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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 율이에 · 젬앤페블스
당신과 나누고 싶은
세 개의 브랜드
페르마타 · 율이에 · 젬앤페블스
나에겐 좋은 건 꼭 나눠야 직성이 풀리는 고마운 친구가 있다. 덕분에 나는 둥지의 아기 새처럼 앉아 그녀가 건네는 것들을 받는다. 패션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나지만, 그래도 평소 흠모하는 브랜드는 몇 있다. 나의 친구처럼, 마음속에 품어온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여기에 털어놓는다. 좋아하는 옷과 구두, 반지를 만든 사람들을 찾아가 “이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고 있나요?”라고 직접 물어봤다.
페르마타
FERMATA
A.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4길 58-13
H. la-fermata.com
T. 02 6081 9633
페르마타는 ‘천천히, 느리게 쉬어 가라’는 의미를 지닌 음악 기호에서 이름을 따왔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연스러움’을 모토로 정직하게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최혜진과 패터너 윤권진 부부가 2009년에 시작했다. 페르마타는 직접 셀렉해 선보이는 예쁜 신발과 액세서리로도 유명하지만, 역시 이곳을 대표하는 것은 멋진 흑백사진에 등장했을 법한 원피스다. 한남동 제일기획 뒷골목에 있는 페르마타를 방문하면, 디자이너 최혜진이 그녀와 꼭 닮은 페르마타의 린넨 원피스를 입고 반긴다.
Interview
디자이너 최혜진
“항상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해야 내 옷을 입는 사람들도 그 느낌을 받지 않을까요?”
옷을 만들 때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편안함.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여러 옷을 사게 되는데, 사놓고 못 입는 옷이 항상 수두룩했어요. 그래서 무조건 내가 입었을 때 편안하고 나답게 보일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자고 생각했죠. 그 다음엔 입었을 때 부자연스러움이 없는 옷이요. 옷과 사람이 따로 놀지 않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옷에 자기가 묻어나는 느낌이 좋아요.
편안한 옷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소재도 린넨을 선택한 건가요?
네. 린넨이랑 코튼처럼 최대한 천연 소재 위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실루엣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 천연 소재가 아닌 합성섬유가 들어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해요. 지금 페르마타는 거의 99퍼센트 린넨과 코튼을 사용하고, 이번에는 처음으로 오가닉 린넨과 천연 염색 원단도 시도했어요.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옷을 만드는 과정이 수월하진 않을 것 같아요.
하나의 옷이 나오기까지 세 달 정도 걸려요. 디자인해서 패턴 뜨고 가봉이라는 단계를 세 번, 네 번 거치면서 내가 놓쳤던 밸런스를 잡아요. 겉으로 보기엔 똑같아 보여도 입었을 때 밸런스의 절묘한 차이가 옷을 몸에 감기게도 하고 불편하게도 하거든요. 거기에 최대한 중점을 두고 예민하게 수정을 해요. 남편이 패터너인데,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예민하게 수정을 봐요(웃음).
페르마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 있나요?
저는 자기 자신에게 당당하고 자연스러움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내가 뭘 입었든 상관없이 눈빛과 전체적인 아우라가 당당한 사람, 그 당당함이 지나치지 않고 내면과 잘 조화된 사람 그리고 연약한 듯하면서도 강인한 사람.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같은 분이요.
이곳은 페르마타의 쇼룸인 동시에 동명의 라이프스타일숍이기도 해요.
해외에 전시를 다니면서 저희처럼 작고 마음이 맞는 디자이너들과 친해졌어요. 그들에게 나는 네 옷이 너무 좋아서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한 후 조금씩 들여왔죠. 친구들이 스튜디오를 갖고 있으면 제 옷도 그들의 스튜디오에 나가게 되고요. 나기사Naguisa 같은 신발 브랜드도 처음에는 다섯 켤레 정도 주문했을 거예요. 옷뿐만 아니라 제가 유리 제품이나 도자기에도 관심이 많아서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웃음).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면서 오래 이 일을 하고 싶어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저희 고객도 늙고 저도 같이 늙어서 그냥 그렇게 오래오래.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는 우선, 삼시 세끼 제 손으로 밥을 해 먹고 주말에는 온전히 쉴 수 있는 삶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율이에
YUUL YIE
A.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3길 10
H. yuulyie.com
T. 02 466 9261
두 개의 레고 블록을 합친 모양의 굽, 구멍이 뚫린 아일릿 스트랩. 율이에의 구두는 재미있고 색다르면서도 편하다. 율이에는 디자이너 이선율이 2010년 론칭한 슈즈 브랜드다. 편안함을 바탕으로 그녀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풀어낸다. 신발을 살 때 편안함을 절대 놓을 수 없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최근에는 세컨드 라인인 ‘YY’도 선보였는데, 율이에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체로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리는 구두라서 더 마음이 간다. 지금은 성수동이 카페 거리로 유명해졌지만, 그래도 성수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수제화 거리다. 채광 좋은 율이에의 쇼룸도 성수동에 있다.
Interview
디자이너 이선율
“구두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하지만 제가 제일 잘하고 잘할 수 있는 게 구두예요.”
신발이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해요. 디자이너님은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더욱더 신발을 먼저 보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에는 일단 얼굴을 봐요(웃음). 사람의 캐릭터나 성향이 확실히 신발에서도 나오긴 나오지만, 저는 신발이 첫인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구두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계속 의상 쪽에서 일하다가 아는 선배의 부탁으로 구두 디자인을 도와주면서 빠지게 되었죠. 저는 평소 구두를 모으거나 구두에 대해 박학다식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좋더라고요. 벌써 8년째인데 지금도 너무 좋아요. 구두를 보면 할 수 있는 게 계속 생각나고요.
