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울프소셜클럽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울프소셜클럽
울프소셜클럽을 처음 인식했던 것은 이곳에서 ‘콘엪팅’이라는 이름의 여성 프리랜서를 위한 소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보았을 때다. 혼자 일하는 여성. 세상엔 수많은 특별한 직업이 있지만, 그 앞에 ‘여성’을 붙이면 조금 특별해지는 것 같다. 즐거운 고독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사건이 사람을 고립시키는 순간이 있다. 울프소셜클럽은 그럴 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곳이다.
밖으로 나온
(자기만의) 방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이어지는, 흔들거리는 육교를 건너면 ‘울프소셜클럽’이 나온다. 아름다운 문양의 하얀 창틀이 인상적인 외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제목은 알 수 없지만 어쩐지 익숙한 재즈 음악이 들려온다. 창이 넓은 이곳에는 빛이 잘 든다. 오후 3시에 찾은 울프소셜클럽은 기울어져 가는 겨울 오후의 빛과 음악과 조곤조곤 나누는 대화 소리가 어우러져 왠지 모르게 따뜻했다. 친구와 울프소셜클럽을 처음 찾았던 날도 그랬다. 우리의 목적지는 이곳이었고, 페미니즘에 대해, 우리가 목소리 높이게 되는 요즘의 이슈들에 대해, 그러니까 결국은 우리의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런 말을 했던 것도 같다. “그래도 여기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그곳에는 어떠한 불안감도 불쾌감도 없었다. 밝고 평온했다. 울프소셜클럽은 밖으로 나온 ‘자기만의 방’이다. 지금, 우리가 한 명의 개인으로, 온전한 혼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넓은 방이 필요하다.
Interview
울프소셜클럽 대표 김진아
“사람에게 공간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해요. 큰 위안이고요. 힘들고 각박하고 위태롭다고 느낄 때일수록, 마음을 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먼저, 울프소셜클럽(이하 울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간단하게 소개하면 카페와 바Bar 서비스를 베이스로, 그 외에 비정기적인 소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이에요.
‘골목 바이닐 앤 펍Golmok Vinyl & Pup’을 운영하고 있죠. 하나의 공간이 있는데도 새로운 공간을 만든 이유가 있나요?
저는 광고대행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또 콘텐츠 만드는 일을 했어요. 지금은 프리랜서고요. 솔직하게 얘기하면, 나의 고용이나 수익이 예전처럼 안정적이었다면 다른 공간을 내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여러 이유가 있죠. 나이가 들며 일이 줄어들고 불규칙해지는 데서 오는 고용 불안정과도, 경리단길(골목 바이닐 앤 펍은 경리단길에 있다)의 젠트리피케이션과도 연결돼요. 그러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겉으로 봤을 때는 아름답고 우아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굉장히 절박하고 치열한 삶이 숨어있죠(웃음).
‘울프’라는 이름에 관해 묻고 싶어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이름에서 따왔다고요.
당시 저한테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이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많이 공감했고요. 더 어린 시절부터 울프와 그녀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절실히 와 닿지 않았거든요. 그것이 나의 문제로 닥쳤을 때 비로소 와 닿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 나뿐만 아니라 독립생활을 하는 다른 여성들도 나와 비슷할 거 같았어요. 그들이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있기를 바랐고,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그런데 로고는 진짜 늑대예요. 처음 봤을 때 남성을 상징하는 ‘늑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 신선했어요.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이라는 책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늑대를 남성에 비유하곤 하지만 신화나 민담 같은 걸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을 비튼 거죠. 그게 재미있었어요.
인스타그램 소개글이 인상적인데요, 왜 ‘혼자를 위한 소셜 클럽’인 건가요?
요즘에는 모두가 파편화되어 있잖아요. 일할 때도, 휴식을 취할 때도, 실질적으로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배경이나 성향이나 직업이 다른 개인들이 이곳에 따로따로 와 느슨한 정서적 연대감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 사람도 이런 면에서 나와 비슷한 지향점이나 방향성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라는 게 인지되면 안전한 느낌이 들잖아요.
울프의 지향점은 뭔가요?
개인적으로든 일로든 제가 집중하는 것은 페미니즘이고 여성주의예요.
그렇다면 여성 ‘혼자를 위한 소셜클럽’ 일까요?
그리고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까지요.
카페로서 이곳을 찾는 사람도 있나요?
그렇죠. 그냥 사람 사는 동네고 번화가는 아니지만 유동인구도 꽤 있으니까요. 이곳이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 모르고 오는 손님도 있어요.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오는 사람, 커피가 좋아서 오는 사람, 햇볕이 잘 들어서 오는 사람, 밖에 있는 고양이를 보러 오는 사람, 이 공간과 연결되는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분위기나 디테일에서 느껴지는 어떤 기운 같은 게 있지 않나요(웃음)? 그런 것에서 좋은 느낌을 받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사치와 개인적 자유와 공간이 합쳐 빚어낸 세련됨, 온화함, 품위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자기만의 방》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울프를 만들면서 생각한 문장이라고요.
