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는 어디로 갔는가

방콕과 루앙프라방

 

디지털 노마드는 어디로 갔는가

방콕과 루앙프라방

일하는 사람은 한 번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꿈꾼다. 창 너머로 보이는 울창한 숲, 귀에 거슬리지 않는 백색소음, 언제든 밖으로 나가 산과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에서의 ‘일’.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외부와 연락을 단절하고 여관에 장기 투숙하며 각본을 썼다는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해도 좋지 않은가. 노트북과 카메라, 두 권의 산문집, 그리고 수영복을 챙겨 태국 방콕과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 떠났다.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는 가능한가?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아바니 호텔&리조트 AVANI Hotels&Resorts

아바니 호텔&리조트는 현대적인 스타일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여행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태국, 스리랑카, 베트남, 말레이시아, 세이셸, 모잠비크, 보츠와나, 나미비아, 잠비아, 아랍 에미리트, 포르투갈에 23개의 호텔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호주, 아시아, 인도양, 중동에도 오픈 예정이다.

H. minorhotels.com/en/avani

아바니 리버사이드 방콕 호텔 AVANI Riverside Bangkok Hotel
H. minorhotels.com/en/avani/riverside-bangkok

아바니플러스 루앙프라방 AVANI+ Luang Prabang
H. minorhotels.com/en/avani/luang-prabang

 

일과 함께

떠났다

디지털 노마드는 어딘가에 머물며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시공간에 제약 없이 일하는 방식 혹은 그런 사람들을 말한다. 1995년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처음 썼으니, 벌써 20년도 더 된 오래된 단어다. 그러나 대부분은 경험해보지 못한 말이다. 나도 그랬다. 우리의 주제가 ‘자연’으로 정해지기 전까지 말이다. 나는 디지털 노마드를 선언했다. “이번 마감은 자연 속에서 하겠습니다. 제게 시간을 주십시오!”

그리하여 내가 찾은 도시는 태국 방콕과 라오스 루앙프라방이다. 한국과 시차가 크게 나지 않아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물가가 저렴하며, 무엇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는 것.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도시였다(두 도시 모두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직항이 없는 루앙프라방은 방콕이나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먼저 방콕에서 시간을 보낸 뒤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했다. 호기롭게 디지털 노마드를 선언한 것과 달리 준비 과정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단 일주일 동안 서울을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것이 왜 그렇게도 많은지. 어쨌든 나는 풀지 않은 3건의 인터뷰 녹취 파일, 마감하지 않은 4개의 원고 파일과 함께 시한부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다.

방콕에서 맞은

첫 번째 아침

방콕에 온 지 이틀째. 새벽 6시, 더 팬트리The Pantry에서 꺼내 온 바나나와 뮤즐리, 치아시드가 뒤섞인 요거트를 퍼 먹으며 다음 날, 그러니까 아침까지 보내야 하는 원고를 썼다. 비행에 지쳐 곯아떨어진 몸이 마감이라는 알람에는 반응한 덕분이다. 적당한 당분과 창밖으로 보이는 강, 그리고 강 너머로 해가 뜨는 모습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일과 여행을 함께 생각하며, 나는 직접 요리를 하거나 빨래를 하고 싶진 않았다. 적당한 자연 안에서 충분히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랐다. 그래서 아바니 리버사이드 방콕 호텔이었다. 이곳은 차오프라야강을 조망하기 위해 만들어진 호텔이다. 모든 객실에서 강이 내려다보인다. 높은 빌딩보다는 낮은 집들 사이에 있는, 강가의 호텔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셔틀 보트를 타면 밤마다 현란한 불빛을 뽐내는 아시아티크Asiatique 야시장에도 쉽게 갈 수 있다). 게다가 시시때때로 당분이 필요한 마감 노동자에게 더없이 좋은 팬트리가 있었다. 아바니클럽AVANICLUB은 11층 로비에 있는 라운지다. 샌드위치, 샐러드, 과일 주스 등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진 팬트리를 24시간 동안 운영한다. 방에 돌아가기 전, 팬트리에 들러 새벽의 양식을 저장했다.

방콕에서는 두 번의 밤을 보냈다. 방이 익숙해졌을 땐 아바니클럽 라운지의 둥근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일을 이어나갔다. 글이 막히면 루프탑에 있는 수영장에서 잠수를 했다. 물 밖으로 얼굴만 내밀고 아무 생각 없이 탁 트인 시야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매일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과 호사스러운 휴식의 시간, 나는 그 경계에 있었다.

루앙프라방에

대체 뭐가 있냐면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간다는 나에게 “왜 하필 라오스 같은 곳에 가시죠?” 하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참고로 이것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노이에서 받은 질문이다). 아마 4년 전 방영한 〈꽃보다 청춘〉 덕분일 테다. 포털사이트에 루앙프라방을 검색하면, 이런 수식어가 붙은 책들이 나타난다. ‘시간이 머무는 곳’, ‘일상의 쉼표’,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 등등.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곳에서 모두 다른 시간을 보내겠지만 그 농도는 비슷하게 진하다는 것이다. 오래도록 선명하게 기억될 만큼. 나에게도 선명해질 기억이 있다. 열린 문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을 때, 밤 11시에 녹음이 푸른 중정의 수영장 안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그때의 모습과 공기, 그리고 혼자 한 다짐들이 그 시간에 진하게 묻어 있다.

이 도시의 풍경과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줬는지 온종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실 별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바꿔 말하면 방에서 일만 해도) 루앙프라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이상하게 만족스러웠다. 많은 것들이 내가 잠을 자고, 먹고, 일하는 곳에서 충족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호텔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바로 이곳이 좋아졌으니까.

