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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혜 — 젬앤페블스 · 서민범 — 교수
신당동의 주황색 원통형 주택에 들어서면 낯선 구조와 요소가 곳곳에 펼쳐진다. 남향으로 난 창은 유난히 작고, 북쪽을 향한 커다란 통창은 7미터가 넘는 천장까지 이른다. 거실을 감싼 나선형 계단 아래 숨겨진 작은 문 너머로는 놀이 공간이 나타나고, 안방 한가운데에는 세면대가 자리한다. 틀을 깨는 시도로 가득한 공간이지만, 이 집은 어쩐지 어색하지 않다. 낯설기보다 머무는 이들을 닮아 오히려 자연스럽고 포근하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강아지 쿠루가 입구부터 저를 반겨줬는데, 지금 제 가방을 열심히 탐색 중이네요.
민범 에디터님이 궁금한가 봐요(웃음). 쿠루는 아기 강아지인데 7개월 전부터 함께 살고 있어요. 제가 꿈꿔온 가족의 모습은 부부와 아이 둘, 강아지였는데 얼마 전 비로소 완성됐어요.
선혜 우롱차부터 드세요. 사진 촬영하는 동안 차가 조금 식었을 텐데….
음, 딱 좋아요. 이곳에 사는 두 분을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실래요?
선혜 저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자 아내예요. (남편과 쿠루를 바라보며) 아니, 아이 넷이에요(웃음). 주얼리 브랜드 ‘젬앤페블스’를 16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민범 아이 둘의 아빠이자 남편이고요. 건축가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호서대학교에서 8년째 교양 과목을 가르치고 있어요. 얼마 전 방학을 했고 다음 학기도 수업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다른 분야에서 꾸준히 걸어온 두 분이죠.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요.
민범 알고 지내던 프랑스인 친구가 있었어요. 어느 날 같이 밥을 먹자면서 친구 한 명을 더 데리고 와도 되겠냐고 묻길래 괜찮다고 했고요. 그 친구가 지금의 아내예요.
선혜 소개팅 자리도 아니었는데 그날 이후로 남편과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어졌어요. 내년이면 벌써 결혼 10년 차예요.
결혼 10년 차, 어떤 기분이에요?
선혜 함께 산 지 10년이나 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 것 같아요.
민범 아이들과 함께면 결혼 몇 년 차인지 따져볼 틈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게 돼요. 처음 아빠가 됐을 때는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몇 번씩 오가는 기분이었는데(웃음), 이제는 조금씩 안정기에 들어선 것 같아요.
집 기둥에 “MOVAN HOUSE(모반하우스)”라고 적혀 있던데요. 아이들 이름을 따서 지은 건가요?
민범 네, 맞아요. 일곱 살 딸 모아와 네 살 아들 반호의 첫 글자를 조합한 우리 집 이름이에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더라고요. 고즈넉한 약수에는 어떻게 이르게 됐나요?
선혜 저희는 늘 집과 젬앤페블스 쇼룸이 모두 자연스럽게 어울릴 만한 동네에서 살았어요. 이전에는 한남동의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동네가 점점 개발되면서 저희가 좋아하던 운치가 조금씩 사라졌죠. 그래서 분위기와 편의성을 함께 갖춘 곳을 찾다가 약수에 와보게 됐고,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동네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시장도 가깝고, 산책할 수 있는 공간도 많고요. 그렇게 이곳에 정착하게 됐죠.
이 집은 두 분이 디자인, 설계, 시공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완성된 집이죠. 처음부터 집을 새로 지을 계획이었나요?
선혜 그건 아니에요. 더 넓은 아파트로 옮길지, 오래된 빌라를 고쳐서 살지 여러 가능성을 두고 고민했어요. 그러다 차라리 집을 지어보자는 쪽으로 생각이 모아졌어요. 흔히 ‘몇 살에는 반드시 나만의 집을 갖겠다’는 목표를 이야기하는데요. 저희 부부에게 집을 짓는 일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짝씩 움직이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선택이었어요.
가족의 집을 지으면서 꼭 실현하고 싶던 바도 있었는지 궁금해요.
