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 조화로운

뿌리온더플레이트

먹음으로써 만들어지는 몸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식재료를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아닌 상품으로 소비하는 요즘 같은 때에,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 사이의 유대감이나 ‘알맞은 영양이 모여 있는 알맞은 음식’을 먹는 건강한 몸에 관해 말이다. 그래서 ‘뿌리온더플레이트’의 강대웅·이윤서 부부를 만났다. 비건Vegan인 이 부부는 단순하지만 정성껏 만든 음식과 함께 조화로운 삶을 산다. 부부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그들이 운영하는 비건 카페와 먹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고, 이야기는 몸과 마음, 삶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Interview
뿌리온더플레이트 강대웅·이윤서 부부

부부가 하는 일
뿌리온더플레이트

뿌리온더플레이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강대웅 뿌리온더플레이트PPURI on the plate를 줄여서 ‘뿌리’라고 부르는데요. 뿌리는 대지의 왕성한 에너지를 담아 우리가 먹고 나눌 수 있는 음식과 디저트를 만드는 현미 디저트 전문 카페이자 쿠킹 스튜디오예요.

두 분은 이곳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강대웅 저는 베이킹을 담당해서 현미 디저트를 연구하고요, 아내는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 요리 연구 및 요리 수업을 하고 있어요. 제가 담당하는 현미 디저트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밀가루와 정제설탕 대신 유기농 현미와 메이플시럽을 사용해 만든 글루텐프리Gluten-free, 무설탕 디저트라는 특징이 있어요.

마크로비오틱이란 개념이 조금 낯설어요.
이윤서 마크로Macro는 큰, 거대한, 바이오Bio는 생명, 틱Tic은 기술을 의미해요. 풀어서 말하면 큰 생명을 담는 기술, 어떤 생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쉽게 설명하면 우리 땅에서 난 제철 농산물, 가급적이면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을 가볍게 조리해서 몸에 좋은 에너지원으로 쓰는 삶의 방식이에요. 단순히 채식주의자의 식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자신과 자연, 혹은 내가 처해있는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음과 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거예요.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봄에는 봄에 나는 나물들을 신선하게 먹고, 여름에는 수박과 참외 같은 과일과 채소를 먹고 가을에는 뿌리채소를 먹고, 겨울에는 농산물이 많이 없으니 미리 수확했던 것들을 말려 저장해서 먹는 거죠.

담겨있는 이론은 굉장히 동양적이네요.
이윤서 네. 동양적이죠. 마크로비오틱 학문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서양에 알려지게 됐을 때 일본의 삶의 방식으로 소개됐거든요. 마크로비오틱의 많은 식품 용어가 다 일본어로 표기돼요. 미소Miso(된장), 고마시오Gomasio(깨소금)…. 아직도 서양에서는 일본의 건강한 식문화로도 많이 알고 있죠.

제철 식재료가 중요한 것 같아요. 식재료는 주로 어디에서 구하나요?
이윤서 일단 매일 장을 봐요. 가게나 수업이 아니어도 저희가 먹어야 하니까요. 두레생협과 한살림을 주로 이용하고 저희가 매달 나가는 도시형 장터 ‘마르쉐’에서 사거나 그곳에서 만난 농부들과 직거래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농부가 파는 특이한 토종 콩을 구매할 때도 있고요. 제철 우리 땅에서 난 재료를 한곳에서 다 살 순 없어요. 대형마트에서 한 번에 장을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요.

마르쉐에는 언제부터 참여했나요?
이윤서 2012년 11월이요. 저희가 결혼하고 그다음 달이었어요. 마르쉐가 2012년 10월에 시작했거든요. 당시 저는 홍대 언저리의 작은 공간에서 이런 요리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홍대에 있는 ‘수카라’ 카페를 통해 마르쉐가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가 딱 시드니와 멜버른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을 때네요. 저는 이런 건강한 음식을 조금 더 나누고 싶었고, 여행을 다니면서 본 파머스 마켓Famers Market에 대한 호감도 있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파머스 마켓이 생기나 보다 하는 기대감으로 지원해서 면접을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파머스 마켓에 나가고 요리 수업을 하다가 카페를 오픈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강대웅 처음부터 카페를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요리 수업만 하기엔 임대료도 그렇고 공간도 아까워서 겸하게 됐죠. 아내가 요리 수업을 하고, 저는 소모임을 하던 작은 스튜디오를 혜화역 근처로 옮기면서 카페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처음 오픈할 당시 메뉴도 지금과 같았나요?
강대웅 아뇨. 처음에도 현미 케이크가 있긴 했는데, 그땐 디저트와 함께 음식도 조금 했어요. 그러다 나중엔 디저트를 메인으로 하고 가끔 예약제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죠.
이윤서 ‘뿌리 채소 밭 피자’라고, 피자가 조금 알려져서 팝업을 자주 했어요. 한 달에 여덟 번 정도 했는데, 되게 힘들더라고요. 와봐서 아시겠지만 이전 혜화동 공간이 아담했잖아요. 손님이 빽빽하게 앉으면 공간이 협소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주고받는 에너지가 과열되는 것 같았어요. 많이 좋아해주셔서 행복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지치기도 했어요. 이런 상태로 음식을 하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 9월부터 팝업을 안 하고 있어요. 정말 좋은 재료, 좋은 마음과 에너지로 뿌리의 음식을 나누고 싶거든요.

