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의 주황색 원통형 주택에 들어서면 낯선 구조와 요소가 곳곳에 펼쳐진다. 남향으로 난 창은 유난히 작고, 북쪽을 향한 커다란 통창은 7미터가 넘는 천장까지 이른다. 거실을 감싼 나선형 계단 아래 숨겨진 작은 문 너머로는 놀이 공간이 나타나고, 안방 한가운데에는 세면대가 자리한다. 틀을 깨는 시도로 가득한 공간이지만, 이 집은 어쩐지 어색하지 않다. 낯설기보다 머무는 이들을 닮아 오히려 자연스럽고 포근하다.
창이 아주 커다랗고 높아서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선혜 북향으로 낸 통창은 한국의 일반적인 집과 가장 다른 부분이기도 해요. 보통 큰 창은 남향으로 내지만, 저희 집은 골목과 맞닿은 남쪽에는 작은 창만 내서 내부를 감췄어요. 익숙한 방법에서 벗어나 저희만의 방식을 시도해 보고 싶었거든요.
민범 통창이 있는 공간의 천장이 7미터가 넘어요. 이 정도 높이는 한국 주택에서 거의 보기 힘들죠.
선혜 부지가 크지 않다 보니 집을 옆으로 넓히기보다는 위아래로 확장할 수밖에 없었어요. 마침 오래전부터 개방감 있는, 천장이 높은 집에 살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그래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천장을 높게 잡았죠. 그만큼 창도 크게 만들 수밖에 없었고, 유리 조각 역시 모두 다른 모양으로 제작해야 해서 쉽지 않았어요. 보통 이런 창은 크레인으로 들여놓지만, 부지 구조상 그것마저 불가능했어요. 결국 시공해주시는 분들이 직접 유리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집 안으로 창을 옮겨야 했어요.
교수님의 SNS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집에서 행복을 느끼는 자가 바로 행복한 사람.” 어떤 의미인가요?
민범 저는 자기 공간에서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쉽게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이라는 공간을 얼마나 ‘자기화’했는지가 중요하죠. 공간의 크고 작음과는 상관없어요. 우리는 왜 내 방이 편안한지, 왜 이 공간에서 마음이 놓이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해요. 단순히 ‘내 방이니까’가 아니라, 이곳에 이 물건이 있어서, 여기서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같은 구체적인 이유 말이에요. 그런데 일 중심의 사회에서는 집에 와서도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죠.
방금 공간의 ‘자기화’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실천해 볼 수 있을까요?
민범 경험을 하며 취향을 쌓고, 나를 알아가야 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봤을 때 눈이 반짝이는지를 알아채야 하죠. 그렇게 알게 된 취향을 공간에 하나씩 놓아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공간이 내가 되어 있어요. 나를 잘 아는 누군가가 그 공간을 보고 “딱 너네.”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그곳에서 이미 충분히 행복을 누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게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