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를 놓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김나훔·안성경 — 오어즈

도시에 사는 나는 가끔씩 여유를 찾아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충동은 놀랄 만큼 빠르게 사그라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을 되찾는다. 그건 옳지도 그르지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내 선택이다. 몇 해 전 서울을 떠나 강릉으로 이주한 나훔 씨와 성경 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의 마음에 일었던 물결의 방향을 알고 싶었다. 두 사람이 탄 배가 어디까지 간 건지, 노를 힘차게 젓고 또 놓으면서 어떤 풍경을 둘러보며 사는지도.

서울에서 쉼 없이 노를 젓다가 이곳에 와서 
노를 놓는 순간의 즐거움과 평온함을 알게 됐어요.
남들 가는 방향을 따라 속도를 내기만 하던 과거를 돌아보게 됐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주제를 ‘오어즈’로 옮겨볼까요? “노 젓는 사람에게 젓는 것을 멈추고 노를 수평으로 유지하라는 구령”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따왔다고요. 

성경 이름을 정하기까지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하나 지어서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아니다 싶어서 다시 짓고를 반복했죠. 지금 말하기엔 부끄러운 후보들이 참 많아요. 조잡스럽고 거창하고(웃음)…. 그러다가 오어즈라는 이름이 ‘짠!’ 하고 떠올랐고, 이거다 싶어서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기분 좋게 결정했어요.

 

인터뷰 준비하면서 찾아보니 두 분에게 배가 굉장히 큰 의미인 것 같더라고요. 인생의 중요한 기점마다 빠지지 않고 배가 등장했어요.

나훔 맞아요. 청첩장에도 한배를 타고 노 젓는 저희 모습을 그려 넣었고, 이 집의 설계와 인테리어를 맡은 ‘콩과하’라는 친구들이 ‘보트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어요. 집이 가로로 길쭉하거든요. 오어즈의 이름도 배와 밀접한 연관이 있네요.

성경 그게 다 김반장의 ‘Boat Journey’라는 곡에서 영감을 받아 나온 것들이에요. 우리 인생이 배와 같다는 내용의 곡인데 첫 소절이 이렇게 시작해요. “왜 나는 구분 지어 살아왔나 일상과 여행.”

왜 나는 구분 지어 살아왔나 일상과 여행
스쳐 지나갈 수 있던 사람이 내 옆에
내 곁에 있을 때
(…)
우리가 함께하는 이 배는 아직은 너무 작아서
흔들리거나 부딪힐 때도 많지만 여전히
흘러 흘러 간다네
(…)
너와 나의 Boat Journey 삶의 결을 따라서
함께하는 이 여행 더 멀리 더 깊이

ᅳ김반장, ‘Boat Journey’

나훔 제가 베를린에서 방황할 때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인생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고,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지 모르잖아요. 그 안에서 조금 당황하더라도 배가 뒤집히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말이 너무 큰 힘이 되고 영감이 됐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그 맥락을 가져오고 있고요. 오어즈 뜻도 비슷한 맥락이죠. 서울에서 쉼 없이 노를 젓다가 이곳에 와서 노를 놓는 순간의 즐거움과 평온함을 알게 됐어요. 남들 가는 방향을 따라 속도를 내기만 하던 과거를 돌아보게 됐죠. 잊고 있었는데 말하다 보니 정말 최고의 이름이네요, 오어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웃음). 성경 씨도 같은 생각이겠죠? 

성경 그럼요. 저는 오어즈가 가진 뜻 중에 ‘균형’이라는 키워드에 큰 의미를 둬요. 늘 일과 일을 뺀 삶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어요. 한때는 일에 너무 치우쳐서 퇴근한 뒤에도 계속 일만 했어요. 제 일을 정말 사랑하지만,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니 어느 순간 흥미를 잃었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다행히 오어즈를 시작하면서 저만의 균형을 찾았어요. 디자인을 다시 놀이처럼 재미있게 대할 수 있게 됐고, 애정이 샘솟으니 덩달아 퀄리티도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AROUND Club에 가입하고 모든 기사를 읽어보세요.

AROUND는 우리 주변의 작은 것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합니다.

에디터 이다은

포토그래퍼 강현욱