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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티 — 훌라 댄서
어떤 동요는 모두 함께 즐거웁게 춤추자고 했다. 3년 넘게 훌라 수업 ‘훌라당’을 운영하는 댄서 하야티의 삶은 그 노랫말과 닮았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춤추기를 좋아하고, 놀기 위해 몸을 부단히 움직이는 사람. 훌라가 ‘내 안의 바다를 꺼내는 춤’이라는 그는 넘실거리며 자유롭고 경쾌한 모양의 파도를 보여줬다. 내가 꺼낼 바다는 어떤 모양일까. 그가 건넨 꽃핀을 꽂은 거울 속 나를 마주했을 때, 하야티와 함께 춤추고 싶어졌다.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훌라 댄서 하야티예요. 댄서는 춤을 혼자 추기보다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역할이 더 크다고 느껴요. 그래서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저를 소개해요. 하와이의 훌라를 정기적으로 배우는 ʻ훌라당’ 수업을 주로 서울에서 운영하고, 전국 각지에서 원데이 클래스도 열어요. 훌라 말고도 좋아하는 춤이 많은데, 사람들과 같이 추고 싶어서 세상의 모든 춤을 배우는 ʻ세모춤’이라는 프로젝트도 해왔죠. 또 재밌는 일들을 꾸며보고 있어요.
그동안은 어떤 춤을 배웠어요? 다양한 춤을 출 수 있다고요.
누구나 어릴 때는 신나면 춤을 춰요. 크면서 잊어버리거나 춤과 멀어졌을 뿐이에요. 저도 시작은 태어나서부터였겠지만, 춤을 좋아한다는 건 학창 시절에 처음 알았어요. 수련회에 가면 사람들이랑 춤추는 프로그램 같은 걸 하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좋고 재밌는 거예요. 사람들과 교감하는 게 좋았어요. 그때부터 춤을 좋아하지 않았나 싶어요. 학창 시절은 방송 댄스를 추면서 보냈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눈에 띄는 수업은 전부 따라 다녔고요. 현대무용, 발레, 스윙, 솔, 아프리카 댄스, 삼바… 한국무용 중 하나인 진도북춤도 배웠죠. 배우고 싶은 게 아직도 많아요.
그중에서도 훌라와 가장 밀접하게 살아가는 이유가 있어요?
다른 춤도 재밌지만, 훌라가 몸에 잘 어울리고 영혼에도 편안하다고 느꼈어요. 다른 사람들도 하야티가 훌라를 출 때 정말 아름답다고 해요. 에너지를 막 쏟아내는 춤도 있지만 저는 훌라 에너지가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훌라가 하야티 씨의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배우면 변화를 느끼기가 어려운데요, 저는 수업을 하면서 거의 매일 네 시간에서 여섯 시간 정도 추다 보니 변화를 빨리 느꼈어요. 훌라는 무릎을 굽혔다 펴야 해서 허벅지가 굉장히 튼튼해져요. 덕분에 전보다 체력이 확실히 좋아졌다는 걸 축구 하면서 많이 느끼기도 했어요. 그리고 계속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데요, 이제는 평소에 허리도 안 아파요.
생각보다 본격적인 운동이 되네요?
맞아요. 백조도 편안해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발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잖아요. 발레도 가뿐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전쟁이고요. 훌라는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제로 제 허벅지는 불나고 있어요…. 편안해 보이기 위해서 많은 연습을 하는 거예요.
마음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스트레스에서 많이 멀어졌어요.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훌라를 추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데서 오는 만족이 정말 커요. 훌라당 수강생들을 ʻ훌라당원’이라고 하는데요, 평일 근무를 마치고 “저 훌라 가야 해요!” 하고 야근도 제쳐두고 오시는 당원들도 있어요. 오셔서 “이번 주도 힘들고 바빴어요.”라고 이야기하시다가 나갈 때는 얼굴색이 바뀐 채로 가세요. 짧은 수업 시간이 사람들의 일주일에도 큰 영향을 주나 봐요. 또 그 변화가 주변 사람에게도 흘러가고요.
다른 사람의 변화를 본다는 건 기쁜 일일 듯해요.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게 춤이에요. 훌라당에는 본인을 춤추는 사람으로 단 한 번도 인식하지 않았던 분들이 많이 오세요. 그러다 본인도 이 세계에 속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모습을 볼 때 저는 희열을 느껴요.
