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놓인 시간

아트 프로젝트, 다시 알뜨르

들판에 놓인 시간

아트 프로젝트, 다시 알뜨르

‘알뜨르’는 제주어로 ‘마을 아래 너른 들판’을 의미한다. 제주 대정에 아름답게 펼쳐진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비행장과 비행기를 숨겨놓는 격납고로 쓰이던 곳이다. 제주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알뜨르, 이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제주의 슬픔을 따스하게 보듬고자, 아트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의 해사한 웃음소리가 가득 메우는 이곳, ‘다시, 알뜨르’다.

알뜨르를
간직하는 법

제주 올레 10코스 중의 한 곳이고, 송악산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알뜨르는 일제강점기 당시 비행장이 있던 자리였다. 1920년대 중반부터 모슬포 지역의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해서 활주로를 비롯해 비행기 격납고와 탄약고 등을 10년에 걸쳐 세운 곳이다.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알뜨르를 전쟁의 전초 기지로 삼았고, 일본에서 날아온 비행기들은 이곳에서 주유를 하면서 상하이나 베이징, 난징으로 공습을 하기도 했다. 비행장 옆으로 서 있는 섯알오름은 제주 4·3사건 당시 집단학살이 일어난 장소기도 해서, 깊은 우물을 드리운 슬픔이 그대로 자리한 곳이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알뜨르 비행장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었다. 다시 한번 그곳을 생각하고 간직하는 방식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역사의 흔적을 어두운 단면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는, 희망과 평화, 미래로 발돋움하는 시작점으로 삼고자 했다. 누군가 그랬다. 마음속 드리운 우울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예술이라고. 그렇게 예술과 문화행사를 접목한 ‘다시, 알뜨르’가 포문을 열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열린 행사는 서경덕 교수의 토크 콘서트로 시작됐다. 한국홍보전문가인 서경덕 교수를 비롯하여, ‘제주4·3연구소’의 조미영 이사, 그리고 김유정 미술평론가와 함께 숙제처럼 남은 세대 간의 공존, 그리고 의식의 전환에 관하여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토크 콘서트를 마치고 난 뒤에는 시간의 흔적을 조용히 찾아 나서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알뜨르’ 투어를 통해 알뜨르 비행장에 감춰진 슬픔을 거두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픔을 다독이려고 했다.

이날의 행사를 축하하며, 희망과 기쁨을 공유하기 위해 ‘아트&플리마켓’이 열리기도 했다. 플리마켓에 참여한 ‘천이백도’, ‘워니앤백’, ‘하도리선’, ‘컬잇’, ‘르꼬숑’, ‘국제학교 모다아트’, ‘위매거진’은 각자의 애정이 담긴 상품을 가져와서 사람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장난스럽고도 유쾌한 인사를 서로 나누면서, 알뜨르의 슬픔은 다정으로 변했고, 모든 틈으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번져나갔다.

너른 하늘 위를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새일까, 구름일까, 빗물일까. 아마도 사람일 것이다. 슬픔을 간직한 땅 위에서 사람들의 이야기와 말소리가 번지자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했다. 상처는 언젠가 치유되기 마련이고, 그 과정을 돕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알뜨르를 찾은 사람들 덕에, 오늘도 안전하게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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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