민범 틀을 깨고 싶었어요. 저는 교수로서 강의에서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아내도 주얼리에 디테일을 더하며 계속 변화를 만들어가죠. 디자이너인 우리에게 ‘틀’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정해진 형식에 맞추기보다 우리가 원하는 집을 완성하고 싶었어요.
선혜 저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멋진 집을 떠올리며 집 짓기를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요. 우리가 이 집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곳에서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집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않는 구조나 인테리어도 기꺼이 선택했죠. 그 시도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을 거치며 무언가를 배우고, 또 다른 가능성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거든요.
그 시도 중 하나가 바로 옆에 보이는 통창이죠? 창이 아주 커다랗고 높아서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선혜 북향으로 낸 통창은 한국의 일반적인 집과 가장 다른 부분이기도 해요. 보통 큰 창은 남향으로 내지만, 저희 집은 골목과 맞닿은 남쪽에는 작은 창만 내서 내부를 감췄어요. 익숙한 방법에서 벗어나 저희만의 방식을 시도해 보고 싶었거든요.
민범 통창이 있는 공간의 천장이 7미터가 넘어요. 이 정도 높이는 한국 주택에서 거의 보기 힘들죠.
선혜 부지가 크지 않다 보니 집을 옆으로 넓히기보다는 위아래로 확장할 수밖에 없었어요. 마침 오래전부터 개방감 있는, 천장이 높은 집에 살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그래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천장을 높게 잡았죠. 그만큼 창도 크게 만들 수밖에 없었고, 유리 조각 역시 모두 다른 모양으로 제작해야 해서 쉽지 않았어요. 보통 이런 창은 크레인으로 들여놓지만, 부지 구조상 그것마저 불가능했어요. 결국 시공해주시는 분들이 직접 유리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집 안으로 창을 옮겨야 했어요.
가구도 모두 맞춤 제작했다던데, 수고를 감내하며 우리만의 취향이 담긴 집을 만든 이유가 궁금해요.
선혜 집은 특별한 날보다 반복되는 일상을 더 많이 담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눈에 띄는 요소보다, 손과 몸이 먼저 반응하는 디테일에 더 솔직해지게 됐죠. 문고리나 수전처럼 매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으로 만들어질 때, 집 전체가 자연스럽게 우리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직접 제작하는 과정은 번거롭고 까다롭지만, 미닫이문이나 온실 창 모양처럼 쉽게 타협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그런 디테일이 결국 이 집을 우리답게 만든다고 느꼈거든요.
부부의 취향이 듬뿍 담겨서인지 어린아이들이 사는 일반적인 집과 많이 달라요. 계단도 많고, 아이들 방은 꼭대기 층에 있죠.
선혜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집보다는, 어른의 삶도 존중받는 공간 안에 아이가 자연스럽게 존재하길 바랐어요. 그래서 아이 공간 역시 분리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흐름 안에 두었고, 대신 재료나 동선에서 안전함과 여유를 확보하려고 했어요.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편안해하더라고요.
아까 보니 아이들도 익숙하게 계단을 오르내리더라고요. 취향이 가득한 집에 살고 있는 기분은 어떠세요?
민범 사실 집을 짓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완공 이후에도 한동안은 이 집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어요. “드디어 끝났다. 이제 좀 쉬자.” 하는 마음이 더 컸죠. 그런데 아이들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이 집을 좋아해 주고 예쁘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이제는 집을 짓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에서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한, 큰 배움을 얻은 시간이었어요.
초기에 목표했던 틀을 깨는 집, 우리다운 집은 결과적으로 얼마나 실현이 된 것 같나요?
선혜 완벽하게 실현됐다고 말하기보다는,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에 가깝다고 느껴요. 다만 확실한 건 이 집에서 살면서 남들이 어떻게 보느냐보다 우리가 어떻게 느끼느냐를 더 중시하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이 집은 우리를 드러내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우리답게 숨쉬기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생활하다 보니 새롭게 발견하게 된 집의 매력이 있다면요?
