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진 다섯 명에게 부탁했다. “여러분의 하루는 어떻게 흐르는지 궁금해요. 시간표를 채워줄래요?” 답장으로 돌아온 건 밥 먹는 시간도 하루를 보내는 방식도 전부 다른, 재미난 동그라미 다섯 개였다.
《AROUND》 발행 일정에 따라 일상도 달라집니다. 취재 준비가 한창인 오늘을 기준으로 일과를 소개할게요. 비몽사몽 출근길 지하철에 오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연남동 사옥에 도착! 이곳에서 지내는 고양이, 하이와 빵이부터 만나요. 밥과 물을 채워준 다음 제가 먹을 아침 간식도 챙기죠. 대체로 오전에는 홈페이지와 SNS 에 콘텐츠를 업로드합니다. (물론 오전 내내 이것만 하는 건 아닙니다만 편의상 이렇게 소개할게요.) 점심에는 동료들과 식사하고 주변을 산책합니다.
취재 기간에는 바깥에 나와 있는 날이 많습니다. 인터뷰이를 만나 두세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포토그래퍼와 함께 사진을 촬영해요. 기사 한 편이 탄생할 때까지 수많은 메일이 오갑니다. 브랜드나 인터뷰이와 사진, 사전 질문지 등 여러 자료를 주고받아요. 여가에는 살림을 돌보거나 친구를 만납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거의 매일 저녁을 같이 먹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일터에서 돌아와 모여야 하니 거의 9-10시가 되어서야 식사를 해요. 매거진 마감 기간에는 홀로 집중할 수 있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원고를 작성합니다. 지금 이 원고도 까마득한 밤에 쓰고 있네요. 스르르 감기는 눈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서예 작가인 아내와 함께 아메노히커피점이라는 카페를 홍대 앞에서 운영하면서 번역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일본어로 집필하지만 한국어로는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 《한국타워 탐구생활》을 썼어요. 우리 커피점은 14년간 운영해온 곳이었지만 작년 9월 임차 건물 경매로 쫓겨났고, 연말부터 새로운 곳에서 손님맞이를 재개했습니다. 그런데 2월 초 빙판길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되는 바람에 석 달 동안 일어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일과표는 1월 영업날로 작성한 것인데 보다시피 불규칙합니다. 점심은 영업이 끝난 후 겨우 먹을 때도 있어요. 매일 케이크를 만드는 시간도 필요해요. 전에는 자정을 지나 귀가하는 일도 많았지만 작업 공간과 설비를 도입해 준비 시간이 어느 정도 줄었습니다. 심야는 원고를 쓰는 시간이고 마감 전에는 밤새는 경우도 있죠. 수술한 요즘은 아침 7시에 깨어 자정에 잠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천천히 원고를 쓰고 있어요. 새로운 가게를 제대로 열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생활을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024년 6월부터 시작한 흰hiin은 퇴직 후 본격적으로 목수 일을 시작한 남편과 원단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저, 이렇게 두 사람이 운영하는 살림 도구 브랜드입니다. 주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사용하는 물건에 닿기까지, 친정 엄마 또는 친정 언니보다는 친절한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저는 부엌에서 쓰는 도구를 만듭니다. 제게 필요한 나무로 된 섬세한 도구들이 남편의 손에서 탄생해 브랜드를 채웁니다.
살림을 좋아하는 두 아이의 엄마인 저는 눈뜨는 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제품을 생각하고, 만들고, 사용합니다.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의뢰를 비롯해 여러 공정 모두 혼자 맡고 있죠. 우선 샘플을 사용해 보면서 결정한 원단과 부자재를 발주합니다. 재료가 공장에 입고되면 생산의뢰서와 작업지시서를 작성합니다. 생산된 제품을 확인한 다음 하나하나 세탁하고, 건조 후 검수하고 개별 포장해 판매합니다. 매장 운영과 택배 발송은 스텝들과 함께합니다. 모든 과정이 재미있고 즐겁기에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시간 단위로 일을 분류하려니 어렵네요(웃음).
페일블루닷의 향을 조향하는 조향사 임향미입니다. 이름은 맡길 임, 향기 향, 아름다울 미로 이루어져 있어요. ‘아름다운 향기를 전해주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직업 또한 이름의 의미를 따라가게 되었어요. 조향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보니 하루의 대부분을 향을 개발하거나, 제품을 개발하고 조사하며 보내는 편입니다. 향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특히 향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해요. ‘향이 맑았으면 좋겠다.’는 상대방 의견이, ‘순한 향’과 ‘공기처럼 가볍고 선선한 향’ 중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기도 하니까요. 요구대로 향을 실현하려면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다양한 향의 느낌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통용되는 제품들을 알아야 하죠. 그래서 시장조사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대체로 먹지 않습니다. 먹으면 향을 잘 느낄 수 없어서인데 (실제로 맵고 뜨거운 걸 잘 못 먹어서 다행입니다.) 일과가 끝나면 일부러 향이 있는 음식을 자주 찾아 먹기도 합니다. 와인이나 위스키를 좋아하고, 핸드드립 커피를 특히 즐겨 마시는 편이에요. 이외에는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습니다(웃음).
무디타 제주는 저의 어린 시절을 품어준 할아버지의 창고를 개조해 만든 독채 숙소입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 조식을 만드는 것부터, 오후 3시 손님의 체크인을 준비하는 시간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가족과 지내며 운영해 나가고 있어요. 함께이기에 정성을 더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부모님이 청소를 도맡아 주시기에, 저는 게스트에게 편지를 쓰거나 웰컴 화병을 만드는 등 환대에 정성을 쏟습니다.
저희는 숙소 운영과 함께 목화 순면으로 만든 소창수건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스테이에 좋은 수건을 내어드리고자 만들기 시작했는데, 고객분들이 판매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죠. 판매를 위한 수건을 한 땀 한 땀 수제로 제작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2년 정도 흘러왔고, 이제 소창수건 제작과 판매는 숙소 운영만큼이나 중요한 업무가 되었습니다. 작은 스테이를 운영하고 소박한 판매를 이어가는 1인 자영업자이지만, 작은 브랜드가 사랑받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만족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요.
글 박지은, 시미즈 히로유키, 신동숙, 임향미, 차의진
일러스트 심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