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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상상마당 춘천
마음이 고이는 공간
KT&G 상상마당 춘천
여행은 여러 번 낯선 마음을 가늠하는 일이다. 여기에 꽃을 두는 건 어떤 마음일까, 여기에 커다란 창문을 낸 건 어떤 마음일까 하는 것들. 그러다 아주 작은 배려, 다정함이라도 발견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그곳이 더 좋아진다. KT&G 상상마당 춘천은 문화와 예술, 여유, 그리고 여러 사람의 다정함이 더해진 공간이다.
그곳에
가면
여행을 떠나기 전 카페와 미술관을 지도에 표시한다. 그게 내가 하는 유일한 여행 준비다. 그렇기에 춘천으로 떠나며 카페와 미술관을 찾았다. 춘천 의암호 옆에 근사한 붉은 벽돌 건물이 있고, 그게 KT&G 상상마당 춘천이라고 했다. KT&G 상상마당 홍대를 자주 찾았다. 영화를 보거나 전시를 보거나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강의도 여럿 들었다. 춘천에도 KT&G 상상마당이 있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뚜벅이의 게으름은 먼 곳을 바라보지 않아 서울을 벗어날 일이 거의 없었기에 이름만 아는 먼 사촌 같았다. 그러니까 KT&G 상상마당 춘천의 건물을 보고 내뱉은 어떤 감상과 그곳에서 느낄 어떤 마음 같은 건, 직접 보기 전까지 생각할 수 없었다. 마침 그곳에 카페와 갤러리가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마당에서
더 넓은 상상을 위해
KT&G 상상마당 춘천의 바탕이 된 공간은 1980년에 강원도어린이회관으로 개관한 뒤 춘천시어린이회관으로 사용되던 장소다. 붉은 벽돌에서 알 수 있듯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건물이다. 춘천 사람들은 모두 한 번쯤 춘천시어린이회관으로 소풍을 왔다고 한다. 겹겹이 쌓아 올린 벽돌처럼, 몇 겹의 추억이 이곳에 쌓였을까. 다행스러운 것은 상상 속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KT&G 상상마당은 장소가 가진 고유한 특성, 역사성을 최대한 유지한 채 콘텐츠를 더하는 방법을 통해 유의미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원형 그대로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다정한 마음으로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외관을 변형하지 않았다. 구하기 힘든 붉은 벽돌은 건축물 자재에서 파손된 벽돌을 사용하는 것으로 대신 했고, 벽돌을 들어내고 냉난방 공사를 한 뒤 다시 벽돌을 쌓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어린이와 춘천 시민이 머물던 춘천시어린이회관의 의미와 추억을 간직하고 여전히 머물면 좋겠다는 바람, 그리고 KT&G 상상마당의 문화예술적 활동을 더한 것이다.
붉은 벽돌과
하얀 벽
어린이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기 때문인지 요소마다 숨은 작은 공간과 1~2층을 이동하는 다양한 방식의 동선에 마치 숨바꼭질하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미로 같은 건물을 오가다 보면 붉은 벽돌을 그대로 드러낸 갤러리가 나온다. 이곳은 춘천시 최초 사립미술관으로 등록된 갤러리다.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국내외 예술작가 발굴 및 신진 작가들의 창작 지원을 목적으로 진행된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모든 계층이 문화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예술의 흐름을 조명하고, 문화예술의 전문성 및 대중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전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그중 국내에 그 가치가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해외 작가들을 소개하는 ‘20세기 거장 시리즈’ 전시는 KT&G 상상마당 홍대에서 시작해 다음으로 춘천에 안착한다. 비슷한 구성, 같은 작품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하얀 벽과 붉은 벽돌 위에 걸린 그림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갤러리의 아트숍 옆에는 작은 책장이 있다. 그림, 사진 등 예술과 관련된 책이 꽂혀 있다. 붉은 벽돌에 기대앉아 오래 책을 읽었다. 벽에 난 긴 창과 천장을 통해 쏟아지는 빛에 경건한 마음이 든다. 이 모든 것이 의미 있는 순간이자 관람의 일부가 된다는 게 특별하다.