어떤 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아름답고 여유로워야 하며, 호사스러운 것을 즐기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을 영위할 때 사람은 상상의 힘을 얻죠. 그것이 창작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바이닐Vinyl이나 예쁜 케이크, 음료로 호사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바이닐 펍을 운영하기도 하고 방금 ‘호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대표님께 바이닐은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도 함께 하는 코파운더Co-founder가 있는데, 그 친구의 개인 컬렉션이 엄청났어요. 방에만 두기엔 아까워서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선보이자고 했죠. 그렇게 그 공간을 만들었던 거예요. 그리고 요즘에는 이런 물성 자체가 너무 소중해요. 이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잖아요. 쓸데없는 것에 대한 집착이랄까(웃음)? 그런 걸 놓치고 싶지 않아요.
울프의 음악은 전부 바이닐로 들려주는 건가요?
바이닐로 들려주기도 하고 CD로 들려주기도 하는데, 주로 재즈와 클래식 위주의 음악을 틀어요.
카페와 바로서의 독립성을 갖추기 위해 메뉴와 인테리어에도 신경 쓴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예쁜 게 좋아요. 더구나 카페라는 공간은 일상에서 약간 벗어나 기분 전환을 하는 곳이기도 하니까, 예뻐야 해요.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요(웃음). 메뉴도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했어요. 거대 자본이 할 수 없는 조금 더 섬세한 작업의 것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기 때문에 ‘버터크림헤븐라떼’ 같은 메뉴도 만들게 된 거예요.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북클럽, 토크, 인터뷰 등 평범하지만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소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도 여성이 담기는 거죠?
그렇죠. 그건 의도적인 거죠. 어딜 가나 남성의 목소리가 있잖아요. 그건 저에게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아요. 그래서 일부러 여성들에게 더 많이 마이크를 주려고 해요. 혼자 꾸려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이 담길 수밖에 없어요. 기획할 때도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로 가는 거죠. 여성이라는 것은 저에게 가장 큰 화두이고, 많은 여성분이 참여나 발화에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콘엪팅(Ctrl+F-ting)이라는 이름의 여성 프리랜서를 위한 프로그램이 인상 깊었어요.
일단 제가 당사자잖아요(웃음). 주변에 여성 프리랜서가 굉장히 많아요.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거고요. 하지만 그분들이 처한 여러 문제, 현실적 제약이나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요.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서로의 존재를 보여주고 서로를 발견하는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존재를 확인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좋았어요. 좀 더 분명한 행동인 거잖아요.
그렇죠. 그때 모토도 ‘새로운 일, 큰 일, 돈 되는 일’을 위해 우리가 조금 더 연결되는 모임이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만약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갑자기 생겼을 때, 그때 봤던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는 거고요.
페미니즘은 분명 세계적인 흐름이에요. 그럼에도 울프를 시작하기 전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세상의 절반은 여성인데, 여성이 안전하고 여성이 좋아하는 것을 고려한 공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한다’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주변에서는 리스키Risky 하지 않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지 않겠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죠. 그런데 저는 누가 그런 우려를 하면 우려하는 방향을 택하는 사람이에요. 사람에게 공간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해요. 큰 위안이고요. 힘들고 각박하고 위태롭다고 느낄 때일수록, 마음을 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대표님도 혼자 일하는 사람이에요. 기대고 싶은 상황에서 대표님이 의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아무한테도 의지하지 않았어요. 그게 독립적인 사람이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이상한 아집이 있었죠. 지금은 주변에 있는 여자 친구들한테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요. 저 사람이 나를 도와줄 수 있고, 나도 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픽션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일 년에 500파운드가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질문을 바꿔서 여성이 지금 시대에 혼자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게 있다면 뭘까요?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그때와 달라진 게 거의 없어요. 여전히 경제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제가 어렸을 때보다도 경제력을 갖추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성별 임금격차 같은, 기본적인 경제력을 갖출 수 없게 하는 여러 요인이 있죠.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싸울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런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선 연대가 필요한 거죠.
앞으로 계속 지켜나가고 싶은 울프의 가치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래서 제가 쉽게 써놨어요(웃음). “More Dignity, Less Bullshit.” 영혼을 잃지 않는 공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절박한 상황이나 자신이 공격을 당한다고 느낄 때, 사람은 쉽게 바닥을 드러낼 수 있어요. 그럴 때도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것. 누가 보지 않더라도요.
방에서 나와 울프에서 읽고 맛보고
북카페는 아니지만 곳곳에서 눈에 띄는 책들에, 책 한 권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여기 있는 책은 다 제가 좋아하는 책이고 집에 있는 책을 가져온 거예요(웃음). 요즘 제가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가부장제’예요. 그리고 가부장제에서 뗄 수 없는 문제가 가사 노동의 불평등이죠. 《아내 가뭄》은 여성에게 집중된 가사 노동에 관해 잘 설명된 책이에요. 굉장히 잘 읽히기도 하고요.”
주류와 음료 모두 즐길 수 있는 울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버터크림헤븐라떼’다. 하얀 거품 위에 올라간 노란 버터는, 버터와 생크림을 섞어 만든 말 그대로 ‘버터크림’. 그러니 차가운 음료일 때에도 애써 버터를 녹이려 하지 말고 그냥 함께 마시면 된다.
울프소셜클럽
A.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158
H. instagram.com/woolfsocialclub
에디터 김혜원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