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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구 — 뮤지션 · 유승연 — 영상 감독
지구를 살아가는, 지구를 사랑하는 두 지구인이 그려낸 우주의 여름밤이 있다. 그 밤 안엔 춤추듯 걷는 두 아웃사이더가 있고, 나는 이 괴짜들의 표정을 사랑한다. 한 손엔 결코 끊이지 않을 음악을, 또 다른 손엔 보이지 않는 잔을 쥐고 걷는 그들. 이건, ‘한 잔만 더 마시고 우리 이 우주를 걷자’ 뮤직비디오에 관한 이야기다.
참 귀여운 공간이에요. 두 면만 노란색인 벽도, 커다란 초록색 레터링도, 구석구석 숨어 있는 소품이나 키보드 색깔까지도요. 문 앞에 ‘초중고 스튜디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던데, 공간 소개부터 해볼까요?
승연 여긴 문래동에 있는 제 작업실이에요. 2년 정도 사용했는데, 최근 들어 동네 분위기가 부쩍 많이 바뀌었어요. 음악 소리도 크게 들리고 오래된 작업장들 사이에 밤늦게까지 여는 술집이나 스티커 사진 가게 같은 게 생기고 있죠. 초중고 스튜디오는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게 중고로만 채워져 있어서 붙인 이름이에요. 컴퓨터 말고는 중고가 아닌 게 하나도 없거든요. 어느 날 문득, 더는 지구에 짐을 늘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전부 당근마켓으로 저렴하게 구입했어요. 테이블, 의자, 소파, 브라운관, 작은 소품들, 기타와 거울까지도요. 이케아 선반 2만 원, 테이블이랑 의자 네 개 세트 2만 5천 원(웃음).
그래서 초중고였다니, 지구도 이 공간을 좋아할 것 같아요. 이번엔 두 분 소개를 들어볼까요?
몬구 저는 음악 하는 사람 몬구예요. 최근에 [장르는 여름밤]이라는 앨범을 발매하면서 동명의 에세이를 출간했어요.
승연 영상을 매개로 이야기를 즐겁게 확산시키는 필름 메이커 유승연이라고 해요. 보통 카메라 뒤에 서지만 앞에 서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죠. 영화 <낙서>(2018)와 <할리보다 좋은>(2022) 연출을 맡았고, 유튜브 ‘일린 밀기’를 운영하고 있어요. 밀린 일기 아니고 일린 밀기(웃음).
여태까지 ‘밀린 일기’로 알고 있었는데(웃음). 두 분 다 활동명을 따로 두고 있죠. ‘유스영Youth Young’과 ‘몬구’.
승연 유승연이라는 이름이 평범하게 느껴져서 이리저리 변형하다 만들어진 이름인데, 유스Youth와 영Young의 조합이 꽤 좋아서 사용하게 됐어요. 할머니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왜 노인이 젊은 척하지?’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요. 금세 생각이 바뀌었어요. 오히려 할머니가 됐을 때 더 멋진 이름이 될 것 같아서요.
몬구 저도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몬구라 불리고 싶어요. 이 이름은 밴드 ‘몽구스’를 할 때 몽구스니까 ‘몽구’가 필요하지 않겠느냔 회사 의견에 따라 만든 이름인데, 이미 몽구로 활동하는 분들이 있어서 ‘몬구’라 바꿔서 활동하게 됐어요. 그러다 지금은 제 이름처럼 굳어졌죠. 몬구 님, 몬구 씨 말고 언제나 몬구로 불리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꼬맹이들이 “몬구!” 하고 불러주면 좋겠어요.
오늘은 뮤직비디오라는 연결고리로 만나게 됐어요. 몬구의 ‘한 잔만 더 마시고 우리 이 우주를 걷자’ 뮤직비디오를 승연 씨가 제작했죠. 어떻게 닿은 인연이에요?