요리할 때 만드는 사람의 상태나 마음가짐도 중요한 거죠?
이윤서 저는 특히 그런 것 같아요. 건강상의 이유로 음식을 바꿨고, 어떻게 보면 음식의 힘을 조금 더 느낀 거잖아요. 그리고 오빠는 정신적인 부분이나 내면을 중요시하는데, 저도 오빠의 영향을 많아 받았거든요. 확실히 컨디션이나 기분이 좋을 때 만든 음식과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만든 음식은 다른 것 같아요. 설령 드시는 분이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사실 저희는 요식업에 맞는 사람들이 아니에요(웃음). 나중에 보니까 이런 건강한 음식을 조금 문화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싶은 거지, 단순히 식당이나 카페를 하고 싶은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이사하면서 카페 영업 일수가 줄어든 거예요. 4일에서 이제 3일만 운영해요.

판매보다 경험이나 체험의 의미가 커진 건가요?
이윤서 그건 너무 좋은 포장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웃음), 그것도 맞지만 어쨌든 카페를 3일 여는 건 임대료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사실 항상 어떤 기획을 해서 뭔가를 하긴 힘들잖아요. 모두가 편하게 와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도 있어야겠더라고요. 저희에게도, 손님에게도.

요리 수업은 보통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이윤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일 년에 네 번, 4주 과정으로 진행해요. 제철에 난 농산물을 갖고 제가 연구한 레시피의 요리를 함께 만들고, 마크로비오틱의 생활과 가치관을 나눠요. 원데이 클래스도 하긴 하는데 횟수가 점점 줄 것 같아요. 하루에 뭔가를 전달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이건 어쨌든, 오시는 분들이 생활 방식으로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수업에서 인연이 끝나지 않고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편이에요. 사회에서 만났지만, 나이를 떠나서 인생에서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면 좋겠어요.

어떤 분들이 주로 수업을 들으러 오나요?
이윤서 주로 30대분들이 많아요. 여성이 많고, 채식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요. 그런데 채식을 하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아요. 삶의 방식을 좀 더 건강하게 바꿔나가고 싶어서 오시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채식을 하긴 하지만 꼭 누구나 채식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마다 사정이란 게 있으니까요. 다만 자기 삶에서 뭔가 정체된 걸 느끼고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삶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음식을 바꿔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마크로비오틱이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큰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쉽게 요리할 수 있어요. 수업한 지 6년이 되었는데, 다행히 그런 부분에 공감하는 분들이 계속 있어요.

마크로비오틱이 쉬운 방식인가요? 저는 먹는 것을 제한하는 게 조금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이윤서 ‘이건 먹으면 안 된다.’가 아니라 ‘가급적 그런 음식은 덜 드시는 게 좋다.’라고 말해요. 스스로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선택을 하는 데 조금의 영감이나 도움을 받으시면 좋은 거고요.

