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페이지엔 뭐가 있나요?

소호·모춘 — 모빌스 그룹

“사실 이거 다 연출이에요.” 쓸모없음을 이야기하는 소호와 모춘의 홈오피스는 오로지 쓸모만을 위 한 공간이다. 두 사람은 26년의 세월을 먹은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안방을 서재로, 거실을 라운지로, 곳곳을 워크숍 공간으로 꾸렸다. 지금 이곳에서 그들이 격렬히 하고 있는 건 다음 스텝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오랜만이에요. 시국이 여전히 뒤숭숭하네요. 그간 안녕히 지내셨어요?

모춘: 반가워요. 그간 저희는 열심히 일하면서 지냈어요. 일에 미쳐버린 작년 하반기를 보내서 지금은 좀 쉬고 있어요. 일종의 휴가 기간이라 계절에 맞지 않게 양양엘 갔다 왔네요.

소호: 컨디션을 위해 어제 9시에 자고 오늘 아침에 막 올라온 참이에요(웃음).

 

새 집에서 만나게 됐어요. 분당으로 이사했는데, 여기 이전 직장이 있는 동네 아닌가요?

모춘: 맞아요. 그때만 해도 이전 직장을 쭉 다닐 줄 알고 분당에 집을 마련한 거였어요. 전셋값이 올라서 이쪽으로 오게 됐죠. 커피 사러 나가면 전 직장 동료들을 우연히 보기도 해요. 기분이 좀 새롭죠(웃음).

 

모티비MoTV 채널에 ‘홈오피스 구축기’ 시리즈를 업로드했죠. 이사하면서 구조랑 인테리어를 싹 바꾸셨더라고요.

소호: 이 아파트는 26년이 된 곳이어서 구조가 정겨워요. 어릴 때 살던 집 생각이 나기도 하고요. 방 세 개에 거실이 달린 구조인데요. 가장 넓은 방을 침실이 아닌 홈오피스로 만들고, 거실에 티브이랑 소파를 두는 대신 라운지처럼 꾸몄어요.

 

“Out Of Office”를 이야기해 왔는데 도리어 집 안에 오피스를 들이셨네요(웃음).

소호: 그런 문구들은 실제로 저희가 그렇게 하고 있다기보다는 그렇게 하고 싶단 이상에 가까워요. ‘스몰 워크 빅 머니Small Work Big Money’도 그렇고요. 빅 머니를 가지고 싶으면 어쨌든 일은 해야 하잖아요. 어차피 할 거, 좀더 편하게 하자고 집 안에 일할 공간을 꾸린 거죠. 메시지대로만은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웃음).

 

문을 딱 열고 들어왔을 때 느낌이 묘했어요. 카페 같기도 하고, 집 같기도 하고, 복합문화공간 같기도 하고…. 이 공간을 ‘집무실’ 디렉터분들이랑 ‘알렉사앤코Alexa- &Co.’ 대표님과 함께 만들었다고요.

모춘: 맞아요. 공간과 일을 결합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분들이어서 협업이 편했어요. 집무실 대표님들은 일하기 좋은 환경에 대해 365일 생각하는 분들이고, 알렉사앤코 대표님은 인테리어 전문가여서 많이 의지할 수 있었어요. 콘셉트 부분은 집무실 분들이, 인테리어 소재나 색상 같은 건 알렉사앤코 대표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빠른 기간에 효율적으로 착착 진행할 수 있었죠. 이번 공사에서 저희가 한 건 레퍼런스를 보여드리는 것뿐이었어요. 거의 저희가 좋아하는 공간들이었죠. 일본에 있는 PFS라든지, 에이스 호텔Ace Hotel 같은 공간이요.

 

잘 구현됐다 싶은 부분은 어디예요?

소호: 거실과 홈오피스 벽면에 설치한 우드 패널이요. 딱 저희가 상상한 느낌이거든요. 평범한 아파트지만 아파트처럼 보이지 않는 포인트가 된 거 같아요. 알렉사앤코 대표님이랑 디테일하게 고민한 부분이기도 해요. 우드를 반절만 설치할지, 전면 다 설치할지 논의하며 완성했거든요. 거실 쪽은 세로 패널들을 한쪽 벽면에만 설치했고, 홈오피스는 편평한 우드로 사면을 전부 설치했어요.

 

홈오피스에서 일해 보니 어때요?

모춘: 일할 때 시동 거는 시간이 단축되는 게 특히 좋아요. 홈오피스가 없을 땐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커피 내리고 연필 깎으면서 일할 모드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홈오피스는 환경이 딱 구축돼 있으니까 바로바로 일할 모드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얼마 전에 신한카드랑 모베러웍스 컬래버레이션 작업이 있었는데요. 그 시안을 여기서 잡았어요. 집중하기 좋더라고요.

