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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DE
세상에 아름답고 품질 좋은 옷은 수없이 많다. 이제 우리는 디자인을 넘어 브랜드를 입는다. 브랜드 가치와 철학, 그 안에 내재된 메시지를 기리며 옷장을 신중하게 채워가는 것이다. 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폐기되는 옷들에 다시 한번 숨을 불어넣는 일, 한 땀 한 땀 선순환을 새겨 넣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를 옷장에 담는 순간은 어찌나 기꺼운지. 오늘도 나는 래코드를 입는다.
가끔 길을 걷다 커다란 글자로 ‘창고 대방출’이라 적힌 포스터를 본다. 유명 브랜드의 시즌이 지난 옷이나 하자 상품을 저렴한 금액으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가격의 절반 이하 금액으로 판매하는 옷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세상에는 넘치게 많은 옷이 있다. 어떤 옷은 좋은 주인을 만나 걸치기 좋은 날개가 되는 반면, 어떤 옷은 주인에게 닿지 못해 폐기될 위기에 처한다. 그런 옷들은 할인에 할인을 거듭하다 3년 차 재고가 되면 소각장으로 간다.
코오롱FnC(이하 ‘코오롱’)는 생각했다. 매년 폐기되는 것은 의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수고와 노력, 시간이 함께 소각되는 거라고. 1년간 소각되는 옷들만 연간 40억 원에 달한다. 이 엄청난 수치를 못 본 척하고 돌아서는 것은 쉽다. 그러나 코오롱은 그러지 않았다. 재고들을 다시 살려낼 수 없을까 고민을 거듭하던 2012년, 아직은 생소한 단어인 ‘업사이클링’을 패션 브랜드로 들여오기로 한다. 코오롱이 만든 업사이클 브랜드 ‘RE;CODE’는 그렇게 탄생했다. 회사가 운영하는 20여 개 브랜드의 3년 차 재고를 어떻게 하면 단순히 소각하지 않고 패션 회사다운 방식으로 스토리를 더해 살려낼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과연 어느 누가 패션을 자연 친화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까. 남들보다 이르게 환경을 생각한 래코드는 재고 의류를 좀더 괜찮은 모습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디자인, 좋은 품질의 옷은 이제 세상에 너무나도 많다. 이전에는 얼마나 아름다운 디자인인지, 바느질이 꼼꼼한지 확인하는 게 필수였다면 이제는 짜임새가 훌륭한 옷들이 근사한 디자인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브랜드 가치를 본다. 기업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윤리적인지, 어떤 책임을 다하는지, 기업 바깥을 향한 메시지는 어디를 향해 있는지. 이제는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사는 시대다. 특정 브랜드의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내 가치도 높아지기에, 이제는 제품의 디자인보다 그 안에 스며 있는 이야기가 중요해진 것이다.
재고와 재료를 세척하고, 활용하고, 해체하고, 리디자인하고, 다시 생산해 내는 래코드의 의류 제작 과정은 대량 생산에 비해 훨씬 복잡다단하다. 일련의 프로세스에서 사람 손을 타지 않는 과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기에 옷 숫자도 제한적이고 비용도 많이 드는 게 당연하다. 소비자 가격도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지만 그 안에 깃든 가치와 이야기를 함께 구입한다고 생각하면 흔쾌히, 나란히 걷고만 싶어진다.
이제는 많은 패션 브랜드가 친환경적인 실천을 거듭하고 있다. 일찍이 녹색 걸음을 내디딘 래코드는 10년 이상 또렷한 가치를 지켜오면서 계속 성장하고 한발 앞서 나가는 중이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만, 위기의 재고만 활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한 산업혁명이 얼마나 많은 자연을 파괴했는지 생각해 보면 결코 이상한 일도 아니다. 래코드는 이미 만들어졌지만 팔리지 않는 옷, 버려지며 부차적인 오염을 발생시키는 옷들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곁들인다. 나아가 의류가 아닌, 버려지거나 불량인 에어백, 카시트 같은 산업 자재를 활용해서 의류를 새로 만들기도 한다. 그것을 이들은 ‘래코드의 지속가능성’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자회사 재고에서 시작했지만, 이젠 한 발 더 나아가 협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다른 브랜드의 재고를 업사이클링하는 활동으로 넓혀 나가고 있다.
