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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 다다르다
지긋한 시선을 가진 관찰자에게 대전은 발견해야 할 단서들로 가득한 곳이다. 원도심 대흥동에서 독립 서점 ‘다다르다’를 운영하는 김준태 대표는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지나치기 쉬운 장면들을 살피며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나간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호기심을 나침반 삼아 걷는 길. 그가 내딛는 모든 발걸음은 ‘우리는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향하고 있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려요. 다다르다는 이번 대전 특집을 기획하면서 저희 동료들 모두 궁금해하는 곳이었어요.
감사하네요. 사실 제가 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웃음). 다른 도시들이 《AROUND》에 나올 때마다 내심 부러웠거든요. 부산도 그렇고, 대구 편에 ‘고스트북스’가 나올 때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라 인상 깊게 봤어요. 대전은 언제쯤 나올까 기대했고요.
오늘 대전에 관한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웃음). 준태 씨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어릴 적 금산에서 대전으로 오신 뒤 줄곧 이곳에서 지내오셨다고요.
맞아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줄곧 대전에서만 지냈어요. 다른 도시에서의 삶을 크게 경험해 보지 못한 채 대전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저한테는 다른 선택지를 고민해 본 적 없는 자연스러운 바탕이 되는 곳이에요.
‘도시여행자’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간을 열고, 2019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며 ‘다다르다’라는 새 이름을 붙이셨죠. 그 여정의 시작이 궁금해요.
도시여행자는 여행자 카페이자 서점이었는데요. 사실 처음부터 지금처럼 공간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도시여행자는 이름 그대로 여행 프로젝트로 시작된 팀이었거든요. 대학생 시절, 전국 5도의 전통 오일장을 유람하며 상인분들께 미숫가루를 타 드리고 그분들과 대화하며 교감하는 순간을 기록했어요. ‘장터 유람기’라는 이름으로 꼬박 4년을 이어갔는데요. 시장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들의 가치, 그리고 우리 세대가 그 오래된 것들을 어떻게 하면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여행하며 자연스럽게 터득했죠. 4년 동안 시즌을 거듭하며 기획을 탄탄하게 다져갔고, 어느새 상인분들께 미숫가루를 2만 잔 넘게 타 드렸더라고요(웃음). 또 한 도시에서 한 달 살아보기 프로젝트도 해봤는데요. 영국 런던에서 대전에 도움이 될 만한 인터뷰들을 진행했죠. 공유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버스 기사를 관찰하거나 축구와 지역사회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고요. 그런 풍경들을 보면서 런던의 것들을 우리 대전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다른 도시에서 마주한 풍경 중, 대전에 꼭 접목해 보고 싶은 사례가 있었나요?
런던의 해크니Hackney구 같은 도시 재생 사례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 사람들이 더 이상 드나들지 않는 공간을 문화예술 콘텐츠로 되살려낸 곳이죠. 해크니는 동네가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잘 지켜냈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것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들이 유입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한 거죠. 지금 대전 원도심만 해도 아파트 단지를 들이려는 시도가 많은데, 저는 반대하는 편이에요. 이 동네마저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대전,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를 보았을 때 대흥동만이 가진 문화적 요소와 역사를 지킬 수 있을까, 그 변별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보거든요. 물론 그런 도시 재생 사례는 개인이 혼자 하기엔 너무나 큰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공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가진 공간을 어떻게 표현하고 드러내야 사람들이 대흥동의 정서와 오래된 것들을 함께 지켜내고 싶어질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 안에서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 질문을 런던에서부터 가져온 것 같아요.
대전이 잃지 않고 꼭 지켜냈으면 하는 건 무엇인가요?
가장 큰 건 근대 건축물이에요. 대전이라는 도시는 역사가 길지 않아요. 1905년 대전역이 개통하고, 1932년 충남도청이 들어서면서 이 동네에 사람이 많아졌죠. 그런데 2012년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공간이 비게 됐거든요. 당시 누군가는 그곳을 부수고 마트를 짓자고 했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다르다의 공동 창업자인 박은영 대표와 그 공간을 알리려고 ‘시티 페스타’라는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열었죠. 4천 명 규모 행사인데, 푸드트럭을 없앴어요. 대신 동네 지도를 만 부 제작해서 낮에는 동네를 여행하고 밤에는 공연을 보러 오게 했죠. 건축물을 넘어 동네 전체의 정서를 지키고 싶었던 저희만의 방식이었어요.