몬구 작년에 순이우주로의 ‘푸른불나방’ 뮤직비디오를 보고 흠뻑 빠져서 순이우주로 멤버에게 감독님 연락처를 물어봤어요. 올해 4월 처음 이 자리에서 만났고, 오늘이 네 번째 만남이네요.
승연 사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몬구를 알고 있었어요. 2015년 즈음부터 페이스북 친구였거든요.
몬구 네?
승연 친구 신청을 했는데 바로 받아주시더라고요(웃음).
몬구는 승연 씨 작업의 어떤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몬구 ‘이 사람 뭐지? 왜 내 취향을 다 알고 있지?’ 이런 영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제 이번 앨범 테마인 여름밤 느낌도 잘 구현해 낼 것 같았어요. 농담이지만, 할 수 있다면 ‘푸른불나방’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제 노래에 쓰고 싶을 정도로 좋았거든요. ‘한 잔만 더 마시고 우리 이 우주를 걷자’를 작업하면서 음악을 처음 만들던 시절을 많이 떠올렸어요. 스무 살 때 만든 곡들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 느낌이 소중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하고 싶었죠. 방식을 고민하던 찰나 ‘푸른불나방’ 뮤직비디오를 보고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팍 튀었어요. 이 감독님 영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승연 몬구는 제가 처음 만나보는 유형의 클라이언트였어요. “감독님이 하고 싶은 거 다 해주세요.”가 요청 사항의 전부였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몬구가 하는 이야기를 적어보기 시작했어요.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승연 (노트를 펼친다.) ‘함께’라는 게 가장 큰 키워드였어요. ‘한 잔이 꼭 술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했죠. ‘스무 살’, ‘여름밤’, ‘그땐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았다.’, ‘내가 그때 갖고 있던 건 어찌 보면 싸구려지만 밝게 빛나는 것들이었다.’
몬구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제가 정말 많은 걸 이야기했네요(웃음). 첫 미팅 날 감독님이 이 곡을 듣고 “아웃사이더랄까, 부적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어딘가에서 도망치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라는 말을 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그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곡의 주인공들은 현실에 완전히 밀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어떤 면에서 괴짜고, 아웃사이더일 거예요. 그래서 외로운 사람들일 거고요. 노랫말을 따라가다 보면 ‘우주 끝까지 사람만 있을 때까지 걷는다.’는 스토리가 읽히거든요. 외로운 사람 둘이 의지하면서 우주 끝까지 걸어가는 거죠. 그 끝에 서서 “여름을 춤추자”고 하고요. 이 뮤직비디오는 특히 마지막 가사를 잘 살린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가사가 정확히 “우주의 끝에 서서 우리 여름을 춤추자”죠.
몬구 맞아요. 사실 처음엔 ‘여름을 춤추자’가 아니었어요. 1절과 2절은 “한 잔만 더 마시고 우리 이 우주를 걷자”로 끝이 나거든요. 그러다 3절에선 우주는 그만 걷고 우리 한잔하러 가자는 내용으로 마무리했는데요. 감독님이 “곡은 팽창하고 있는데 노랫말은 여기서 멈춰버리는 느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머리에서 뭔가 ‘뎅’ 하고 울렸어요. 고민하다가 “여름을 춤추자”로 바꾸고 녹음도 새로 했어요.
무척 중요한 피드백이었네요. 그 문장이 곧 뮤직비디오의 표정이 된 거니까요. 두 분은 이번 작업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몬구 여름밤, 반짝이는 추억과 기억, 그리고 그 공기가 그대로 들어가 있어요. 이 모든 요소가 영상 곳곳에서 흔들리고, 그 속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를 건네죠.