패스트 패션이라는 말이 있다. 유행을 좇아 반짝 빛났다가 사라져버리는 옷들을 일컫는다. 품질이 좋지 않아 한 철만 입고 버려지는 옷들은 일회용품처럼 금세 쓰레기가 되고, 새로운 소비를 낳는다. 래코드는 빠르게 지나가는 소비와 폐기보다는 고쳐 입고 오래 입는 문화에 집중한다. 좋은 옷을, 의미 있는 옷을 다시 입을 수 있도록 ‘박스아뜰리에’를 운영하며 수선과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스아뜰리에를 꾸려나가는 이들은 미혼모와 새터민이다. 함께 일할 수 있는 터전, 그 가치 있는 공간 안에서 옷들은 생명을 연장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래코드는 생각한다. 옷의 생애 주기를 늘리는 것도 버려짐을 최소화하려는 방편이라고.
래코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만큼 다시 만들어진 의류가 재고가 되고 폐기되는 상황은 아쉬움과 회의감이 훨씬 더 큰 일일 것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게끔 나선 것인데, 다시 만들어진 옷 또한 쓰레기가 된다면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
유행하는 디자인을 대량 생산하고 한 철 장사만 생각한다면 과연 이런 세세한 고민을 거듭할 수 있을까. 매년 불길에 휩싸이는 너무 많은 재고, 그와 함께 타들어 가는 누군가의 수고, 노력 그리고 적지 않은 비용. 이 모든 걸 헤아리고 새로운 숨을 불어넣기 위해 고민하는 데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그라지는 재화를 살리려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터전까지 마련해 내는 세심함. 래코드 옷을 고르며 생각한다. 그들이 남모르게 품은 섬세함을, 세상을 향한 예민한 정성을.
RE;CODE 마케팅팀
래코드 의류는 코오롱FnC 계열사에서 발생한 의류 재고를 바탕으로 해체와 재가공의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있지요. 그 과정에 관해 좀더 들어보고 싶어요.
업사이클링 되는 의류는 소각을 앞둔 3년 차 재고(코오롱FnC 브랜드)를 사용해요. 소각되기 전에 활용해 볼 만한 재고를 찾으러 시즌마다 2차 아울렛으로 떠나는 것이 여정의 첫 시작이죠. 그렇게 발견하고 선택한 재고에 창의적인 디자인 해석을 더해 해체와 재조합의 과정을 거쳐요. 수작업에 능한 장인들과 래코드 디자이너가 긴밀하게 협업하는 과정이 함께하죠. 장인 선생님들은 핸드크래프트를, 디자이너들은 크리에이티브를 맡아 협업하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래코드의 독보적인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어요. 이는 곧 패션 재고에 대한 솔루션이 되고요. 그렇게 탄생한 제품은 유니크한, 어쩌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제품으로 완성되곤 해요. 최근까지도 래코드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했어요. 나이키나 BTS의 의류를 활용하여 가치를 담은 협업 상품으로 재탄생시켰죠.
코오롱은 1년에 소각되는 옷만 연간 4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죠. 의류 브랜드로서 이러한 수치를 공개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수치가 매년 바뀌고 있는데요. 그것이 크건, 작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기업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또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의류 재고로 또 다른 의류를 생산해 내는 디자인과 기술에 노하우를 쌓은 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이젠 글로벌 어느 브랜드와 경쟁해도 자신 있을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에어백이나 카시트 같은 산업 소재를 패션 산업에 접목한 것, 20개국에 가까운 나라의 글로벌 인턴이 거쳐 간 것…. 현재는 장인 선생님들과 한곳에서 성장하고 있기에 더욱 특이한 래코드만의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봐요. 이것이 시행착오의 출발지이기도 하고요.
하나하나 사람 손을 거치고, 재고 의류 수량이 한정되어 있기에 소량의 리미티드 에디션 개념으로 생산된다고 들었어요.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이 래코드 의류의 특이점이라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지점에서 생기는 득과 실이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기본적으로 재고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생산 수량이 재고 수량과 직결돼요. 래코드 컬렉션 의류는 수공업이라 비용도 높아지는 데다 소량으로 진행되기에 희소성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에게는 브랜드 경험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요. 그러나 제품의 대중적인 접점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기도 하죠.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몇 해 전부터는 래코드의 디자인 정신을 친환경 원단으로 풀어내는 매스 생산 제품도 선보이고 있어요. 친환경 원단으로 만든 캔디백, 에어백 가방 등이 특히 인기 있죠.
BTS가 래코드 제품을 입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2021년 BTS가 유엔 연설에 입고 공연까지 했던 정장을 이야기해 볼게요. 작은 하얀 사각형 안에 숫자 ‘1’이 달린 디자인인데요. BTS가 입은 옷은 겉에서 봤을 땐 평범한 블랙 정장처럼 보이지만 래코드와 BTS가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문화의 다양성과 환경 보호 이슈, 패션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까지도요. 출국을 앞두고 짧은 시간 내에 완성해야 했기에 멤버 한 명 한 명 맞춤 작업을 진행하진 못했지만, 아티스트들이 가장 편하게 잘 맞게 입던 옷을 받아 패턴과 사이즈를 연구하고, 기존 정장들을 해체하고 재조합한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업사이클링 제품이기 때문에 다시 재고가 되지 않도록 판매에도 힘쓰게 될 것 같아요. 따라서 디자인이나 품질에도 소홀해질 수 없을 텐데요.
