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에 대한 마음

OSULLOC 오설록

차밭. 초록색 잎. 덖음. 녹차. 이런 단어들을 적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차분해진다. 차는 그런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괜스레 황량했던 마음과 머리가 맑아지는 존재다. 광활한 자연, 푸른 녹차 밭, 그 안에서 마시는 깨끗한 차 한 잔.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제주도에 있다.

자연으로
시작된 인연

우리나라는 예부터 차에 대한 애정이 높았다. 신라 시대 말기부터 활발하게 차 문화가 형성되었고 뛰어난 차 문화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따뜻하게 우려낸 차 대신 인스턴트커피가 한국인들의 식후 음료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기업의 회장은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고민했다. 세계 모든 나라에는 나름의 차 문화를 지켜가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차 문화 자체가 사라지고 있을까. 이런 고민과 발상을 계기로 제주도의 황무지를 일구기 시작했다. 현재 훌륭하게 꾸며진 차 밭은 당시에는 척박할 뿐이었다. 오로지 돌과 바람이 전부였던 버려져 있던 땅. 그 땅을 약 45년간 꾸준히 일궈 세계에서 손꼽히는 녹차 재배지로 키워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제주도였을까.

토질, 아열대성 기후, 풍부한 강수량, 바람, 그리고 잦은 안개. 제주도는 차나무가 생육하는데 가장 최적의 자연조건을 가진 지역이다. 제주도의 화산회토는 일반 토양보다 칼슘과 마그네슘, 산화철 등 유기물 함량이 열 배 이상 높고 공극(토양 입자 사이의 틈)이 잘 발달해 있다. 이는 물과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차나무에 양분, 수분, 공기를 제때 공급해 준다. 

연평균 16도 이상의 기온도 차의 아미노산 함량을 최대치로 만들어 차의 감칠맛을 높여준다. 강수량 역시 차 재배에 도움을 준다. 연평균 1,800mm 이상의 풍부한 강수량은 토양을 촉촉하게 만들고 공기 중 불순물을 씻어내 깨끗한 대기를 조성해준다. 그리고 바람은 차나무의 증산작용(식물체 속의 물이 수증기가 되어 기공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작용)을 활발하게 해 뿌리의 수분 흡수를 증가시키는데, 특히 3~5월에는 이런 효과가 더욱 커져 한층 짙은 향의 녹차 재배를 가능케 한다. 잦은 안개 역시 자연 차광 효과를 내 선명하고 부드러운, 영양가 높은 찻잎을 키워내는 조건이 된다. 최적의 자연환경 속에서 유기농으로 키워낸 녹차. 그 맛을 어찌 함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차밭 이야기

제주도에는 세 군데의 오설록 차밭이 있다. 각기 다른 자연조건을 갖춘 차밭들은 찻잎을 재배하는 데 있어 각자의 특징을 살려 차를 생산해낸다.

돌송이 차밭, 향

오설록의 제주도 차밭 중 가장 처음으로 개간한 돌송이 차밭. 돌과 바람이 전부였던 황무지를 맨손으로 일일이 일궈낸 밭이다. 오설록의 차에 대한 집념이 가장 많이 드러나고 애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접하고 있는 유일한 차밭으로 높은 해발고도는 큰 일교차를 만들어낸다. 매년 4월 즈음 한라산의 잔설을 품은 산바람과 바다의 수분을 머금은 바닷바람이 동시에 불어와 향이 좋은 녹차가 재배된다. 특히 돌송이 차밭 중앙에는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도순천이 가로지르고 있어 묘하고 신비로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서광 차밭, 색

서광 차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차밭이다. 산방산 근처에 자리한 이 차밭은 한라산을 지나오면서 많은 구름과 안개를 형성한 대기가 자연 차광 효과를 주어 밭에서 자란 찻잎의 색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 차광은 차의 품질을 높여주는 훌륭한 생육 조건이 되어준다.

한남 차밭, 맛

한남 차밭은 과학적인 농법을 실현하기 위해 1995년에 개간했다. 차밭이 자리한 마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들어오는 장소로 자연이 온화한 성질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애초에 과학적으로 차밭을 관리할 수 있도록 땅을 평평하게 조성하였고 유기농 재배와 기계 영농으로 고품질의 녹차를 생산한다. 오설록의 차밭 중 차나무가 가장 어리고 질이 좋아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찻잎이 재배되어 차의 맛이 좋다.

찻잎을 따는 과정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차

찻잎은 채엽 시기(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오설록은 매년 4월 초부터 중순까지 화전차, 화후차, 우전 등 고급 차를 채엽한다. 이런 차를 이용해 마스터스 티에 해당하는 일로향, 옥로, 우전 등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는 것. 곡우인 4월 20일 이후부터 5월까지는 크기에 따라서 분류되는 세작과 중작, 대작을 채엽한 후 제품을 생산하고, 입하 무렵에 딴 입하차와 여름과 가을에 채엽한 하차와 추차를 이용해 차를 만들기도 한다. 각 시기에 채엽한 찻잎들을 단독으로 사용해 차 제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보통 시기별로 채엽된 찻잎들을 적절한 비율로 혼합하여 오설록만의 풍미와 향이 드러나는 차를 생산한다.