승연 저는 만든 사람이어서 그런지 이런 이야기들이 궁금해요. 에디터님은 어땠어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함께’예요. 처음엔 혼자 음악을 듣는데 한 명이 나타나면서 둘이 이야기를 같이 만들어 가잖아요. 그다음 키워드를 꼽자면 ‘아날로그’. 줄 이어폰으로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게 이 시대에 흔한 장면은 아니니까요. 과거의 경험일 거라 생각했고, 그 좋았던 기억이 지금까지 힘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승연 뮤직비디오 로그라인은 뚜렷해요.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을 때 유일하게 음악만이 곁에 있었다.’ 교복을 입은 주인공이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 한 사람이 나타나요. 설정상으로는 음악 안에서 튀어나온 가상의 인물이에요. 사실 제 경험이기도 한데, 10대 후반에 혼란스럽고 힘들 때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겨냈거든요. 그래서 음악을 의인화한 거죠. 음악과 함께하면서 답답함을 깨뜨리고 자유로워지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어요. 학생에겐 금기되어 있는 새벽 탈출이라든지, 갇혀 있던 나를 해방시키고 음악과 연결되는 경험 같은 거요. 마지막 장면에선 주인공이 음악을 들으면서 잠드는데요. 해석하기 나름일 텐데, 둘이 함께한 시간이 상상일 수도 꿈일 수도 있다는 걸 넌지시 알리고 싶었어요. 또 다른 우주에서는 음악과 친구가 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도 싶었고요. 하지만 이건 제 연출일 뿐 정답은 아니에요. 그래서 섣불리 제 견해를 밝히는 걸 주의하려고 해요. 제가 ‘이 사람은 사실 가상 인물이다.’라고 단언해 버리면 다양한 해석을 막게 되니까요. 이 이야기를 우정이나 사랑으로 보는 분도 있었는데요. 저는 그런 해석을 듣는 게 흥미로워요. 영상은 그래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모두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요.
저는 책가방을 열어서 책이랑 노트를 탈탈탈 쏟아내는 장면이 특히 좋았어요. 이 장면을 비롯해서 학생의 표본에서 벗어나려는 흐름을 여러 장면에서 읽었는데, 그런 시도가 전체적으로 아날로그를 향해 있는 듯해요.
승연 언젠가부터 뉴트로라는 단어가 대두되면서 아날로그의 표면적인 것만 재현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걸 따라가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음악이라는 걸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역시 제 경험이 떠올랐는데요. 초등학교 3학년 때 mp3 같은 것도 없어서 컴퓨터로 듣고 싶은 음악을 재생하고 그걸 녹음기로 녹음해서 들었거든요. 그게 제가 음악과 연결된 첫 순간이니까 뮤직비디오에서도 녹음기를 사용해야겠다 싶었어요. 영상에 나오는 기기도 제가 실제로 쓰던 녹음기예요. 얼마 전에 재생해 보니 오빠랑 떠들던 목소리가 녹음돼 있더라고요. “아 치과 가기 싫어!” 이런 거요(웃음).
아날로그 요소들은 몬구랑도 닿아 있죠. 휴대폰 메모장 대신 작은 노트에 메모하는 사람이고, 첫 앨범을 컴퓨터가 아닌 테이프 머신으로 만들었고, 여전히 카세트테이프로 음반을 발매하잖아요.
몬구 아날로그는 재미있고 편해요. 일단 모든 걸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디지털 세상은 가상의 버튼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지만, 아날로그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직접 해야 하거든요. 그런 점이 즐겁고 재미있어요. 디지털은 보통 아날로그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악기는 특히 더 그렇거든요. 근데 다시 만들어내는 게 고유의 것보다 좋기는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아날로그 소리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죠. 사실 디지털이 발달하는 걸 보면서 아날로그 소리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적이 있어요. 디지털 기기로 그런 시도도 많이 해봤고요. 그런데 결국엔 아날로그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테이프 딜레이’라는, 소리를 지연해 주는 장비를 구입했는데요. 요새는 디지털 신호로 작동하는 장비가 대부분인데, 일부러 진짜 카세트를 넣고 딜레이하는 오래된 기계로 구했어요. 아직 아날로그 소리의 힘을 믿고 있어서요.