민범 공간과 사람이 닮은 지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결국 공간은 사람의 마음이 스며드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이 다이닝룸은 이 집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아내를 닮았어요. 밝고 단순해 보이지만 자연스럽고, 모든 것이 편안하게 자리를 찾고 있는 공간이죠. 반대로 제가 사용하는 방은 더 어둡고, 혼자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예요. 서랍 속 물건들도 저만 아는 위치에, 제 방식대로 들어가 있고요. 그런 차이를 포착하는 게 재밌어요.
선혜 음… 남편 방은 정리가 잘 안되어 있다는 뜻이에요(웃음).
(웃음) 간단히 들려주셨지만, 부부의 성향이 꽤 다른가 봐요.
민범 정말 다르죠. 저는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그 안에서 디테일을 챙기는 편이에요. 반면 아내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 그림을 키워나가요. 디테일을 다룰 때도 저는 세부적인 건 다른 사람과 함께 완성해 가거나, 저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한테 맡기는 게 편한데요. 아내는 가능한 선에서 모든 걸 직접 세심히 살펴봐야 해요. 저는 중간에 변수가 생겨도 괜찮은 편이지만, 아내는 의도한 결과가 정확히 나와야 하죠.
아주 다른 두 분이 집을 지을 때 어떻게 의견을 맞춰갔나요?
민범 아내를 고객처럼 생각하고 희망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어요. 아내가 원하는 바가 있으면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소통하면서 무조건 실현해 내려고 애썼죠. 다만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에는 둘이 다시 상의하며 조율했고요.
선혜 처음부터 역할을 명확히 나누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각자 잘하는 쪽을 맡게 되더라고요. 남편은 구조와 논리에 강하고, 저는 생활의 감각이나 손에 닿는 디테일에 더 예민한 편이라 큰 틀과 작은 결을 서로 보완하듯 맡은 건데요. 제가 주얼리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 눈에는 사소하거나 보이지 않는 부분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집을 지을 땐 모든 걸 제 뜻대로 하려고 하기보다는,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어요. 모든 걸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닫게 되더라고요. 내려놓지 못하면 오히려 마음이 더 불편해졌고요.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도 있을까요?
선혜 물론 의견이 엇갈릴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누가 옳은지를 정하기보다는 이 선택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감정을 남길지를 기준으로 다시 생각해 보려고 했어요. 벽난로가 그런 경우였어요. 저는 오래된 로망처럼 벽난로를 원했지만, 남편은 관리나 실용성을 이유로 반대했거든요. 결국 합의한 것이 에탄올 벽난로였고, 동그란 벽의 형태에 맞는 제품이 없어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제작하게 되었어요. 벽난로는 자주 사용하진 않지만, 우리 집의 낭만을 담당하는 존재가 되었죠. 그런 선택들이 이 집을 조금 더 우리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교수님의 SNS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집에서 행복을 느끼는 자가 바로 행복한 사람.” 어떤 의미인가요?
민범 저는 자기 공간에서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쉽게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이라는 공간을 얼마나 ‘자기화’했는지가 중요하죠. 공간의 크고 작음과는 상관없어요. 우리는 왜 내 방이 편안한지, 왜 이 공간에서 마음이 놓이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해요. 단순히 ‘내 방이니까’가 아니라, 이곳에 이 물건이 있어서, 여기서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같은 구체적인 이유 말이에요. 그런데 일 중심의 사회에서는 집에 와서도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죠.
방금 공간의 ‘자기화’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실천해 볼 수 있을까요?
민범 경험을 하며 취향을 쌓고, 나를 알아가야 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봤을 때 눈이 반짝이는지를 알아채야 하죠. 그렇게 알게 된 취향을 공간에 하나씩 놓아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공간이 내가 되어 있어요. 나를 잘 아는 누군가가 그 공간을 보고 “딱 너네.”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그곳에서 이미 충분히 행복을 누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표님은 집에서의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선혜 저는 취향보다 태도인 것 같아요. 완벽하게 꾸며진 공간보다, 구성원들이 서로의 리듬을 침범하지 않는 태도요. 집은 결국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서, 함께 사는 사람들이 서로를 조금 더 너그러이 바라볼 때 가장 편안해진다고 느껴요.
