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보이는 사랑

허회경 — 뮤지션

순간을 멈추게 하는 목소리. 회경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아주 먼 곳으로 떠나는 느낌이 든다. 정말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깊이 사랑하는 것이 생겨 불안할 때, 길을 잃은 것처럼 허무할 때. 우리는 그녀의 음악을 더듬더듬 찾게 될 것이다.

인터뷰 장소로 앤트러사이트 합정점을 추천했어요. 얼마 전에 이 주변으로 이사했다고요. 

휴학하면서 본가로 들어갔다가 복학하면서 다시 자취를 시작했어요. 올해는 졸업을 앞둔 시기라 계속 학교 다니면서 집으로 돌아가서 작업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어요. 여긴 재수를  하던 시절에 정말 자주 왔던 공간이에요. 

 

주로 집에서 작업하나 봐요. 

작업하러 어딜 나가는 게 꽤 수고스럽더라고요. 한때는 작업실 공간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저는 집이 가장 편한 것 같아요. 집에서 하면 바로 컴퓨터 켜고 할 수 있으니까(웃음). 중간에 딴짓을 많이 하거든요. 가만히 쉬다가 뭔가 떠오르면 바로 작업하고, 그런 게 좋아요. 

 

딴짓이라면 뭘 해요? 

낮잠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스스로 낮잠을 금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침대도 일부러 접이용으로 바꿨어요. 일어나면 바로 접어버리려고요(웃음). 프리랜서다 보니 시간 관리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자세하게 시간표를 짜서 움직이는 편이에요. 자취를 시작하니 자잘하게 해야 하는 집안일도 많고요. 다른 딴짓으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해요. 후에 해석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요즘엔 요리도 슬슬 해보는 중이에요. 다이어트 겸 식단 조절을 하고 있거든요. 

 

요리! 회경 씨 SNS에는 맥도날드 사진이 자주 올라오던데요(웃음). 

맥도날드 너무 좋아하죠(웃음). 요즘 안 먹은 지 정말 오래됐어요. 채소 요리 위주로 해 먹고 있거든요. 

 

좋은 변화네요. 영화를 좋아하면, 영화 속에서 얻은 메시지를 곡 작업에 연결할 때도 있나요? 

좋은 대사가 있으면 꼭 메모해 놓는 편이에요. 잘 적어 놨다가 가사에 담기도 하고요. 물론 그대로 쓰지는 않고 참고 용도로 기억해 둬요. 최근엔 영화는 아니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의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 깊은 서사가 있고 얻을 수 있는 인생의 교훈도 많거든요. 도쿄라는 주인공 캐릭터가 특히 좋았어요. 액션 신들 너무 좋아서 전율을 느꼈어요. 

 

회경 씨 음악을 떠올려 보면 조금 의외의 취향이기도 해요. 

션은 물론이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즐겨 봐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워요. 극본을 쓰는 작가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지고요. 제 음악엔 주로 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상상력이 필요하진 않거든요. 그래서 엄청난 상상력이 들어간 작품들을 볼 때면 어떤 경외심을 품게 돼요. 

 

음악 작업을 할 때는 상상력보다 자기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편인가 봐요. 

완전한 제 이야기만을 쓰지는 않지만 그런 편이에요. 와중엔 일부 상상도 들어가 있고요. 오래된 경험 이야기를 끌어올 때도 있고, 한 가지만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제 안의 여러 면을 음악에 담고 있어요.

회경 씨 음악은 어디서 시작하는지 궁금해져요. 

제 음악은 사랑에서 와요. 사랑엔 여러 모습이 있죠. 남녀의 사랑도 있고, 친구나 가족, 모르는 타인과의 사랑도 있고요. 우리는 사랑 때문에 너무 힘든 감정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저는 사랑에 깊이 의지하는 사람이라, 제가 느끼는 여러 사랑에 기대는 편이에요. 

 

음악도 좋지만 보컬이 훌륭하다는 피드백도 많이 받고 있어요. 

맞아요. 들을 때마다 놀라워요. 허세가 없다(웃음), 담백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너무 감사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 중에, 제 목소리를 듣고 누군가를 미워하려는 마음이 사라졌다고 얘기해 주신 분이 있어요. 목소리를 넘어 곡 자체에 관한 피드백이었죠. 혼자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누군가를 미워하려는 마음을 없앤다는 건 진짜 힘든 일이잖아요. 미움은 늘 사라지길 바라는 감정이고요. 미워하는 마음이 없을 때 결국 가장 편안해지는 건 자기 자신이니까요. 