호숫가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
빼어난 자연경관은 KT&G 상상마당 춘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의암호를 마주한 이곳은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1년 내내 계절의 변화를 보기에도 적당하다. 호수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바다가 만든 풍경보다 고요하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럴 땐 많은 것이 필요 없다. 적당한 햇살과 적당한 바람만 있으면 된다. 의암호 옆 잔디 광장도 좋고 카페와 갤러리를 연결하는 야외 테라스도 좋고 야외 공연장의 계단에 앉아도 좋다. 호수 너머 낮은 산맥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초여름의 해는 7시가 넘어야 저문다. 노을이 질 때가 KT&G 상상마당 춘천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시간이다. 호숫가에 앉아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면 세상에 급할 것은 하나도 없는, 그런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곳에 풍경이 고이고, 소리가 고이고, 마음이 고인다.
KT&G 상상마당 춘천을
더욱 잘 즐기기 위한 리스트
01 스테이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KT&G 상상마당 춘천은 ‘아트센터’와 ‘스테이’로 구분된다. 이곳에 좀더 오래 머물며 영감을 얻길 바란다면 강원도체육회관을 리모델링한 호텔 스테이에서 묵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물안개에 둘러싸인 의암호를 산책하며 영감이 솟는 기분을 만끽한다. 그 후 먹는 조식은 더 꿀맛이다.
02 카페 댄싱카페인에서 브루스케타를 먹는다
상상을 하다 보면 허기가 진다. 아트센터에 위치한 카페 ‘댄싱카페인’에 쁘띠뺑Petit-pain이라는 이름의 브루스케타가 있다. 크림치즈 스프레드를 바른 빵 위에 다섯 종류의 토핑이 올라간다. 브루스케타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전채요리로 가벼운 허기를 달랠 수 있다.
03 영화를 본다
매주 수요일마다 테마에 맞는 영화를 선정해 무료로 상영하는 ‘수요일 사이좋은 극장’이 열린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 특집도 있었고 동계스포츠가 테마인 적도 있었다. 모두 들으면 알 만한 영화다. 5월과 8월에는 해질녘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시네마 레이크’도 있다. 단점이라면 풍경에 눈을 둬야 할지, 스크린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정도.
04 상상실현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10월 복합문화예술 페스티벌 ‘상상실현 페스티벌’이 KT&G 상상마당 춘천의 전 공간에서 펼쳐진다. 음악 공연도 즐기고 전시도 보고 이벤트 참여도 할 수 있다. 2017년에는 약 3000명의 관람객이 즐겼다.
05 수시로 홈페이지를 확인한다
3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이곳에서 플리마켓 ‘호반장’이 열린다. 매년 어린이날에는 춘천어린이회관이었던 공간의 취지를 살려 행사가 열린다. 매주 토요일에는 실력은 있지만 인지도가 부족한 뮤지션을 소개하는 작은 공연 무대 ‘상상 스테이’가 열린다. 내부와 야외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또 열린다.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게 답이다.
06 닭갈비 말고 로스트 치킨을 먹는다
춘천 하면 닭갈비를 떠올리겠지만, 춘천에는 닭갈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테이에 위치한 레스토랑 ‘세인트콕스’에는 생닭을 로즈마리, 타임, 럼주로 염지해 이틀 동안 숙성시켜 오븐에 조리한 로스트 치킨이 있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치맥은 진리다.
건축가 김수근은 호수 앞에 내려앉은 한 마리 나비를 형상화해 이 건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호수와 나비, 조용히 읊조리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는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완전한 하루를 보냈다. 아트센터에서의 낮과 저녁, 스테이에서의 밤. 그러면서 하늘과 산과 호수가 같은 색을 띠는 것과 저녁놀이 질 때 이들이 서로를 어떻게 물들이는지 알게 됐다. 아직 햇빛이 남아있는 시간에 뛰노는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도. 기쁨으로 풍요로워지는 시간이었다. 평온은 이렇게 불시에 찾아온다.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지만, 내가 다시 이곳에서 하고 싶은 것은 아름다운 붉은 벽돌 건물에 앉아 이토록 사랑스러운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것이다.
KT&G 상상마당 춘천
A. 강원도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25 어린이회관
H. facebook.com/ssmadang.cc
T. 033 818 3200
에디터 김혜원
포토그래퍼 안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