이제 곧 새로운 공간을 오픈할 예정이에요. 혜화동에서 계동으로 카페를 옮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강대웅 공간이 좁았어요. 그 공간에서 계속 뭔가를 하기에는 좁으니까 옮기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거기에서 4년이나 보냈거든요.
이윤서 손님들도 좁다고 많이 이야기했어요. “이제 옮길 때 되지 않았어요?” 그러기도 하고. 그리고 저랑 오빠랑 모임을 좋아해요. 우리도 오빠가 만든 모임에서 만났거든요. 한번은 음악이 있는 북 토크 콘서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공간이 조금만 더 넓었으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넓으면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계동으로 카페를 이전하면서 망설여지는 부분은 없었나요?
이윤서 여기 오면서 고민한 건 하나 있어요. 임대료가 상승하고 공간을 확장하게 되면 나중에 발목 잡는 일이 될까 봐. 이곳이 우리한테 안정감을 주고 삶의 기본적인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음, 저는 노마드 키친을 하고 싶거든요. 제가 만드는 음식이나 하고자 하는 일이 공간에 구애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여행도 좋아하고 세상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니까 요리 도구를 갖고 마치 유목민처럼 다니며 누군가와 함께 기획해서 낯선 곳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수입원인 동시에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도 있겠네요(웃음).
이윤서 아이러니한데 그 둘이 딱 맞닿아 있어서. 그런데 어쨌든 결정을 했고 우리 둘 다 성인이니까 책임을 져야죠(웃음). 우리의 운명과 이끌림에 의해 여기에 왔으니 잘 꾸려 나가야죠. 그렇지만 꿈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노마드 뿌리(@nomad_ppuri)’라고, 최근에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도 하나 만들었어요.

이곳에서는 어떤 일을 기획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이윤서 기존처럼 카페와 요리 수업 구조로 갈 것 같아요. 중간중간 북 토크 콘서트 같은 것도 하고요. 계동으로 이사하면 팝업 레스토랑을 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요, 어떤 형태로 요리를 선보일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여기가 아지트가 됐으면 좋겠어요. 오빠가 맨날 하는 말이에요.
강대웅 저는 관심 있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모임을 하고 싶어요. 주제를 정해서 차 한잔 마시면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지금 두 분은 생활과 일의 터전이 거의 같잖아요. 앞으로 바뀔 수도 있을까요?
이윤서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완전 다른 삶을 새롭게 시작할 것 같진 않아요. 그러니까 우리 이름처럼 계속 뿌리를 내리고 있는 거예요. 그 뿌리에서 더 커다란 뿌리가 생기기도 하고 작은 뿌리가 나기도 하지만, 그 근간은 그대로일 거예요. 둘의 공통된 관심사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것들이에요. 어떤 게 이롭다, 틀렸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걸 나눌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만들거나 일을 하고 싶어요.

몸과 마음이
고유한 내가 되도록

책 《조화로운 삶》에서 헬렌 니어링은 조화로운 삶은 마음이 맞는 부부가 시도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어요. 두 분은 어떻게 만났나요?
강대웅 제가 주도하는 작은 모임이 있어요. 대안적인 삶을 지향하는 20~30대 청년들의 모임이고 꼭 채식하는 사람들이 오는 건 아니에요. 가급적 채식을 하려는 사람들이고, 주로 동물과 환경, 건강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죠. 그 모임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데, 제 인터뷰가 잡지 《비건》의 창간준비호에 실렸었어요. 기사를 보고 저를 만나기 위해 아내가 그 모임에 온 거죠. 그렇게 만났어요.

두 분 다 채식을 하잖아요. 윤서 씨는 건선을 계기로 채식을 하게 되었다고요.
이윤서 그때가 스물여섯 살이었어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던 때였는데 건강이 자꾸 발목을 잡으니까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회사는 병가를 길게 안 내주니까 사직하고, 기존에 했던 방법보다는 자연적인 치유에 대해 알아봤어요. 음식을 바꿔서 채식을 하고, 약을 안 쓰는 대신 기후 치료를 했어요. 좋은 물을 마시고 일광욕을 하는 게 저한테는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한국에서요?
이윤서 아니요. 한국 사회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 조금 지나쳐서…. 좀 더 마음 편히 건선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터키의 닥터피쉬 치료하는 곳에도 가고, 이스라엘 사해에도 가고요. 그곳도 온전히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 피부 상태에 대해서 대놓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완치가 된 거예요. 한 20년 고생했던 일이 3개월 만에. 조금 허무한 감도 있었죠. 하지만 단지 먹는 것만으로 치료됐다고는 생각 안 해요. 왜냐하면 회사를 쉬었고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으니까요. 먹는 게 바뀌어서 조금 더 빨리 나았다는 생각은 했어요.

정말 치료를 위한 여행이었네요.
이윤서 치료이자 치유 여행이었죠. 아무도 없이 혼자 바리바리 짐 싸 들고 가서 3개월을 그렇게 보냈는데, 되게 재미있고 좋았어요. 건강만 되찾은 게 아니라 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느껴요.

마크로비오틱도 여행에서 알게 된 건가요?
이윤서 가기 바로 전에 우연히 알게 됐어요. 채식을 하면서 채식의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영양학적인 부분에서 이렇게 먹어서 될까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좀 더 건강하게 현실에서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미국까지 갔던 거예요.

