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질 수 있는 풍경

드나스

임정현—드나스dnas

부산 화보를 함께하고 싶다는 말에 가장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파란 바다, 그 앞에서 저마다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모습이요. 

 

역시 바다였군요. 많은 사람이 ‘부산’하면 바다 이미지부터 떠올리는 것 같아요. 

어, 그러고 보니 저부터도 누군가 부산에 간다고 하면 당연히 바다를 보러 간다고 생각하게 돼요. 어릴 적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부산=바다’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살면서 부산에 다섯 번 정도 가봤는데, 그때마다 부산의 바다 모습은 굉장히 다양하다고 느꼈어요. 해변마다 특색이 있고, 그 앞을 거니는 사람들 모습도 해변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것 같더라고요. 또 어떤 동네에 있든 조금만 방향을 틀면 바다가 보인다는 것도 부산을 바다로 기억하게 하는 이유 같아요. 

 

이번 부산 여정은 어땠어요? 

주말 이틀 동안 부산에 다녀왔는데요. 가기 며칠 전 부산 가는 차편을 알아보니 모두 매진이더라고요.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어요. 첫날엔 흐리고 비가 내려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어려웠어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날씨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다음 날은 화창하더라고요. 그래서 첫날은 비 내리는 해운대를 보며 오랜만에 편히 쉬는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튿날 오전엔 일찍 영도에 갔어요. 택시 타고 이동하면서 큰 다리를 지났는데, 높은 곳에서 부산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건물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마주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영도에 도착했어요. 천천히 돌아보고 촬영하며 시간을 보냈죠. 그다음 여정은 광안리였어요. 원래는 노을을 보러 다대포에 가려고 했는데요. 은은한 푸른빛과 보라색으로 물들던 노을 반대편 하늘이 떠올라서 고민 끝에 광안리로 향하게 된 거죠. 그렇게 해 지는 해변을 바라보며 부산 일정을 마무리했답니다. 

 

이번 화보는 영도와 광안리에서 건져 올린 이미지로군요. 

맞아요. 부산 곳곳의 다양한 바다에서 어떤 시간이 흐르고 있는지를 이미지로 담고 싶었어요. 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지 궁금했고, 또 하루 끝 산책길에 바다를 품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은 어떤 걸까 생각하며 촬영했죠. 

 

부산에서의 일상을 담고 싶던 거네요. 이미지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를, 혹은 아래 서 위를 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어요. 

제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런 이미지들이 나온 것 같아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바다를 거니는 사람과 바다로 내려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작은 크기로 보이는데요. 그런 이미지가 재미있었어요. 바다는 아주 넓고 큰데 사람은 참 작고 귀엽더라고요. 바다 주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파인더로 바라보는 것도 좋았고요. 

 

드넓은 바다뿐 아니라 아파트와 주택, 바다와 하늘이 뒤섞인 느낌도 좋았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 있어요? 

음… 영도에서 바닷가 마을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었는데요. 나들이 나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주민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은 바다를 등지고 앉아 있더라고요. 누구에게는 눈에 담고 싶은 풍경이 어느 누군가에겐 아주 일상적인 풍경이자 삶이라는 게 한눈에 보였어요. 그런 대비가 흥미로웠죠. 

 

사람마다 부산을 기억하는 색깔은 다를 텐데, 정현 씨의 기록에선 푸른 빛이 유난 히 짙어요. 청명한 느낌도 있고요. 

마침 날이 좋아서 더 푸르고 맑게 담긴 것 같아요. 바다를 촬영하더라도 단순히 바다만 담기보다는 ‘건물 너머로 보이는 바다’, ‘사람들 사이의 바다’ 같이 일상에 함께 하고 있는 바다 풍경을 담고 싶었는데, 그런 느낌이 잘 스며들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널려 있는 빨래, 누군가가 오래 살아온 듯한 집 이미지를 보면 확실히 그런 느낌이 에요. 부산에서 재미있는 일 없었어요? 

재미있는 일은 아니지만(웃음), 사진을 찍으면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넘어졌어요. 거의 다 내려온 상태에서 넘어진 거라 다치진 않았는데요. 많은 사람 앞에서 넘어져서 약간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원하던 사진도 찍었고 카메라도 무사히 잘 지켜내서 기쁘게 일어났답니다. 

 

아이고, 놀랐겠어요. 그럴 땐 맛있는 걸로 달래줘야죠(웃음). 

부산에 갈 때마다 부산 하면 생각하는 음식들을 자주 찾아 먹어서 밀면이나 회 종류를 곧잘 먹었는데, 이번 여행에선 음식보단 풍경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식사할 때마다 바닷가를 보며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광안리에서 해 질 녘 하늘을 바라보며 마신 맥주 한잔이 기억에 남아요. 행복한 한잔이었죠. 

 

광안리에서 맥주 한잔이라니…. 상상만 해도 시원하네요. 정현 씨, 부산 어때요? 

돌아보니 제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인 서울을 제외하면, 부산이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더라고요. 그렇다고 부산을 많이 알고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다섯 번의 방문이 모두 업무였기 때문에 목적지가 있었고, 일정에 쫓기며 다니곤 했거든요. 그래서 다음번엔 꼭 오래 머물러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여유롭게 머물며 제가 좋아하는 부산 해변은 어디인지, 몇 시 바다 풍경이 가장 예쁜지, 부산의 산은 어떤 모습인지… 저만의 부산 조각들을 모으고 싶거든요. 아직은 구석구석 더 알아가고 싶은 도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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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