아날로그가 편하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몬구 아날로그 기계는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고장이 나도 고치기가 편하다는 의미죠. 뜯어보면 회로가 눈에 다 보여요. 이 모든 게 가상이 아닌 현실이니까, 직접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편해요. 그 안에선 심지어 세월도 느껴지거든요.
몬구는 에세이에 “음악을 하는 사람보다 음악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라는 문장을 썼죠. 악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이야기가 좀더 궁금해졌어요.
몬구 저는 한강, 바람 같은 자연이 흐르는 걸 느끼는 게 좋아요. 근데 음악도 잘 흐르는 성질을 가졌잖아요. 저 역시 잘 흐르고 잘 스며드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거든요. 음… 지금 이 장소에도 계속 음악이 흐르고 있는데요. 이런 게 음악의 좋은 점 같아요. 어디서도 잘 스며들고, 흐를 수 있다는 거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누군가와 있을 때도, 혼자 있을 때도 잘 스며들 듯 지내고 싶어서요. 인생의 절반을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살아왔어도 제 삶 전체를 따져보면 악기를 들지 않은 시간이 더 많거든요. 근데 그 삶을 음악적으로 보낸다면 나쁘지 않은 사람으로 나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새는 괜찮은 사람보다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자주 해요.
승연 갑자기 저도 영상 하는 사람보단 영화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웃음).
승연 씨는 영상을 만들 때 기준이 있어요? ‘이것만큼은 지킨다.’ 하는 거.
승연 어떤 영상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뮤직비디오 작업에서는 보통 관계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두 사람이 등장하는 작업이 많고요. 두 사람이 협업하거나 대치하는 식이죠. 가끔 다른 데로 달아나 버리는 순간도 있지만, 어쨌든 끝까지 맞춰나가면서 새로운 관계를 담아내는 걸 좋아해요. 뻔하지 않은 걸 생각하고 싶어서 상황을 살짝 비트는 시도도 하고요. 돌발적인 생각이나 직관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몬구는 뮤직비디오 콘티를 봤을 때 어땠어요?
몬구 느낌이 좋았어요. 콘티를 굉장히 자세하게 만들어 줬거든요. 그것만 보고도 장면이 하나씩 상상되는 게 특히 좋았죠.
승연 콘티를 이렇게까지 열심히 그려본 적이 없어요(웃음). 이 배경에서 배우들이 이런 행동을 하고, 소품은 이렇게 배치되고…. 최대한 많은 게 전해지도록 자세히 그리려고 했어요. 이 뮤직비디오에선 배우 역할이 큰데요. 제가 올해 5월에 웹드라마 <오늘부터 여자친구> 메이킹 촬영에 함께 했거든요. 그 작품 주인공들이기도 한데, 두 분 시너지가 무척 좋아 보였고 이미 친밀해진 상태니까 작업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나올 거란 확신이 있었죠.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승연 어우, 그날 역대 최고로 비가 많이 왔어요. 올해 비가 가장 많이 쏟아진 날 있죠? 그날이 촬영 날이었거든요. 비 예보가 있어서 수시로 날씨를 체크하면서 진행했는데, 한강으로 장소를 옮기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엔 마냥 즐거웠어요. ‘우리가 구할 수 없는 소품이다!’ 싶어서요. 비 오는 걸 연출하려면 살수차를 불러야 하는데 그럴 필요도 없고, 빛도 비에 비쳐서 더 예쁘게 반짝거리더라고요. 근데 어느 순간 비가 너무 많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원래 두 사람이 마주 보는 장면은 한강을 배경으로 찍으려고 했는데 비를 더 맞을 수가 없어서 급히 다리로 옮겨서 촬영하기도 했죠. 두 배우가 앉아 있는 뒷모습 장면에서 ‘번쩍’ 하는 거 보셨나요? 그거 진짜 번개예요. 촬영할 땐 절대 못 쓰겠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분위기랑 잘 맞아서 신나게 편집한 장면이죠(웃음). 곡과 장면이 점점 고조되는 찰나에 번개가 치니까 하늘이 도왔구나 싶더라고요. 마지막엔 반짝거리는 공간에서 둘이 춤을 추는데요. 그것도 사실 옥상에서 춤추는 걸로 콘티를 잡았는데, 도저히 외부에서 촬영할 수 없는 상태라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각에 이 공간에 있는 걸 다 치우고 급하게 연출한 거였어요.