대흥동만의 고유한 정서와 매력은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아날로그’요. 느리지만 아주 천천히, 자기만의 길을 가는 팀들이 이곳엔 참 많거든요. 속도보다는 방향을 선택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이 만드는 브랜드에는 가치와 철학이 선명하게 배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곳은 ‘품앗이’가 여전히 살아 있는 동네예요. 누군가 이사를 하면 리어카를 끌고 나와 이삿짐을 돕는 것처럼요. 실제로 1999년부터 ‘두루’라는 민간 지역 화폐를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도입해 썼던 곳이기도 해요.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 이전에, 함께 사는 가치를 위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움직임이었죠.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관심,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의 여유, 그리고 주변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찬찬히 바라볼 줄 아는 정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앞으로도 대흥동이 이런 모습을 간직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국내외 수많은 도시를 여행하면서도 결국 대전 원도심으로 다시 발길이 닿으셨어요. 대전 원도심의 매력은 무엇이었어요?
원도심이 가진 문화예술 콘텐츠였어요. 지금 다다르다를 기점으로 반경 500미터 안에만 소극장이 여덟 개, 갤러리가 스무 개 넘게 있거든요. 창작자와 향유자가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이 동네 특유의 활기가 좋았죠. 또 하나는 대학생이 많다는 점인데요. 열아홉 개 대학이 있고, 이곳의 청년 인구가 약 30퍼센트에 가까워요.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다들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롭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살피게 돼요. 우리가 더 행복해질 방법은 결국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니까요. 결국 그런 고민을 가장 깊게 할 수 있는 시기가 대학생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대전이라는 도시가 청년들에게 그저 머무는 곳을 넘어, 삶에 대한 건강한 질문을 던지는 도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품게 돼요. 저 또한 이 젊은 도시 안에서 그런 즐거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싶었고요.
‘라가찌 ragazzi’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계시죠. 찾아보니 ‘소년들’이라는 뜻이 있더라고요.
맞아요. 이탈리아어로 소년들이라는 의미인데, 생각만큼은 소년처럼 순수하게 남고 싶어서 스무 살 파트타이머로 일할 때부터 써온 별명이에요. 지금 다다르다에서도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 이름을 별명으로 부르고 있어요.
브랜드 안에서 서점원 ‘라가찌’로서의 삶과 개인 ‘김준태’로서의 일상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사실 일과 삶, 다다르다의 안과 밖을 분리해 보려고 참 많이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웃음). 결국 서점은 만드는 사람의 가치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개인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책은 같은 책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공산품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이 공간에 머무는 20-30분 동안 손님의 선택을 받으려면, 결국 공간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가 전달되어야 해요. 베스트셀러라 할지라도 이곳에서 그 책을 고른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1층에 기획전을 열거나 서점원들의 큐레이션 노트를 캡션으로 달아두는 방식으로 저희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다다르다만이 가진 책을 고르는 기준이나 원칙이 있다면요?
저희 서점만의 특징이 있다면 5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반품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모든 책을 매절로 직접 구매해요. 그것만으로도 나름의 큐레이션 특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반품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책을 고른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5년 동안 반품 없는 서가를 유지해 오신 만큼, 서점원으로서 짊어진 책임의 무게도 남다를 것 같아요.
서점은 작가와 출판사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어요. 때로는 저희가 낭만 있는 편지를 전하는 우체부 같다는 생각을 해요. 누군가 치열하게 고민해서 만든 책을 독자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이 생태계가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위탁 판매가 아닌 매절을 고집하며 무리해서라도 끌고 오게 되었네요.
서가를 걷다 보니 도서 분류가 자유롭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어떤 구성으로 서가를 꾸리세요?
분류 기호를 따르지 않고 일부러 흐트러뜨려 놓는 편이에요. 어딘가는 작가별로 묶여 있기도 하고, 어딘가는 출판사의 시리즈별로 놓여 있기도 해요. 식물 옆에 생태가 있고, 그 옆에 동물권과 기후 위기 이야기가 이어지는 식으로도 분류했고요. “이 책 옆에 왜 이 책이 있지?”라고 궁금해하며 독자분들이 관찰하고 스스로 나름의 맥락을 찾아가는 것, 그게 독립 서점만이 줄 수 있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준태 씨가 선별하신 책들이 모인 서가도 궁금해요. 그 안에는 어떤 취향이나 관심사가 담겨 있나요?
