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초보 요리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당차게 독립을 선언했다. 내 물건만으로 가득한 방, 이곳이 안식처로구나! 그런데 밥은 계속 이렇게 간단히 먹어야 하나? 평생 간장계란밥만 해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배고픈 몸을 이끌고 장을 보러 가던 그때, 집주인 할머니를 만났다. 입주 선물이라며 작은 책을 건네는데, ‘도전! 초보 요리’?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할머니는 사라진 지 오래다.

1장. 칼질법

기초를 알려주마

초보들의 흔한 실수는 요리에 관한 기초적인 이해 없이 무턱대고 레시피를 따라 하는 것이다. 혼자서도 맛있는 한 끼를 차려 먹고 싶은 이들을 위해, 요리의 첫 단계부터 제대로 알려주마! 먼저 몸풀기 문제다. 식사 준비의 기본은 무엇일까? 위생? 그건 당연한 이야기고. 나는 안전 또 안전을 강조한다. 사실 부엌은 굉장히 위험한 장소다. 한쪽에서는 뜨거운 불 위에서 냄비가 보글거리고, 날카로운 연장이 도마 위를 달리는 곳이니까. 제대로 된 요리사는 도구 사용법에서부터 알아볼 수 있다. 명심하자. 다치지 않기! 요리는 건강하고 튼튼하게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가장 다치기 쉬운 도구는 바로 칼이다. 재료를 손질하다 잠시 한눈팔거나 허둥대면 피 보기 십상. 우리 숙련된 요리사들은 영광의 상처 하나쯤은 갖고 있지만. 뭐, 그렇다고 일부러 손을 벨 필요는 없지 않나? 칼 잡을 땐 손을 날 끝에 붙이고,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을 말아 쥐자. 초보자는 이때 검지를 칼등에 올리지 않기를 추천한다. 아직 도구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손이 흔들려 위험할 수 있다. 검지를 칼등에 올려 잡을 때는 칼끝으로 아주 섬세하게 재료를 썰 때뿐이다. 엄지와 검지로 칼날과 손잡이 사이를 잡아야 안전하다. 

사실 더 다치기 쉬운 쪽은 반대 손이다. 손끝을 날에 보이는 순간, 언제 다칠지 모른다. 늘 기억하자. 손톱을 숨겨라. 칼에게 보여줄 부분은 오직 손가락 둘째 마디뿐! 일정한 모양으로 자른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손을 움직이자. 당신의 부엌에서 또각또각 재료 써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릴 날도 머지않았다.

2장. 계량법

약간이 얼만큼이냐고?

초보를 가장 당황하게 만드는 건 적당한 재료의 양이다. 너무 많이 조리하면 재료비가 아까울 뿐이고, 너무 적게 요리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가 되어버리고 만다. 감 없는 요리사여, ‘이 정도면 되겠지.’를 믿지 말라. 정확한 계량이 균형감 있는 맛과 포만감 있는 한 끼를 선사한다. 그런데 참 어려운 것은 인터넷 레시피에서 말하는 약간, 한 꼬집, 큰술과 작은술, 1인분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이렇게나 주관적인 단어가 요리라는 세계의 표준어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을 당신! 기초이자 필수인 계량법부터 알려주겠다. 

흔히 말하는 ‘소금 약간’ 또는 ‘소금 한 꼬집’은 검지와 엄지를 사용해 쉽게 알 수 있다. 검지 한 마디의 반 정도로만 소금을 꼬집은 것이 바로 약간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손 크기가 다르니 잡는 양이 다르지 않냐고? 그렇다. 그러니 내 입맛에 맞추어 적당한 약간의 양을 파악해 가는 것이 좋다. 참고로 한 큰술은 밥숟가락이, 작은술은 티스푼이 수북해지는 정도다. 원래는 계량스푼을 기준으로 하지만, 당신은 지금 ‘계량스푼이 뭔데?’라고 생각했다는 거 다 안다. 집에 있는 도구를 활용하자. 

초보 요리사가 자주 해 먹는 음식은 분명 파스타일 것이다. 특히 가난한 자취생에게는 시판용 토마토 소스만큼 저렴하면서 든든한 친구도 없다. 신기하게 요리하고 나면 늘 면 양이 많거나 적다. 적당히 계량 하려면 백 원짜리 동전을 떠올려보자. 식사량이 보통 사람들과 비슷하다면 백 원짜리 동전만큼, 그것보다 많이 먹고 싶은 날엔 오백 원짜리만큼 움켜쥐자. 건장한 성인 남성은 후자를 기본으로 잡으면 된다.

3장. 조미료

간장 삼 형제, 정체를 밝혀라

이제는 요리의 달인이 된 나도 한때는 조미료를 잘 몰랐다. 책에서는 간장을 넣으라고 하는데, 마트에 가보니 종류는 왜 그렇게 많은지. 결국 아무거나 골랐다가 겉모습은 익숙하지만 맛은 정체불명인 요리가 탄생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같은 실패를 겪지 않길 바라며 간장 삼 형제의 특징과 사용법을 일러둔다. 