그때가 언제예요?
이윤서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구직 활동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또다시 반복될 게 눈에 보여서요. 건강한 먹거리를 일과 삶에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 마크로비오틱을 공부하러 미국에 갔어요. 마크로비오틱을 공부하면서 먹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하게 됐죠. 휘발유를 넣어야 하는 차가 따로 있고, 경유를 넣어야 하는 차가 따로 있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넣어서 잘 생활해야 하는데, 아마 그 이전의 저는 제 몸에 맞지 않은 걸 썼던 것 같아요.

대웅 씨는 어떻게 채식을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해요.
강대웅 열일곱 살 때 슬럼프가 있었는데, 저희 어머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라고 몇 권의 책을 추천해주셨어요. 그중 한 권이 《초인들의 삶과 가르침을 찾아서》라는 책인데요. 1890년대에 미국 탐험대가 영적인 스승들과 3년여간 생활했던 기록을 적은 책이에요. 지금까지도 실화냐 아니냐 논란이 있는데 사실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당시 책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한데 그냥 책 자체가 재미있고 좋았어요. 그리고 저도 깨달음의 스승을 찾아서 어떤 수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몇 개월 동안 찾다가 우연히 명상을 하는 선생님이 보던 책을 빌려 읽고 저도 명상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게 채식을 같이 하는 명상이었죠.

그때야말로 부모님이 만들어주는 걸 먹을 나이 아닌가요?
이윤서 그렇죠. 어머님이 힘드셨을 거예요(웃음).
강대웅 힘드셨죠. 요리하는 것도 물론 귀찮고 힘드셨겠지만, 그렇게 고기를 좋아하던 아들이 갑자기 무슨 책들을 읽더니 고기를 안 먹고 명상을 한다는데…. 그 나이 또래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생각을 못 하시는 거예요. 저도 되게 답답했어요.

그렇게 한순간에 달라진다는 게 신기해요.
강대웅 제가 좀 고집이 있어요. 그리고 내 안에 더 큰 열정이 있으면 그냥 포기가 되더라고요.
이윤서 타이밍이 달라서 그렇지 누구나 ‘나에게 이런 결단력이 있어?’ 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오빠는 그게 조금 빨리 왔던 거고요. 저도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많이 걱정하셨어요. “너 무슨 치료를 하러 어디를 간다고?” 왜 터키, 이스라엘, 프랑스 따로따로 가야 하냐고, 여자 혼자 위험하다고 생각하셨죠. 그런데, 저는 그때 꼭 가야 했어요. 내 인생에서 이번이 아니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았죠. 그때 저에게 그런 결단력이 왔던 것 같아요.

두 분 정말 잘 만난 것 같아요.
이윤서 우리는 연애할 때부터 채식을 하고 있었고 연애한 지 얼마 안 돼서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큰 굴곡 없이 지금까지 왔거든요. 그래서 덤덤하게 “둘이 있으면 편하고 좋죠.” 하고 말하는데, 이 틀에서 빠져나와 우리를 관찰하면 정말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수업에 오시는 분들이 종종 남편 또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더라고요. 밥을 두 번 차려야 하거나 정성껏 요리해도 잘 안 먹고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편식을 한다고요.

아까 두 분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었잖아요. 저는 아주 맛있었어요.
이윤서 일단 채식이 건강하지만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맛의 기준은 굉장히 주관적인 거지만 같이 먹었을 때 서로 즐거울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하고, 우리가 먹었을 때 좋고 건강한 것을 타인과 나누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함께 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뭐예요?
이윤서 “그럼 뭐 먹어요? 먹을 게 있어요?” 이런 질문을 생각보다 많이 들어요. 그리고 둘이 일하면 안 싸우냐고. 그래서 많이 싸운다고 해요. 대신 금방 풀어서 다시 잘 일한다고(웃음).

