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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으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아, 한강 가고 싶다. 쉼이 필요할 때 어김없이 떠오르는 이유는 한강이 늘 같은 자리에서 고요하게 흐르며 우리를 넉넉히 안아줬기 때문일 테다. 반짝이는 윤슬과 한강에 놓인 대교들, 자전거와 돗자리로 대표되는 익숙한 모습으로. 그런 한강에서 사람들은 움츠렸던 몸을 다시 늘리고 편다. 운동과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한강은 최적의 장소다. 한강이 지금의 평화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 건 한강의 긴 역사 중에서 비교적 최근 일이다. 한국이 빠르게 산업화를 경험하던 1960년대부터 강은 공장 폐수로 병들어 갔다. 잦은 범람으로 한강 곁에 사는 이들은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그러던 1980년대, 정부는 88올림픽을 앞두고 한강을 서울의 얼굴로 만들 계획을 추진한다. 고수부지가 조성돼 홍수 피해에서 벗어나게 됐고, 공원도 마련됐다. 그리고 20 여 년이 흐른 2000년대, 한강은 ʻ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에 있는 한강공원은 모두 열한 곳. 공원 각각의 특색을 살피는 일도 재미다. 여의도는 잔디밭에 앉아 소풍을 즐기는 가족과 친구, 연인들로 늘 북적인다. 반면 망원은 다리를 옆에 두고 강을 감상할 수 있어 사색을 즐기기 좋은 장소다. 그날의 기분과 목적을 고려해 원하는 강의 장면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서울의 축복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이촌 한강공원은 다양한 체육 시설이 있어 운동하기 좋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공원에서는 보기 힘든 축구 교육장, X -게임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몸을 움직이고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을까. 이촌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주거 단지를 지나 이촌 한강공원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온몸을 파란 보호 장비로 두른 남자아이가 힘차게 경기장을 달렸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한 번은 꼭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넘어지고 만다. 그때마다 속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엄마는 아들을 가만히 지켜봤다. 엄마, 낙엽 때문에 미끄러워서 넘어지는 것 같아. 아이는 엄마에게 눈을 돌려 서투름에 대한 응원을 구했다. 그런 아이에게 엄마가 건넨 말은 덤덤하고 다정하다. 아이는 일어나 똑같은 코스를 빙빙 돌았다. 어김없이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섰고, 다시 넘어졌고, 다시 일어섰다. 이곳에서의 추억이 아이에게 작은 교훈을 새겨 넣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패해도 계속 시도하면 된다는 그 뻔하고 든든한 교훈을.
농구공이 골대에 들어갈 때까지 공을 던지고, 새로운 영법을 터득할 때까지 헤엄치는 일은 실패와 성공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ʻ다시 해보는 마음’을 배운다. 그런 운동의 가르침을 찾아 이촌을 찾은 이들에게 한강은 물결과 바람으로 말하는 것만 같다. 넓게 펼쳐진 경기장과 잔디에서 넘어져도 보고 일어나도 보라고. 사람들은 그 너그러움에 위로받고 다시 일상으로 힘차게 나아간다.
이촌 인라인・롤러 스케이트장
세계 최초의 포물선형 트랙을 갖춘 롤러스포츠 경기장이다. 국제 기준에 맞는 바닥 마감재를 사용해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2019년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경기장으로도 사용됐다. 어른은 이천 원, 아이는 천 원으로 종일 이용할 수 있다. 탁 트인 하늘색 트랙을 보면 인라인스케이트를 몰라도 일단 달리고 싶어진다.
A. 서울 용산구 이촌동 302-133
O. 하절기 9:00-19:00 동절기 9:00-17:00
자전거를 탄 노인이 구수한 가락의 노래를 크게 틀고 지나가자, 주변의 이목이 쏠렸다. 이어폰이 익숙한 세대에게는 아무래도 낯선 장면이다. 강가를 따라 걸으며 다른 자전거도 살폈다. 한 중년의 자전거에는 귀여운 인형이 달렸다. 어떤 연인은 나란히 따릉이를 탔고, 어떤 이는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벤치에 앉아 밥을 먹었다.
문득 한강은 뭘 해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쉬어가면 된다. 그런 한강의 너른 품을 알았기에, 처음 마주친 그 노인도 음악을 크게 틀고 자전거를 타지 않았을까. 그가 느꼈을 즐거움을 떠올리니 미소가 지어졌다.
이촌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
이촌은 다른 한강공원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편이다. 따라서 여유롭게 한강을 감상하며 자전거를 타기 좋다. 이촌 주민들은 원효대교 북단부터 금호나들목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길을 추천한다. 천천히 페달을 밟으면 40분 정도 걸리는 코스다. 강변북로 아래로 들어서면 비와 눈을 피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A. 서울 용산구 이촌동
글·사진 차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