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베로 김형규의 코믹 프리즘

홀리홀리 홀리데이

홀리홀리 홀리데이

닥터 베로 김형규의 코믹 프리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일하면 놀고 싶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언제나 호시탐탐 휴일이나 휴가를 꿈꾸실 듯합니다. ‘휴일’에 관한 프리즘Prism을 담아보았습니다.

이번 달 주제가 홀리데이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스마트폰에 찍힌 글자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달 주제가 뭐라고요? 홀리데이. 주제를 접한 제 마음속에서는 이런 외침이 울려 퍼졌습니다. ‘뭐라고? 무어라고? 이번 달 주제가 홀리데이라고? 이런 홀리*! Holy sh*t! 왜 주제가 홀리데이인 거지? 도대체 무슨 의미로 홀리데이인 거야! 휴가? 방학? 공휴일? 휴일? 명절? 홀리데이? 빌리 홀리데이? 워킹 홀리데이? 홀리홀리?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스콜피언스의 홀리데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최민수 아저씨? 금니? 마돈나의 홀리데이? 아아 모르겠어. 당최 홀리데이가 왜 홀리데이인지 모르겠어! 물론 홀리데이는 홀리Holy한 날Day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출제자의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 이런 Holy cow! 홀리데이라니…. 그야말로 허를 찔린 기분이었습니다. 어떤 주제가 나와도 척척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저였습니다. 어떤 주제라도 관련된 만화를 적어도 5개 이상 떠올리는 저였습니다만, 이번 주제를 접하고서는 왠지 단번에 떠오르는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출제자의 의도가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문제의 경우, 다양한 접근과 답이 가능하기에 마음을 편하게 먹고 홀리데이와 연상이 되는 만화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홀리데이의 의미부터 생각해볼까요. 홀리데이는 성스러운 인물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죠. 성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일하지 않고 쉽니다. 매일매일 바쁜 업무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학생이나 직장인은 손꼽아 홀리데이를 기다립니다. ‘일을 하지 않고 쉬거나 논다.’는 매력.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일하면 놀고 싶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언제나 호시탐탐 휴일이나 휴가를 꿈꾸실 듯합니다. 휴일이나 휴가가 빛을 발하는 것은 일하는 중간중간 보석처럼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만일 1년 365일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한다면 휴가나 휴일의 의미가 퇴색되고 말겠죠. 오늘 먼저 이야기 나눌 만화는 이런 성스러운 휴일을 우리에게 선물한 두 성인이 주인공인 만화입니다.

만화 《세인트 영맨》의 주인공은 무려 예수님과 부처님입니다. 부처님과 예수님입니다. 그야말로 홀리데이의 주인공이죠. 홀리한 성인.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계시기에 홀리데이가 존재하고 우리가 쉬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놀 수 있는 겁니다. 나카무라 히카루 작가가 2007년부터 연재 중인 만화인데요, 세기말이 끝나고 천상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를 마무리한 예수님과 부처님이 지상으로 휴가를 내려온다는 설정입니다. 홀리한 성인들의 홀리데이라니 정말 재미있는 설정이지요 으헛헛헛. 예수님과 부처님이 천상계에서의 모든 편리함과 전지전능함을 포기하시고, 일본 도쿄 다치카와구의 목욕탕이 없고 동물 사육을 할 수 없는 싼 아파트에서 여름휴가 공동생활을 합니다. 엉뚱하죠? 기발하고 엉뚱한 일상개그물입니다. 매회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조금 더 엉뚱합니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다가 여고생들에게 조니 뎁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아져서 영화 잡지를 사는 예수님이나, 놀이기구가 무서워 불경을 외우며 놀이기구를 타다 열반에 오르는 부처님, 또 물 위를 걸을 수 있지만 수영은 무서워하는 예수님 이야기가 나옵니다. 머리를 물 가까이 대면 수영장 물이 바닥까지 쩍 갈라집니다. 마치 홍해 바다가 갈라지는 것처럼 말이지요. 할렐루야.