소호: 저는 재택근무의 또 다른 효용은 바이오리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무실에서는 다 같이 일하니까 좀 쉬고 싶어도 참고 일하게 되는데 집에서는 몸이 쉬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잠깐 쉬었다가 집중할 수도 있고….

직원들이 느슨해지는 것도 괜찮은가요(웃음)?

모춘: 음, 사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효율이 유지되기를 원해도 사실상 불가능한 것 같아요.
재택근무를 택했다면 목표도 그만큼 낮춰야 된다고 봐요. 

소호: 어? 이 점에선 모춘이랑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책임감이 있으면 목표는 어떤 환경에서든 이룰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재택이 좋을 때도 많아요.

 

모빌스 그룹은 지금 재택근무 중인가요?

모춘: 사실 지금 이런 규칙을 이야기하기 애매한 게, 저희가 1월에 큰 프로젝트를 딱 끝내고 재충전하는 시기거든요. 작년 리뷰도 아직이고, 휴가 기간 비슷한 걸 가지면서 근무 시스템 역시 정비 중이에요. 출근 시간도 그렇고, 매주 수요일에 재택근무하기로 했다가 아닌 것 같아서 바꾸기도 하고…. 이렇게 또 저렇게 조정해 보고 있죠.

 

어? 근데 홈오피스에 책상이 하나네요?

모춘: 보통 저기에선 우리 대표님(웃음) 소호가 일하고 저는 거실에서 일해요. 제 일터는 이 라운지죠. 효율적이진 않지만, 지금은 각자 자리에 적응해서 둘 다 만족하고 있어요.

 

유튜브 영상에서 “조금 고지식한 면이 있어 무조건 만나서 일해야 하고 화상은 낯설어서 대면해야 편하다.”고 했어요. 재택근무도 이젠 적응됐나요?

모춘: 많이 익숙해졌어요. 회사 오픈할 때부터 팬데믹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화상으로 처리할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직접 부딪치는 게 제일 편해요. 화상 회의보단 대면 회의가 좋죠.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이랑 저희 집에서 모이기도 해요. 이 라운지에서요. 직원들에겐 여기가 새로운 공간이니까 낯선 곳에서 회의했을 때 나오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거든요. 

소호: 여기가 워크숍 공간이 되기도 하는 거죠. 저도 미팅이나 회의는 역시 화상보단 대면이 편한데 개인 업무는 홈오피스에서 잘돼요. 확실히 집중되거든요.

 

예산도 많이 들었을 텐데요. 홈오피스 구축기에서 “돈 쓰는 게 재미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소호: 쓰면 쓸수록 재밌는 게 돈이죠(웃음). 살면서 이럴 때 돈 쓰지 언제 쓰나, 싶어서 써볼 만큼 써보자 하면서 크게 크게 썼어요.

모춘: 예산은 어쨌든 제한돼 있잖아요. 그래서 적게 사더라도 좋은 걸 사자는 마음이 컸어요. 여태 몇 번 이사를 다니면서 ‘평생 쓸 것 같아!’ 했던 것들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눈이 높아지기도 하고, 질리기도 하고요. 근데 분수도 모르고 산 값비싼 것들은 오래 같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한번 제대로 써봤어요.

이번에 진짜 잘 샀다, 싶은 게 있다면요?

소호: 엄청 많죠. 일단은 거실에 둔 이 책상. 애플 신사옥을 설계했다는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테이블인데, 멋있지 않나요? 아폴로11을 모티프로 해서 디자인한 거래요. 홈오피스에 둔 의자도 마음에 들어요. ‘오바마 체어’라고 불리는 프리덤 체어인데요. 진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사용한 의자예요. 보기에도 예쁜데 앉으면 정말 편하더라고요. 몸에 맞춰서 손잡이나 의자 모양 같은 걸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거든요.

모춘: 저는 한 가지만 꼽자면 식기 세척기요. 진짜 최고. 미쳤어요! 이 모든 가구 중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식기 세척기예요. 혁명이에요.

 

어? 의외의 아이템에 영업 당할 것 같은데요(웃음). 지난 78호 인터뷰에서 작업의 동력 영순위로 돈을 꼽았어요. 돈을 버는 것만큼 쓰는 것도 중요할 텐데, 기준이 있나요? 

모춘: 앞서 비싼 가구가 오래 간다고 한 것처럼, 저한텐 ‘열심히 모아서 크게 써야지. 비싼 가구 사야지.’ 이런 생각이 컸어요. 근데 이제는 순간순간 재미있게 쓰는 걸 연습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소호: 그래서 최근에 구입한 게 만년필이죠.

