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이 응시하던 도시에는

이슬아 — 페인터

누군가는 우리가 사는 곳을 삭막하고 외로운 회색 도시라 부른다. 엇비슷하게 네모난 건물과 콘크리트 빌딩들, 깊숙이 내려앉은 어둠과 잠들지 못하는 이들을 이유라 말하며. 도시의 일상을 캔버스에 옮기는 페인터 이슬아의 두 눈은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풍경을 그린다. 고유한 삶이 스미는 이야기를 응시하는 그의 그림에서는 이 큰 도시를 채우는 수많은 사람의 생명력이 흐른다. 섬세한 표현으로 일상의 목격담을 작품으로 연결해 내는 이슬아에게 자신을 이룬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 답에서는 낯선 도시에서 비롯된 산뜻한 바람 내음이 난다.

‘Things in city’(2021)

슬아 씨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거라는 생각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사람이 한자리에만 고여 있지 않고 바깥으로 나서는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를 확장할 수 있을 거예요. 어릴 때는 그게 크게 중요한 거라고 여기지 못했는데, 해를 거듭하며 나이가 들고 이 직업을 좀더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달라졌어요. 보는 것만 보고, 좋아하는 것만 향유하는 게 어쩌면 편안하게 사는 법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의식적으로라도 시야를 새롭게 넓혀보려고 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분명히 넓어져요. 그동안 제가 그리는 이 작업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저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해왔어요. 그럼에도 계속 의식하고 있는 건 이 작업이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봤을 때 ‘아, 이거 내 이야기이기도 하지.’라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원하기 때문에, 세상을 넓게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되는데요. 도시의 일상을 다뤄왔던 요즘, 이외에도 그리고 싶은 소재가 있다면요? 

요즘은 다시 자연과 풍경을 담고 싶어요. 살짝 지치는 시기가 돌아온 것 같거든요. 문득 지난 여행길에 만났던 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떠오르는데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사람은 많고 테이블은 좁으니까 모르는 사이여도 마주 보고 앉아야 했어요. 제 곁에 앉은 할머니랑 스몰톡으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여행을 많이 오게 되었는지 여쭤보시더라고요. 저는 한 번 와보니까 그다음은 어렵지 않았고,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게 늘어서 좋다고 대답했죠. 그 말을 듣던 할머니가 “역시 한 번 열린 문은 다시 닫을 수 없다.”고 하셨어요. 내가 한 번 체득하고 깨닫게 된 것들은 그걸 모르던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요. 그 여행 내내 그 말이 계속 맴돌았었는데 요즘 다시 떠올라요. 그 감각은 정말 지울 수 없는 것 같아요. 계속 새로이 다니면서 시야를 넓히고, 그 과정에 재미를 붙여 작업으로까지 연결하고 싶어요. 

 

곧… 다시 부지런히 바깥으로 걸음을 옮길 것 같은 대답이네요(웃음). 

맞아요(웃음). 그때의 그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요. 탈출하는 기분으로 떠나지만 머지않아 돌아올 게 분명한 길로 나서보고 싶어요. 다시 단순해져야 할 시기가 왔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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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