먹는 게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까지 아우르는 것 같아요. 수행을 위해 소식을 하고 명상을 위해 채식을 하는 것처럼요. 저는 이곳에서 ‘먹는 게 나를 만든다.’라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거든요.
강대웅 영향이 있죠. 우리는 하나로 결합해 있으니까요. 몸이 부대끼면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먹는 게 나다.’라는 건 나라는 존재를 육체에 한정하는 느낌이에요.
이윤서 저는 처음에 ‘You are what you eat(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라는 생각이 정말 강했어요. “내가 먹는 게 나야.” 그러면서. 채식한 지 6년 정도 됐는데, 3년이 지나니까 먹는 게 다가 아니더라고요(웃음). 단순하게 보면 말씀하신 게 맞기도 하죠. 하지만 먹는 것은 한 부분이지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이 그 생각에만 매몰되어 ‘먹는 것만 잘 먹으면 다 됐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정신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고요. 그게 요즘 좀 문제인 것 같아요. 특히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한 가지만 보고 계시는구나 싶을 때가 있죠.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르면 육체적인 요요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요요가 심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몸이 몸으로 온전하려면 정신이 함께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어렵네요.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려면 어떤 노력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강대웅 일단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일기를 써도 좋고요. 쳇바퀴 도는 삶에서도 ‘내가 오늘 어떻게 살았지? 내일도 이렇게 살고 싶나?’ 의식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반성할 게 있으면 반성하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자기를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윤서 저도 항상 어려워하는 부분인데요, 자기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국내외를 떠나서 그냥 자기만의 여행이요. 맨날 타던 버스를 타고 집과 회사만 오갈 게 아니라, 한 번도 안 타던 노선 버스를 타고 다른 동네도 가보는 거예요. 일단 오롯이 혼자 놓여 자신을 만나는 게 필요한데, 여행이 하나의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몸과 뗄 수 없는 주제가 다이어트인데, 뿌리에도 디톡스 수업이 있어요.
이윤서 디톡스 수업 때문에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새삼 느꼈어요. 뿌리의 디톡스 수업은 일상에서 식단과 습관, 마음가짐의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디톡스를 유지하기 위한 수업이에요. 요리보다는 건강에 초점을 맞춘, 조화로운 삶의 지속을 위한 심도 있는 과정이죠. 그런데 많은 분이 다이어트로 접근하시더라고요. 몸과 정신을 추구하는 어떤 과정에서 살이 빠질 수 있는 거지 살을 빼기 위해 하는 건 아니거든요. 나는 이런 방향으로 풀어나가고 싶은 게 아닌데, 수업 프로그램을 짜고도 계속 혼자 고민했어요.

사실 다이어트의 어원도 ‘살 빼기’가 아닌 전반적인 ‘생활 방식’을 의미하잖아요.
이윤서 다들 어떤 아름다운 몸을 추구하잖아요. 시각적인 게 중요하고, 외모지상주의 사회이기도 하고요. 저도 채식을 하고 건선을 치료하기 전엔 그랬던 것 같아요. 살이 찐 적은 없지만 피부 때문에 튼 살도 생기고 그래서 내 몸을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나도 모르는 트라우마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건선 치료를 하고 채식을 하고 생활이 바뀌니 보이는 몸은 허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름다운 몸을 갖고 있다고 해도 자기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그냥 껍데기인 거잖아요. 물론 거기에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생각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아요.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가 행복하다면 어떤 몸이건 된다고요.
강대웅 아까 말씀드린 것과 다 연결되는 것 같아요. 결국에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건지, 이게 정말 내 안에서 온 건지, 밖에서 영향을 받아서 내 거라고 착각을 하는 건지, 그런 고민부터 시작해서 자기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진짜 내 몸이 어떤 목소리를 낸다고 했을 때, 몸이 뭐라고 말하는지를 듣고 거기에 맞춰 음식도 조금 조절하고 생활 방식도 바꾸고, 그런 식으로 해나가는 게 더 건강하지 않을까요?

“오늘 뭘 먹을까? 뭘 할까?” 모든 게 다 선택이에요. 그리고 두 분은 채식을 선택했고요. 마지막으로 이 선택을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뭔가요? 윤서 씨는 물론 건선을 치료했지만요.
강대웅 주체적으로 살게 된 것 같아요. 채식을 하면서 삶이 완전히 바뀌었고, 바뀐 삶으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채식하면 영양소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다수가 얘기하죠. 그런데 직접 해보니 “문제없는데, 나 괜찮은데?” 싶은 거예요. 그럼 많은 사람이 하고, 알고 있는 게 꼭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굳이 다른 사람을 따라갈 필요 없이 내가 따져보고 판단하면 되겠다, 주체적으로 바뀐 거죠. 채식을 통해서 나에게 맞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삶을 살게 되었어요.

우리는 너무나도 철저하게 현재의 생활을 신봉하고 살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길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어.” 하고 우리는 말한다. 그러나 원의 중심에서 몇 개라도 다른 반경을 가진 원들을 그릴 수 있듯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생각해보면 모든 변화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기적은 시시각각으로 일어나고 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에서

뿌리온더플레이트
A.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57, 2층
H. instagram.com/ppuriontheplate
T. 070 4133 8126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김혜원

포토그래퍼 안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