프랑스의 보호령으로 식민지배를 받을 당시 군용으로 지어진 방갈로를 개조한 호텔. 아바니플러스 루앙프라방은 올 3월에 오픈한 전 세계 첫 아바니플러스다. 목제 가구와 리넨을 멋지게 사용한 브라운 톤의 객실 내부는 뜨거운 여름 도시를 사랑하던, 내가 동경하는 작가들의 서재를 떠올리게 했다. 이곳의 농부들이 생산한 식자재로 만든 잼과 치즈, 달걀 등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육류는 먹지 않고 생선과 유제품은 먹는다)인 나의 매 끼니를 기쁘게 채워줬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빵 또한 기억날 테다. 기분 좋은 설렘에 일에 집중할 수 없는 때가 많았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아바니플러스 루앙프라방은 루앙프라방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저녁 4시부터 열리는 야시장, 메콩강, 왕궁 박물관 등 루앙프라방에서 봐야 하는 곳 모두 걸어서 갈 수 있고,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리면 더 쉽게 더 멀리 갈 수 있다. 아, 그래서 루앙프라방에 대체 뭐가 있냐고? 특별한 건 없다. 풍경과 사람. 그저 루앙프라방이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그곳이 어디든

마감은 있으니까

인천에서 방콕행 비행기에 올라타기 전, 우연히 SNS에서 한 문장을 읽었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실즈가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 쓴 문장이었다. 그때 나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짐작했던 것 같다. 일과 분리되지 않는 나의 일상처럼, 일과 여행을 분리할 순 없겠지만, 출근길의 만원 지하철, 사무실의 무거운 공기, 매일매일 무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달아날 수 있을 거라고, 그러기 위해 나는 지금 비행기를 기다리는 거라고 말이다.

전날 내린 비로 색이 짙어진 차오프라야강을 내려다보며, 나뭇잎이 떠다니는 루앙프라방의 푸른 수영장을 바라보며, 나는 거의 매일 밤 조금씩 원고를 썼다. (이어 소개하겠지만, 방콕과 루앙프라방을 눈앞에 두고 나가지 않을 수 없다. 낮에는 그곳의 자연을 최대한 누리는 게 디지털 노마드의 본분이라고 생각했기에, 밤마다 노트북을 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자꾸 좋다는 말을 되뇌었다. 

일에서 해방되진 못했지만,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정말로 나를 다시 활기차게 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나의 짧았던 디지털 노마드 여행은 끝이 난다. 아마, 나는 다시 비행기를 기다릴 것이다. 비행기 목적지가 방콕 혹은 루앙프라방이면 더없이 좋겠다.

밖으로 나갔다
이 풍경도 놓칠 수 없기에

왕궁과 에멜랄드 사원
The Grand Palace and The Temple of The Emerald Buddha

높이 솟은 금빛 궁전들과 반짝이는 유리로 장식된 사원들이 미로처럼 엉켜 있다. 이국적인 정취로 가득한 이곳은 라마 1세부터 역대 국왕들이 살던 왕궁이다. 왕궁 안에 있는 사원 왓 프라깨우는 에메랄드 사원The Temple of The Emerald Buddha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태국 최고의 왕궁 사원이니 한 번은 꼭 방문할 것. 

A. Na Phra Lan Road, Grand Palace, Phranakorn, Bangkok 10200, Thailand
H. royalgrandpalace.th/en/home
O. 매일 08:30~15:30

퀸 시리킷 뮤지엄 오브 텍스타일
Queen Sirikit Museum of Textiles (QSMT)

왕궁 안에 있는 뮤지엄이다. 시리킷 여왕이 입던 옷(예를 들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입은 투피스나 드레스, 함께 착용한 구두와 모자 등)을 전시하며, 프랑스의 디자이너 피에르 발맹이 여왕을 위해 만든 섬세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도 볼 수 있다. 1층의 숍에서는 셔츠, 액자, 우산, 열쇠고리 등의 기념품을 판매한다.

A. Ratsadakorn-Bhibhathana Building, The Grand Palace, Bangkok 10200, Thailand
H. qsmtthailand.org
O. 매일 09:00~16:30 (마지막 입장 15:30)

왕궁 박물관
Royal Palace Museum

라오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곳이다. 루앙프라방은 옛 라오스의 수도로, 이 왕궁은 라오스가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1904년에 지어졌다. 라오스가 공산화된 이후 마지막 왕족이 추방되기 전까지 왕궁으로 사용됐다. 1975년 박물관으로 전환되었고, 왕족이 사용한 물품이 전시되어 있다.

A. Haw kham, Luang Prabang 0600, Laos
T. +856 71 212 068
O. 08:00~11:30, 13:30~16:00 (화요일 휴관)

메콩 킹덤 럭셔리 크루즈
Mekong Kingdoms Luxury Cruises

해질 무렵 흙빛 메콩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낭만적이고 감동적이다. 메콩 킹덤은 다섯 가지 스타일의 유람선을 운행하고 있는데, 내가 탄 것은 몬순Monsoon이라는 이름의 유람선이다. 팍 우 동굴로 향하는 셔틀 보트로, 가는 동안 카나페, 커피, 차, 소프트드링크 등이 제공된다.

A. Setthathirath Road, Hua Xieng Village, Luang Prabang 06000, Laos
H. mekongkingdoms.com
T. +856 0 7125 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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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김혜원

취재 협조 아바니 호텔&리조트 AVANI Hotels&Res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