‘신을 인간 수준으로 끌어내려 표현하는’ 만화이기에 내용을 원론적으로 따지거나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신성 모독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정식 발매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요, 다행하게도 예수님과 부처님의 부드럽고 편안한 유머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개그만화이기 때문에 해당 종교를 믿는 분들도 크게 불편하지 않게 만화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휴일에 일을 멈추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은 남녀노소, 성인聖人과 일반인 모두 같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만화이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두 울트라어매이징 슈퍼스타의 공동생활. 홀리 슈퍼스타의 홀리데이가 궁금하신 분에게 강력 추천드립니다. 이 작품은 2013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만화는 《폭두백수 타나카》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년 365일을 모두 휴일처럼 팡팡 놀면서 보내고 있는 아프로 파마머리 타나카가 주인공인 만화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휴일이나 휴식, 홀리데이는 끝이 존재하기에 더 소중합니다. 계속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면 일 하는 중간의 꿀 같은 휴식의 맛을 알 수가 없겠죠. 이 만화는 주인공 타나카의 성장을 보여주는 성장개그만화입니다. 폭두고딩 타나카, 폭두백수 타나카, 폭두직딩 타나카, 폭두방랑 타나카, 행복아프로 타나카라는 주인공이 고등학교를 다니다 자퇴하고 백수가 되어 사회에 나갔다가 직장을 잡고 살아가다 어떤 계기로 일본 전국을 방랑하는 내용이 단행본 10권씩을 단위로 전개됩니다. 개그만화지만 주인공이 독자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성장하며,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망상, 사소한 일에 대한 집착과 고민, 찌질한 행동과 자괴감, 사회의 냉혹함과 젊음의 좌절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이기에 잘못된 성적인 욕망에 대한 방황을 담고 있는 부분이 있고, 남성 중심의 개그가 많은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성을 향한 잘못된 환상을 가지고 있던 고등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이성을 대하며 충돌하고 상처받고 사과하고 성장해가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홀리데이 이야기를 하면서 폭두백수 타나카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 만화를 보게 되면 타산지석으로 타나카처럼 귀차니즘에 빠져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평소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하루하루 즐거운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폭두백수 타나카 편에서 타나카는 귀차니즘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귀찮다는 이유로 자퇴를 하지만, 또 귀찮다는 이유로 직장을 구하지 않습니다. 《폭두백수 타나카》 1권에서 타나카는 자기 방 안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뒹굴뒹굴하다가 이런 명언을 곱씹고 혼자 고민에 빠집니다.

“인생은 다음 두 가지로 성립된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다.” 

– 괴테

‘나 매일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아무 목적도 없이, 아무 행동도 안 하고, 그저 숨 쉬고 밥 먹고, X만 누는….’ 이런 타나카에게 휴일이 즐거울 리가 없습니다. 홀리데이의 소중함을 알 리가 없죠. 일상에 지쳐 휴일과 휴식을 꿈꾸시는 분들. 떠나십시오. 쉬십시오. 여러분들은 휴일의 즐거움을 즐기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가요! 타나카도 요즘 연재에서는 행복아프로 타나카가 되었습니다. 타나카의 성장이 궁금하신 분들은 연휴나 휴일에 시간을 내셔서 그를 만나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우리는 휴일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분들, 지금은 일 때문에 정신 없으시겠지만 조만간 찾아올 보석과도 같은 휴식을 생각하시면서 힘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곳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것. 아 상상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모든 힘든 일은 다 지나갑니다. 조만간 다가올 휴일에 훌쩍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고 보니 기차 여행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은하철도 999를 타고 은하수를 누비는 우주 여행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뭐죠, 이 엉뚱한 전개는…. 으헛헛! 2007년 연재가 중단되었던 마츠모토 레이지 선생님의 《은하철도 999》가 11년 만에 다시 《드림블랙홀》이라는 제목으로 연재가 재개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는군요. 이렇게 기쁠 수가!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캬. 다음 휴일에는 《은하철도 999》를 정주행하면서 신간이 나오길 기대해야겠습니다. 긴 휴식을 마치고 ‘끝없는 여행의 시작’에 나선 철이와 메텔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올지 너무나도 반갑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LOVE & PEACE, 엉뚱 & PEACE.

닥터 베로를 찾아온
손님 목록

세인트 영맨
나카무라 히카루ㅣ시리얼

깨달음을 얻은 사람 붓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세기말을 무사히 넘긴 두 사람은 도쿄 다치카와에 공동으로 아파트를 빌려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동네 아줌마처럼 잔돈 하나까지 챙기며 알뜰살뜰 생활하는 붓다, 충동구매를 좋아하고 여고생들에게 “조니 뎁 닮았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는 예수의 기상천외하고 즐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폭두 백수 타나카
노리츠케 마사하루ㅣ대원씨아이

막무가내 엉뚱한 타나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그의 엽기적인 개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떳떳하게 백수가 되고 싶던 그는 친구들과 대소동을 일으키곤 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웃음 유발 에피소드부터 초대형 사고까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은 언제나 커다란 사고가 되어 돌아온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의 인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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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형규

일러스트 전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