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을 이기는 마음으로

한로로 — 뮤지션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어느 날 우리 앞에 불현듯 등장한 뮤지션 한로로는 초봄의 미약한 햇살이라도 기다리던 가냘픈 청춘들 마음에 ‘입춘’을 보냈다. 그는 알지 못해 괴롭고 불안해서 흔들리는 존재들의 어느 날을 부르기 위해 말의 모서리를 연신 매만졌다. 우리가 맞잡은 손 위에 자신의 것도 포개며 내뱉는 가사가 솔직하지만 따갑지 않은 이유다. 뙤약볕이 쪼아대는 여름 한복판이 무슨 문제랴. 한로로와 그의 노래를 기다리는 이들은 넓은 들판에 모여 같은 가사를 힘껏 읊다가, 마침내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사랑을 증명한다. 볕을 이기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한로로를 듣는다.

A.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90

새로 생긴 과일 가게의 분주한 모습이나 횡단보도를
일제히 건너는 모습을 목격해요.
그럴 때 세상이 진짜 굴러가고 있다는 것,
그 안에 내가 소속되어 있다는 걸 한 번 더 실감해요. 

이후로 다수의 싱글과 앨범 [이상비행], [집], 최근 곡 ‘나침반’까지 듣다 보면 전하는 메시지의 중심은 같되 대상은 확장된 것처럼 보여요. 직접 들려줄래요? 

가면 갈수록 세상이 서로 날카로워지고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기 쉬워지는 게, 개인적으로 너무 싫거든요. 저마다의 어려움이나 아픔, 슬픔을 끌어안으려 하지 않고 배척하면서, 혼자만 잘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착각이에요. 혼자 살아가지 못하는 세상이니까 혼자 위로하지 못하는 부분을 또 다른 존재들이 보듬어 주는 게, 공동체가 만들어진 이유이자 인류가 형성될 때부터 뿌리내린 생존 법칙 중 하나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 연대가 필요하고요. 제 노래들이 초반에는 나의 아픔 그리고 너의 아픔을 말했다면, 이제 우리의 아픔으로 이어지면서 그걸 해결할 방법이 결국에는 사랑이라 말해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네요.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가끔은 저도 이 세상에 혼자 남아 있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어요. 

 

그렇다면 노래로 말해온 ‘사랑’이란 뭘까요? 

(잠시 고민한다.) 연명하게 만드는 거 아닐까요? 사랑은 삶을 이어지게 하는 필수 요소 같아요. 저는 제가 아끼는 사람들을 보고 싶고,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들려주고 싶어서 살아요. 연인이든 친구든, 내가 애정을 품은 존재들이 보고 싶어지면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또 다음 날도 기대하게 되잖아요. 누군가에겐 이 초록색 풍경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내년 여름엔 어떨지, 그때까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싶을 수도 있고요. 삶의 장면 하나하나를 포기할 수 없게끔 만드는 게 제가 정의하는 사랑인 것 같아요. 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질문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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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Hae Ran 장소 협조 롯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