저는 독립 출판물과 여행, 에세이 그리고 도시와 건축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그 분야의 신간은 비교적 빠르게 입고되는 편이죠. 반대로 해외 문학이나 추리 소설, SF 분야에는 조금 취약한데요. 그럴 때는 오히려 독자에게 의지하기도 해요. 방문하신 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요. 요즘 어떤 책이 좋았는지, 이 책은 어땠는지, 다음 작품은 어떤 점이 기대되어 구매하시는지 묻죠. 모든 책을 완독하고 입고하는 서점원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러지 못하는 부분을 인정하고 특정 주제에 깊이 관여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분의 안목을 신뢰해요. 물론 그 선택이 실패할 수도 있고 다른 독자에게 박한 서평을 받을 때도 있겠지만, 그건 서점이 기꺼이 안고 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요.
서점은 결국 찾아오는 이들의 관심과 선택으로 완성되는 공간이기도 하잖아요.
맞아요. 제가 서점 생태계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서점은 단순히 서가를 뽐내는 공간이 아니라, 결국 독자가 기꺼이 구매할 책들을 열심히 골라내야 하는 곳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책을 구매하게 할 것인가는 생각보다 어려운 숙제거든요. 제가 가진 고민과 키워드 안에서, 정말 독자의 손에 들려 나갈 수 있는 책을 골라내는 것이 서점원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서점이라는 공간이 지닌 ‘공공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셨죠. 서점만의 공공성은 어떤 것인가요?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공간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는 업태는 서점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삼겹살집에 가서 고기 냄새만 맡고 나올 수 없고, 카페에 가서 커피 향만 맡고 나올 수 없잖아요. 서점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그 역할에 대한 합의가 된 곳 같아요. 그래서 저는 서점이 집과 학교, 회사가 아닌 ‘제3의 장소’로 기능한다고 봐요. 개인이 스스로 사유하고 사색하고 탐구하는 영역인 거죠. 이 공간을 통해 저희가 던지는 질문에 독자분들이 답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아주 잠깐이나마 자기 자신과 솔직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사색의 시간이 우리 삶에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타인의 삶을 감히 평가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조금 획일화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저 또한 지금은 브랜드에 갇혀 또 다른 고민을 하는 중이지만, 우리가 ‘온전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살고 있나?’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은 것 같거든요. 그래서 사색과 사유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죠. 그래야만 저는 가치 있게 살 수 있다고 믿거든요. 물론 사색하는 방법은 다양할 거예요. 고독하게 아주 긴 여행을 혼자 떠날 수도 있고, 유튜브에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답을 얻을 수 있겠죠. 혹은 《AROUND》나 월간 《디자인》처럼 특정 키워드를 가지고 꾸준히 질문을 던지는 매거진을 구독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일 거예요. 그런 시간을 보내며 각자의 고민과 생각을 정돈하고 스스로 더 단단해질 방법을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계속 소개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기회가 유독 청년들에게 더 많이 닿기를 바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 바탕에는 어떤 마음이 있을까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분명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학교 안팎의 좋은 어른들, 그리고 지역의 계룡문고 같은 향토 서점이 저를 키웠어요. 아쉽게도 작년 9월에 폐업했지만, 저는 그곳에 마음의 빚이 있어요. 서점은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고, 우리가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공간을 충분히 썼다고 생각해요. 유년 시절 서점에서 결제하지 않은 채 책을 들여다보던 그 모든 기억이 저에게는 빚인 셈이죠. 그래서 그 마음을 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봐요. 어떤 질문을 던지는 어른이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요.
어릴 적 준태 씨는 어떤 꿈을 꾸는 사람이었어요?