그래서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걸 좋아하나 봐요.
맞아요. 그리고 저는 뭐든지 사람들이랑 함께하는 게 더 행복하다고 느껴요. 사람마다 다른 움직임을 보는 것도 재밌고요. 하와이의 전문 훌라 팀은 손끝 각도 하나까지 맞추는데, 그런 군무를 훌라의 높은 경지로 여겨요. 그런데 저는 몸의 역사가 저마다 다른 분들이 모여 각자의 에너지를 내는 게 너무 재밌어요. 혼자 출 때는 느끼기 어려운 거잖아요.
춤출 때 가장 좋아하는 차림이 있어요?
꽃핀을 좋아해요. 평소에 꽃을 머리에 꽂으면 사람들이 약간 이상하게 생각하잖아요. 근데 꽃을 꽂으면 기분이 너무 좋거든요. 당원들이 수업에 와서 꽃을 꽂고 치마를 입는 것만으로도 시공간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런 모습으로 인사하면 행복해요. 꽃핀의 힘이랄까요. 이따 한번 꽂아보세요. 꼭 사진도 찍고요.
그럴게요! 하야티 씨가 소개하는 훌라가 궁금해요.
ʻ내 안의 바다를 꺼내는 춤’이라고 소개해요. 하와이에서 훌라를 배울 때, 하루는 은색 달이 뜬 밤바다에서 춤을 췄어요. 달빛이 바다를 비추는 곳이요. 그때 선생님이 ʻ네가 보고 듣고 느끼는 바다의 소리와 냄새, 모양을 잘 기억해 두고 서울에서 그 바다를 꺼내서 출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훌라가 삶에서 만나는 자연과 풍경, 존재들을 감각하고 그것들과 맺은 관계를 꺼내는 과정이 중요한 춤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어디서든 내가 좋아하는 바다 풍경을 꺼내면 돼요. 그러면 그곳이 하와이도, 동해도 될 수 있는 거죠.
훌라당을 시작하며 쓴 글 〈훌라당 창당을 기념하여〉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수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경험은 훌라당 시작 전부터 쌓아왔어요. 코로나로 심심하던 차에, 자격증을 따보라는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어요. 마침 동료가 자격증반을 수강한다는 이야기에 나도 해볼까 하고 시작했죠. 자격증반이 끝나고 수업을 열어볼까 했는데, 당시 강사가 혼자 수업을 여는 일은 생각하기 어려웠어요. 주로 공공 기관이나 문화센터를 통해 하는 편이었죠. 하지만 그곳에서 수업하기에 저는 너무 어리고 경력도 없었어요. 내 안에 충분한 능력이 있지만, 그 기관들은 저의 빛남을 알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했죠. 자연스럽게 혼자 수업을 열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이번 여름에는 3주년 파티를 했어요.
당원들이 연습실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대부분 춤 수업은 첫 시간에 간단한 자기소개만 하고 다음부터는 연습만 하고 헤어져요. 훌라당에서는 매번 제일 먼저 근황을 나누죠. “저는 어떤 책을 좋아해요. 저도요”, “이번에 토마토를 심었어요. 어떤 토마토 키우세요?” 이렇게요.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걸 보는 것 자체가 삶의 응원과 용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학에 다니지 않았는데 다양하게 사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낙관 같은 걸 얻었거든요. 그 시간이 훌라당의 핵심적인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해서 항상 그렇게 수업을 시작해요.
그다음은요?
ʻ에호마이E Hō Mai’를 하며 몸과 마음을 준비해요. 에호마이는 노래와 춤 속에 숨겨진 특별한 지혜를 나에게 가져다 달라는 뜻의 하와이어 의례예요.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춤이라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기 전, 온전히 댄서로 집중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고 싶었어요.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 또 해요. 눈을 감은 채 서로 손을 잡고 네 번 호흡한 뒤, 에호-마-이, 이렇게요. 생각을 정리하는 데 좋아요. 그러고 나서 춤출 곡의 가사를 같이 읽어보고 춤을 배운 다음, 서로에게 춰줘요. 내 옆 친구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는 귀한 시간이에요.
훌라당이 커지며 댄스 페스티벌도 열었어요.
