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의 빛

Laura Riu

Laura Riu

로라와 대화하게 되어 기뻐요.

반가워요. 저는 사진 촬영에 관심이 많고, 세계 여행을 좋아하는 디자이너 로라예요. 저는 제가 원하는 거라면 언제나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런 마음으로 올해 개인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요즘은 하는 일이 모두 재미있어요. 열정과 호기심으로 움직이고 있죠. 

 

활기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군요. 지금 어디서 지내고 있어요? 

바르셀로나의 작은 마을에서, 풍성한 자연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어요. 이런 풍경은 제 인생에 아주 중요해요. 저는 자연이 주는 마법을 좋아하거든요. 평범한 사물이 무작위로 배열되어 특별한 규칙을 만드는 걸 특히 좋아하죠. 최근에는 사람들이 주변 환경 과 어떻게 교류하고 자기만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기록하는 데 흥미를 느껴요. 

 

로라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이국의 평화로운 어딘가에 뚝 떨어진 것 같아요. 광활한 자연,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테이블, 모래사장의 의자…. 그 모든 사진에서 평온함이 느껴져요. 어떨 때 포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에요. 그리고 적당한 시간에 알맞은 곳에 있는 것이지요. 풍경은 그다음이에요. 특정한 장면에 눈길이 닿을 때가 있는데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순간, 사진은 훨씬 아름다워져요. 

 

타이밍이 중요하겠군요. 단순한 사진에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게 신비로워요. 평범한 벽에서도 양감이 느껴지거든요. 

고마워요, 무척 좋은 이야기네요. 저는 따듯하고 선명한 톤을 좋아해요. 거기서 오는 편안함, 차분한 분위기가 양감을 주는 게 아닐까 해요. 요즘은 아날로그 촬영이 좋아서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데요. 필름이 완벽한 톤을 만들어 내서 아무것도 손대지 않고도 따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디지털카메라는 니콘 D750을, 필름 카메라는 니콘 F401을 사용하고 있어요. 제 첫 카메라는 니콘 D90이었는데, 항상 갖고 싶던 거여서 첫 카메라를 가지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러고 보면 줄곧 니콘 제품만 사용해 왔네요(웃음).

사진은 사실 고정된 장면인데 로라 사진은 왠지 입체적이에요. 끌어안은 친구들에게서 웃음 소리가 들릴 것 같고, 넓은 바다에선 금방이라도 물방울이 튈 것 같거든요. 

장면과 순간과 분위기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풍경과의 연결, 사람과의 연결…. 사진은 그런 연결성에서 미래나 과거가 아닌 현재의 마음을 모으는 작업이 아닐까요? 셔터를 누르는 건 제 마음에 그 순간을 영원히 각인시키는 방법이죠. 

 

이번 호 주제어가 ‘잠’이에요. 잠은 곧 쉼이자 휴식이고, 삶이기도 할 텐데요. 잠이라는 단어에 어떤 이미지가 떠올라요? 

별이 가득한 하늘, 출렁이는 파도가 있는 바다, 자연 속의 해먹…. 

 

평화롭네요. 요즘 잘 쉬고 있어요? 

네. 얼마간 바다에서 지냈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푹 쉴 수 있었죠. 

 

로라에게 푹 쉰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일찍 일어나서 아침 빛을 즐기거나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른 아침 햇빛을 볼 때 잘 쉬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쉰다는 것에 늘 깊이 감사해요. 느린 음악과 좋은 책이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죠. 종종 촛불을 켜고 밤을 보내는데, 그런 시간도 무척 좋아해요. 

 

SNS에 사진과 함께 올리는 글을 유심히 보았어요. “침묵은 중독을 만든다.”, “아름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슬픔이 있다.”, “기다림을 즐기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눈에 띄어요.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문장이나 단어에도 관심이 많은데, 사진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 즐거워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끔 사진과 잘 맞는 완벽한 문장을 얻으면 마법을 마주하는 기분이에요. 

 

사람마다 다른 것 중 하나는 바로 선호하는 잠자리일 거예요. 누군가는 반드시 캄캄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반드시 낮은 베개를 베기도 하죠. 똑바로 누워서는 잘 못 자는 사람도 있고요. 

저는 잠들기 위해 약간의 빛이 필요해요. 목 아래 딱딱한 베개도 있어야 하고요. 언제나 그런 환경을 만들어 두고 잠을 청하죠. 보통은 푹 자는데 가끔은 생생한 꿈으로 잠을 안 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꿈이 참 신기한 게, 깨고 나면 생생한데 기억에서 금세 잊히잖아요. 요즘은 그런 기억이 아쉬워서 아침에 눈떴을 때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들을 노트에 기록하려고 해요. 나중에 읽어보면 바로 떠올릴 수 있게요. 

 

제 꿈 노트와 언젠가 바꿔 읽어보고 싶네요(웃음). 로라에게 달콤한 작업을 제안할게요. 

아무 조건도, 제약도 없어요. 무엇이든 촬영할 수 있죠.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지난주에 영화 <갓랜드>(2022)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영화에선 시간이 흐르면서 풍경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 색, 빛 같은 것들이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뀌어 가는데요. 저만의 특별한 풍경이 흘러가는 시각적 탐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멋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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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Photographer Laura R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