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재료의 산책

가끔 하얗고 네모난 방 안에 들어있는 상상을 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순백의 두부와 마주하고 있을 때도 그렇다. 왠지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담아 만들어진 그녀는 세상 그 누구보다 부드러워 미세한 떨림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집중하게 하는 힘을 가진 음식이다. 예로부터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불리는 두부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식물성 지방이 함유되어 몸에도 좋다. 연두부, 순두부, 베두부, 무명두부 등 종류도 다양하며 조리법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두유를 오래 끓이면 단백질이 응고하여 얇은 막이 생기는데 이를 ‘두부피’라고 부르며 국이나 찜에 넣어 먹기도 한다. 두부는 식사뿐만 아니라 디저트를 만들 때도 사용하는데, 조금 낯설지도 모르지만 상상 이상의 조화로움을 갖는다. 디저트로 쓰일 때 두부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으로 다른 재료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말수는 적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해서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친구처럼 말이다.

RECIPE 01

두부를 으깨고
초콜릿과 함께 녹여
크림으로 만들다

예전에 비건Vegan&베지테리언Vegetarian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비건도 베지테리언도 아닌 나에게 모든 유제품과 고기류를 쓰지 않고 식사와 디저트 메뉴를 만드는 것은 마치 분식집 주인이 궁중요리에 도전하는 기분과 흡사했다. 차차 그 나름의 조리법과 레시피에 익숙해져 갔지만 초반에는 대체할 만한 식재료를 찾는데 끙끙 머리를 싸매야 했다. 이때 슈퍼맨처럼 날 도와주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두부였다. 활용의 폭이 어마어마한 두부는 ‘단호박 두부 푸딩 파이’, ‘데리야키 두부 샌드위치’, ‘두부 크림 파스타’ 등 안 들어가는 음식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특히 생크림을 못 먹는 나에게 케이크 위에 바른 두부 무스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두부를 아주 곱게 갈면 그 식감은 커스터드 크림이 부럽지 않게 부드러워진다.

재 료

두부 300g, 다크 초콜릿 200g, 메이플 시럽 1ts, 바닐라 엑스트렉 1/2ts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TIP

두부의 물기를 제거하는 방법
샐러드와 같이 생으로 먹을 때는 키친타월이나 마른 천으로 감싸 가볍게 물기를 제거한다. 튀김이나 볶음 요리에 사용할 때는 키친타월로 감싼 두부에 도마나 무거운 접시를 올려두어 확실히 물기를 제거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키친타월로 감싼 두부를 전자레인지에 1~2분가량 돌려도 좋다.

만드는 법

초콜릿을 중탕하여 잘 녹인다. 믹서에 물기를 뺀 두부를 넣고 크림 상태가 되도록 부드럽게 간다. 볼에 초콜릿, 두부, 메이플 시럽, 바닐라 엑스트렉을 함께 넣고 섞는다.

RECIPE 02

두부와 볶은 콩가루와
두유를 굳히다

불편함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 좋다. 오랜 시간에 걸쳐 묵묵히 기다려야 하는 그런 불편함 말이다. 참나무 장작을 때어 스모크로 열 시간 동안 고기를 굽는 일, 몇 달간 숙성시켜야 하는 여러 장류. 편리함만을 추구한다면 오래 기다려야 완성되는 요리들 또한 사라지고 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두부 또한 그렇다. 근래 들어 갓 만들어져 모락모락 김이 나는 손두부를 파는 곳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아무 말도 없는 긴 시간을 설렘으로 견딜 수 있는 사람과 그런 요리들이 좋다.

재 료

두부 150g, 두유 200ml, 볶은 콩가루 30g, 설탕 50g, 판 젤라틴 5g, 물 2Ts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볼에 두부를 넣고 거품기로 곱게 으깬다. 볶은 콩가루와 설탕을 넣고 저어 골고루 섞은 다음 두유를 조금씩 부어가며 풀어준다. 그릇에 판 젤라틴과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녹인다. 볼 속 재료에 녹은 젤라틴을 부어가며 잘 섞는다. 컵에 넣고 냉장고에서 1시간가량 굳힌다. 기호에 따라 꿀이나 시럽을 얹어서 먹어도 좋다. 콩가루를 코코아 파우더로 바꾸면 초코 푸딩으로 즐길 수 있다.

RECIPE 03

두부와 호두를 넣고
아이스크림을 만들다

지름이 2미터쯤 되는 팬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카페에 들어왔다. ‘모든 드링크 메뉴의 우유는 두유로 대체 가능합니다.’ 우유 라떼를 마실까 두유 라떼를 마실까. 살다 보면 이처럼 중대한 결정의 순간들이 수도 없이 찾아온다. 결정 장애는 내 안에서 가장 고치고 싶은 부분이다. 결정을 피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는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욕심쟁이이다. A를 선택하면 B를 가지지 못하고 B를 택하면 A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있다. 고민 끝에 아이스 허니 두유 라떼를 시켰다. 얼음이 가득 담긴 황갈색의 라떼 위에 하얀 아이스크림이 얹어져 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창틈으로 짙은 비 냄새가 스며들어온다. 담백한 두유 라떼를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재 료

두부 100g, 생크림 100ml, 달걀흰자 1개분, 설탕 3Ts, 호두 한 줌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달걀흰자에 설탕 1 큰 술을 넣고 거품기로 쳐서 머랭을 만든다. 동일하게 생크림에 설탕 1 큰 술을 넣고 거품을 낸다. 두부에 설탕 1 큰 술을 넣어 알갱이가 없어지도록 으깬다. 세 가지 재료를 볼에 넣고 잘 섞은 뒤 호두를 잘게 부숴 넣는다. 냉동실에 넣어 하룻밤 동안 얼린다. 도중에 한두 번 꺼내어 포크로 섞어주면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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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글·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