아, 그 장면이 이 공간이군요?
승연 맞아요. 엄청 힘든 상황인데도 다들 짜증이나 화 한 번 내지 않았어요. “우리 남은 시간 동안 뭐든 해봅시다!” 하고 의기투합한 게 정말 좋았죠. 한 사람이라도 ‘이런 촬영 못 하겠다.’고 했다면 쉽게 무너질 상황이었는데, 배우도 스태프도 협조해 주니까 처음 콘티는 생각나지 않을 만큼 멋진 장면이 나왔어요.
몬구 아마 그건 감독님의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일 거예요. 그게 사람을 버티게 해주거든요.
맞아요. 이야기 나누면서 씩씩해지는 느낌을 계속 받고 있어요.
승연 (한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린다.) 낮 3시에 시작한 촬영이 새벽 5시에 끝났어요. 콘티대로 찍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면 새로운 걸 발견하지 못했을 텐데, 오히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눈에 띄는 걸 활용하니까 더 좋은 장면이 탄생하더라고요. “여기 오토바이가 있는데 한번 타보는 건 어때요?”라든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볼까요?” 하는 식으로요. 원래 시나리오엔 ‘두 사람이 동네를 누빈다.’ 정도로 적혀 있었어요. 작업실이 있는 이 동네에서 촬영하다 보니까 잘 알기도 해서 더 좋은 장면을 끌어낼 수 있던 것 같아요.
몬구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열었을 때 푸른빛이 배우분들 얼굴로 쏟아지잖아요. 그 장면 너무 좋았어요.
아, 저도요. 나란히 아이스크림 먹는 장면도요. 두 분의 베스트 장면을 꼽아본다면요?
몬구 너무 많은데요(웃음). 음…. 뮤직비디오 섬네일이기도 한데, 두 배우가 누워서 서로 바라보는 장면도 좋고요. 두 배우가 오토바이에 앉아서 아이스크림 먹는 장면도 좋았고, 책가방 터는 장면도 좋았어요. 그때 배우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막 꺼내려고 하잖아요. 그게 라이터였고, 그걸로 빛을 비추는 장면도 좋았어요. 하나만 못 꼽겠어요(웃음).
승연 짧게 지나가는 장면인데 동네 누빌 때 둘이 같이 음악을 듣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그 장면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한 명이 계속 다른 한쪽을 데리고 이동하는 게 이 영상의 큰 흐름인데요. 처음에는 혼자서 음악을 듣다가 그다음엔 이어폰으로 같이 듣고, 이어폰을 빼고 함께 듣고, 나중엔 스피커에 연결해서 음악을 더 크게 들어요. 한 명이 계속 다른 한쪽을 이끄는 게 그 이유예요. ‘둘이 같이 음악을 듣기 위해서.’ 마지막엔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춤추는 걸로 흘러가는데, 이런 장면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할 때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잖아요. 근데 왜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몬구 음악은 눈으로 보이는 장르는 아니에요. 근데 사람들은 보이는 걸 더 확실히 믿거든요. 그러니까 들리기만 하는 걸 구체화하고, 좀더 내게로 끌어당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영상에 기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같은 음악을 듣고도 서로 다른 장면을 생각해 낸다는 지점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거기서 또 새로운 것들이 확장되니까 사람들은 그런 걸 즐기는 게 아닐까요? 또 다른 버전의 음악인 거죠.
우리나라 뮤직비디오에 이렇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들어가기 시작한 게 조성모의 ‘To Heaven’부터래요. 아… 승연 씨는 모르려나요?
승연 그게 뭐죠?
