어요. 하지만 대학로 카페에 앉아서 농담처럼 하던 이야기를 지금 실현하며 사는 것처럼 어쩌면 ‘아트 빌리지’도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치앙마이에서 그 꿈을 한번 점검해보고 싶었어요. 마켓에 대한 고민의 해답도 찾고 싶었고요. 반캉왓 예술인 마을에도 가고, 나나 정글 마켓에도 갔어요. 나나 정글 마켓은 꼭두새벽에 여는 마켓인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아 빵을 산대요. 무엇이 이 사람들을 새벽부터 기다리게 만드나 그런 것들이 궁금했어요. 치앙마이 마켓들을 다녀보니 수공예품 수준이 상당했어요. 철학이나 생활 방식 등에서 배울 점도 많았고요. 그런데 한참 머물다 보니 여기에서도 마켓마다 같은 셀러들이 보이더라고요. 같은 물건도 여기저기서 보이고요. ‘아, 어쩔 수 없는 현상이구나.’ 조금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더불어 ‘놓자.’라는 결론도 얻었고요. 어찌 보면 고민이 해결된 셈이에요.

반짝반짝 착한가게는 다른 마켓에 비해 아이들 손님 비중이 많은 곳으로 알고 있어요. 

김수연 마켓이 주말에 많이 열리다 보니까 가족 나들이를 많이 와요. 마켓 당일에는 마당 안쪽 모래밭에 아이들이 바글바글해요. 그 옆에 아빠들은 세상 피곤한 얼굴로 앉아 있지요. 마켓 한 번 하고 나면 마당의 꽃이 싹 사라져요. 그런데 아이들이 꽃을 따서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모래밭에서 모래로 케이크 만들고 그 위에 장식할 때 쓰더라고요. 그러니 그냥 웃어버리게 되지요. 마당에서 종종 공연도 열어요. 아이들 데리고 공연장 가는 거 힘들거든요. 마켓 오는 사람들도 다들 부모가 되기 전에는 락 페스티벌도 찾아다니고 하던 사람들이잖아요.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서 시작했어요. 저 같은 엄마들이 와서 피크닉 온 기분으로 좀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공연이 열리면 다들 돗자리 가져와 펴놓고 싸 온 간식도 먹으며 즐기다 가세요.

아이들한테 마켓은 어떤 의미일까요?

김수연 나엘이는 낯을 많이 가려서 마켓을 안 좋아했는데, 지금은 바뀌어서 친구도 사귀기 시작했어요. 효엘이는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만나면서 함께 자란 동생, 친구, 언니들이 생겼거든요. 같이 밥도 먹고, 마켓 끝나고 나면 마당에 모여서 영화도 보고, 마켓 열리는 동안 언니들이 춤도 알려줘서 배우고, 자기들끼리 공연을 만들어서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효엘이는 “그 언니들 와?” 하면서 찾고, “막대 과자 만드는 이모 와? 그거 사 먹을 거야.”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표현이 과하지 않고 한결같은 아이예요. 좋고 싫고 잘 내색하지 않는 편인데, 며칠 전에 효엘이 친구의 엄마가 카페에 와서 효엘이가 친구들한테 “6월 1일부터 11시부터 4시까지 우리 집 마당으로 와.”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어요. 제가 정확한 시간을 말해준 적도 없는데 학교 친구들한테 마켓을 홍보한 거죠. 그런 걸 보면 내심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령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자세 같은 거요. 와인이랑 크레페를 파는 프랑스인, 액세서리를 파는 태국인 등등 마켓에 외국인 셀러도 많거든요. 크레페 파는 프랑스인 셀러는 사실 효엘이 어린이집 영어 선생님이기도 해요. 그런 모습을 통해 ‘선생님이 선생님인 것만은 아니구나. 다른 일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겠죠. 조금 다른 사람들을 만나도 “달라, 이상해, 무서워.”가 아니라 “하이, 헬로우, 너는 누구니? 뭐 하는 사람이니?” 하는 거죠. 사실, 마켓이 저희한테나 이벤트이고 의미가 있지, 이 아이들한테는 어릴 때부터 일상이라서,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아요. 제주에 사는 것도, 마당이 있는 집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환경인 거예요. 우리가 이걸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이들은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뭐,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마켓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요.

김수연 가장 좋은 건, 제주도가 고향인 친구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결정적으로 그들에게 감동 받은 사건이 있었어요. 마켓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길에 주차된 차가 많았거든요. 감귤 수확하러 가는 승합차가 그 앞을 지나갔나 봐요. 안에 계신 어르신들끼리 “이거 뭐하는 거냐?”, “육지에서 온 사람들끼리 모여서 뭐 하는가 봐.”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대요. 그 차에 있던 분이 그 일화를 블로그에 올리셨어요. 약간 비판적인 뉘앙스였는데, 제주도 토박이 친구들이 거기에 댓글을 남겼어요. “삼촌, 다음에 마켓 한번 와보세요. 제주 사람이 더 많아요.” 위미리에서 감귤 농장 하는 분이 와서 귤도 팔고, 우엉 덖어서 차 만드는 분도 제주 토박이고, 빵 만드는 친구도 제주 사람이었거든요. 이렇게 알게 된 제주 친구들은 표현은 조금 투박한데 알고 보면 아주 진국이에요.

동네 어르신들도 힘들게 키우신 농산물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마당에 휙 던져주시고 가세요. 서울에서는 많은 관계가 ‘기브 앤 테이크’였는데 여기 친구들은 그런 게 없어요. 제주도로 이주한 멋진 친구들과 사귀는 것도 즐겁지만, 마켓이 아니었으면 전혀 몰랐을 제주도 토박이 또래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며 어떤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는 게 좋아요. 마켓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에요.

