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스 박물관의 새 단장

10년 동안의 ‘THE NEW’

레이크스 박물관의 새 단장

10년 동안의 ‘THE NEW’

레이크스 박물관은 2003년 재건축을 위해 문을 닫았다. 문을 닫자 관람객은 볼 수 없던 박물관 안의 사람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레이크스 박물관의 새 단장>은 그 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08년 재개장 예정이던 박물관의 문은 2013년이 되어서야 다시 열렸다. 그들이 만들어낸 ‘The New’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러니까,
자전거의 입장

그러니까 자전거 때문이다. 다 자전거 때문이다. 레이크스 박물관의 재건축을 맡은 건축가 안토니오 크루즈Antonio Cruz와 안토니오 오르티즈Antonio Ortiz를 대신해 하는 말이다. 그들은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재건축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따냈다. 자전거와 사람의 통행로이며 박물관의 입구인 도로를 지하로 내려가도록 개조하는 아이디어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재건축이 시작되자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실행을 하려고 하면 시시각각 설계를 바꿔야 하는 문제에 부딪혔다. 이 모든 게 자전거 때문이다. 자전거 도로를 오른쪽으로 두느냐, 왼쪽으로 두느냐, 지하로 두느냐, 간격을 넓히느냐 좁히느냐. 자전거 이용자 조합과 시민들의 공청회는 모두의 ‘불편’이 줄어들 때까지 끊임없이 열린다. 

“자전거로 박물관 밑을 지나가는 건 이 도시의 소중한 문화 일부고 재건축을 위해서 오랜 전통을 없애려 드는 건 부끄러운 짓입니다. 물론 ‘야경’이나 ‘우유 따르는 하녀’ 같은 그림은 아주 훌륭한 작품이지만 예술을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 도로를 없애는 건 용납하지 못할 일입니다.(자전거 이용자 조합)”

레이크스 박물관을 재건축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전거의 입장’이다. 다시 말하면 ‘시민’의 입장이다. 시민의 세금을 걷어서 운영하는 박물관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건축가나 관장은 렘브란트Rembrandt의 작품보다 자전거 도로를 두고 골머리를 앓아야 하고, 자전거 도로가 해결되면 자치구 의회, 보조보행기와 휠체어 이용자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모두가 박물관 입구가 만들 수 있는 일상의 ‘불편’에 의견을 낸다. 그뿐만 아니다. 박물관은 암스테르담 환경미화위원회에게 창살은 어떤 걸 쓸 건지, 특정 무늬가 있는 건지, 정원과 어떻게 조화되는지, 목재를 수직으로 붙일 건지, 은촉과 대형 패널을 사용할 건지, 지붕의 형태는 어떤지에 대해서 대답해야 한다. 건축가와 관장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 나라는 가끔 민주주의의 정신병동 같을 때가 있죠. 쿨하기 짝이 없는 암스테르담 만세네요. 뭐든지 허용되죠. 최고예요. 렘브란트의 작품보다 자전거 도로에 더 신경을 써야 해요. 그게 제 운명이죠.(관장)” 하지만 렘브란트의 작품과 자전거 도로가 정말로 다른 선상에 놓인 일일까?

여전히,
박물관 관리인의 입장

“레이크스 박물관에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저밖에 없어요. 저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정말 근사한 일이에요.”

레오 판 헤르벤Leo van Gerven은 박물관 관리인이다. 공사가 진행될 때도, 멈출 때도 그는 박물관에 있다. 그는 박물관의 새벽과 아침, 낮과 밤을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관장이나 큐레이터, 건축가나 인부들이 돌아다닐 때와 관리인인 그가 걸어 다닐 때의 박물관의 모습은 다르다. 박물관은 그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그는 박물관의 모든 것을 사진처럼 기억한다. 그의 꿈은 ‘이곳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10년 동안 그는 산책하듯 박물관을 걷는다. 평온한 얼굴의 그가 영상에서 단 한 번 분노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자전거 조합이 박물관 입구를 점거하려고 했을 때다. 그는 단호한 눈빛으로 목재로 입구를 봉쇄한다. 그리고 레이크스 박물관이 마치 자식과 같이 소중하기 때문에, 라고 말한다.

오래된 그의 숙직실 벽에는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가득하다. ‘이곳은 내가 통제한다!’라는 글이 장난스럽게 쓰인 사진 속 그의 웃음이 천진하다. 공사 중인 박물관을 보며 그는 동료와 대화를 나눈다. “언젠가는 이 작업도 끝나겠지. 왠지 가슴 아프네.”, “그래?”, “여기는 내 집이었으니까.”관람객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박물관은 그를 기억한다. 박물관은 그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입장

레이크스 박물관은 백만 점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대형 박물관이다. 박물관이 재건축되는 10년 동안 큐레이터들은 전시할 소장품을 추려낸다. 박물관 소유의 렐리스타드 창고Depot Lelystad에는 수많은 작품이 옷장 안의 옷처럼 걸려있다. 큐레이터들과 관계자들은 해당 관의 주제와 그림이 어울리는지,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며 재개장할 박물관에 걸릴 그림을 걸러낸다. 또한 박물관에 새로 들여올 작품을 선정하는 것도 그들의 일이다. 

아시아관 큐레이터인 멘노 피츠키Menno Fitski는 교토에서 발견한 두 석상을 암스테르담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한다. 석상이 암스테르담으로 도착한 후 그는 종종 혼자 어두운 창고에 간다. 어둠 속에서 석상을 마주하고 만진다. “이 석상들은 아주 중요한 작품이에요. 이런 곳에 있을 만한 작품이 아니죠. 이렇게 깜깜한 창고 안에서 관람객도 없이 있어서는 안 돼요.” 마침내 공사가 마무리되고 전시관에 석상이 놓인다. 승려들이 석상에 제의를 지낸다. “이국 땅이 낯설지 않도록 예의를 갖춰 환영해주려고요.” 큐레이터의 말대로 석상은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멈춰있던 작품의 시간이 다시 흐른다.

재개장을 앞둔 관장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박물관에서 인터뷰를 한다. 포토그래퍼가 말한다. “렘브란트의 ‘야경’을 걸 액자걸이가 보이시죠? 그쪽에 가서 서세요. 사진은 세 장 찍을 겁니다.” 관장은 아직 그림이 걸리지 않은 액자걸이 앞에 선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작품의 걸이를 만드는 과정 아니었을까. 그림이 걸리고 나면 보이지 않지만, 묵묵히 뒷면에서 무게를 받아낸다. 이제 박물관이 다시 북적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들의 노고를 알아주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겠지만. 레이크스 박물관 앞에 붙은 ‘The New’는 10년 동안 박물관을 지킨 사람들의 일상이 만들어낸 오래되고 단단한 단어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아무 노력도 들이지 않은 느낌이잖아요. 수년간 공사했는데 그런 느낌이 안 들어요. 그동안의 고된 노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요. 바로 이런 게 ‘우아함’이에요. 임무는 완수했어요.(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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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현아

자료 제공 D-BOX, 레이크스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