드라마 뮤직비디오라고도 하는데, 이병헌, 김하늘, 최지우, 강동원, 신민아 같은 초호화 캐스팅에 스케일도 엄청 큰 뮤직비디오가 한때 붐처럼 제작됐어요.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죠. 그 이전엔 립싱크하는 형태의 뮤직비디오만 있었는데, 왜 우리는 뮤직비디오에도 이야기를 넣기 시작한 걸까요?
승연 좋아하는 뮤직비디오가 여럿 있는데, 생각해 보면 이유가 각기 달라요. 이미지적으로만 승부하는 것도 있고, 가수나 배우가 예쁘게 나와서 좋아하는 것도 있고요. 최근엔 뉴진스의 ‘하입보이Hype Boy’를 즐겨 보고 있어요. 근데 뮤직비디오가 힘을 갖는 건 무엇보다 서사가 있을 때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어요. “경험을 해석하는 자체가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야기에 끌리는 건 사실 재미있고 즐거워서도 있지만 본능적인 것이다.” 우리가 삶을 해석하는 것 자체가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야기의 힘에 끌릴 수밖에 없다는 거죠.
몬구 전 뮤직비디오 하면 아하A-Ha의 ‘Take On Me’가 생각나요. 저는 뭐든 가장 초창기 것을 궁금해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 최초를 좇다 보니 ‘Take On Me’가 생각나는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가 왜 나왔고, 사람들이 왜 좋아할까 생각해 보면 노래도 좋지만 뮤직비디오가 주는 감정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잖아요. ‘Take On Me’ 뮤직비디오에서는 만화책 속에 있던 캐릭터가 튀어나오고, 움직이고, 실제 배우를 끌어당겨요. 만화 속 캐릭터가 현실로 나오기도 하고, 현실 세계 인물이 만화책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죠. 그게 음악이랑 연결되는 감각이 정말 좋아요.
이번 작업에 꼭 하고 싶었는데 못 한 것도 있어요?
승연 이 작업에서 하고 싶다기보다는 다음에 해보고 싶은 게 생겼어요. 스케일을 좀더 키워보고 싶거든요. 지금까지는 계속 두 사람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는데, 좀더 여러 사람이 나오는 영상이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뮤직비디오 중 하나가 이랑의 ‘신의 놀이’인데요. 여러 사람이 등장해서 자기의 직업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손짓들로 안무를 만들어 퍼포먼스를 해요. 저도 그런 연출을 좀더 해보고 싶어졌어요.
몬구 저는 이번 작업을 통해 부탁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다음엔 꼭 저 좀 카메오로 등장시켜 주세요. 지나가는 사람도 괜찮고, 가게 점원이나 뒤에서 얼쩡거리는 역할이어도 좋아요. 엑스트라로 잠깐이나마 출연해 보고 싶어요. 제가 출연료를 내도 좋으니까요(웃음).
왜 나오고 싶어요(웃음)?
몬구 현장을 관찰하고 싶고 음악과 더불어 제 모습도 재미있게 남겨보고 싶어서요. 제가 주인공인 건 부담스럽고요. 아주 짧지만 저는 알 수 있는 장면이면 좋겠어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몬구는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출연한 적도 있잖아요. 일러스트로 만든 뮤직비디오도 있었고, 서사가 있는 뮤직비디오도 있었는데 왜 하필 카메오예요?
몬구 제가 주인공인 뮤직비디오는 직접 제 노래를 부르는 거니까… 제가 보기엔 좀 민망해요(웃음). 현장에서 고생한 느낌이 생생히 전해져서 잘 안 보게 되기도 하고요. 일러스트 뮤직비디오는 그래픽 디자이너 오혜진 씨랑 같이 작업한 건데, 곡의 내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나타냈거든요. 그런 흐름이다 보니 작가가 곡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알게 되는 게 좋았어요. 와닿는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 취향은 서사가 있는 뮤직비디오 같아요. 저는 원체 이야기라는 걸 궁금해하는 사람이어서 계속 생각하게 됐거든요. ‘저 주인공은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 ‘저 상황에선 어떤 생각을 할까?’ 같은 거요.
