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하늘에 떠있는 작은 비행기

담양 경비행기

여행을 떠나며 우리는 큰 비행기에 타지만, 아마 그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까지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조금 더 상상해 보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가 된 기분이라든지, 헬기를 타고서 건설현장을 보도하는 리포터의 기분, 뭐 그런 것들. 상상하면 조금 아득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작은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를 구경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다.

위로 올라가는
아주 간단한 방법

자격이라든지, 사전교육, 경험의 유무, 건강상태 등등 경비행기를 타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울 줄 알았다. 주변에 타 본 사람도 거의 없었고, 비행기가 늘 머리 위로 지나다니는 것도 아니니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내온 것이다. 그러는 사이 하늘이라는 공간과 나 사이에 막연한 ‘무엇’이 쌓여왔던 걸까. 고개를 들어서 한참을 봐도 저 위에서 내가 떠다니는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하늘로 올라가는 일은 정말 간단했다. 예약을 하고 비행장에 찾아간 다음 순서를 기다렸다가 타면 끝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놀이동산을 찾아가 신나게 하루를 보내는 것과 아마 비슷할 것이다. 공중에 뜨기 직전까지 ‘설마’ 하는 생각을 계속했는데, 괜한 긴장이었다.

이제 수도권에는 없지만(세 군데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 서울에서 먼 도시들에는 교육이나 레저를 위한 비행장이 한두 개씩 갖춰져 있었다. 그중 담양을 고른 이유는 담양이라는 이름의 어감이 좋아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어서, 그리고 비행장 근처에 있는 담양호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그 위를 지날 수 있다는데, 상상하는 동안 마음이 괜히 편안해졌다.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면, 나를 들뜨게 하는 것보다 오히려 차분하게 하는 쪽으로 마음이 간다. 담양이라는 이름도 그런 편이었다.

그저
관심이 없었을 뿐

담양 시내에 도착하니 이따금씩 경비행기들이 머리 위로 날았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저걸 타러 간다고 말했더니, 그거 재미있느냐고, 되려 내게 묻는다. 앞서 탔던 택시는 경비행기 타는 곳을 모른다고 나를 내려놓고 가버리기도 했다. 근처에 비행기들이 날고 있으니 매번 올려다보긴 해도 ‘타야겠다’고 바로 마음먹지는 않는 모양이다. 

비행장에는 100미터쯤 돼 보이는 활주로와 비행기 몇 대가 보였다. 꼬리에 번호가 적힌 세 대를 제외하고 모두 주인이 따로 있는 것들이라고. 자연스럽게 담양항공의 대표이자 수석교관인 박문주 씨와 대화를 이어갔다.

12년 전부터 화성에서 비행장을 운영해왔다는 그는 2년 전에 이곳까지 인수했다고 말했다. 1997년에 자격증을 취득한 베테랑 교관으로, 커다란 비행기를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과 정리된 사무실에서 꼼꼼한 사람 특유의 절제가 느껴졌다. 경비행기 자격증을 따는 것, 비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고 말하기에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더니 차근차근 대답해 주었다. 그와의 대화에서 몇 가지 놀란 점이 있었다.

일단 비행기의 연료통은 중형차와 비슷한 크기고, 쓰이는 연료도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연료가 남는다고. “하늘에는 구부러진 길이나 교통체증이 없잖아요. 왕복하는 데 세 시간 정도밖에 안 걸립니다.” 비행기 주인들이 각 지역의 비행장들을 통해서 실제로 종종 오가고 있다고 했다. 아주 다른 세상의 얘기처럼 들렸다. 그런데 사실 많은 사람의 관심이 닿지 않았을 뿐이지, 경비행기는 비싼 차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양에 오기 전 경비행기를 보유한 소수 사람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다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대단한 부자나 항공 관련 일을 하는 게 아니었고, 자기 일을 하며 가정을 꾸리고 있는 중년의 남자들, 종종 여자와 학생들도 있었다. 게시판에서 그들이 올려놓은 사진을 봤는데, 넓은 들판에서 비행기 날개 아래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는 사진이었다. ‘아, 이런 순간도 있겠구나!’ 만약 이 사진을 보면, 누군가는 아마 버킷리스트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 사진을 꽤나 오래 보고 있었다.

아주 멀리서
‘여기’를 내려다보는 기분

“카메라 조심해요! 떨어트리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어요!” 귀 바로 옆에서 시끄럽게 모터가 돌고 있었고, 나는 이게 정말 뜰 수 있을까, 계속 의심하는 중이었다. 큰 비행기에 탔을 때보다 다섯 배는 더 불안했다. 그럴 때면 교관의 노련한 손을 보다가 괜히 찍었던 사진을 또 찍고, 아무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 교관이 내게 커다란 헤드폰을 줬다. 뭐든 시키면 빨리해야겠다는 심산에 덥석 받아서 썼는데, 소음이 훨씬 줄었다. 그 헤드폰을 통해 비행기 안에서 서로 소통하고, 활주로 쪽에 경고 방송을 할 수도 있는 것 같았다. “들려요?” 저쪽에서 말하는 소리가 차분하게 들려 왔다. 이제는 두 배밖에 안 불안했다. 

아래가 잘 보이는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나는 계속 하늘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허공만 보고 있으니 얼마나 올라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비행기가 수평을 잡고 나서야 슬쩍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지상은 벌써 저만큼 멀어진 뒤였다.

사람은 아예 잘 보이지도 않고, 자동차들은 손가락으로 헤집어 놓고 싶은 크기로 변해 있었다. 금성산성, 죽녹원, 교관이 열심히 설명했지만, 나는 특별히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 위에서 보니 이것저것 정돈이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에 있을 땐 모든 게 다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모든 것들이 제 옆을 의식한 채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히 논이나 큰 건물들은 각이 딱딱 들어맞았다. 정말 작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걸까, 오히려 큰 거인이 레고를 가지고 놀 듯 만들어 놨다고 하는 편이 더 믿기 쉬웠다. 몇 분 뒤 비행기는 담양호 위에 있었다. 어디에 뭐가 있다고 자꾸 알려주던 교관도 잠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담양호 위를 날던 시간은 아마 2분쯤이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땅에 내려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가슴이 벅차거나 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아까도 서 있었던 이곳이, 마냥 익숙하지만은 않았다.

경비행기 타기

담양항공에서는 체험비행부터 고급조종사과정, 특수비행과정까지 거의 대부분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체험비행 (주중 기준)

A코스 15분 | 5만원
B코스 30분 | 10만원
C코스 60분 | 20만원

담양 항공

Aeromaster.co.kr
전남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 579-53번지
Tel 061 0381 6230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포토그래퍼 전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