이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도 궁금해져요.
민범 아이들이 쿵쾅거리면서 계단을 올라갈 때, 테라스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볼 때도 좋고요. 학기 중에 부산에서 올라와 함께 지내시는 장모님과 아내가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도 좋아요. 행복을 주는 소리와 향과 시각, 모든 게 이 공간에 꽉 차 있어요.
선혜 저 역시 아무 일도 없는 일상적인 시간이요. 저녁이 되어 아이들이 각자 놀고, 남편과 차 한 잔을 나누는 짧은 틈. 그 조용한 순간 ‘지금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행복해요.
커다란 통창 아래서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겠어요. 함께 완성한 집이라는 공간이 어떤 의미로 와닿는지도 들려주세요.
선혜 쉼이자, 실험실 같아요. 완전히 쉬어도 되고, 새로운 시도를 해도 되는 곳이요. 실패해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죠. 그래서 집은 완성형이 아니라 우리 가족 구성원의 리듬에 따라 조금씩, 계속 변하는 상태로 남아 있기를 바라요.
집 밖에서 두 분이 머무는 공간도 궁금해지네요. 집 바로 옆 건물은 젬앤페블스의 세 번째 쇼룸이죠.
선혜 이사를 온 뒤 마침 건물이 비게 되어 쇼룸을 리모델링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고민이 많았죠. 집을 짓느라 너무 지쳤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도전 정신이 있는 편이라(웃음), 더 어려운 집도 해봤는데 쇼룸 정도는 재밌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는 집을 짓지 않겠다는 결론이 아니라, 또 한 번 도전하셨다고요?
선혜 네(웃음). 실제로도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쇼룸은 상업 공간이니 젬앤페블스가 추구하는 미학적인 가치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이 집은 남편의 취향, 아이들의 삶까지 고려하며 우리 가족에게 제일 좋은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었지만, 쇼룸은 더 자유롭게 작업했어요. 오랫동안 브랜드를 운영해서 브랜드가 곧 제가 되었다 보니, 저한테는 쇼룸을 구상하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던 거죠. 저희가 오랫동안 쌓아온 것을 온전히 쇼룸에 펼쳤는데, 고객님들이 주얼리를 하나하나 다 보지 않아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학적인 가치나 철학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교수님은 대학에서 교양 과목을 가르친다고 하셨죠. 어떤 수업이에요?
민범 ‘모두가 디자이너’라는 과목이에요. 디자이너는 정답이 아닌 자신을 찾는 사람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우리 수업도 매주 세 시간 동안 주제 하나를 정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찾아가요. 주제는 정치, 종교, 건축, 연애, 결혼, 육아처럼 다양하죠. 학생들은 서로 질문도 하고, 제 중재 아래서 논쟁도 해요. 수업을 들으며 내가 가진 고민을 남들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수업 끝나고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가정사를 상담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이러한 교수법이 한국에선 흔하지 않아서 학생들이 위로도 얻고 심리적인 교육 효과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벌써 8년째 하고 있는데 피드백도 좋아서 학생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과목이 됐죠.
독특한 수업 방식은 어떻게 시도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민범 초등학생 때부터 프랑스에서 생활했던 영향이 컸어요. 프랑스에서 건축이나 디자인 공부를 할 때 늘 철학이 빠지지 않았죠. 선생님들도 모든 학습의 기본은 ‘너 자신부터 알아라.’였으니까요. 그걸 적용해서 저만의 수업을 만든 거죠.
안과 밖에서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는 두 분이네요. 앞으로 모아와 반호, 부부와 쿠루가 함께 머무는 이 집은 어떻게 변화해 갈까요?
선혜 이 집엔 남들에게 과시하고자 좋은 가구나 그림을 치장하듯 걸어놓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완성된 거죠. 그래서 우리의 생활 형태와 자아가 우리다움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나서 우리 집만의 멋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집은 과시나 남들에게 멋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니까, 우리가 표현된 바를 꼭 남들에게 보여주려 애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를 자연스럽게 담은 이 집이 우리에게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뿐이에요.
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박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