카메오 출연을 부탁한다는 걸 보면, 다음 작업도 승연 씨랑 같이 할 생각이로군요(웃음).
몬구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숲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작업을 함께했어요. ‘고양, 숲, 소리풍경’이라는 영상인데요. 푸른 산을 탐험하여 얻은 영감과 소리로 음악을 완성했고, 그 과정을 기록한 작업이죠. 고양시에 있는 숲을 소개하면서 그 숲에서 생기는 마음의 균형 감각을 담고 싶었어요.
승연 이전에 <나경의 봄날>이라는 숏다큐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 작업으로 만난 숲 해설사 분이 소개해 주신 숨은 공간이에요. 푸른 숲과 햇빛을 촬영했고, 물과 바람, 동물과 곤충의 소리도 담고자 했어요. 저만 알고 싶은 숲이었는데 함께 누리니 좋더라고요.
갑자기 묻고 싶은 게 생겼어요. 내 인생을 한 편의 영상으로 만든다면 어떤 장르일 것 같아요?
승연 어, 너무 어려운데요? 생각 좀 해볼게요.
저는 짧은 시트콤이면 좋겠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0분 정도. 웃긴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삶의 희로애락이 다 있는 그런 영상이요.
몬구 왠지 잘 어울려요(웃음). 저는 <그랑블루>(1988)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1992)처럼 바다가 배경인 영화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건 <그랑블루>에서는 다이빙이,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에서는 서핑이 주요 키워드인데요. 주인공이 다이빙을 하다가, 서핑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바다에서 죽음을 맞거든요. 제 장래희망이 자연사예요. 사고나 질병, 자살이 아닌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거요. 두 영화처럼 바다에서 자연사하는 내용으로 끝이 나는 영화면 좋겠어요.
승연 저는 최근에 <썸머 필름을 타고!>(2020)를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런 삶을 살고 싶고, 사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무래도 청춘 영화랑 분위기가 잘 맞나 봐요(웃음). 혹은 성장 드라마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뮤직비디오 제목이 ‘한 잔만 더 마시고 우리 이 우주를 걷자’잖아요. 두 분이 생각하는 우주는 미지의 것이나 거창한 세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승연 씨는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작품의 우주로 다뤄왔고, 몬구는 ‘Alaska’라는 곡에서 “우주는 사랑이야.” 하고 외치잖아요. 결국 길고양이나 사랑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무엇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승연 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우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만나서 얘기하는 것도 거기 닿으려는 시도 같고요. 그래서 우주는 저한테 따듯한 존재예요. 오히려 아무 판단도 내릴 수 없어서 더 좋은 세계인 거죠. 요새 자주 생각하는 건데, 지금 세상에선 사람들이 자꾸 정답을 찾으려 해서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작업할 때 ‘이게 맞는 거다.’라는 생각으로 움직일 때가 많은데, 사실 정답은 없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추구하면 되는데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 가까워지려고 하는 게 절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우리가 모두 우주라고 생각하면 어떤 형태든 상관없고 모든 존재가 받아들여질 수 있어요. 그래서 우주라는 표현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몬구 감독님 이야기처럼 우리는 모두 하나의 작은 우주일 거예요. 인류는 긴 시간 살아왔지만 우주가 어디까지 펼쳐져 있고, 얼마나 더 팽창할지 아직도 모르잖아요. 자신도 마찬가지예요. 어디까지 팽창하고 넓어질지 나도 알 수 없죠. 근데 우리는 타인이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해요. 다른 사람이 끊임없이 팽창하고 나아가는 걸 인정하지 못해서 자꾸 싸움이 일어나고요. 요즘은 저마다의 우주를 존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지금은 모두가 블랙홀 상태인 것 같거든요. 모두 너무 많은 소비를 하고,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고, 그만큼 버리는 것도 너무나 많은 상황 같아서요.