 

누군가가 미워서 힘든 적이 있었어요? 

당연히 있죠. 좀 많아요(웃음). 그럴 땐 너무 힘들어요. 미움에는 온갖 감정이 따르잖아요. 질투도 있고, 괴로운 기억을 계속 되짚어 보면서 당시에 제대로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들고요. 저를 갉아먹는 과정이죠. 그래도 요즘엔 벗어나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예 그 마음에서 못 떠났거든요. 여기서 더 생각하면 어차피 나만 힘들어지니까 그만하자, 하는 마음을 가지려 해요.

Hey hey I would not live for you ever
내 길 위에 네가 발을 내밀고 있대도
Hey hey hey I would not live for you ever
이제 와 생각해보니 별일도 아니네
난 아무것도 상관없어 날 떠난다 해도
어차피 내 옆자리엔 아무도 없었으니

 

― ‘아무것도 상관없어’ 중에서.

‘아무것도 상관없어’의 가사가 떠올라요. 데뷔 곡이었죠. 

학교에서 교수님과 데모 개념으로 녹음한 곡이에요. 폴더에 담아두고 공개하지는 않았는데 그냥 새벽에 갑자기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충동적으로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어요. 앨범 재킷도 예전 가족들 앨범 구경하면서 예쁘다고 말했던 가족들 사진이었고요. 가사에 엄마·아빠 이야기도 나오니까요. 처음에는 당연히 반응이 없었어요. 반응을 기대하지도 않았고요. 그러다 한 1년쯤 지났을 때 웹 드라마 제작사에서 곡을 사용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런 식으로 점점 곡이 알려지게 되면서 지금의 소속사와도 함께하게 되었어요. 이어서 두 곡이 나오게 됐죠.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힘을 빼서 한 시작이 좋은 결과를 준 셈이죠. 

[아무것도 상관없어](2021)
[그렇게 살아가는 것](2022)

자연스럽게 흘러갔네요. 앨범 커버에도 그렇고 가사에도 부모님 이야기가 나와요. 앨범 자체가 회경 씨 가족들 기록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부모님은 어떤 분들인지 궁금했어요. 

아빠는 무뚝뚝하시고 또 똑똑하세요. 뭐든 여쭤보면 정답을 말씀해 주시는 분이에요. 제가 뭘 모른다고 할 때도 모른다고 탓하지 않으시고 잘 알려주시고요. 시도 쓰시는데 언젠가 시집 한 편 내는 게 소원이라고 하세요. 직접 쓰신 시를 저한테 보내주시면서 가사 쓰는 데 참고하라고 하시기도 해요(웃음). 엄마는 저랑 비슷한 면이 많아요.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으시고, 그냥 저랑 수다 떠는 걸 좋아하시고, 요즘엔 제 일에 관심이 많으세요. 매일 유튜브 영상을 보시고 음원도 계속 틀어놓으세요. 저작권료가 들어와야 한다며(웃음). 오빠가 지겹다고 할 정도예요. 

 

부모님이 다정하시네요. 아버님이 쓰신 시 문장들이 궁금해요. 

사실 제가 참고하기에는 어려운 단어들이 많아요. 한자를 쓰신다거나 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문장들도 많고요. 지금은 아쉽게도 흘려보내고 있지만(웃음) 언젠가는 가사에 들어갈 수도 있겠죠.

 

앨범 커버에 가족들 옛날 사진이 많은데, 회경 씨는 어릴 때 어떤 아이였는지 궁금했어요. 

공부는 일단 확실히 안 했고요. 피아노 배우는 건 좋아했어요.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되게 좋은 분이셨어요. 항상 칭찬해 주시고 선생님이랑 맛있는 거 해 먹고, 결국엔 노는 게 좋았네요(웃음). 

 

오… 저는 피아노 학원 가면 포도알 그리고 한 번 다 치면 색칠하잖아요. 그걸 너무 싫어했어요…. 

저는 그냥 막 칠했어요. 한 번 치고 세 번 칠하고… 그래도 체르니 40까지 갔어요(웃음). 

Ⓒ 허회경

역시(웃음). 그럼 어릴 때부터 음악에 뜻이 있었나요? 