효엘이와 나엘이가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겠어요. 

김수연 그건 좋은 점이기도 하고 나쁜 점이기도 한 것 같아요. 부모로서 염려가 되는 부분도 있어요. 아무래도 마켓이 조금 유명해지고 SNS를 통해 아이들 얼굴도 알려지면서, 모르는 이모들이 길에서 만나면 “효엘아, 안녕.” 인사를 하기도 하거든요. 아이에겐 당황스러운 순간이죠. 그런 이유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순기능을 더 생각하려고 해요. 마켓이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이나 한때의 행복한 장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안에서 배우는 게 더 많을 거예요. 그 속에서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또 많은 분들이 우리가 딱히 한 게 없는데도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시고 선물도 가져오시는 등 아이들에게 호의를 가지고 대해주셔서 그럴 때마다 엄마의 고민이 무색해져요.

처음 제주도에는 어떻게 오시게 된 거예요? 

임휘 제주도 여행을 하다 보면 다들 ‘이런 데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막연하게 생각을 하죠. 저도 그랬어요. 서울이 혼자 살 때는 즐길 게 많은 곳이에요.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까 ‘여기서 가정을 꾸려 나갈 때 가족이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나이 들면 시골 가서 살 거라는 생각은 늘 했었거든요. 돈 모아서 전원주택 지어서 노후를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 가는 곳이 시골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시골에 가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제주도라면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쉽게 결정했어요. 나중이 아니라 지금 가서 살면 되겠더라고요.

기대하던 것을 얻으셨나요?

임휘 그 이상이에요. 물론 힘든 과정이 분명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것도 다 추억이에요.

앞으로 계속 제주에 살게 될까요? 

임휘 그건 잘 모르겠어요. 서울에 살 때 서울을 이렇게 빨리 벗어날 줄은 몰랐거든요. 다만, 나중에 이 아이들이 다 크고 고향이라고 찾아오는 곳이 제주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카페와 더불어 숙소도 같이 운영하고 계시는 거죠? 

임휘 처음에는 감귤 창고였던 곳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게 끝이었어요. 그렇게 작게 시작했다가 돈 벌어서 숙소를 지었고요. 하나씩 차근차근하고 있어요. 일단 하다 보면 돕는 손이 나타나고 에너지가 생겨요. 항상 그래요.

제주에 사는 가족이 보내는 주말은 조금 다른가요? 

김수연 똑같아요. 매주 토요일에 아이들이 축구 하러 가는 거 외에 나머지 시간에는 TV 보면서 쉬어요. 주말은 노는 거니까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제주도에 왔는데, 사실 카페와 민박운영하다 보면 많이 바빠요. 마당만 가꾸려고 해도 개미처럼 일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차로 30분이면 바다에 갈 수 있고 새소리 들으며 일어나는 것만 해도 이게 어딘가 싶어요.

아이들과 제주에 살아서 가장 좋은 점이 뭘까요? 

김수연 옆집 아이와 우리 아이를 비교하지 않는 점이요. 일단 비교 대상이 별로 없고, 주변에 저희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빨리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어서 아이들에게 요구하게 되는 것도 없어요. 아이들 교육에 조바심이 안 드는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여기서 계속 자랐으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 하겠죠. 이게 행복인지 모를 거예요.

서울에서라면 달랐겠죠?

김수연 서울에서 카페를 할 때는 밤 11시에 닫았어요. 정리하고 집에 오면 밤 12시였고, 저녁 먹고 나면 새벽 2시에나 잘 수 있었어요. 아, 이러다 애들 크는 거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아이들 데리고 놀러 나가는 곳은 기껏해야 놀이터나 테마파크였을 거고요. 최근에 서울 가서 새삼 느낀 게, 제가 제주에서는 자꾸 카메라를 꺼내서 아이들 사진을 찍거든요. 그런데 서울에서는 그러지 않았어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서울에서 노는 모습이 예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 모습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던 거예요.

아이들이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에요? 

김수연 아이들은 바다랑 도토리숲 같은 곳을 좋아해요. 나엘이는 이호테우 해수욕장을 좋아하고, 효엘이는 곽지 과물 해수욕장을 가장 좋아하지요. 서울 놀이동산을 다녀와서는 효엘이가 “생각만큼 재밌었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러더니 “나는 제주도가 더 좋은 거 같아.” 그래요. 그래서 “왜 제주가 좋아?” 물어봤더니 “초록초록해서 좋아.”라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치앙마이도 좋아. 거기도 제주도처럼 초록초록해서 좋아.” 그러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제주도 마켓 중에 가족과 함께 가면 좋을 곳 하나 추천해주신다면요?

김수연 저는 ‘재주도 좋아’에서 기획하는 비치코밍 페스티벌인 ‘바라던 바다’를 추천하고 싶어요. ‘환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운영되는 곳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주 잊고 사는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을 하지요. 하지만 그 일을 통해 이익을 얻거나 하지 않아요. ‘바라던 바다’에 가면 ‘유리 자석 만들기’, ‘꽃 머리띠 만들기’ 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데, 돈을 내야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다 쓰레기 한 봉지 모아 오거나 들꽃을 꺾어 와야 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에요. 왜 쓰레기를 주워야 하는지, 아무 데나 버리면 안 되는지 하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마켓이에요.

반짝반짝 착한가게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장전로 155 ‘카페 하루하나’ 마당
haruhana.me
한 달에 한 번(비정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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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다운

사진 박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