우주가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이해와 인정이 필요하겠군요. 곡 제목 이야기를 좀더 해볼게요. 아까 한 잔이 꼭 술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두 분은 우주에서 나눠 마실 한 잔이 어떤 거라고 생각해요?
몬구 어떤 의미를 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그냥 물을 따르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면 세상에 없는 물이 되니까, 결국 이 안에 뭐가 담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의미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승연 비슷한 생각이에요. 어떤 음료든 서로에게 웰컴 드링크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웰컴 드링크는 여행 중간에 머무는 숙소에서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는 의미로, 혹은 우리 호텔에 와서 반갑다는 의미로 건네는 거잖아요. 그 이후에 우린 또 계속 여행을 하게 될 거고요. 그러니까 어딘가로 향하는 여정에서 누군가를 환영하고 안아줄 수 있는 음료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람에 따라 시원할 수도, 따듯할 수도 있고, 달콤할 수도, 청량할 수도 있겠죠? 어쨌든 의미는 같을 거예요. 누군가를 환영하는 작은 마음이 담긴 한 잔.
한 잔 속에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깃드는군요. 두 분은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몬구 몽구스로 밴드 활동을 할 때는 ‘멋있는 걸 만들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러다 솔로로 활동하면서부터는 편안한 음악, 메시지가 담긴 음악을 만들고 싶었죠. [MONGOO 1], [MONGOO 2], [3]에서 그런 느낌이 특히 많이 드러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장르는 여름밤]에는 반짝거리는 여름밤 느낌을 가득 담고 싶었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차려진 것보다는 편안하고 거친 것들로 마음이 많이 향해요. 앞으로는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관찰하면서 더 정직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사실 ‘한 잔만 더 마시고 우리 이 우주를 걷자’ 첫 소절도 누군가와 대화하다 나왔거든요. 대화 도중에 “저 요즘에도 혼자 울어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계속 맴돌았어요. ‘모두 혼자 울 때가 있지. 할머니·할아버지도 그럴지 몰라.’ 하면서요. 그렇게 “가끔 혼자 울기도 해”라는 첫 소절이 나온 거죠.
승연 어떤 매체든 좋으니 계속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생각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작업이요. 제가 갖고 있는 유쾌함이나 다정함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작업에 담아내고 싶어요. 몬구 다정함을 잃지 않는다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잃지 않으려고 창작 활동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네요. 마지막으로 남기고픈 이야기 있어요?
승연 에디터님 인터뷰해 보고 싶어요(웃음). 저는 요즘 낯선 사람한테 말 거는 게 너무 좋거든요. 우리나라는 서로에게 무관심하려고 노력하고 낯선 이가 말을 걸어오면 경계부터 하잖아요. 얼마 전에 발리 여행을 다녀왔는데, 발리에선 낯선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오늘 나는 서핑 했는데, 넌 뭐 했어?” 하고 물어봐 주는 게 좋았어요. 앞으로 저도 그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스몰 토크와 웰컴 드링크 같은 작업. 그렇게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몬구 사람들에겐 누구나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저는 그런 게 궁금해요. 앞에서 뭔가를 보여주려 애쓰는 사람보다 뒤에서 혼자 꼼지락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특히 궁금하죠. 이럴 땐 제가 키가 작은 게 좋아요(웃음). 키가 크면 일단 경계하는 경향이 있는데, 키가 작다 보니 아이도, 노인도 대화할 때 장벽이 거의 느껴지지 않거든요. 저는 이 작은 키로 계속 세상을 관찰하면서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가끔 혼자 울기도 해 네가 내게 말했을 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를 보았지만 사실 나도 그래
첫눈이 올 때쯤 알게 될까 백야 속에선 알게 될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래서 눈을 감아
아무도 없을 때까지 걸어 볼래 네가 내게 말했을 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를 보았지만 아까부터 우리 둘 뿐이야
우주의 끝에 서서 우리 여름을 춤추자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