원래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었어요. 어쩌다 친구를 따라 실용음악 학원에 등록하게 됐는데, 진로를 고민하다가 엄마가 작곡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신 게 큰 계기가 됐어요. 작곡은 엄마가 어릴 때 꼭 해보고 싶던 일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신기해요. 보통 부모님들이 진로를 예체능으로 정하도록 허락하시지 않잖아요. 

그러니까요 정말. 제가 어릴 때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극구 반대하셨거든요. 부모님 두 분 다 음악을 좋아하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처음은 작곡이었네요. 노래를 잘한다는 건 언제부터 알았나요? 

사실 노래는 지금도 못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고, 이럴 수가….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웃음). 저는 노래를 잘하기보다는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잘 꺼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메시지가 잘 와닿기 때문에 공감해 주시는 것 같고요. 아, 어릴 때 외할아버지가 노래방을 운영하셨는데 동요를 부르면 엄청 좋아하셨어요. 동요는 괜찮게 부른 것 같아요. 대회 나가서 장려상도 타고(웃음). 

 

어릴 때 좋은 기억이 많네요.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사소한 건데, 일요일 밤에 가족들이랑 모여 과일 먹으면서 <개그콘서트>를 봤던 기억이 강렬해요. 너무 행복해서 힘들게 느꼈어요. 나중에 이 순간을 떠올리면 슬플 것 같았거든요. 

 

아이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는 다음 날 학교 가기 싫다는 생각만 했는데…. 

깊게는 아니고 그냥 스쳐 가듯 느낀 거겠죠. 오히려 너무 행복해서 우울해졌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생각의 깊이가 남달랐네요. 

제 음악만 듣고 저를 실제 나이보다 더 많게 짐작하시는 경우도 있었죠(웃음). 사실 더 슬픈 삶이 어디 있고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겠어요. 그냥 다 각자의 다른 짐들을 지고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중에도 저는 평범하다고 생각하고요. 제 인생에 남들이 겪은 것보다 더 큰 비극이 있거나 그렇진 않았거든요. 물론 힘든 일들은 있었지만 사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를 힘들게 하는 일들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마음에 일어난 감정들을 가사에 담아내는 거죠.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
또 사랑 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것


― ‘그렇게 살아가는 것’ 중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의 첫 가사가 떠오르네요. 회경 씨에게 ‘가시 같은 말’은 어떤 말인가요? 

살다 보면 욕이 나올 때가 있잖아요. 혼자 있을 때 혼잣말로 욕처럼 나쁜 말을 뱉을 때가 있어요. 그런 식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혼자 있을 때는 뭐 무슨 말이든 못 하겠어요. 하지만 그 말들이 완전한 진심은 아니겠죠. 진심이라면 이렇게 잘 살고 있지도 않을 테니까요.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아니고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네요.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제가 남들에게 했던 말일 수도 있어요. 조언이라고 하며 했던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생각해요. 신세 한탄하듯 했던 말도 누구에게는 가시처럼 걸렸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했던 말을 자주 돌아보기도 하고, 애초에 조심하려는 편이죠. 

 

회경 씨 노래엔 슬픈 구절이 많은데, 이상하게 너무 슬퍼서 위로가 돼요. 

‘김철수 씨 이야기’라는 곡의 피드백에 특히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사실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쓴 곡은 아니에요. 그때 제 감정을 다 풀어놓고 싶어서 쓴 곡이었거든요. 너무 우울한 가사라서 어떻게 위로가 되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위안이 되었다는 얘기를 해주시니까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고,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이런 게 사랑인 거죠. 그래도 ‘김철수 씨 이야기’ 속 가사는 나중에 보면 조금 부끄러울 것 같아요(웃음). 너무 솔직하고 강렬한 비극이 보이는 가사라서 어쩌면 한풀이처럼 들릴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저는 그 곡을 들을 때 정말 우울한 상태였는데요. 가사에 깊이 공감했던 순간이 아주 기쁘게 느껴져서 어쩌면 우울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의 우울은 필요한 것 같아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가끔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너무 우울해서 행복한 착각이 들 때요. 마치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순간엔 우울해하면서도 즐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알아요, 알아요. 이것도 너무 공감이네요. 정말 힘들고 우울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중심이 된 것 같은 기분이요. 우울한 감정에 냉철해지는 과정인 것 같아요. 

한 번 막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사람이 오히려 냉담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해?’ 하며 나한테 던지는 반항 같은 감정일 수도 있고요. 극복까지는 아니겠지만 결국엔 ‘뭐 어때.’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거니까,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인 거죠. 