차를 즐기는
네 가지 방법

티백

뜨거운 물에 우려내기만 하면 별도의 다도 도구가 없어도 간편하게 차를 마실 수 있다.

피라미드 티백

입체적인 구조로 되어 있고 티백 내부의 공간이 넓어서 차를 우릴 때 찻잎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찻잎의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잎차

찻잎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 우리는 시간과 물의 온도, 물의 양, 찻잎의 양 등에 따라 차 맛과 농도가 변하니 취향대로 차를 우려낼 수 있다.

파우더

보통 차는 뜨거운 물에 잘 우러나지만, 파우더 형태는 찬물에도 쉽게 녹아 여름에 마시기에 좋다. 또한, 차 이외에 요리나 디저트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차 문화 향유를
위한 곳

제주도의 서광 차밭 옆에는 오설록의 티뮤지엄과 티스톤 공간이 함께 자리한다. 드넓은 차밭의 자연 감상과 더불어 내부에서는 다양한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뮤지엄 안의 전망대에서는 서광 차밭과 한라산, 산방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뮤지엄에서는 설록차의 성립과정, 차 덖음 제조과정, 세계의 찻잔 전시 등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다 보면 차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단지 마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차는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뮤지엄 옆에는 자신의 기호에 맞는 차를 선택하여 차를 우리는 방법, 차 시음 등을 경험할 수 있는 티스톤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INTERVIEW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김지연 부장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은 우리나라 최초의 차 박물관이잖아요. 건축에도 공을 들이신 것 같아요.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은 한국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문을 열었어요. 차 문화와 차밭, 자연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적인 느낌이 나는 건축 소재를 사용했어요. 건축물도 한국 찻잔의 형태로 디자인된 것이고요.

티뮤지엄에서는 티 마스터에게 다도를 배울 수 있다고 들었어요.
티스톤이라는 공간에서 티 클래스를 진행해요. 보통 차 문화 수업이라고 하면 한복 입고 좌식으로 진행하는 다도 수업을 생각하시는데, 그런 형태가 아니라 차를 통해 제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마음의 차분함을 얻을 수 있는 수업이에요. 티스톤은 통유리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래서 바로 옆의 곶자왈 숲과 아름다운 서광 차밭을 한눈에 볼 수 있죠. 광활한 자연을 보면서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에요.

차밭을 걷기에 좋은 날은 언제죠?
차는 일 년 내내 푸르러서 어느 때나 아름답지만, 특히 어린 새순이 올라오는 4~5월은 차밭이 가장 싱그러울 시기예요. 이 시기에 오시면 걷기에 덥지도 않고 좋을 것 같아요.

가을이 다가왔어요. 지금 마시기 가장 좋은 차는 무엇인가요?
가을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따뜻한 차가 생각나요. 삼다연이라는 숙성발효차가 있는데, 백 일간 삼나무 통에서 발효시켜 만든 차예요. 잎이 발효되면서 맛과 향이 더욱 깊어져 풍미가 가득해요.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서 환절기에 마시기 좋아요.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에서만 마실 수 있는 차도 있나요?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제품이 있어요. 원두를 즉석에서 로스팅하듯이 채엽한 찻잎을 바로 뜨거운 솥에서 덖어서 만든 덖음차에요. 바로 덖어서 만든 차를 마셔볼 수 있죠. 또 제주의 영귤을 함께 블렌딩한 발효차도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어요.

내부에 마련된 카페인 티하우스에서 판매하는 메뉴들도 색다른 것들이 많더라고요.
매년 티소믈리에 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어요. 그래서 직원들이 자체 개발한 메뉴 중에 몇 가지를 선정하여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거예요. 이를 통해 바리스타처럼 차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티소믈리에들을 육성하고 있기도 하고요.

마시는 차 외에 미용 관련 제품도 있네요.
커피는 마실 수만 있는 음료지만, 차는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음료예요. 녹차에는 비타민C가 레몬의 다섯 배 이상 함유되어 있어 안티에이징, 미백, 민감성 피부에 좋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녹차가 함유된 클렌징 제품, 팩, 핸드크림, 녹차 샴푸 등을 개발해서 선보이고 있어요.

오설록 햇차 페스티벌은 어떤 이벤트인가요?
제주도에서 어린 찻잎이 올라오는 시기가 5월이에요. 그때 이곳에 오시면 드넓은 녹차 밭이 연둣빛 물결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는 광경을 보실 수 있어요. 그런 햇차 시기에 맞춰서 진행하는 페스티벌이에요. 고객분들이 차를 직접 채엽하고 만들어보는 등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시기죠. 십 년째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매년 만 명 이상의 분들이 참여해요.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A.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로 15 오설록
t. 064 794 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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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혜미

자료제공 오설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