진간장은 말 그대로 진해서 진간장이다. 아주 오랫동안 발효해 만들었기 때문에 단맛이 깊고 짠맛은 상대적으로 적어서 오랫동안 가열하는 볶음 요리나 조림에 제격이다. 불고기나 갈비를 떠올려보자. 마냥 짜지만은 않고 달큰한 맛이 나지 않던가? 진간장을 쓴 덕분이다. 

조선간장이라고도 부르는 국간장은 말 그대로 국에 사용한다. (간장 삼 형제는 알고 보면 아주 직관적인 이름을 갖고 있다.) 색은 진간장보다 연하지만 짠맛이 어마어마해서 국에 조금만 넣어도 염도를 맞추기 좋다. 국간장이 없다고 국에 진간장을 넣으면 달콤하게 변해버리니 주의하자. 참, 모든 조미료는 조금씩 넣으면서 간을 맞출 것! 

양조간장은 달콤한 맛과 풍미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열을 가하면 맛과 향이 떨어져서 불이 필요 없는 무침, 전을 찍어 먹는 소스에 쓰기 좋다. 모든 간장은 실온보다는 냉장 보관이 적합하다.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싶은 이들은 간장과 더불어 고추장, 된장까지 꼭 구비해 놓자. 이 녀석들, 한식 요리의 주연 배우다.

4장. 재료 보관법

냉장이냐 실온이냐

재료의 질은 음식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만큼 각 식재료의 특성과 유통기한에 맞는 보관이 필수. 요리를 시작했다면 이제부터 부지런해져야만 한다. 냉장고 안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으면 재료는 금세 상하거나 곰팡이로 뒤덮인다. 그렇다고 성실한 생활을 겁내지는 말자. 요리를 좋아하게 될수록 냉장고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지고, 때에 맞춰 버리거나 새로 장을 보는 일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두부는 찌개에 넣거나 달걀물을 묻혀 굽거나, 조림을 해도 언제든 맛있어서 구비해 두면 늘 유용하다. 하지만 두부 한 모는 1인 가구가 한 끼에 해결하기에는 많은 양인 데다 포장을 한 번 뜯으면 쉽게 상한다. 따라서 적절한 보관이 필요하다. 남은 두부는 포장재 속 충전수를 버리고, 밀폐용기에 담아 깨끗한 찬물에 잠기게 하여 냉장 보관을 한다. 소금을 한 숟갈 넣으면 좀더 오래 먹을 수 있다는 팁도 남겨둔다. 맛있는 두부, 오랫동안 안전하게 먹자. 

감자 역시 어떤 방법으로 조리해도 맛있다. 간장에 졸이면 밥반찬으로도 좋고, 찌개에 넣어 호호 불어 먹는 재미도 있다. 야채처럼 냉장고에 들어가야 할 것 같지만, 감자의 안식처는 빛이 없는 서늘한 곳이다. 냉장 보관하면 당도가 높아져서 오히려 맛이 변한다. 4도 이하에서는 환경호르몬인 아크릴아마이드가 증가하고, 빛이 있는 곳에서는 독성을 생성한다. 나를 잘 먹이고 싶다면 재료도 세심하게 돌봐주길 바란다.

5장. 조리법

볶는 데도 순서가 있는 법

이쯤 되면 ‘에이, 그냥 다 사 먹는 게 낫겠어!’ 싶기도 할 것이다. 요리는 생각보다 신경 쓸 부분이 많고 꽤 부지런해야 한다. 하지만 배달 음식이나 외식의 편리함을 뛰어넘는 충만함과 뿌듯함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집밥이다. 내가 먹을 밥을 내 손으로 지어 먹는 작은 성공을 매일 이룬다는 건 무척 귀한 일 아닌가. 게다가 요리는 몰랐던 세계를 끊임없이 탐험하게 한다. 새로운 식재료에 맞는 조리법을 실험하며 특성을 파악하고, 나의 취향을 좀더 깊이 알아가거나 확장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다. 

이 즐거운 경험을 더 기쁘게 만들기 위해서는 조상님과 요리 선배들이 오랜 세월 연구하며 전수해 온 조리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중 하나로, 재료 볶는 순서를 소개한다. 간단한 규칙은 바로 이것이다. 익는 데 오래 걸리는 재료부터 볶기!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어떤 재료는 덜 익거나 너무 많이 익어서 먹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대체로 육고기, 생선을 차례로 익히고 상대적으로 빠르게 익는 채소와 달걀 순서대로 볶으면 된다. 채소는 당근이나 감자처럼 단단한 것부터 볶아야 모든 요소가 고루 익는다.

마트 앞에 서서 책을 빠르게 훑어봤다. 생각보다 요리는 쉽지 않지만, 먹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줄 수도 있겠는걸? 기초를 정립하기 위해 애썼을 무수한 요리인들에게 고맙다. 냄비를 몽땅 태우거나 간 조절에 실패하거나, 덜 익히거나 상하게 만들며 인상도 찌푸리고 코도 틀어막았을 것이다. 동시에 “이 맛이야!” 하고 손뼉도 쳤을 테고, 완벽한 레시피를 발견해 기록도 했겠지. 분주하지만 짜릿하고, 실패가 있어서 성공도 있는 요리. 나도 도전해 보련다. 맛있고 건강한 집밥 생활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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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차의진

일러스트 심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