신발은 편해야 하잖아요. 새롭게 공부할 게 많았을 것 같아요.
구두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었죠. 구두 굽이 달린 위치와 발바닥의 어느 위치가 닿아야 발이 편안한지 같은 것도요. 구두가 단순히 관상용은 아니잖아요. 구두 굽을 디자인할 때도 이런 부분을 항상 고려하고, 구두의 착화감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포인트에 포커스를 많이 둬요.
사다리꼴 모양의 굽을 보고 편안하면서도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굽을 쓰는 건 하나도 없어요. 다 개발한 거예요. 말씀하신 건 디자인 특허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카피가 많죠(웃음).
이런 굽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나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가 조각과 건축이에요. 그래서 책과 사진을 많이 모아두고 봐요. 조각 작품 같은 것만 봐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정말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이 많아요. 그런 것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눈에 보이는 형태의 재조합이잖아요. 구두와도 많이 닮았어요. 어떻게 보면 구두 굽 자체가 하나의 조각이잖아요.
율이에 하면 아일릿Eyelet 장식을 많이 떠올려요.
아일릿은 2010년 처음 론칭할 때부터 사용했어요. 동그라미는 기본적인 요소잖아요. 동그라미, 네모, 세모, 누구의 것도 이런 기본적인 것만큼 베스트는 없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꾸준히 선보여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저희의 포인트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같아요.
초기에 해외에서 오더가 들어오면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고 했어요. 예상치 못한 미래가 아닌, 디자이너님이 꿈 꾸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세계적인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에요. 해외에서 오퍼를 많이 받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제품 자체나 내실에 더욱 신경을 써야해요.
기대에 부응해야죠.
젬앤페블스
JEM & PEBBLES
A.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18길 28
H. jemandpebbles.com
T. 070 7518 7954
처음으로 보석 달린 반지가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에메랄드를 보고 초록색 보석이라고 외치는 내게 이런 물욕을 갖게 한 브랜드가 젬앤페블스다. 실버와 골드, 원석을 섞어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이는 젬앤페블스의 주얼리는 앤틱한 듯하면서도 모던하고, 거친 듯하면서도 정제된 느낌을 준다. 잼앤페블스라는 이름은 보석Gem과 조약돌, 가공된 것과 순수한 것의 결합을 의미한다. 그래서 재료 본연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을 모토로 디자인한다. 젬앤페블스의 작은 쇼룸은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그럴 땐 검은 문과 악수를 청하는 손 모양의 문고리를 찾으면 된다. 문을 열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주얼리에 마음이 아찔해질지도 모른다.
Interview
디자이너 전선혜
“지금처럼 마니아 층에게 사랑받고 웃으면서 행복하게 저희가 좋아하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자연의 느낌을 살린 디자인이 어떤 건지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주얼리라는 게 어쨌든 사람의 손을 거치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완성되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서 실버는 가공하기 전의 상태가 시커멀 수도 있고 거칠 수도 있어요. 원석 같은 경우에는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거나 찍힌 자국이 남아있을 수도 있죠. 저희는 이런 것들도 멋스럽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가공되기 전의 거칠고 자연적인 것들을 담아서 바로 보여드린다는 의미예요. 그렇지만 그게 미완성이라는 건 아니죠.
디자인할 때 중요시하는 게 있다면요?
제가 소비자가 되었을 때도 이 상품을 기꺼이 구매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다른 브랜드에서 찾을 수 없는 것들에 많이 치중하는 것 같아요.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고, 그 안에 저희만의 아름다움이 있어야 사람들이 찾는 거잖아요, 소수의 마니아라도.
개인적으로 지금 좋아하는 젬앤페블스의 주얼리는 뭔가요?
럭키 리콘Lucky Licorne 팔찌는 고민을 많이 한 팔찌예요. 마디마다 속이 조금씩 비어있어요. 통으로 만들었다면 간단했을 수도 있는데, 적당한 무게를 유지하려고 마디마디를 잘라 안쪽의 은을 조금씩 덜어내고 다시 땜했어요. 제작 기간만 3일 정도가 걸려요. 스스로 남다른 시도를 했기 때문에 애정도 가고 디자인 역시 제가 좋아하는 멋이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이들을 위한 브랜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젬앤페블스 인스타그램에서 어머님이 반지 낀 사진을 보고 반가웠어요.
저희 엄마를 통해서 그 나잇대에도 충분히 소화하고 어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여행을 가면 꼭 멋을 많이 부린 중년이 아니더라도 손에 반지 두세 개를 낀 분들을 많이 봐요. 그분들은 주름지고 굵어진 뼈마디에도 반지가 멋스럽게 어울린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희처럼 실버로 시작한 브랜드를 봤을 때 중년분들은 예쁘지만 내가 할 만한 브랜드가 아니야, 혹은 나는 손이 못생겨서 안 어울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안타까워요.
매년 선보이는 컬렉션의 테마는 어떻게 정하나요?
평소 관심을 두고 있는 재료나 주제에서 시작해요. 예를 들어서 타임리스Timeless 같은 경우에는, 타임리스가 시간을 초월한다는 뜻이잖아요. 고대의 어떤 유물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이에요. 제가 박물관에서 옛날 주얼리를 보는 것도 좋아했고 관심도 많았어요. 지금보다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지만, 당시 손으로 만든 것에 지금 기계로는 따라갈 수 없는 멋이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저런 멋을 낼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도중에 저 컬렉션을 떠올리게 됐어요. 주로 하나의 관심에서 컬렉션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최근 관심사가 궁금해요.
요새 관심이 있는 것들은 다음번 컬렉션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웃음)….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리듬이나 율동을 주얼리로 풀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에디터 김혜원
포토그래퍼 안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