래코드를 애용하는 고객님들은 래코드 옷을 특별한 날이나 의미 있는 장소에 갈 때 입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래코드는 개인에게 의미 있고 오래 간직될 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트렌디해 보이진 않더라도 오래 입을 만한 좋은 퀄리티의 재고나 소재를 까다롭게 선별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 외에 리컬렉션이나 박스아뜰리에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개인 맞춤이나 수선 워크숍을 통한 세상에 하나뿐인 옷들이 있는데, 그 역시 옷장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옷들로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 중이에요.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보니 고객 의견도 중요할 텐데요. 어떤 반응이 들려올 때 만족감을 느껴요?
“친환경도 쿨할 수 있다.”는 반응이요. 친환경은 아직 어렵고, 착하고, 특히 패션 재화로는 디자인적인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시장 인식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래코드는 착하지만, 쿨하고 멋지다.”는 반응을 들으면 어쩌면 우리 브랜드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브랜드일지도 모르겠다는 자부심이 생깁니다(웃음).
래코드는 단순히 패션 브랜드,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가치와 이야기를 담아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한경애 부사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명품 브랜드 재킷 하나는 100만원이 넘어도 쉽게 사면서 래코드의 가치 있는 재킷이 60만 원 정도 하는 걸 비싸다고 할 수 있나요?” 래코드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드러나는 답변이라고 생각했어요. 래코드를 조금 더 자랑해 주실래요?
일관성. 그리고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래코드 이야기를 인터뷰나 강연에서 할 때면 마지막에 많은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세요. “래코드 덕분에 친환경 패션을 경험해 보고 싶어진다.”고요. 그건 아마도 10년간 버려지는 것을 새롭게 탐구하는 모습과 오래 입을 만한 옷을 만드는 해법을 꾸준히 선보였기 때문일 것 같아요. 한마디로 브랜드 스토리가 급조된 게 아니니,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업사이클링을 기반으로 하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의류 브랜드라는 점에서 소비를 조장한다는 측면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러한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업사이클링 제품도 잘 팔려야죠. 시장이 크게 형성되길 바라고 있어요.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사회적 배려자들의 일자리 이슈에 접근하고, 소각되기 전의 의류를 되살린다는 환경적 측면에서의 문제도 해결하는 일이에요. 소비 조장 측면에서의 딜레마라기보다는 재고를 남기지 않고, 필요한 만큼 과생산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안고 나아가고 있어요. 래코드 재고가 다시 래코드의 더 나은 상품을 위한 재고로 사용되기도 하고, 의미 있는 곳에 기부되기도 하는데요. 꾸준히 프리오더를 통해 어느 정도 생산 수량을 예측하거나 맞춤 수선을 통한 옷의 순환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래코드의 외형이 커짐에 따라 같이 동반되는 과제일 것 같아요.
문득 래코드 근무 환경이 궁금해지네요.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인 만큼 기업 문화 또한 환경을 생각하는 분위기일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팀 구성원들이 모두 환경을 위해 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텀블러 사용은 기본, 배달 음식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직접 싸 와 먹는 문화도 있고요. 진정성 있는 친환경 제품이나 매장을 발견하면 서로 추천도 해주고요. 브랜드의 모든 일련의 활동에서도 이것이 친환경적인지 당연히 고민하고 토론해 보지요. 기존에 지속해 오던 활동일지라도 현행보다 조금이라도 더 환경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개선할 지점을 찾아보고 고민해 보고 있어요.
지속가능성까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래코드의 가치는 다양하고 깊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떤 지점까지 나아가고 싶은지, 래코드의 행보에 관해 들어보고 싶어요.
연대와 연결을 꿈꾸고 있어요. 지난해는 래코드가 1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였는데, <RE;COLLECTIVE>라는 전시를 기획하여 진행했어요. 각자 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크리에이터, 기업, 브랜드를 모아 더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의 전시였죠. 전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무브먼트로 지속될 수 있도록 올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다시 한번 전시를 진행하려고 해요. 작년 전시와 취지는 같으나 이번에는 업사이클이라는 주제 하에 한·중·일 각지에서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아티스트들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지난 10년은 먼저 움직이며 지속가능성의 취지를 이어왔다면 이제는 메시지의 주도권을 가지고 진취적으로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환경만 아니라 여러 사회 이슈가 각 분야의 협업으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
에디터 이주연
자료 제공 RE;C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