제 꿈은 훌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춤이 섞이는 댄스 페스티벌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름도 훌라당 댄스 페스티벌이에요. 훌라당 1주년을 맞아 돌잔치를 연 게 계기고요. 20대를 보내며 기념하고 싶은 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념하는 일이 재밌다는 걸 경험했거든요. 친구들이랑 배추와 무를 직접 키워서 김장철 되면 같이 김장도 하고, 집에 모여서 감자 요리를 해 먹는 감자 축제도 열었어요. 훌라당에서도 그런 행사를 자연스럽게 하게 됐고요. 잔치를 준비하는 게 저한테는 당연하고 기쁜 일이에요.
‘하야티 또 재밌는 거 한다’의 준말, ‘하또재’ 행사도 열고 있죠. 최근 새로운 하또재를 했다고요.
훌라당 첫 수업에 참여했던 ʻ스튜디오 글래머샷’과 함께하는 훌라 댄서 프로필 촬영을 기획했어요. 저는 다른 분들 촬영하는 세 시간 내내 “여기 보세요, 미소, 다시 손 들어보세요.” 했어요. 힘들었지만 결과물이 잘 나와서 기뻤어요.
요즘 어떤 운동을 하며 지내요?
요즘은 풋살을 해요. 그리고 자전거를 타요. 운동이라기보다는 이동 수단 같은 느낌이에요. 하루에 네 번은 타는데, 어쨌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탁구와 수영, 프리 다이빙도 좋아해요. 발목을 조심하려고 격한 운동은 피하고 있어요. 다른 장르 춤 수업은 계속 들어요. 타히티 전통 춤 ʻ오리 타히티’도 배웠고, 얼마 전에는 트월킹 수업도 들었어요.
하야티 씨에게 운동은 어떤 의미예요?
저한테 운동은 노는 방법의 하나예요. 노는 걸 좋아해요. 좋아하는 걸 넘어서 삶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고요. 작년 생일에는 친구들을 모아 피구 경기를 했고, 훌라당 야외 수업에서는 수건돌리기도 했어요. 너무 재밌잖아요. 보통 일을 다 하고 나서 논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놀려고 일해요. 여행도 놀이잖아요. 그걸 위해서 돈을 벌고요. 항상 잘 놀아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명하게 남은 운동의 기억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는 춤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정말 열심히 춤을 췄어요. 애들 모아서 춤 가르치고, 하루 종일 공연 연습하고···. 그리고 고등학교가 남녀공학이었는데 매년 봄마다 여자 축구 리그가 있었어요. 모든 학년 여학생을 골고루 섞어 팀을 만들죠. 공만 있으면 뛰어갔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얼굴이 시뻘게지고, 넘어져서 울고, 결과 때문에 울고…. 그런 뜨거운 경험을 했네요. 춤추고 차가운 연습실 바닥에서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듣거나, 축구 하고 학교 옆 계곡에서 물놀이도 했죠. 오랫동안 남아 있는 기억이에요.
저도 경기에 져서 울어본 적이 있어요.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스포츠는 사람 정신을 미치게 만들어요. 그 공 하나에 땀 흘리고 피 흘리고.
곧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다고 알고 있어요. 계획이 뭐예요?
제가 속한 한국훌라협회 강사끼리 일주일 동안 훌라 연수를 받아요. 춤도 배우지만 목에 거는 생화 레이도 만들고, 훌라와 관련된 유적지나 문화 탐방도 해요. 이후 3주는 놀 계획인데 일단 매일 바다에서 수영할 거예요. 스노클링도 하고 훌라용품 쇼핑도 하고요. 이번엔 스카이다이빙이 목표예요. 처음 하와이에 갔을 때부터 매번 예약했는데, 갈 때마다 못 했거든요. 이번에는 꼭 하고 싶어요.
이번 한 해는 어떻게 보냈어요? 내년 목표도 궁금해요.
열심히 일했다. 잘 놀긴 했지만 비교적 덜 놀았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놀아야겠다. 이렇게까지 삶의 중심에 일을 크게 둔 적이 처음이에요. 이런 경험도 좋았어요. 지금을 잘 즐기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운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춤도 좋고요.
꾸준히 운동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그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뿌듯해해도 될 것 같아요. 자신을 기특해하면 좋겠어요. 운동하면 본인의 멋짐에 취하게 되죠. 그런데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춤은… 춤을 이미 사랑하게 됐다면 제가 할 말은 딱히 없어요. 그냥 우리 같이 춤추는 일만 남은 거죠. 동지 여러분, 우리 함께 즐겁게 춤을 춥시다.
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이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