제 중학교 생활기록부 장래 희망 칸에는 ‘버스 기사’가 적혀 있었어요. 아직 면허가 없긴 한데요(웃음). 버스 탈 때마다 덕질을 할 정도로 좋아했죠. 새로 오신 기사님이 저와 인사한 것을 기억한다거나, 어떤 때는 선물도 주고받고요. 이 호기심이 도시 문제로 연결된 경험도 있어요. 영국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할 때였어요. 런던과 리버풀에서는 버스 정차선에 대한 약속이 잘 지켜져 있더라고요. 대전에도 정류장 바닥에 버스 정차선이 이미 그려져 있어요. 보통 세 개 정도 그려져 있는데, 들어오는 버스가 순서대로 그 선에 맞춰 정확히 멈추기만 해도 질서가 잡히거든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버스가 정차선에 닿기도 전에 도로 위에 서거나, 아예 차도 중간에 멈춰 서서 무작위로 승객을 태우는 경우가 많아요. 그 혼란스러운 사이에서 휠체어를 타거나 유아차를 끄는 분들은 아무래도 이동이 늦다 보니 버스를 놓치는 순간들이 생기죠.
버스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 도시 시스템을 고민하는 실천으로 이어진 셈이네요.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셨어요?
실제로 버스 기사님 서른여섯 분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기사님, 왜 정차선 지키기가 잘 안될까요?”, “기사님이 겪으시는 현장의 고충은 무엇인가요?” 같은 것들을 묻고 다녔죠. 그렇게 모은 목소리를 대중교통과에 정책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요. 비록 발행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버스 매거진을 만들려고 콘텐츠를 기획하며 도전한 적도 있어요. 제 개인적인 관심이 정책을 변화시키는 의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한 거예요. 사춘기 시절의 호기심이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하는 거죠. 사실 저는 의정 활동을 하는 사람도, 행정을 하는 사람도 아닌 그저 한 명의 소시민일 뿐이에요. 제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고요. 하지만 소시민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는 건 결국 각자의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그리고 그 호기심들이 모이면 분명 지역사회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믿고요.
앞으로 다다르다가, 혹은 개인으로서의 준태 씨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를 향해 있나요?
여행자와 지역 주민이 적절하게 관계를 맺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여행자 비율이 너무 높거든요. 책이 많이 팔리더라도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는데, 저는 결국 이곳에서 ‘공동체’를 만들고 싶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역 주민과 여행자가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교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저한테는 큰 과제예요. 그다음엔 독립 서점이 전국적으로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하나의 좋은 레퍼런스를 만들어야 다음 세대가 ‘서점원’이라는 직업을 꿈꿀 수 있을 테니까요. 많은 분이 은퇴 후에나 서점을 하겠다고 생각하시지만, 저는 젊은 분들이 ‘서점에 취업해 서점원으로 일하고 싶어.’라고 당당히 꿈꾸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너무 큰 꿈 같지만, 저는 계속해서 그 길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준태 씨에게 대전은 어떤 도시인지 마지막으로 묻고 싶어요.
저는 대전을 너무 좋아해서, 아들 이름을 ‘대전’이라고 짓고 싶을 정도였어요. 아내가 “그럼 당신이 대전이라고 이름을 바꾸지 그래?”라고 했는데, 듣고 보니 너무 좋은 생각인 거예요. 남들이 나를 ‘대전’이라고 불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언젠가는 정말 개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고향이 있잖아요. 저는 사람에게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귀향 본능이 있다고 믿거든요. 삶의 고독함은 고향에서 비로소 회복되는 것 같아요. 영화 〈퍼펙트 데이즈〉(2024)처럼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텐데, 일상의 사소한 풍경이 삶에서 가장 진한 추억으로 남을 때가 있거든요. 제게 대전은 그런 사소한 추억이 곳곳에 아주 깊게 묻어 있는 도시예요. 제가 가진 이 추억이,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이름으로 쌓아온 대전의 풍경이 아주 오래도록 지속되면 좋겠어요. 굳이 대전이 아니더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각자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한 번쯤 깊은 애정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에요.
부동산 중개에서 시작해 리노베이션, 건축 자재 상점, 지역 관리까지 영역을 확장한 ‘도쿄R부동산’의 기록. 조직의 부속품이 아닌,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 유연하게 협업하는 ‘프리 에이전트’들의 일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노잼 도시’라는 대전의 자조 섞인 수식어를 사회학적 시선으로 분석한 연구서. 성심당이라는 거대 브랜드 이면에 숨겨진 대전의 진짜 매력과 그 안에서 저마다의 재미를 발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에디터 황진아
포토그래퍼 박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