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켜고 깍지 끼는 사랑

고명재 — 시인

‘시를 어떻게 읽을까.’라는 질문을 사이에 두고, 시인 고명재와 이야길 나눴다. 그는 내내 시를 애인 대하듯 말했다. 시는 낱낱이 파악하거나 정복하기보다, 함께 잠들고, 깍지를 끼고, 편하게 들이켜야 하는 것이라고. 아, 박연준 시인은 그를 “시와 정통으로 눈맞은 사람”이라 말했지. 그가 들려주는 시 이야기를 들으며 입안에서 한 단어를 굴려본다. 알사탕처럼 맴돌다 이내 퍼지는 그 말. 사랑, 사랑, 사랑.

이제부터는 시를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나눠 볼게요. 흔히 시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첫째는 시를 앎의 차원으로 만들려고 해서예요. 우리가 춤추는 사람을 보고 놀라는 이유가, 그의 어깨 각도를 알아서일까요? 그냥 그 모습을 사랑해서죠. 그런데 우리는 모든 것을 앎, 데이터로 환원하는 데 익숙해요.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시를 좋아하기 위해서 자꾸 데이터화하고 정복하려고 해요. 사랑은 앎이 아니라 사귐인데 말이에요. 한 사람을 사랑하려고 할 때 키, 몸무게를 알려 하기보다 손잡고 깍지 끼고 같이 맛있는 걸 먹는 것처럼 시를 사귀듯 감각하면 돼요. 

 

또 다른 이유는요? 

세상이 빨라서요. 문학이 무슨 말을 하는지 헤아려주기엔 우리 삶이 너무 바쁘죠. 우리가 평소에 자기 심장 박동 잘 못 느끼죠. 힘껏 달리거나 손바닥을 쫙 펼쳐서 가슴에 대고 집중해야만 느낄 수 있어요. 시 읽기도 똑같아요. 자신을 최대로 활용하거나 멈추는 불편함을 겪어야 접근 가능한 세계예요. 이런 시가 왜 쉽길 바라나요? 시는 어려워야 하고, 어렵기 때문에 얻는 무궁무진함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럼 시인님도 시가 어렵다고 느껴본 적이 있으세요? 

그럼요. 제가 대학생일 때부터 어려운 시를 쓰는 시인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났어요. 처음엔 곤혹스러웠죠. 시 공부가 어렵고, 어떤 시가 매력적인지 잘 모르겠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해석은 하되 답을 찾으려고는 하진 않았어요. 사귀는 사람을 속 시원히 이해해야만 사랑할 수 있나요? 그 사람을 잘 아니까 안고 있나요? 아니잖아요. 그냥 안고 있으면 그 사람 마음을 알게 되죠. 시도 계속 옆에 끼고 있어야 해요. 그러면 문득 시가 잘 읽히는 날이 와요. 사람 사귈 때도 ‘나 이 사람 알 것 같다.’는 느낌을 불현듯 받을 때가 있잖아요. 

 

시 해석에 정답은 없는 거군요. 

시는 언어로 된 꿈이에요. 꿈은 정확한 의미를 찾을 수 없지만 해몽하는 재미가 있어요. 정확한 의미를 알아내려고 한다면 되려 꿈이 우릴 우습게 볼걸요. 같은 꿈을 꿔도 사람마다 길몽 또는 흉몽으로, 길몽도 흉몽도 아닌 태몽으로 다양하게 해석하듯이 자유도가 높다는 게 시 읽기의 즐거움이에요. 그래서 친구들 여럿이랑 같은 책을 정해 읽고 떠들어 보는 게 최고예요. 나는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말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귀한 것이라, 그 사람 해석을 듣고 다시 읽어보면 그것의 아름다움이 조금씩 읽혀요. 그런 경험은 소중해요. 나라는 영역이 넓어지는 느낌도 들고. 배운다는 게 그런 것 아니겠어요? 내가 몰랐던 걸 얻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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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정해인 장소 제공 마이리틀케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