모춘: 비싼 건 아니지만 사니까 참 좋아요. 일할 때 필기를 정말 많이 하는데 손에 잡히는 대로 쓰는 것보다 만년필을 하나 두니까 즐겁더라고요. 사실 허영 같은 거죠(웃음). 가만 보면 저한텐 허영도 중요한 요소 같아요. 홈오피스 보시면 바닥에 카펫을 깔았잖아요. 먼지 쌓이는 거 생각하면 효율적인 아이템은 아니거든요. 여긴 둘이 사는 집인데 홈오피스에 책상을 하나만 둔 것도 그렇고요. 근데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심미적으로, 또 콘셉트적으로 연출된 공간을 꾸리는 게 저희한테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요. 홈오피스에 들어가는 순간 업무 모드로 확 바뀌는 것도 그렇고, 일하기 위한 시간이 단축되는 것도 그렇고요. 저는 무조건 효율과 기능에 맞춰 살아가는 게 체화된 사람이었어요. 빨리 돈 모아서 좋은 집, 좋은 가구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다 보니까 지금 당장 가진 걸 쪼개서 순간의 즐거움을 사는 법을 몰랐어요. 근데 소호는 그런 걸 아는 사람이어서 곁에서 보며 많이 배웠어요. 해보니까 좋더라고요.

 

일과 생활을 한 집에 들이고 나니 어때요?

소호: 구분을 두니까 일과 휴식의 경계가 확실해졌어요. 요즘은 쉬는 기간이어서 침대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진 상태예요.

모춘: 요즘 들어서 그런 생각도 해요. 우리에게 늘어지는 공간이 필요했던 거 아닌가…. 여태 일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으니까 집이 이런 형태로 완성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렇게 지내다 보니 ‘삶에 놀이를 추가해야겠다.’ 싶더라고요.

두 분에게 놀이라는 건 어떤 거예요?

소호: 조금 부끄러운데, 잘 모르겠어요. 저희는 쉴 때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더라고요. 그간 저희에게 일이 너무 컸거든요. ‘일이 전부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최근에야 하고 있어요. 비효율적인 일들을 하면서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게 이제야 기쁘더라고요. ‘이런 게 취미생활이구나, 이런 게 노는 거구나.’라는 걸 좀 알게 됐어요.

모춘: 지금까지는 일과 노는 게 비슷했어요. 어떻게 보면 저희가 일이라고 해온 것들이 놀이처럼 비효율적이었을 수도 있던 거죠. 그러다 ‘모쨍이’라는 팬도 생기고, 조직도 조금씩 커져 가면서 마냥 비효율적으로 생각할 순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점차 놀이 성격이 빠지고 온전히 일로 기능하게 된 건데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개인 차원에서의 놀이 개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업무 만족도는 좀 높아졌어요?

소호: 아직 휴식 기간이라 이렇다 말하긴 어려워요. 다만, 재정비 시간을 가지면서 만족도를 더 높여야겠다는 다짐은 많이 해요. 그러기 위해 분재도 배우고 있고요. 취미반 클래스 모집 글을 보게 돼서 배우게 됐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환기도 되고, 비효율적인 활동을 통해 얻는 에너지가 확실히 있구나 싶어요.

 

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소호: 먹고사는 데 보탬이 되거나 제 커리어에 도움 되는 활동이 아니잖아요. 지난 1-2년을 되돌아보면 제가 해온 것들이 모두 성취에 집중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게 느껴지기도 하죠.

모춘: 전 아직 소호처럼 구체적으로 마음 붙인 활동은 없어서 차츰 찾아보려고요. 근데 전 쉴 때도 쉴 계획을 다 짜놓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일단 아무것도 안 하려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시간을 낭비하는 연습.

 

여태 맘 놓고 쉰 적이 정말 없군요.

모춘: 맞아요. 극단적으로 일해온 거죠.

소호: 항상 회사의 성장에 대해 생각해 왔는데 지금은 ‘성장만이 답은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해요.

모춘: 전 여태 사람들이 “잘했어!” 하면서 박수 쳐주는 데서 일할 동기를 찾았어요. 근데 소호가 그건 너무 외재적인 동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게 나인걸?” 했는데 이젠 저도 생각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요. 나의 내재적인 동기는 무얼까… 그걸 생각하고 있죠.

소호: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제일 행복했나 그런 생각도 많이 하고요.

 

이번 쉬는 시즌이 끝나면 모빌스 그룹 시즌2가 시작될 것 같아요.

모춘: 그렇겠죠? 큰 챕터 하나가 마무리된 것 같아요. 지난번에 뵀을 땐 저희가 욕심에, 욕심에, 욕심이 가득한 상태였거든요. 그때 생각하면 좀 부끄럽기도 한데요. 그 시기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어요.

소호: 얼마 전에 사무실도 한남동에서 성수로 옮겼고, 홈오피스도 생겨서 업무 환경이 안팎으로 많이 변했어요. 아마 이제 모빌스 그룹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저희도 기대하고 있어요.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