 

혹시 외로움을 많이 타나요? 회경 씨가 총 세 곡을 발매했는데, 모든 곡에서 일관되게 외로움의 정서가 느껴지더라고요. 

외로움을 정말 많이 타요. 혼자 있을 때 가끔 음악을 안 듣고 싶을 때도 있어요. 음악은 저한텐 일이니까 꼭 공부하듯 듣게 되니까요. 혼자 집에 있으면 정적 속에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때가 있는데, 그때 특히 외로움을 느껴요. 그러면 바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몇 시간이고 통화를 해요(웃음). 거의 릴레이처럼 전화를 쉴 새 없이 하는 편인데, 만나려면 약속을 잡아야 하잖아요. 저는 그때그때 감정을 말하고 싶어서 전화를 거는 것 같아요. 

 

전화로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면, 편지는 잘 안 쓰는 편일까요? 

편지는 잘 안 써요.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쓰는 건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는 친한 사람들에게 늘 제 감정을 다 표현하고 있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오히려 좀 멀어졌던 친구나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에게 편지를 쓸 때 훨씬 할 말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함께하지 못하는 동안 이런저런 제 감정들을 풀어놓을 수 있는 거죠. 

 

너무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말을 못 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그런 경우가 부모님과의 사이인 것 같아요. 부모님께는 아주 어릴 때 어버이날 편지를 쓰고, 커서는 편지를 전해드리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잖아요. 지금 부모님께 편지를 쓴다면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제가 언젠가 부모가 된다면, 우리 부모님처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꼭 전하고 싶고요.

내 사랑은 늘 재앙이 되고
재앙은 항상 사랑이 돼
널 사랑할 용기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
겁쟁이는 작은 행복마저
두려운 법이라고

 

― ‘김철수 씨 이야기’ 중에서.

회경 씨, 요즘은 어떤 가사가 나오는지 궁금해요. 

음… 확실한 건 ‘김철수 씨 이야기’ 같은 가사는 안 나오는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물론 어두운 가사를 쓸 때도 있지만 이젠 너무 극단적으로 어두운 가사는 덜 쓰려고 노력해요. 실제로 그렇게 힘들지 않은가 봐요. 제 마음이 괜찮은데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가사를 쓰는 것도 웃기잖아요. 지금은 눈앞에 사랑이 안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은 말들이 나오고 있어요. 요즘 제 주변엔 떠나가는 사람도 없고 소중한 사람들이 제 곁을 꼭 지켜주고 있거든요. 지금 마음 상태는 안정적이에요. 매일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확인하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기도 하고요. 

 

아직 들을 곡이 많이 없어서 아쉬워요. 열심히 작업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곧 나와요(웃음). 아마 이 인터뷰가 공개될 때쯤 새 싱글이 나올 거예요. 

 

드디어! 어떤 곡인가요. 

아까 우리가 미움에 관해 이야기했잖아요. 이번 곡의 가사에 미움으로 힘들어하는 자신을 보듬어주는, 그런 마음을 담았어요. 남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하는 제 연약한 모습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제 데뷔한 지 1년이 되었는데, 앞으로 회경 씨가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 궁금해요. 

결국엔 사랑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계속 해오던 것처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텐데 대신 여러 가지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사랑이라고 해서 딱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사랑하는데 죄책감이 드는 마음도 있고, 사랑하는데 너무 슬픈 마음이 들 수 있고, 온전히 사랑 자체만 할 수도 있고요. 사랑의 다양한 이면에 관해 제가 느끼는 것만큼 써 내려가고 싶어요. 

 

사랑을 다채롭게 말한다면, 듣는 우리는 그만큼 다양한 방식의 위로를 받을 수 있겠네요. 

그러길 바라요. 저는 요즘 그저 안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얼른 나이를 먹고 싶기도 하고요. 연륜이 사람에게 주는 안정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유를 가지고 모든 현상을 통찰력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생겼으면 해요. 그러면 제 음악에 좀더 설득력이 생길 수 있겠죠. 아, 언제쯤 그런 시기가 찾아올까요.

까만 밤, 매일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회경의 노래를 들었다. 깊이 우울해지는 날이면 더 그 마음에 빠지고 싶어 그녀의 음악을 찾았다. 상처를 입에 담고 사랑을 내뱉는 것. 재앙은 사랑이 되고 사랑은 재앙이 된다는 말. 서로 반대편에 있는 단어들이 결국엔 꼭 붙어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온 마음을 다해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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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